[젠슌] 21.11.20 아담의 몽상곡

 

 

-

 

 

[젠슌] 아담의 몽상곡

 

 

2021-11-20

 

온 나라가 사랑해마지않는 불세출의 천재!

 

낯부끄럽게도 악신樂神의 현신이라 불리는 것은

 

바로 당신의 형제입니다.

 

언제였나요?

 

이젠 기억도 나지 않을 까마득한 어릴 적에,

 

당신과 그는 함께 피아노을 잡았습니다.

 

그때는 당신도 행복했었는데.

 

형제와 함께하는 레슨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고

 

같이 삐걱거리며 연주하고…

 

하지만 더는 아닙니다.

 

우리 시작은 같을지언정 결말은 다름을 알아버렸잖아요.

 

제자리를 맴도는 당신과 달리

 

그는 너무나도 눈부시게 성장해버렸습니다.

 

 

재능

 

그 격차를 인정하는 순간 행복은 조각났습니다.

 

호의가 조각나자 남은 것은 시기와 질투밖에 없습니다.

 

함께하던 레슨을 따로 받고,

 

교묘하게 그가 출전하는 콩쿠르를 피하고,

 

그마저도 참지 못할 땐

 

그의 악보를 남몰래 자근자근 밟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가 무대 위에서 태양처럼 만개할 때면,

 

당신은 그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한이 있어도

 

당신이 그를 넘어설 일은 없을 거라고.

 

그렇게 절망스런 선고를 자신에게 내리곤 하는 겁니다.

 

감정은 그렇게 피어올랐습니다.

 

하멜른의 사내처럼 사람들의 동경을 이끌고 다니는 그가

 

고깝게 보이던 게 언제부터였더라.

 

길거리를 가득 채운 그의 공연 포스터를

 

갈가리 찢어버리고 싶던 게

 

언제부터였더라.

 

음을 맞추지 않은 피아노처럼

 

괴이하게 비틀린 마음을 숨긴지도 오래입니다.

 

그래요, 이것은 질투심.

 

사랑했던 이를 이젠 미워하고 있습니다.

 

시간은 오래 흘러, 그는

 

이제 이 나라 모두가 알만한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떨치고 있습니다.

 

당신은?

 

그야, ‘하루오의 형제’일 뿐이죠.

 

새삼 분노할 틈은 없습니다.

 

수년간 이어오던 가을 연주회가 올해에도 어김없이 막을 올렸으니까요.

 

본무대는 3일 후입니다.

 

마지막 리허설을 위해

 

그가 팔을 움직이자

 

소리도 함께 흘러갑니다.

 

날카로움을 감춘 피아노의 소리가

 

그렇게 감미로울 수가 없습니다.

 

당신은 감동이 아닌

 

질투에 눈물이 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추잡하고 저열한 속마음이 피아노의 소리를 뚫고 흘러나올 것 같아

 

몸을 돌립니다.

 

한때 그토록 사랑하던 형제가

 

이젠 증오해 마지않을 이가 되는 것은 한순간이었습니다.

 

 

-

 

 

길거리

 

도망치듯 연주회장에서 빠져나옵니다.

 

음습한 감정으로 어지러울 내부와 달리,

 

탁 트인 길거리는 산뜻하기 그지없군요.

 

그리 매끈하진 못한 회색빛 석조 바닥에는

 

울긋불긋한 낙엽이 점점이 떨어져 있습니다.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 모두가 행복해 보인다면 착각일까요?

 

꽃 파는 소녀도 신문팔이 소년도 식료품점 주인도...

 

모두가 만면에 미소가 가득합니다.

 

이곳에서 추한 것은 오직 당신,

 

그 속의 심장인 것 같아 어쩐지 토기가 왈칵 올라옵니다.

 

4:41PM젠 쥰페이:(세상에 날 때는 딱 두 분류가 태어난다던데. 넘치는 사랑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사람과 떨어진 사랑을 마지못해 주워담는 비참한 사람.. 그 두 분류가 한 집안에 공존하는 것 부터가 말이 안 됐다. 제 걸음걸이마저 어색하기 그지없어 잠시 걷는 것을 멈춘다. 추한 속에 있는 것을 쏟아낼 것만 같아 입가를 가리고 눈을 꾹 감은채로 심호흡을 해본다.) 거지같네.. (오늘 하루의 한줄평을 한숨과 함께 내뱉으며 눈을 천천히 떠내고 다시 걸음을 옮긴다.)

 

멍한 당신의 발치에 툭,

 

무언가 부딪혔습니다.

 

4:42PM젠 쥰페이:..? (인상을 살짝 찡그리곤 시선을 내려 발치에 무언가를 확인해본다.)

 

 

젠 쥰페이 관찰 판정

 

4:43PM젠 쥰페이:

관찰력

기준치:	45/22/9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보기만 해도 상큼한 녹빛의 풋사과입니다.

 

윤기가 자르르 도는 게 꽤 공을 들여 닦은...

 

아니다...

 

금속조형일까요?

 

4:44PM젠 쥰페이:누가.. 흘렸나? (주변을 둘러보다가 조심스레 들어 살핀다.)

 

쥰페이가 조형을 들자마자

 

어디선가 작은 소년이 총총 달려와

 

사과를 냉큼 집어갑니다.

 

 

4:45PM소년: 아! 죄송해요. 실수로 떨어트렸지 뭐예요.

 

소년은 팔에 낀 바구니에 아무렇게나 사과를 집어넣습니다.

 

바람결에 청량한 풋사과 향이 당신에게로 흘러옵니다.

 

상큼하고 어딘가 은근히 달콤한 향이 꽤 좋네요.

 

소년은 당신에게 한번 웃어주고는,

 

 

4:45PM소년: 향이 꽤 좋죠?

 

라며 사과가 쌓인 바구니에서

 

한 알을 꺼내 건네줍니다.

 

 

4:46PM소년: 선물이에요!

 

소리치고는 제 갈 길로 발을 놀립니다.

 

녹색은 질투의 색이라던가요.

 

청량한 사과 향이 떠나가자 남은것은…

 

쩌적,

 

어딘가 금이 간 듯한 마음뿐입니다.

 

소년이 떠난 후,

 

연주회장에서 관계자가 나와 쥰페이를 부릅니다.

 

그는 어딘가 귀찮다는 얼굴로,

 

당신에게 말을 건넵니다.

 

 

4:47PM관계자: 쥰페이님께서 안 보이신다고 하루오님이 걱정하십니다. 리허설은 다 끝났으니, 이제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어딘가 거슬린다고 느끼면, 예민한 걸까요?

 

선심 쓴다는 듯 말하는 것에 잠시 분노로 머릿속이 새하얘집니다.

 

당신이 이런 취급을 받을 인간인가요?

 

하루오에게는 알랑거리는 미소로

 

비위를 맞추지 못해 안달 난 사람들은,

 

당신을 보면 어딘가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어딘가 불쌍하다는 듯 말을 건네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하루오의 탓 같습니다.

 

 

젠 쥰페이 정신력 판정

 

4:48PM젠 쥰페이:

정신

기준치:	55/27/11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1d2 롤

 

4:48PM젠 쥰페이:

Rolling 1D2

굴림:

1

... (한순간에 표정이 일그러질뻔도 했지만.. 겨우 평정심을 유지시키며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솔직히 가기 싫다. 받은 사과에 잠시 시선이 머물러있다가 곧 제가 왔던 길로 고개를 돌리고는 기계적으로 걸음도 다시 하루오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쥰페이가 연주회장으로 들어가려고 하면,

 

작은 소리가 하나 귀에 들어옵니다.

 

 

젠 쥰페이 듣기 판정

 

4:53PM젠 쥰페이: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4:53PM관계자:쯧... 별 볼일도 없는게... 꼴에 피아니스트라고 어깨 펴는 것 좀 보라지.

 

신경질 가득한 목소리의 주인은 관계자입니다.

 

시선이 마주치자 그는 당신을 외면합니다.

 

-

 

-

 

-

 

 

백스테이지

 

익숙한 통로를 지나 무대 뒤편으로 들어갑니다.

 

아직 리허설의 열기가 남아있는 이곳은 어수선하기 그지없습니다.

 

`가을 연주회`라고 이름 붙었으나,

 

사실상 하루오의 독주회나 다름없다는 건

 

이 나라 모든 사람이 알 것입니다.

 

구색 맞추기용 몇 무대를 제외하면,

 

후반부터는 오로지 하루오만의 연주가 진행되니까요.

 

그럼에도 지금 이곳에 있는 연주자들은

 

같은 무대에 선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격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그들은 분하지 않은 걸까요?

 

쥰페이가 백스테이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관계자들에게 뭐라 뭐라 지시를 하던 하루오가

 

당신을 보고 다가옵니다.

 

4:56PM젠 하루오:한참을 찾았잖아..! 쥰페이, 어디 갔었던 거야?

 

4:57PM젠 쥰페이:(너 꼴보기 싫어서 나갔다 왔다.) ..그냥, 바람 좀 쐬고 왔어. 너무 답답해서. (무미건조한 투로) 나는 왜 찾았는데?

 

하루오는 이해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는 조금 볼멘소리로 툴툴거리기 시작합니다.

 

4:58PM젠 하루오:그야.. 이번 리허설은 정말 완벽했거든! 그것도 다 안 보고 나갔지? ..너한테는.. 꼭 보여주고 싶었는데. ..이건 아무나 볼 수 있는 무대가 아니잖아.

너한테만 특별히.. 허락하는 건데.

 

그는 진심으로 아쉽다는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는 당신의 감정을 모르는 걸까요?

 

그 재능을 시기하는,

 

질투심으로 추하게 흐트러진 이 심장을 모르는 걸까요.

 

 

젠 쥰페이 심리학 판정

 

4:59PM젠 쥰페이:

심리학

기준치:	40/20/8
굴림:	96
판정결과:	대실패

?

 

..

 

그저 모처럼 초대한 손님이 끝나기도 전에 나가서 하는 소리인 것 같습니다.

 

당신 속을 긁어놓겠다는 강렬한 의지 따윈 없습니다.

 

5:00PM젠 하루오:..어쨌든.. 리허설은 다 못 봤으니까.. 본무대는 꼭 봐주기다?

 

5:02PM젠 쥰페이:너야 매번 완벽하게 해내잖아. 보는 사람 즐겁게. (영혼이라곤 하늘에 떠다니는 먼지만큼도 없는 눈으로 느릿하게 꿈뻑이며 네 시선을 슬쩍 피한다. 진심인지, 아닌지...) 그래, 시간봐서.

 

5:03PM젠 하루오:..헤헤, 나도 사람인데.. 늘 완벽하긴 힘들거든? (장난스레 눈웃음 지으며 가벼이 네 어깰 두드리기나 했다. 문득 말 없이 널 올려다보더니 곧 다시 입을 열어) 시간 봐서가 아니라.. 꼭이야 꼭!

 

문득 쥰페이는 소란스럽던 주변이 싸늘할 정도로 고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주인공에게 시선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한참을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으니

 

당신은 신경도 쓰지 않던 주변인들이 하나둘 쳐다보고 있네요.

 

따가운 시선이 수도 없이 몸에 내리꽂힙니다.

 

 

젠 쥰페이 관찰 판정

 

5:04PM젠 쥰페이:

관찰력

기준치:	45/22/9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무대에서 찬란히 빛나기 위해 갈고닦는 공간이라 그런 걸까요.

 

어쩐지 그 시선들이 기사의 날카로운 검처럼 뾰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의 눈동자에서 숨길 수 없는 질투와 시기심이 보입니다.

 

넘을 수 없는 재능보단,

 

그 총애를 받는 만만한 이에게 악의를 품은 걸까요? 우스워.

 

 

젠 쥰페이 정신력 판정

 

5:05PM젠 쥰페이:

정신

기준치:	55/27/11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롤 1d2

 

5:05PM젠 쥰페이:

Rolling 1D2

굴림:

1

 

인간은 누구나 불호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선물을 받으면 기뻐하고,

 

아끼던 물건이 망가지면 슬퍼하는 것처럼.

 

당신은 질투했고, 그를 미워합니다.

 

이 불씨는 아직 미약하기 그지없습니다.

 

당신이 주의 깊게 살핀다면

 

화로 속에서 고요히 타오르기만 하겠죠.

 

인간이라면,

 

그 누구도 당신에게 돌을 던질 수 없습니다.

 

5:11PM젠 쥰페이:아, 맞다. 넌 사람이었지. 하도 주변에서 신이니 뭐니.. 별 애칭들을 다 붙여줘서 아닌 줄 알았어. (네 웃음에 제 표정은 점점 일그러지는 것 같아 가벼운 농담을 던지는척 따라 옅게 웃어준다. 저와는 목적이 다른 질투심의 주변 시선들에 헛웃음을 흘리며 보란듯이 손을 뻗어 하루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가식적인 눈웃음은 덤으로.) 알았어, 형이 안 그래도 부모님이 끌고갈걸. 네 연주인데.. 까먹으실 분들이 아니잖아.

 

5:13PM젠 하루오:..그치? 아~ 나도.. 내가 잘 친다는건 알지만.. (말 끝을 흐린다. 두어번 입을 벙긋 거리곤 곧 아무것도 아냐. 작게 속삭이며 고갤 흔들더니) 아.. (제 머릴 쓰담는 손길에 무심코 입을 열어 작은 감탄사를 내뱉는다. 그 손길이 뭐가 그리도 좋은지. 헤실 안면에 웃음을 머금곤) ..응, 고마우신 분들이지. 그보다..

 

당신에게 투정 같은 핀잔을 쏟아내던 하루오도

 

그를 느낀 듯,

 

당신의 소매를 붙잡고 끌어당깁니다.

 

그는 평소보다 조금 빠른 걸음으로

 

제 대기실로 걸어갑니다.

 

5:14PM젠 하루오:..여기 너무 복잡하다! 잠시만 기다려. 나.. 짐만 챙겨서 집으로 가자.

 

5:17PM젠 쥰페이:(시선들이 사라지자 눈웃음을 풀고는 고개를 대충 끄덕여줬다.) 천천히 해. 뭐 급할거 있다고. (집에 가면 하루오에게 쏠릴 부모님의 관심과 애정이 벌써 머리속에 그려지는지 네게 거짓된 다정을 내비춘다.)

 

-

 

-

 

-

 

 

집

 

자식 두 명이 예술을 해도 괜찮을 정도로 부유한 집안은,

 

그 저택에서부터 재력을 뽐내고 있습니다.

 

공작새가 깃털을 부풀려 저를 과시하듯,

 

부모 자식과 사용인 몇 명이 기거하는 주제에

 

저택은 웅장하다는 형용이 어울릴 만큼 거대합니다.

 

관리하기 까다로운 대리석으로 만든 석조저택은,

 

부분마다 얇은 금장을 씌워 휘황찬란하게 반짝입니다.

 

저택의 주인 당신의 아버지 역시 그를 닮아

 

화려하고, 뽐내길 좋아하는 인간임을...

 

자식 된 도리로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루오와 함께 현관을 통과하면,

 

귀가를 기다리던 집사가 꾸벅 인사를 하며

 

뜻밖의 소식을 전합니다.

 

 

5:18PM집사: 주인께서 함께 저녁 식사를 들자고 하셨습니다. 다이닝 룸에 만찬이 준비되어 있으니, 부디 함께하시길.

 

사업이다 사교활동이다,

 

일주일에 한 번 얼굴 마주하기도 어려운 아버지가 웬일이실까요?

 

옷차림만 가볍게 바꾼 후 다이닝 룸으로 내려가면,

 

긴 식탁의 상석에서 웃고 있는 아버지가 보입니다.

 

그 오른편에는 어머니가 앉아 입을 가리며 웃음을 터트리고,

 

그 왼편에선 하루오가 농담을 내뱉고 있군요.

 

당신이 없음에도 완벽하기 그지없는 가족입니다.

 

이대로 사진을 찍어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어느 하나 빠졌다곤 생각할 수 없는 완벽.

 

5:22PM젠 쥰페이:(이제 이런 풍경도 익숙해졌나. 이 저택에 불이 나도 하루오 먼저 챙길 사람들. 오히려 방화범은 나라고 내몰게 분명하다. 한숨을 작게 내쉬며 저 완벽한 가족에 어색함을 하나 얹어주기 위해, 제 자리쪽으로 말없이 다가간다.)

 

그들은 당신이 가까이 다가가,

 

하루오의 옆자리에 앉아서야

 

그 존재를 알아차립니다.

 

곁에 앉아있음에도 왜 마음은 먼 걸까요.

 

모든 사람이 도착하자 사용인들이 전채요리를 내옵니다.

 

그들마저 당신을 잊지 않은 것이 그나마 위안일까요.

 

 

젠 쥰페이 정신력 판정

 

5:23PM젠 쥰페이:

정신

기준치:	55/27/11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쥰페이가 식사하면,

 

벌써 메인 디시를 가져오라 명한 아버지가

 

큰소리를 내며 하루오의 등을 두드립니다.

 

 

5:23PM아버지 :올해도 네가 가을 연주회 수석 연주자라지, 하루오?

 

그는 자식의 성과가 흡족하기 그지없는지

 

만면에 웃음이 가득합니다.

 

아마 아버지는 당분간 모임에서

 

하루오의 이야기만 잔뜩 하시겠군요. 늘 그러셨지만.

 

 

5:24PM아버지 :그래, 그래. 좋아... 이래야 내 자식이지.

쥰페이는 이번에... 뭘 한다고 했지?

 

갑작스럽게 당신에게로 화살이 돌려집니다.

 

5:29PM젠 쥰페이:...네? 아. (올게 왔구나. 들고있던 식기를 정중히 내려놓고 똑바로 눈을 마주친채 웃음기를 머금은 어조로 대답한다.) 글쎄요, 연주는 안 하니까.. 자랑스러운 형 무대의 관객이겠죠. 모르셨어요?

 

아버지는 영 마뜩잖다는 표정으로

 

 

5:30PM아버지 :..더 노력해라. 언제까지 네 형 뒤만 좇아 다닐거니.

 

한마디만을 남깁니다.

 

다시 토기가 밀려오는 것 같습니다.

 

5:33PM젠 쥰페이:..그럴게요. (음식으로 다시 시선을 돌리니 목이 맥히는 기분이 들어 식기를 들려던 손을 멈칫하고 아래로 내린다.) 하실 말씀 다 하셨으면, 저는 먼저 일어나도 될까요.

 

 

5:35PM아버지 :..넌 이제.. (인상을 구기며 말을 덧붙이려다 곧 체념한듯 손을 휘휘 내저은다. 굳이 말을 붙이지 않아도 되는 사람인것 마냥 ) 마음대로 해라.

 

5:38PM젠 쥰페이:들어가 보겠습니다. (몸을 일으키고 의자를 넣으며 짧게 고개를 숙여 묵례를 한다. 그러고는 다이닝 룸에서 벗어나자 빠른 걸음으로 입을 손으로 꾹 막은채 화장실로 향한다. 지금 당장 속에 있는 것을 개워내지 않으면 험한 생각이라도 들 것만 같아서..)

 

방으로 이동하려 다이닝 룸을 나섭니다.

 

 

젠 쥰페이 듣기 판정

 

5:39PM젠 쥰페이: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3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좁아지는 틈 사이로 한숨 소리가 흘러나옵니다.

 

 

5:39PM아버지 :저 녀석은 대체 누굴 닮은건지.. 한심하기 그지 없어.

 

 

5:39PM어머니:그러게요. 재능이 없으니 빨리 사업이라도 이어받던가 하면 좋을텐데.

 

한심하다는 감정으로 가득한 한마디가

 

툭, 떨어집니다.

 

 

젠 쥰페이 정신력 판정

 

5:40PM젠 쥰페이:

정신

기준치:	55/27/11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꼭 남의 자식이라도 되는 양 얘기를 하신다. 제 방에 다 와가는데도 주먹을 꾹 쥐고 벽을 짚으며 걸음걸이가 느릿해진다. 사업은 무슨. 굶어죽던지 말던지 신경도 안 쓸 거면서, 꼴에 세울게 있다고 어떻게든 성공 시키려는 위선이 역겹다. 겨우 속을 진정시키며 걸음을 옮겼다.)

 

-

 

-

 

-

 

배로 피곤한 하루입니다.

 

당신은 속수무책으로 잠에 빠져듭니다.

 

꿈조차 들지 않는 밤을 기대했지만,

 

겨우 눈을 감은 당신을 반기는 것은...

 

새하얗기 그지없는 공간입니다.

 

하늘도, 땅도, 모든 것이 눈이 먼 것처럼 하얀 곳.

 

발이 닿는 곳마다 수면처럼 파장이 잔잔히 생기기에

 

무언가를 딛고 있다는 사실은 짐작할 수 있습니다.

 

5:46PM젠 쥰페이:(..꿈인가? 제가 딛고 있는 것을 확인한다.)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자세히 보니 나뭇가지 같은 것들이 땅에서 뻗어있습니다.

 

그것들은 어쩐지 길을 만드는 것처럼 쭉 늘어져 있습니다.

 

5:47PM젠 쥰페이:..? (별 이상한 꿈이 다 있다고 생각하며 아무것도 안 하는 것도 뻘쭘해 결국 길을 따라 나선다.)

 

쥰페이가 길을 따라 걸어가면,

 

점점 주위 풍경에 색이 입혀지기 시작합니다.

 

하얀 하늘에는 파란색이,

 

하얀 땅에는 회색이.

 

나뭇가지는 검고 붉고 노랗고....

 

문득 발걸음에 파장이 따르지 않음을 눈치채면,

 

주변은 거대한 극장의 풍경을 하고 있습니다.

 

5:50PM젠 쥰페이:.. (주변을 한참 경계하며 살피더니 겨우 꿈인데 뭐 무서울게 있나 싶어 한층 풀어진 안색으로 극장에 다가가 들어갈 수 있는지 살펴본다.)

 

당신도 익히 알고 있는 극장입니다.

 

하루오의 가을 연주회가 열리는 곳이거든요.

 

당신의 위치를 살펴보면 꼭대기 박스석입니다.

 

어째서인지 기다란,

 

회색빛 로프가 한구석에 둘둘 말려있습니다.

 

주변을 다 둘러보면

 

갑작스럽게 어디선가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박스석 밖으로 몸을 내밀어 보면,

 

무대 한가운데서 인사를 하는 하루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막 연주를 마친 태양처럼 빛나는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꿈에서까지 당신은 그의 연주 모습을 봐야 하는 걸까요?

 

치가 떨립니다.

 

 

젠 쥰페이 정신력 판정

 

5:51PM젠 쥰페이:

정신

기준치:	55/27/11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모든 관객에게 인사를 하던 그와 시선이 마주쳤던 것 같습니다.

 

수백 수천 번도 더 본 그 눈동자에,

 

당신이 온전하게 담겼음을 본능적으로 눈치챕니다.

 

그리고 그 순간,

 

수십 개의 박스석에서 사람들이 기어 나와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합니다.

 

 

쿵. 쿵. 쿵.

 

드레스와 정장이 구겨지고,

 

추락하는 소리가 악하게도 연주됩니다.

 

도돌이표처럼 계속. 사람들은 그칠 줄 모르고

 

바닥으로 몸을 던집니다.

 

어느덧 인간의 바다와 무대의 수위가 비슷해지자,

 

그들은 천천히 하루오에게로 기어가기 시작합니다.

 

몸을 던지는 사람과 기어가는 사람으로 시야가 어지럽습니다.

 

혼란 속에서 하루오는 그들에겐 시선도 주지 않고,

 

당신만을 바라볼 뿐입니다.

 

발목, 무릎, 허벅지, 골반, 가슴...

 

인간의 파도가 그를 집어삼키기 시작합니다.

 

그는 여전히 당신만을 바라봅니다.

 

목, 목, 목, 목, 목,.... 머리.

 

그의 몸이 전부 감춰집니다.

 

그 틈으로 보이는 그의 눈동자는,

 

여전히 당신만을 바라봅니다.

 

 

젠 쥰페이 이성 체크

 

5:53PM젠 쥰페이:

SAN Roll

기준치:	53/26/10
굴림:	1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1

 

사람의 틈을 뚫고 그가 손을 뻗어옵니다.

 

문득 회색빛 로프를 떠올립니다.

 

이걸 그에게 던져준다면.

 

그는 구원받을까요?

 

5:56PM젠 쥰페이:... (놀란 얼굴로 회색 로프를 잡아 던져주려 했다가 몸이 굳는다. ..굳이 던져줘야하나? 현실에서는 구원받는 삶을 사는 그에게 꿈에서까지? 그런 추잡한 생각이 채워지자 들고있던 로프를 그대로 바닥에 내려놓는다. 어깨를 으쓱이며 보란듯이 웃어주기도 했다.)

 

...어차피 꿈인데,

 

그를 구원할 필요가 있을까요?

 

로프로 향하던 손을 멈춥니다.

 

그 꺼림칙한 시선까지도 기어온 사람이 차단하자,

 

남은 것은 묘한 해방감뿐입니다.

 

그가 죽는다면! 그가 죽어버린다면!

 

당신은 하루오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걸까요?

 

드디어?

 

꿈이라는 자각은 당신을 조금 더 욕망에 솔직하도록 만듭니다.

 

인간으로 출렁이는 것을 바라보며,

 

당신은 작지만 확실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파삭

 

어쩌면 그의 숨이 끊어졌을 소리를.

 

-

 

-

 

-

 

...정신을 차려보면,

 

커튼 사이로 밝은 빛이 내리쬡니다.

 

역시 꿈이었던 걸까요.

 

아무리 하루오를 질투하기로서니

 

그가 죽는 꿈을 꾸다니...

 

죄악감이 엄습합니다.

 

쥰페이가 주변을 둘러보면

 

방 한구석의 쥰페이 전용의 작은 피아노가 눈에 들어옵니다.

 

한동안 잡지 않아 뚜껑에 뽀얗게 먼지가 쌓이기 시작했네요.

 

피아노가 어서 날 열지 않고 뭐 하는 거냐며

 

타박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뒤숭숭한 기분도 풀 겸,

 

오랜만에 연습을 하는 것도 좋겠지요.

 

하루오는 연주회 준비로 이미 집을 나섰을 것이고,

 

당신의 음악을 들을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요.

 

이왕 연습하는 것. 연습실로 갈까요.

 

6:00PM젠 쥰페이:(이게 무슨 개꿈이야.. 헛숨을 내쉬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연습실로 향한다.)

 

쥰페이가 연습실로 들어서면,

 

오랜만에 발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변한 것 없는 풍경이 맞이합니다.

 

당신이 하루오와의 동반 레슨을 거부하면서부터,

 

이 연습실에는 출입하지 않게 되었죠.

 

짙은 갈색의 원목 바닥과 방음벽,

 

그리고 벽 한 면을 가득 채우는 커다란 유리창...

 

일반적인 가정의 거실만 한 크기의 연습실 한구석에는

 

[장식장]과 [그랜드 피아노] 한 대도 들어서 있습니다.

 

하루오가 사용할 테이블 하나에는 [악보]가 가지런히 정리되어있습니다.

 

6:02PM젠 쥰페이:(주변을 훑다가 먼저 장식장으로 다가선다.)

 

 

장식장

 

여태껏 하루오가 받아온 콩쿠르 트로피와 표창장,

 

감사패 등 여하간 그의 재능을 드높이는 것들로 채워진 장식장입니다.

 

당신이 출입하지 않았던 시간 동안

 

3단짜리 장식장이 가득 찼군요.

 

어쩌면 구석엔 당신의 콩쿠르 `장려`상이 있을지도요.

 

6:05PM젠 쥰페이:괜히 봤군. (볼 가치도 없나는 듯 몸을 돌려 테이블에 다가가 악보를 살핀다.)

 

 

악보

 

`Jealousy` 란 제목의 악보가 눈에 띕니다.

 

어느 오페라의 수록곡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질투심에 미쳐버린 남자의 삶을 다뤘던 것이 기억납니다.

 

 

젠 쥰페이 관찰 판정

 

6:05PM젠 쥰페이:

관찰력

기준치:	45/22/9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악보 귀퉁이 여백에 깨알 같은 글씨가 적혀져 있습니다.

 

언제나 깔끔하게 사용하는 하루오가 웬일일까요?

 

낙서를 살펴보면...

 

 

[이번 무대는 쥰페이와 함께 올라가면 좋았을텐데. ]

 

...이런건, 기만입니다.

 

 

젠 쥰페이 정신력 판정

 

6:06PM젠 쥰페이:

정신

기준치:	55/27/11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한껏 비교당하는 내가 보고싶었나? 별 같잖은 소리를 다 하네. 저같은 생각을 하며 혀를 쯧, 찬다. 몸을 돌려 마침내 그랜드 피아노로 걸음을 옮긴다.)

 

 

그랜드 피아노

 

이따금 당신과 하루오가 번갈아 치곤 했던 그랜드 피아노입니다.

 

당신이 연주하면

 

그가 반주를 해주던 날도 있었는데.

 

새하얀 그랜드 피아노는 관리를 잘 받은 듯 반짝입니다.

 

6:10PM젠 쥰페이:내 방구석에 먼지 쌓인 피아노와는 정반대의 모습이네.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가 풀어내고는 피아노 의자에 앉아 건반에 손을 느릿하게 올려본다.)

 

오랜만에 잡아서일까요,

 

꿈자리가 사나웠기 때문일까요.

 

평소보다 음정이 불안정하게 뒤엉키기 시작합니다.

 

엇나가는 건반에

 

짜증이 스멀스멀 기어 나옵니다.

 

안돼요, 이러면.

 

이곳에서 하루오는

 

더없이 아름다운 곡을 연주할 텐데,

 

이런 괴기한 곡조나 연주할 순 없습니다.

 

정신을 지배한 자학에 오기가 솟구치는 것을 느낍니다.

 

우악스럽게 건반을 내리치던 순간

 

어디선가 향긋한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힙니다.

 

곧 미지근한 온기가 당신의 양손에 솜털처럼 닿고,

 

그 느릿한 손길에 당신도 모르게 끌려갑니다.

 

6:12PM젠 하루오:뭐가 그렇게 급해!

 

웃음기가 섞인 타박이 귀를 스칩니다.

 

하루오입니다.

 

그는 감싸 안듯 당신의 양손을 붙잡은 채 연주를 이끌어줍니다.

 

6:16PM젠 쥰페이:... (갑작스런 네 등장에 놀랐던 것도 잠시, 제 연주를 도와주는 양하며 자존심을 짓밟는 네 행동에 거부감이 역력한 손길로 너를 뿌리친다. 꿈에서 본 네 죽음 때문인지 평소보다 더 눈을 못 마주치며 어색하게 굳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쭈뼛하게 선 채로 제 뒷목을 어루만지더니) ...언제 왔어? 나간 줄 알았는데.

 

6:17PM젠 하루오:..(뿌려친 그 손길에도 불구하고 곧 느리게 웃어보이더니 네가 연주하던 곡을 이어가기 시작한다.) 음.. 그냥. 오늘은 오후 연습이라 방에 있었거든. ..네가 있을 줄은 몰랐는데..

 

엉망으로 치닫던 곡이 천천히 본래의 아름다움을 되찾습니다.

 

마치 무도회장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처럼...

 

창을 타고 넘어온 햇살에 그의 속눈썹이 부드럽게 반짝입니다.

 

가까이 있기에, 그의 숨과 당신의 숨이 하나로 섞여갑니다.

 

어쩌면 그가 뱉은 숨을 당신이 삼켰을 수도 있겠죠.

 

평화로운 시간입니다.

 

그것이 고통스러워 눈을 감습니다.

 

 

젠 쥰페이 정신력 판정

 

6:17PM젠 쥰페이:

정신

기준치:	55/27/11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외면은 시들지 않고 타오릅니다.

 

그저 보기 싫은 정도였다면,

 

이젠 그 숨소리도 듣기 싫어질 정도로.

 

 

싫다

 

그것만이 선명합니다.

 

속내는 이전보다 더 새까맣게 그을러 가고 있으나

 

아직은, 아직은 웃으며 응대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당신의 감정을 알아차린다면

 

눈살을 찌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허나 아무도 돌을 던질 수 없습니다.

 

보이질 않으니까요.

 

6:24PM젠 쥰페이:(아주 잠깐, 저 숨을 꾹 쥐고 나눠주기 싫단 생각을.. 아주 잠깐이나마 해버렸다. 점점 갈수록 추악해지는 제 속마음에 놀라며 그것을 내비추지 않기 위해 옅게 웃어보인다. 어색할지언정 들키는 것 보단 나았으니까.) 아, 오후 연습. 그렇구나. (아주 잘났어.. 속으로만 중얼거리곤 가까웠던 거리를 넓혀 멀찍이 자리한다.) 난.. 그냥, 별 뜻 없이 와본거야. 그러니까 신경쓰지 말고 연습해. 이만 가볼게.

 

6:26PM젠 하루오:..응? 연습하려던거 아녔어? (크게 당황한듯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네가 제게서 멀어지자 아쉽단 눈길을 보냈다.조금 자리를 가까이해 널 마주보더니) ..난 같이.. 레슨 받아도 좋은데. ..쥰페이는 그러기 싫어?

 

6:30PM젠 쥰페이:..연습해서 뭐 달라진다고 하겠어. 그런 거 아니야. (여기서 또 물러서면 티나겠지. 이번에는 거리를 두지 않고 얌전히 그대로 있는다. 비웃음을 가장한 웃음을 흘리고는 그제서야 너와 눈을 맞춰) 아니, 싫을리가. (...) 요즘, 피아노를 연주 할 마음이 안 들어서 그래. 오히려 나는.. 너한테 방해잖아.

 

6:32PM젠 하루오:아.. 그럼, 그럼 정말 다행이고. (곧 맑게 웃으며 간질거리는 손가락을 움찔거리더니 건반을 톡톡 두드린다.) 무슨.. 그런 소릴! 아냐. 난.. 네가 있어서.. 방해는 커녕. 오히려 힘이 나는걸. ..그런 소리 마. 난.. 그런 생각한적 한번도 없어.

 

6:33PM젠 쥰페이:

심리학

기준치:	40/20/8
굴림:	3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비꼬는 기색 없이 순전히 형제에게

 

염려와 응원을 담은 말입니다.

 

6:39PM젠 쥰페이:(네가 착하게 굴수록, 제 마음이 더 추악해진다는 걸 알기나 할까.. 한 번 눈을 내리깔았다가 시선을 굴려 다시금 네 얼굴로 옮긴다. 뜸을 들이더니 입을 열었고) 형은 아니라해도 주변 사람들은.. (말끝을 흐리다 아무것도 아니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래도 난 가볼게. 레슨 잘 받아. (제가 네게 힘이 된다면.. 바로 사라져줘야지. 누구 좋으라고.. 미소를 옅게 따라 짓고는 몸을 일으킨다.)

 

-

 

-

 

-

 

갑작스러운 하루오의 등장에

 

당신은 도망치듯 저택에서 빠져나왔습니다.

 

호기롭게 마차에 타 정문을 나선 것까지는 좋았는데...

 

당신, 갈 곳은 있던가요?

 

때마침 마부가

 

 

6:40PM마부: 상점가에 새로운 가게가 들어왔다 들었습죠. 그쪽으로 가 볼까요?

 

라며 눈치 있게 제안합니다.

 

6:41PM젠 쥰페이:(짧게 탄식하곤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게 생겼구나.) ..네, 그쪽으로 가주세요.

 

쥰페이가 그를 수락하면

 

마차는 천천히 달려 상점가로 이동합니다.

 

깔끔한 도로와 화려하게 치장한 사람들이 즐비한 상점가입니다.

 

젠트리 계급을 노린 상점들은

 

저마다 주력 상품을 유리창을 통해 내보이고 있네요.

 

새로 들여온 옷감과 앤틱 가구들,

 

부유한 자들의 전유물인 책...

 

어디선가 달콤한 디저트 향도 스멀스멀 퍼지고 있습니다.

 

마차에서 내리면,

 

마부가 1시간쯤 뒤에 돌아올 것을 약속하고

 

길 너머로 사라집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악기상]과 [보석상]이 보입니다.

 

6:42PM젠 쥰페이:(보석상으로 향한다.)

 

 

보석상

 

화려한 장신구부터 심플한 것까지,

 

이 도시의 재력가라면 누구든

 

이 보석상의 물건을 하나씩은 소지한다는 소문이 도는 곳입니다.

 

기분 전환 겸 자신에게 선물을 사 주는 것도 괜찮겠죠.

 

온 손가락에 굵은 반지를 낀 점원이

 

상큼한 미소와 함께 당신을 맞이합니다.

 

 

6:43PM점원: 어서 오세요, 찾으시는 물건이 있으신가요?

 

6:45PM젠 쥰페이:(난 굳이 그 재력가에 끼고싶은 생각은 없지만.. 저주 목걸이 같은 건 안 파나. 하루오 주게.. 이런 유치한 생각을 하며 점잖게 대답한다.) 여기 목걸이가 눈에 들어와서요.

 

물건 몇 가지를 고르면,

 

문득 점원이 화려한 금사 장식의 넥타이를 권합니다.

 

 

6:46PM점원: 이건 어떠세요? 이래 봬도 루비와 금사로 수놓은 작품이랍니다! 선물용으로 제격이죠. 큰 대회를 앞둔 분에게 드리면 참 좋아하실 거예요.

 

아. 이 점원도 결국은 당신에게서 하루오를 떠올리는 것입니다.

 

상상 속의 그와 넥타이가 꽤 잘 어울립니다.

 

6:49PM젠 쥰페이:(점원의 뻔한 제안에 속으로 혀를 차며 넥타이에 눈길이 갔다.) 하하, 참.. 우연이네요. 제 가족 중 하나가 곧 큰 대회에 나가거든요. (입만 겨우 웃었고) 그럼.. 그걸로 고를게요.

 

당신은 결국 넥타이까지 사들여 보석상을 나섭니다

 

6:51PM젠 쥰페이:(길 가는 길에 버릴까, 싶었지만 돈 들여 산 것을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어 한숨만 푹 내쉰다. 발길을 돌려 이번엔 악기상으로 향한다.)

 

 

악기상

 

당신도 평소에 자주 들리는 악기상입니다.

 

취미용부터 장인의 수백 년 된 고악기까지,

 

취급하지 않는 것이 드문 나름 명망 있는 상점이기도 합니다.

 

늘 상점가를 찾으면 백이면 백 악기상에 들리기 위해서였죠.

 

쥰페이가 악기상에 들어서면,

 

콧수염이 인상적인 주인이 반갑게 맞이합니다.

 

그는 피아노 덮개 등을 추천하다

 

원하는 만큼 머물다 가라며 당신에게서 멀어집니다.

 

쥰페이가 악기상을 둘러보면,

 

공연 포스터며 광고 등을 붙이는 벽면에

 

큼지막하게 가을연주회의 포스터가 붙어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포스터를 수놓는 그의 이름이,

 

마치 절대 그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듯해

 

순식간에 기분이 나빠집니다.

 

 

젠 쥰페이 정신력 판정

 

6:52PM젠 쥰페이:

정신

기준치:	55/27/11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장에라도 포스터를 뜯어버리고 싶었지만.. 제 집이 아닌 남의 가게임을 자각하고 그만둔다. 인상을 찡그린 채로 주변을 더 둘러본다. 볼 건.. 이게 끝인가?)

 

그다지 눈에 띄는 것은 없습니다.

 

6:54PM젠 쥰페이:(주인에게 짧게 묵례하고는 악기상을 나온다.)

 

쥰페이가 나가려 이동하면,

 

때마침 악기상으로 들어오던 청년 무리 중 하나와

 

어깨를 부딪칩니다.

 

그는 죄송하다며 사과를 하고는,

 

제 친구를 붙잡고 무어라 속삭입니다.

 

 

젠 쥰페이 듣기 판정

 

6:55PM젠 쥰페이: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

 

 

6:55PM청년: 야, 야. 봐봐... 그 하루오 옆에 맨날 붙어다니는… 이름이… 뭐랬지? 아무튼. 와, 사인이라도 부탁해볼까?

 

그를 타박하는 동료의 웃음소리가 역겹습니다.

 

그놈의 하루오!

 

언제쯤 당신은 그에게서 해방될 수 있을까요.

 

 

젠 쥰페이 정신력 판정

 

6:56PM젠 쥰페이:

정신

기준치:	55/27/11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1d2 롤

 

6:56PM젠 쥰페이:

Rolling 1D2

굴림:

2

 

천천히 길가로 나서면,

 

시간 맞춰 마부가 마차를 끌고 당신을 마중 나옵니다.

 

분명 하루오에게서 벗어나 기분 전환을 목표로 했는데.

 

그와 모든 시간을 함께한 것 같습니다.

 

저택으로 향하는 그림자가 길게 이어집니다.

 

-

 

-

 

-

 

귀가한 당신을 반기는 것은 집사뿐입니다.

 

가족들의 소재를 물으면 늘 그랬듯

 

아버지는 사업, 어머니는 파티,

 

하루오는 리허설이라는군요.

 

가족을 기다려도 그들은 돌아올 기미가 없습니다.

 

홀로 저녁을 보내다 잠을 청합니다.

 

"-"

 

 

-

 

눈을 감은 당신을 반기는 것은…

 

또다시, 새하얗기 그지없는 공간입니다.

 

하늘도, 땅도, 모든 것이 눈이 먼 것처럼 하얀 곳.

 

움직임에 일렁이는 파장도,

 

무한한 듯 끝을 알 수 없는 공간도…

 

어젯밤과 모든 것이 동일합니다.

 

6:58PM젠 쥰페이:...또..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핀다.)

 

길을 만들듯이 당신을 둘러싼 가지도 여전합니다.

 

이전보다 조금 더 많아졌나요?

 

어쩐지 빽빽한 느낌을 줍니다.

 

6:59PM젠 쥰페이:(한 번 봤다고 익숙해졌는지 전보다는 훨씬 사라진 경계를 비추며 길을 따라 걸어가본다.)

 

쥰페이가 길을 따라 걸어가면,

 

점점 주위 풍경에 색이 입혀지기 시작합니다.

 

하얀 하늘에는 붉은색이,

 

하얀 땅에는 회색이.

 

나뭇가지는 검고 쇳빛으로 빛나고....

 

문득 발걸음에 파장이 따르지 않음을 눈치채면,

 

주변은 회색빛 밀실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7:01PM젠 쥰페이:(이번엔 밀실? 붉어진 하늘을 보다가 밀실로 가까이 다가간다.)

 

아무런 장식 없는 밀실은 천장이 유난히 높습니다.

 

다만 머리 하나도 내밀 수 없을 만큼 자그마한,

 

차마 창문이라고 말하기엔 부끄러운 구멍 하나가 창의 전부라

 

어딘가 답답한 기분이 드네요.

 

당신의 발치에 기다란 레버 하나가 보입니다.

 

주위를 살펴보다보면

 

아버지의 헛기침 소리가 들려옵니다.

 

목소리의 주인을 찾아 주위를 둘러봐도,

 

사람의 자취는 찾을 수가 없군요.

 

큼, 목소리를 다듬던 아버지는

 

곧 우렁차게 외칩니다.

 

 

죄인, 하루오! 너는 음악으로 이 나라 모든 이들을 홀렸으므로 그 죄가 깊다.

 

 

선고하노니, 죄인아, 목숨으로 죄를 갚아라!

 

그에 답하듯 군중의 함성이 들려옵니다.

 

죄인에게 사형을! 죄인에게 사형을!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일까요?

 

올바른 사고가 이뤄지기도 전,

 

깨끗하던 시야에

 

거친 밧줄로 목이 둘러진 하루오가 가득 찹니다.

 

그와 시선이 마주합니다.

 

 

젠 쥰페이 정신력 판정

 

7:03PM젠 쥰페이:

정신

기준치:	55/27/11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또다시 그가 죽는 꿈입니다.

 

당신은 이렇게나 그를 미워하는 걸까요?

 

자신에게 솔직하란 계시인가요?

 

 

드르륵

 

도르래가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밧줄이 끌어당겨 진다 싶더니,

 

이내 매끈한 목을 조르기 시작합니다.

 

그의 발이 땅에서 멀어집니다.

 

하얀 목이 발갛게 물들기 시작하면

 

7:04PM젠 하루오:켁, 컥..

 

숨이 막히는 소리가 스타카토로 튀어나옵니다.

 

꿈인데도 어째서 이리 현실감 넘치는지.

 

밧줄은 끊임없이 올라갑니다.

 

허공에 뜬 그는 괴롭다는 듯

 

밧줄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을 칩니다.

 

 

젠 쥰페이 이성 체크

 

7:04PM젠 쥰페이: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감소 없음

 

이 모든 상황에서 가장 괴이한 것은 바로 시선입니다.

 

숨이 졸리는 와중에도 그는 당신을 쳐다보며,

 

얼굴이 붉다 못해 푸르게 변하면서도

 

그는 당신을 쳐다보며…

 

제 목을 긁어내던 손을 내려 당신 발치의 레버를 가리킵니다.

 

이걸 당기면 아마도,

 

그는 살겠죠.

 

당신 손에 그의 숨이 달렸습니다.

 

7:07PM젠 쥰페이:(이 미쳐버린 꿈은 진짜 내 마음인가? 난, 이정도로.. 슌도 하루오를 죽이고 싶어했나? 혼란스러운 마음에 레버와 하루오를 번갈아 보더니 이번에는 레버에 팔을 뻗어 당긴다. 또 깨어나서 기분 나빠 하루를 죽쓰고 싶지는 않았다.)

 

한계를 모르고 치솟던 밧줄이 풀어집니다.

 

배려 없는 강하에 그의 온몸이 바닥에 아무렇게나 흩어지고,

 

그의 목을 졸라대던 밧줄은 느슨히 제 쓸모를 잃습니다.

 

그는 갓 태어난 송아지가 첫걸음을 딛듯,

 

힘겹게 바닥을 짚어서는

 

목을 부여잡고 기침을 합니다.

 

끊어졌던 것을 강제로 이어붙이는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댑니다.

 

그는 곧 꺼져가는 목소리로 말하길,

 

7:08PM젠 하루오:..고마워. 살려줘서 고마워.

 

하루오는 웃었습니다.

 

-

 

-

 

-

 

죄로 가득한 꿈에서 깨어납니다.

 

배덕감이 목 끝까지 차올랐으나,

 

그 감각은 이전처럼 그리 역하지는 않은 느낌입니다.

 

꿈이라는 사실은 당신에게 면죄부를 부여합니다.

 

밝은 햇살이 당신을 비추고, 다시 하루가 시작됩니다.

 

내일이면 가을 연주회가 드디어 막을 올리겠군요.

 

질투심으로 메말라가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단 생각을 합니다.

 

내일이 지나면 이 타오르는 질투심도

 

어쩌면 막을 내릴지도 모르니까요.

 

쥰페이가 주위를 둘러보면,

 

시야에 어제 샀던 넥타이가 들어옵니다.

 

 

젠 쥰페이 지능 판정

 

7:09PM젠 쥰페이: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1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걸 가지고 있다간 그를 끊임없이 떠올릴지도 모릅니다.

 

차라리 빨리 치워버려야겠어요.

 

연습실에 가져다 두면

 

그가 알아서 취하든, 버리든 하겠죠.

 

7:10PM젠 쥰페이:(얼굴보고 주는 것 보단.. 두고 오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넥타이를 들고 연습실로 향한다.)

 

쥰페이가 연습실로 다가가면,

 

어제와 달리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열린 문틈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하루오의 모습이 보입니다.

 

미쳐 반응하기도 전에,

 

흘러나오는 소리에 쥰페이는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여태껏 그가 연주하던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다소 불안정한 음색으로 가득했으니까요.

 

답지 않게 긴장이라도 한 걸까요.

 

그를 악신이라 찬양하는 이들을 비웃고 싶어집니다.

 

그가 진실로 신의 현신이라면 실수할 리가 없을 테니까요.

 

 

젠 쥰페이 정신력 판정

 

7:11PM젠 쥰페이:

정신

기준치:	55/27/11
굴림:	56
판정결과:	실패

 

잦은 실수에 그는 결국 팔을 아래로 늘어트립니다.

 

한숨과 함께 시선을 돌린 하루오와...

 

눈이 마주쳤나요?

 

그가 반색하며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7:12PM젠 하루오:여기까진 무슨 일이야? ..혹시 나 응원하러 와준거야?

 

실수로 착잡해 하던 것은

 

네 불순한 심장이 만들어낸 착각이라는 듯

 

그의 표정은 밝습니다.

 

창으로 들어오는 햇볕을 등지고,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당신을 마주합니다.

 

7:14PM젠 쥰페이:뭐, 비슷해. 형한테 줄게 있거든. (가끔 튀어나오는 형 소리에 스스로도 어색해하면서 제 손에 있던 넥타이를 네게 건넨다.) ..안 예쁘면 버리던지.

 

쥰페이가 넥타이를 건네면

 

하루오는 이전보다 더 환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연주회가 끝나고 그를 기다리던 팬들이 떠오릅니다.

 

그들이 손에 쥔 꽃다발이며 향수병 따위는 전부

 

그의 품에 들어갔겠죠.

 

선물이라면 지긋지긋할 텐데도 그는 기뻐합니다.

 

그 모습에 묘하게 위장이 뒤틀리는 것 같습니다.

 

 

젠 쥰페이 정신력 판정

 

7:15PM젠 쥰페이:

정신

기준치:	55/27/11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불길이 타올라 작은 구멍을 하나 내었습니다.

 

잘 감추어 놓았던 속내가 멋대로 헤집어집니다.

 

무의식적으로 퉁명스럽게,

 

혹은 그보다 더하게 반응하고 웃음으로 수습할 수도 있겠죠.

 

사랑보다 숨기기 힘든 것이 증오입니다.

 

감정을 재정의합니다.

 

이 감정은 증오입니다.

 

사람들은 이따금 돌을 들어 당신에게 하나둘 던지겠네요.

 

형제를 사랑해야지. 무릇 아껴주어야지.

 

7:17PM젠 하루오:내 선물? 정말? ...어쩌지 와.. ..어떡해? 나 너무..기뻐. 정말로. (크게 감격한듯 네가 내민 넥타이를 쉽게 건네 받지도 못하고 발을 동동 굴리더니) ..아! 이왕 온 거.. 차도 좀 마시고 가. 내 방으로 가있을래? 연습실 정리하고.. 금방 따라갈게. ..이것도 그때 줘.

 

7:20PM젠 쥰페이:하하, 네가 기쁘다니까.. 다행이네. (진심에 속하지 못 하는 제 말들이 다시 제게로 돌아와 박힌다. 미소를 보이다가 방에서 오순도순 차도 마시고, 선물도 달라는 네 대답에 하마터면 눈살을 찌푸릴 뻔 했다. 겨우 입가를 끌어올리며) ..그럴까? 그래, 그럼. 천천히 와.

 

그저 선물만 전달하려 했을 뿐인데…

 

쥰페이는 다소 막무가내로

 

부탁 아닌 부탁을 하는 하루오에게 말려들어

 

결국 그의 방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하루오의 방

 

대부분 흰색과 파란색이 어우러진

 

넓고 깨끗한 하루오의 방입니다.

 

주인 없는 방은 고요하기 그지없습니다.

 

열린 창문 틈으로 바람이 부드럽게 밀려옵니다.

 

당신의 방과 비슷한 듯 다른 방에는

 

커다란 [책장]과 [장식장]이 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한구석에는 천으로 덮인 [피아노]도 보이는군요.

 

8:02PM젠 쥰페이:(책장으로 향한다. 어릴때는 나름.. 같이 책을 읽었던 거 같은데.)

 

 

책장

 

책장에는 악보집 여러 권과 함께 일반적인 도서도 보입니다.

 

과거 예술가의 전기라던가,

 

악곡과 관련된 문학 작품이 거의 전부지만요.

 

익숙한 제목들이 당신을 스쳐 갑니다.

 

 

젠 쥰페이 관찰 판정

 

8:02PM젠 쥰페이:

관찰력

기준치:	45/22/9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당신이 읽을 수 없는 글이 많습니다.

 

흥미가 떨어집니다.

 

8:03PM젠 쥰페이:(별 거 없네.. 장식장으로 걸음을 옮긴다.)

 

 

장식장

 

연습실에 있던 것과 유사한 장식장입니다.

 

갈색 원목 서랍장과

 

그를 감싸는 유리창이 인상적입니다.

 

그 속에 있는 것은...

 

연습실의 것으로도 모자라

 

제 방까지 장식하는 그의 트로피 따위군요.

 

이젠 반응하기도 지치는데,

 

어째서 당신의 심장은 증오로 열렬하게 뛰는지.

 

 

젠 쥰페이 관찰 판정

 

8:04PM젠 쥰페이:

관찰력

기준치:	45/22/9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젠 쥰페이 관찰 판정

 

8:04PM젠 쥰페이:

관찰력

기준치:	45/22/9
굴림:	63
판정결과:	실패

 

그를 보기도 싫어 고개를 돌립니다.

 

8:05PM젠 쥰페이:(인상을 구기고 피아노로 향한다. 어째서 천으로 덮어놓은거지?)

 

 

피아노

 

깔끔한 천으로 덮힌 피아노는

 

하루오가 평소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작아 보입니다.

 

먼지 한 톨 없이 관리된 것이

 

꽤 아끼는 것인 모양입니다.

 

8:06PM젠 쥰페이:(천을.. 들춰봐도 되려나?)

 

쥰페이가 그를 치우면,

 

사이즈 작은 피아노 하나가 보입니다.

 

...당신과 그의 첫 피아노입니다.

 

함께 악기상에 가 첫 피아노를 고르던 순간이

 

머릿속을 비집고 나옵니다.

 

오래된 것은 추억을 불러일으킵니다.

 

당신 속의 질투심을 추하다 비난하는 것 같아 괴롭습니다.

 

8:08PM젠 쥰페이:(그때는 그렇게 좋았는데.. 역시 내가 문제인 건가? 남들은 다르게 생각할까? 복잡한 머리속을 차분히 만들도록 노력하며 다시 천으로 피아노를 덮어준다. 문쪽으로 시선을 돌려 하루오가 오는 것을 가만 기다려본다.)

 

쥰페이가 방을 다 둘러보면,

 

하루오가 차와 과자를 가지고 들어옵니다.

 

그는 당신에게 다과를 제안하며

 

이것저것 말을 걸기 시작합니다.

 

8:09PM젠 하루오:요즘 어때?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던데.. 건강 조심하고. 제대로 챙겨입고 다녀야한다~?

 

오랜 기간 밀어냈음에도

 

그는 개의치 않고 다정한 형제의 것으로 당신을 대합니다.

 

그것은 당신의 죄책감을 자극하는 동시에,

 

그가 입을 다물어주었으면 하는,

 

폭력적인 것으로 다가옵니다.

 

하루빨리 그에게서 벗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어서 선물이나 줘 버리고 돌아가요.

 

8:12PM젠 쥰페이:아직은 건강하니까 신경 꺼. (피아노를 봐서인지, 네게는 정말 제가 소중한 존재인 것 같아 기분이 더 상해 말이 평소보다 날카롭게 나갔다. 성큼 네게 다가가 넥타이를 건네며 웃음기 지운 얼굴로 말을 이어 나간다.) 다과는 사양할게. 이거 받아. 아무래도 난 내 방 가서 쉬어야겠어.

 

하루오는 환한 얼굴로 그것을 받습니다.

 

8:13PM젠 하루오:..열어봐도 돼?

 

당신의 추한 속내는 모른다는 듯 순진한 눈으로 그것을 풀어헤칩니다.

 

가벼운 상자 속에서 넥타이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는 넥타이를 꺼내 제 목 언저리에 대어보고는,

 

헤죽 웃으며

 

8:13PM젠 하루오:..어때? 잘 어울려?

 

8:15PM젠 쥰페이:(네게 안 어울리는게 있었던가. 짜증나게도 제가 너무 잘 고른 거 같았다.) 어, 잘 어울려.

 

그는 당장에라도 착용하려는 듯

 

제 목에 이리저리 묶어보지만,

 

결국 매듭짓기에 실패하는군요.

 

8:15PM젠 하루오:쥰페이. 그럼.. 가기 전에. 이것 좀, 도와주면 안 돼?

 

그가 넥타이를 걸친 채 다가옵니다.

 

이것은 죄책감인가요,

 

증오의 변덕인가요.

 

당신은 홀린 듯 그의 넥타이를 붙잡고,

 

천천히 묶어 매기 시작합니다.

 

당신의 행동을 바라보며 그가 종알입니다.

 

8:16PM젠 하루오:..나, 사실 조금.. 걱정돼서.. 무대는 항상 걱정돼. 너라면.. 떨지 않았겠지? 차라리 네가 무대에 서는 게 좋았을지도 몰라.

 

목에 천이 휘감깁니다.

 

목에 끈이 휘감깁니다.

 

아... 당신은 이걸, 본 적이 있잖아요,

 

꿈에서. 매듭을 지어 천천히 올려가요,

 

단정함을 핑계로 숨통을 막을 듯이 밀어 올려봅시다.

 

천 조각 너머로 두근거리는 동맥이 느껴집니다.

 

8:17PM젠 하루오:너랑 같이.. 무대에 서고 싶었어.

 

따듯한, 붉은 피가 흐를 목을 잡아 비틀듯 스쳐 갑니다.

 

아, 역시 미쳐버린 게 틀림없습니다.

 

형제를 죽이는 꿈으로도 모자라

 

그의 목을 붙잡다니.

 

나의 피는 그와 달리 녹색으로 기괴하리라,

 

그리 생각합니다.

 

 

젠 쥰페이 정신력 판정

 

8:17PM젠 쥰페이:

정신

기준치:	55/27/11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롤 1d2

 

8:18PM젠 쥰페이:

Rolling 1D2

굴림:

1

 

타인의 시선은 관계없습니다.

 

증오는 만개합니다.

 

그저 싫고, 꺼졌으면 좋겠고,

 

그랬던 것이 이젠 그저

 

영영 작별하고 싶을 뿐

 

악수하면 동맥을 누르고,

 

껴안으면 목을 조를까요?

 

부정의 감정이 끈적하게 넘쳐 흐릅니다.

 

사람들은 이제 당신을 둘러싸 돌을 던집니다.

 

비난은 상관없습니다.

 

이 증오심은 눈을 멀게 만들었습니다.

 

8:19PM젠 하루오:..쥰페이. 같이 무대에 설래?

 

그는 손끝에 담긴 살의도 읽지 못한다는 듯,

 

농담조로 말하며 당신을 향해 눈을 휘며 웃습니다.

 

8:30PM젠 쥰페이:... (나를 미치게 만드는 건 너였구나. 네 목소리가 귓가에 웅웅 울린다. 누군가가 비웃는 소리를 틀어놓기라도 한 건지 목소리와 함께 겹쳐서 들린다. 네 목에 얹었던 손에 아주 잠깐 힘을 주었다가 결국 뒷감당이 안 될 것 같아 줬던 힘은 풀어버린다. 그러곤 속으로 작게 중얼거렸다. 차라리 네가 나를 끔찍하게도 사랑하는 거라면 좋겠어. 너 대신 내가 죽어서.. 네 평생이 불행했으면... 서늘한 웃음을 띄고는 제 감췄던 속내를 쏟아내듯 말했다.) 형, 위선 떨지마. 일부러 그러는거지? 내가 어떤 소리를 듣고 사는지 알고 그러는 거잖아. 난 형의 들러리야. 제발 날 위해주는 척 하면서 밟으려 하지마. 그럴수록 형이 싫어지거든.

 

8:34PM젠 하루오:.. (입이 채 다물어지지 않았다. 적잖아 큰 충격을 받은듯 옅게 흔들리던 시선은 곧 네게로 향했고 한발자국 더 다가가 그의 어깨를 조금 힘주어 붙잡는다.) ..무슨 소릴 하는거야 지금? (강하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으나, 옅게 깔린 떨림은 슬픔을 나타낸다.) ..아냐. 전혀. 전혀 그렇지 않아 쥰페이. ...위해주는 척이라니, 들러리라니.. ...아냐. 그런 소리 하지마... ...넌.. 나한테 있어서 정말.. ..소중한 가족이니까.. 그게..

 

8:48PM젠 쥰페이:(충격이라도 받았나? 네 모든 말을, 믿어주고 싶지 않았다. 들을 가치도 없는 해명처럼 들렸다. 제 어깨를 힘주어 잡은 네 손에 시선이 갔다가 슬픔을 내비추는 목소리에 증오가 서려있는, 안개에 휘둘려진 호수와도 같은 눈동자가 네게로 향했다.) 소중하다면서 나한테 왜그래? 모를리가 없잖아. 이 집안에서 가장 동 떨어진 존재는 나뿐이라는 거. (제 어깨에 있던 네 손을 꾹 붙잡아 떼어냈고 잡은채로 너를 제쪽으로 당겨 아주 가까운 거리로 좁히게 만든다.) 몰랐다니까 말해줄게. 난 이제 피아노 앞에서 뭣도 아니야. 그저 하루오의 동생이라고. 날 정말 사랑하긴 해? 이 세상에선 조건없이 사랑해주는 사람같은 건 없어. 너는 그냥 좋은 형이고 싶어서 억지로 쥐어짜낸 감정을 착각하는 거야.

 

8:59PM젠 하루오:(익숙한 시선이다. 저에게 보내는 수많은 찬사와 동경, 애정어린 눈들 사이에서 가끔 보이는 증오서린 시선. 그럼에도 여전히 제 앞의 이를 놓고 싶지 않은건, 나의 미련 때문이겠지.) ... (알지 못한건 아니다. 네가 가족에게 어떤 취급을 받는지, 내 주위에 있으면서 어떤 이야기들을 듣는지. 전부 알지만) .. 네가 소중해서.. (간극) 네가 소중하니까.. ..더 옆에 있어주고 싶었어. ..그거 하나 뿐인데.. (흐려진 목소리로 작게 속삭였다.) ..너야말로 잘.. 모르는 것 같아서 말해주는건데. ..있지, 난 너랑 함께한 시간 전부가 좋아. 어렸을땐... ..같이 연주도 하고 그랬는데.. (네게 붙잡힌 손을 반항할 의지도 없다는 듯 늘여뜨리고는 툭, 네 어깨에 이마를 기대었다. ..) 맞아. 난, 좋은 형이고 싶어. ..자기만족이 아닌.. ..내 가족을 사랑하니까.. 네게 좋은 형이.(애써 입꼬리를 올려가며 말했다.) ..우리 여태 잘 해왔잖아. ..응? 왜..자꾸. 그렇게 혼자 나가떨어지려해. ..혼자는 외롭잖아...

 

9:17PM젠 쥰페이:(형이 죽는 꿈을 두 번이나 꿨다고 말해도 여전히 내가 소중할까? 어째서인지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너를, 꿈에서도 증오하는데, 너는 나를 증오하지 않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그 편이 네게는 더 괴로울테니까. 그러니까.. 네 대답에 이 상황과는 전혀 맞지 않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띄울 수 있었다. 자국이 날만큼 우악스럽게 붙잡았던 네 손을 놓아주고 제 어깨에 기댄 네 뒷덜미에 손이 얹어진다. 네가 하는 말들과 네 체온은 너무 따뜻해서. 차갑게 말라붙은 제것과는 너무나도 정반대라. 어디에든 입술을 붙여보고 싶었다. 네 따뜻함을 뺏어가고 싶었다. 손을 천천히 올려 머리채를 움켜쥐었다가 놓았다. 네 머리칼이 제 손가락 사이사이로 흩어졌다. 미묘한 감정이 피어오른다. 증오와 형태는 같았다. 그것을 느끼며 천천히 입을 열어 말을 이어나간다.) 그럼, 연주회 안 나갈래? 부모님 버리고 산속으로 같이 도망갈까? 모두한테서 버려진 형은 사랑할 수 있을 거 같거든. (뜸) 애석하게도, 난 우리 가족을 사랑하지 않아. 사랑할 가치도 없지. 그래도 어릴땐 형처럼 가족을 사랑했었어. 내가 쓸모없어지기 전까진.. 다 형 때문이야. 형이 나를 나가떨어지게 만들었잖아. 난 죽어도 형 때문에 죽을거야. (조곤조곤 잔인한 말을 내뱉으며 피어싱 자국이 남은 네 귓볼에 입술을 붙이고는 내가 죽이는 것이 아닌, 내가 너에게 죽는다고 말했다.)

 

9:31PM젠 하루오:(네 손길 하나하나에 몸을 움츠리며 늘어진 제 손을 약하게 쥐었다폈다. 네게서 어떠한 말이 되돌아올지 몰라. 막연히 두려우면서도 그를 감내해야하는게 나의 책임이라 느낀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네 자리를 빼앗은 건. 내가 맞을테니까.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괴롭다 하더라도 네가 있을 곳을 만들어 주고 싶었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외로움은 그 누구보다 더.. 잘 알았으니. 울컥하고 눈물이 차오를 듯 했지만 꾸욱 숨을 삼켜가는 것과 동시에 목울림이 넘실거렸다.) ...쥰페이, 나는.. (내 재능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몰라 불안해. 지금 이 자리에 온 것도, 가족이 생긴것도, 찬사와 나를 원하는 사람있단걸 알게 해준건 오로지 내 재능뿐이었으니까. 어떻게 말을 꺼내야하나 한참을 망설이던 중 너는.. 늘 가장 아픈 곳을 후벼판다. 새살이 솟아가던 중, 억지로 딱지를 떼어내듯 질기고 비린 말이다.그럼에도..) ... ..그럼, 내가 끌어올려줄게. 절대로.. 널 가만 두진 않을거야. (아무것도 아니게 된 나를, 사랑하겠다는건 너 뿐이겠구나.)

 

9:51PM젠 쥰페이:(사랑에 비롯된 제 증오는 네게 따라붙는 시기와 질투들과 차원이 달랐다. 서로 숨통을 쥐게하고 놓아주지 말자는 약속까지 내걸고 싶을 정도로 제 마음은 집요스럽게 물러서지 않는 네게 자리했다. 처음으로 속마음을 내비춘 날.. 네가 정말 신의 자식이라도 되는걸까. 네게 증오를 바쳐 고해를 했으니. 눈이 느릿하게 감겼다가 떠진다. 한 번 살이 뚫렸다가 다시금 새살이 돋아난 곳은 귓볼 뿐이었다. 그곳에 입술을 붙이고 네가 하는 말들을 막힌 귀로 담아 들으며 천천히 숨을 내쉰다. 제 차가운 숨을 불어넣고 있었다. 초록빛을 띄는 제 숨을. 그럼에도 저를 붙잡아주겠다는 너를 어쩌면 좋을까. 고개를 움직여 네 목덜미에 얼굴을 묻는다. 손을 내려 등줄기를 타고 허리를 감싸안아주었다. 껴안으면, 네가 내 목을 조를까. 중얼거리면서 팔에 힘을 준다.) 증명해봐. (고개를 천천히 들었고) 난 이미 수차례 나가떨어졌어. 어떻게 끌어올려줄래? (조건없이 나를 사랑해주겠다는 건, 제가 가장 증오하는 너 뿐이구나.)

 

10:02PM젠 하루오:(귓가에 닿는 네 숨결에 몸을 움츠렸다. 방향을 잃은 팔을 느리게 들어 올리다 한참을 망설이던 중.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네 손길부터 귓가를 간지럽히던 숨결까지 제 목덜미에 닿자. 꼭 치부가 드러난 것 처럼 홧홧하기만 해 잘근 제 입술을 깨물었다. 곧 너를 따라 네 어깨를 감싸 있는 힘껏 끌어안는다. 어렸을적 부터 지금까지 바라는건 단 하나뿐인데. 수백수천번 건반을 두드리는 것 보다도 어렵기만 하다. 천재 피아니스트, 악신 따위보다도 하루오, 나 하나를 봐주길 원했지만. 그마저도 이젠 자신이 없다.) .. 쥰페이는... (내가 있어서 괴로운거겠지? 생각을 삼키곤 흐드러지게 웃었다. 아무말도 잇지 못하고. 그에 대한 답을 듣기 싫을 목소리를 대신해 느긋하게 네 등을 토닥이는 것으로 답했다.)

 

10:14PM젠 쥰페이:(이미 제 치부를 다 드러낸 것과도 다름 없는 고해였다. 그러니 남들의 시선따윈 어떻게 되더라도 상관 없음을 깨닫는다. 이미 위선 세울것도 없는 존재인데 지금까지 왜 그렇게 사랑을 받으려 아등바등 살아왔을까. 저는 날때부터 사랑 앞에선 비참한 인물이라 하늘에서 정해뒀을텐데. 아무렴 상관 없어졌다. 정말로...) ... (자꾸, 끊어지는 네 말에 인상을 살풋 찡그렸다가 토닥이는 손길을 받으며 얼굴을 굳혀간다. 저 조그만 머리로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거지? 진심이 맞을까? 무엇이 그리도 너를 소중하게 생각하도록 만들었을까. 여러 의문이 떠올랐지만 침묵으로 일괄한다. 곧 생뚱맞은 소리나 해댔다.) 부모님보다 나를 더 사랑해봐. 그 사람들은 형이 필요없어지면 나처럼 나가떨어지게 내버려둘 걸. (팔을 푸르고 네게서 멀어진다. 하마터면, 네 온기를 뺏어가는 게 아니라 제가 물들 뻔 했다.) 넥타이도 해줬으니까, 가볼게.

 

10:17PM젠 하루오:(허전해진 품에 느리게 눈을 꿈뻑이더니 곧 늘상 짓는 웃음을 지으며 너를 마주한다. 입을 움찔거리더니 결국 아무런 말도 전하지 못하고) ..응. 지나치게 잘 알지. ..그러니까.. 괜한 걱정 말아 쥰페이. (네 뺨을 장난스레 톡톡 두드렸다.) .. 잘 자. 내일 공연장에서 봐.

 

-

 

-

 

-

 

정신없이 방으로 돌아와 잠을 청합니다.

 

오늘 밤 꿈에도 하루오가 나올까요?

 

이번에는, 또, 어떤 방식으로 죽을까요.

 

혼몽하여 눈을 감았다가 뜨면…

 

...아.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젠 익숙한 곳, 새하얗기 그지없는 공간입니다.

 

하늘도, 땅도, 모든 것이 눈이 먼 것처럼 하얀 곳.

 

움직임에 일렁이는 파장도,

 

무한한 듯 끝을 알 수 없는 공간도...

 

이젠 안정감을 느낍니다.

 

10:18PM젠 쥰페이:(꿈을 연달아 이어서 꾸는 사람들이 있다고는 건너 들었는데, 그게 제가 될 줄은 몰랐다. 또 길이 있겠지. 더 자라있으려나. 주변을 살핀다.)

 

길을 만들듯이 당신을 둘러싼 가지도 여전합니다.

 

이젠 양옆 조금을 제외하고는 전부 가지입니다.

 

울창한 숲보다는 차라리 감옥에 견줄 수 있겠습니다.

 

10:19PM젠 쥰페이:(은근.. 무섭네. 그런 쓸데없는 평을 내놓으며 길을 따라 걷는다.)

 

또 길을 따라 걸어가면 하루오가 보일까요?

 

쥰페이가 앞으로 나아가면,

 

뜻밖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자그마한 형체 하나와 마주칩니다.

 

여전히 하얀 세상을 바탕으로,

 

빛 덩어리 가깝던 그것은 천천히 색으로 물듭니다.

 

살 색, 눈 색, 머리카락 색...

 

당신을 마주하는 그것은

 

지금보다 한참 어린,

 

처음 피아노를 잡았을 즈음의 그입니다.

 

10:21PM젠 하루오:쥰페이, 나, 너와 함께 피아노를 배워서 너무 좋아!

 

그는 조금 더 성장하여,

 

재능의 일각을 나타냈을 즈음으로.

 

10:21PM젠 하루오:왜냐하면, 네가 내 옆에 있어서-.

 

더 성장하여,

 

처음으로 콩쿠르 대상을 받았을 즈음으로.

 

10:21PM젠 하루오:내가 더 우월하게 보이잖아.

 

웃는 사람은 곧 현재의 것과 비슷해집니다.

 

10:22PM젠 하루오:넌, 절대 날 넘어설 수 없어.

 

스스로 한 선고와 분명 같은 말인데도

 

어째서 이렇게 분노가 차오르는 걸까요.

 

이건 분명히 꿈인데.

 

현실이 아닌데.

 

눈앞이 붉어지고 어쩐지 눈물이 나는 것 같습니다.

 

절대 듣고 싶지 않았던 말을 하는 걸 보면,

 

이 꿈은 절대 당신의 편이 아닙니다.

 

오히려 당신 속의 증오를 부추기는 듯한...

 

 

젠 쥰페이 정신력 판정

 

10:22PM젠 쥰페이:

정신

기준치:	55/27/11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아-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랍니까.

 

중요한 건 이건 꿈일 뿐이고,

 

당신은 그를 증오한다는 사실뿐인데.

 

그의 하얀 목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어쩌면, 이 손으로 저 목을...

 

10:34PM젠 쥰페이:(현실에서 하루오의 들러리라는 말을 들었을 때도, 부모님께 하루오보다 못 하단 핀잔을 들었을 때도, 꿋꿋하게 평정심을 유지하며 참아낸 저였다. 그런데, 이렇게 네 한 마디에 무너질 수가 있구나. 몇 년 간 꾹 참아왔던 눈물이 터진다. 속에서 부글부글 끓는 느낌이 괴로웠다. 네 목덜미와 제 손을 번갈아 한참동안 노려보더니 차마 죽일 마음이 들지 않음을 느낀다. 아니, 어쩌면 들 수가 없었다. 팔을 뻗어 목을 붙잡아본다. 제 볼을 따라 물줄기가 흐르며 턱 아래로 툭툭 떨어진다. 붙잡았던 손과 지탱하던 다리에 힘이 빠져 그대로 스르륵 미끄러져 무릎을 꿇었고 네 바짓단을 붙잡는 형태가 되었다. 잔뜩 억울함이 담긴 목소리를 쥐어짜듯 한글자 한글자 내뱉는다. 끝이 덜덜 떨리면서도 꾸준히 목소리를 낸다.) 내..., 내 인생은 지옥이야. 내가, 내가 다 못나서 그런가봐. 형을 죽이는 꿈을 꾸는 것도, 이렇게까지 형을 미워해서, 나 혼자 괴로워하는 것도.... 흑, 제발 꿈에 그만 나와줘..

 

그의 목을 조르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갑니다.

 

꿈이니까, 욕망껏 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그러나 그만큼 덧없음을

 

쥰페이는 알아, 결국 그를 죽이려던 손을 거둬버립니다.

 

당신의 녹색 심장에도 아직 일말의 양심이랄 것은 있기에…

 

그것이 양심이듯

 

무엇이든, 어쨌든.

 

그럼에도 당신 속의 깨진 것은 여전합니다.

 

 

젠 쥰페이 정신력 판정

 

10:37PM젠 쥰페이:

정신

기준치:	55/27/11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1d2롤

 

10:37PM젠 쥰페이:

Rolling 1D2

굴림:

2

 

-

 

-

 

-

 

죄로 가득한 밤이 지나가고,

 

낮이 찾아옵니다.

 

 

백스테이지

 

바야흐로 가을 연주회 당일입니다.

 

오늘따라 유난히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고,

 

바람은 선선하니 기분 좋게 불어옵니다.

 

쥰페이는 부모의 명령이든,

 

세간의 시선 때문이든 연주회장으로 향합니다.

 

관계자의 안내를 따라 하루오를 만나러 가는 길이

 

가시밭길처럼 느껴집니다.

 

죄책감 때문인가요,

 

질투심 때문인가요?

 

어느 쪽이건 불편함으로 속이 채워집니다.

 

당장에라도 녹색 토를 뱉을 것 같아요.

 

-

 

보이지 않는 하루오의 모습에 관계자는

 

쥰페이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고 요청하고,

 

당신에게서 멀어집니다.

 

리허설 때보다 배로 분잡한 무대 뒤편은

 

총성 없는 전쟁터와 다를바 없습니다.

 

아직 음을 맞추지 않아 불협화음으로 가득한 공간이,

 

당신의 심장을 불규칙하게 뛰게 합니다.

 

쥰페이가 주변을 둘러보면,

 

무대 장치처럼 보이는 거대한 [샹들리에]가 보입니다.

 

10:40PM젠 쥰페이:(샹들리에로 향한다.)

 

 

샹들리에

 

크리스털을 이어붙인 거대한 샹들리에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 가을 연주회의 테마가 무도회였나요?

 

무대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 공수해온 모양입니다.

 

워낙 크다 보니 안전을 위해 아직 천장에 매달지 않았나 봐요.

 

크기가 크기인지라,

 

그를 지탱할 와이어도 독보적으로 굵습니다.

 

오히려 저 무게 때문에 천장이 무너지진 않을까 걱정해야겠는데요.

 

무대를 살펴보다보면

 

10:41PM젠 하루오:..쥰페이.

 

하루오가 당신에게로 다가옵니다.

 

그는 무대복을 입은 채

 

제 분신과도 같은 악보를 들고 있군요

 

10:42PM젠 하루오:와줬구나. ..고마워. 어제 일은.. 미안. ..나도 좀 감정이.. 격해졌었나봐.(멋쩍게 제 뒷목을 긁적이더니 잠시 어색한 침묵을 유지하다) 무대 마지막까지 지켜봐주기다? (옅게 웃으며 말했다.)

 

10:44PM젠 쥰페이:난 별로 미안한 마음이 안 드는데. (여전히 샹들리에에 시선을 둔채로 못난 말을 내뱉었다.) ..그래, 알았어.

 

10:45PM젠 하루오:(네 시선을 따라 샹들리에를 힐긋 거리더니 곧 바람빠지듯 웃는 소릴 내곤 못됐어. 늘상 그랬듯 장난스러운 목소리와 함께 네 어깰 약하게 꼬집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정신없던 주변의 분위기가 차차 가라앉으며

 

부산스러움이 있던 자리엔 묘한 열기가 피어오릅니다.

 

샹들리에가 묵직한 소리를 내며 올라가고,

 

연주자들은 제 악기를 점검하며 차례를 기다리기 시작합니다.

 

쥰페이는 하루오의 요청으로

 

그 바로 옆에서 모든 것을 지켜봅니다.

 

-

 

 

무대

 

앞선 연주자들의 공연이 마무리되고,

 

연주회장은 흥분으로 달아오릅니다.

 

모두가 이 시간을 기다려왔다는 듯

 

팽팽한 긴장감이 흘러넘칩니다.

 

클라이막스, 드디어 주인공이 나설 차례입니다.

 

하루오와 함께 무대로 향하는 통로에 서면,

 

뜻밖에도 당신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틈 사이로 보이는 수많은 관객이 아닌

 

위태롭게 흔들리는 샹들리에입니다.

 

와이어와 그를 이어주는 이음부가 삐걱거리며,

 

당장에라도 떨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제 위치를 지키고 있군요.

 

허나 하루오에게 미쳐있는 이 공간의 모두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이대로 하루오가 무대에 선다면...

 

어쩌면, 그는 샹들리에에 깔려

 

피아노가 아닌 사람들의 비명을 연주하겠죠.

 

당신의 이상을 눈치챘는지

 

하루오가 뒤를 돌아 당신을 호명합니다.

 

10:48PM젠 하루오:..쥰페이, 괜찮아?

 

걱정 서린 저 눈동자를 일그러지게 하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당신의 심장이 녹색으로 두근거립니다.

 

10:54PM젠 쥰페이:(이 감정이 정말 옳은것일까? 마음에서는 너를 그대로 보내라고. 그러면 제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귓전을 때리는 심장 소리에 잠시 멍을 때리다가 결국, 손을 뻗어 네 팔을 붙잡는 것을 택했다. 과연 너에 대한 증오심이 죽음으로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죄책감이 따라붙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또 다른 지옥을 맛볼게 분명했다. 꿈에, 죽은 네가 나와 저를 괴롭힐지도 몰랐다. 차라리 살아 숨쉬는 네게 괴롭힘 당하는 게 좋았다. 아무런 조건없이 저를 사랑해줄거란 네 증명을 아직 보지 못 했으니까. 심장 소리는 더 요동치고 주변이 먹먹해진다. 그 적막을 깨고 네게 샹들리에를 눈짓한다.) ..가지마. (겁에 잔뜩 질린 얼굴로 손에 힘을 주며 제쪽으로 끌어당긴다.) 하루오, 안 가면 안돼..?

 

하루오를 붙잡고 가지 마라 요구하면,

 

그는 형제가 투정을 부린다 여기는 듯

 

웃는 낯으로 고개를 저을 뿐입니다.

 

10:58PM젠 하루오:.. 저 사람들은 어떡하고. ..이런 말 하고싶진 않지만.. 다 날 보러온 사람들일텐데. ..난 뒷감당 할 자신 없거든~? (나 괜찮아. 그런 말을 덧붙이며 네 손을 토닥인다.) ..쥰페이. ..이만 가볼게. 걱정해줘서 고마워. (헤실)

 

11:04PM젠 쥰페이:(난 형이 죽으면 더 감당 안 될 거 같은데. 눈을 데굴 굴리며 어떻게 막아서야 하나 빠르게 머리를 굴려본다. 그래, 차라리.. 사실대로 말해주자.) ..샹들리에가 흔들리고 있어. 나 장난하는 거 아니야. 형이 무대에 안 나가서 명성에 먹칠하라고 이렇게 말해주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관계자 분들한테 위험하다 얘기하고, 여기서 나가자. 응? (혹시라도 네가 갈까, 끈질기게 팔을 붙잡고 있다.)

 

그와 당신의 실랑이가 길어질수록

 

회장의 흥분감은 불만으로 변모하기 시작합니다.

 

웅성거림이 커지며

 

어디선가 하루오!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습니다.

 

찬양할 때 으레 그러하듯 사람들이

 

하루오의 이름을 반복적으로 외칩니다.

 

어서, 이리로 와서 음악을 들려줘.

 

당신은 어쩌면

 

그것이 명계로 인도하는 사신의 호명이 될 수 있음을 알기에,

 

필사적으로 그를 붙잡습니다.

 

그를 해하는 꿈을 꾸면서도 결국 놓지를 못합니다.

 

그를 증오함에도 살아남길 원합니다.

 

증오라는 감정보다 진하고,

 

질투라는 녹색보다 선명한 이것은...

 

이것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이것은 양심인가요, 기만인가요. 애정인가요?

 

광기가 내포된 호명이 극에 다다랐을 즘,

 

하루오는 끝내 굳은 얼굴로

 

스탭을 불러 당신을 맡기고는

 

당신의 손을 천천히 놓고

 

샹들리에 아래로 향하려 합니다.

 

그가 쥰페이에게서 고개를 돌린 바로 그 순간,

 

"쾅-!"

 

 

와장창,

 

천지가 개벽하는 소리와 함께

 

반짝이는 것들이 튀어나와 사방에서 빛을 산개합니다.

 

깨진 유리조각이 와르르 쏟아져 내리면,

 

담당자를 호출하는 관계자의 외침과

 

관객들의 비명이 터져 나옵니다.

 

소란스러운 가운데,

 

멍하니 무너진 샹들리에를 바라보던 하루오는

 

쥰페이에게로 고개를 돌리고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가...

 

흐리게 웃어주는 것입니다.

 

 

[ Ending 1, 감정보다 진하고 녹색보다 선명한]

 

| 하루오 생환

 

| 쥰페이 생환

 

 

아담의 심장에서 해방됩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