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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슌] 예측불허 운명론

[2021-10-03]

오전 10시 30분

쥰페이는 캐리어를 끌고 기차역에 도착합니다.

커다란 역사는 최근 완공된 건물로,

짜임새가 완벽하지만 별다른 특징은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네모난 건물에 네모난 창이

촘촘한 칸을 그리고 있습니다.

쭉 뻗은 도로를 따라

오래된 가로등이 고개를 숙입니다.

아침이기 때문에 불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밝은 조명과 북적거리는 인파가 보입니다.

휴가의 기쁨을 만끽하는 직장인,

배낭만 메고 훌쩍 떠나는 학생,

아이의 손을 잡고 기차의 에티켓을 설명하는 부모…….

전부 다른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표정엔 모두 기대가 서려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여름은

삶의 전환점이 되는 시즌이니까요.

쥰페이도 마찬가지입니다.

3박 4일의 여름 휴가를 맞아

홀로 훌쩍 떠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목적지는 남쪽 끝의 작은 마을입니다.

앞으론 바다가 펼쳐지고 뒤론 숲이 둘러싼.

그야말로 완벽한 휴양지죠.

특히 여름의 해바라기밭이 대단히 아름답다니,

그곳으로 떠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그림자 한 점 없이 산뜻한 여름.

정오가 되려면 멀어 기차역 내부는 선선합니다.

고개를 돌리면 어렵지 않게 매표소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일찍 왔다고 생각했건만

벌써 줄이 이만큼이나 깁니다.

젠 쥰페이 :(더 일찍 왔어야하나.. 휴가철이라 떠나는 사람이 자신 뿐이라 생각한 건 아니지만, 이런 이른 시간임에도 이만큼이나 북적일 줄은 예상 못 한 듯 싶었다. 한숨을 옅게 쉬며 휴가인게 어딘가 싶어 캐리어를 끌고 맨 끝에 가 줄을 선다.)

젠 쥰페이 1d100 롤

젠 쥰페이 :

Rolling 1d100
굴림:	57

매표소의 줄에 합류해서 57분을 기다립니다.

떠나기로 마음먹으니

1초가 1년 같고 1년이 1초 같습니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겨우 쥰페이의 차례가 돌아옵니다.

목적지와 탑승객 수를 말하고 돈을 내면,

안내원이 출발지와 도착지,

요금이 적힌 작은 기차표를 건넵니다.

빳빳한 종이에는 목적지인

[타달린 마을]의 이름이 쓰여 있습니다.

젠 쥰페이 :(벌써 12시가 다 되어가네.. 인상을 살풋 쓰고 시간을 보다가 자연스레 기차표로 시선을 옮겨 살핀다.) 언제 출발이었더라?

아직 출발까진 한시간 조금 넘짓 남았습니다.

표를 확인하고 역으로 내려가려는 순간,

젠 쥰페이 관찰 판정

젠 쥰페이 :

관찰력
기준치:	45/22/9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줄에서 벗어났는데도

쫓아오는 시선이 있다는 걸 알아챕니다.

젠 쥰페이 :(그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누구지?)

시선의 위치를 가늠하기 위해 고개를 돌리면…….

누군가와 부딪힙니다.

쥰페이보다 한 뼘 조금 넘게 작은 키에

빛에 따라 푸른 머리칼이 빛나는

다정한 낯의 한 남성이

그만 힘에 떠밀려 바닥에 나동그라집니다.

슌도 하루오 :..아야.

그의 가방에서 빠져나온 듯한

팸플릿, 기차표, 열쇠나 자잘한 소지품이

이리저리 쏟아져 엉망이 되고 맙니다.

사람들은 모두 갈 길을 가느라 바빠

바닥을 보지 않습니다.

이러다간 전부 발자국이 남게 생겼네요.

젠 쥰페이 :(부딪힌 제 부위를 툭툭 털며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가 나동그라진 너를 한 번, 네 가방에서 빠져나온 소지품들을 한 번 번갈아 본다. 주변을 슬 둘러보다가 제가 주위에 신경 못 쓴 탓도 있으니 쏟아진 소지품들을 하나씩 주워준다. 그리 탐탁치 않은 얼굴로.. 다 주워 모았는지 네 앞으로 다가가 건네보인다.) ..괜찮으십니까?

젠 쥰페이 민첩 판정

젠 쥰페이 :

민첩
기준치:	50/25/10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손이..조금 느렸던 탓일까요?

몇몇 물건들과 그는 챙길 수 있었지만

팸플릿과 모자가 그만 엉망으로 짓밟힙니다.

노려보는 그의 시선이 따갑네요.

슌도 하루오 :(한숨) ..그래도 다른건 주워주셨으니까.. ..네 괜찮아요. (감사의 뜻을 담아 가볍게 고갤 숙이더니)

그가 시선을 듭니다.

당연한 순서로 쥰페이와 눈이 마주치고……

강렬한 기시감을 느낍니다.

그다음 말이 나온 건

아주 자연스러운 순서였습니다.

슌도 하루오 :우리 어디서 본 적 없어요?

..물론 두 사람은 생판 초면입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어디서 봤을 리가 없습니다.

대답을 하려하면

다시 한번 시선을 느낍니다.

뒤통수가 따끔거릴 정도로 집요한 시선입니다.

그러나 사람이 너무 많아

누구의 것인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덜컹, 덜컹, 덜컹.

기차가 떠나는지 바닥까지 흔들립니다.

불유쾌한 시선의 출처를 찾지 못하고

다시 고개를 돌리면

어리둥절한 그가 쥰페이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쿵

놀랄 일도 없는데

애먼 심장이 요란하게 내려앉습니다.

젠 쥰페이 :... (평소같았으면 그게 무슨 미친 소리냐면서 무시하고 갈 길 갔으면 됐을텐데, 오늘따라 이상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사람과 부딪히고 난 후부턴가.. 대답이 쉽사리 나오지를 않았고 한참을 우물쭈물 대다가 고개를 슬 기울이며 눈살을 살풋 찡그린다. 이상한 감정은 뒤로 두고 어이 없는 건 어이 없는 거니까...) ...안 삽니다. 장사꾼이세요? (....)

슌도 하루오 :... (한참의 침묵 끝에 마주한 답은, 아는 사람이었으면.. 곧바로 볼이라도 찔러버렸을 말 뿐이라. 조금 실망을 담은 눈길로 입을 삐죽였다.) ..아니거든요? ..그냥, 이상하게.. 낯이 익어서요. (삐죽..삐죽..) ..주세요. (아직 받지 못한 남은 짐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려앉은 건 쥰페이의 심장인데,

이상하게 하루오가 왼쪽 가슴을 지그시 누르고 있네요.

젠 쥰페이 :뭐, 제가 흔하게 생긴 얼굴인가보죠. (아무렇게나 내뱉으며 네게 남은 짐들을 주워 손에 쥐여준다. 정말.. 이상했다. 자꾸 궁금증이 생기고, 질문들이 입가에 맴도는 것이.. 그러니까,) 그쪽도 여행 가십니까? (그래, 이런 류의 질문들을 왜 생판 초면인 사람에게 묻는건지. 그것도 제 성격에.)

슌도 하루오 :..흔하게 생기셨다기엔.. (...이렇게 눈에 잘 띄는데. 초면에 할 소린 아닌 것 같아 꾹 목 아래로 말을 삼킨다. 쥐여진 짐들을 느리게 받아 담았고) ..아, 네. 그동안 일이 바빠서.. 휴가를 즐길 틈이 없었거든요. (옅게 웃으며 답했다.)

간단한 대화를 주고 받으면

안내방송이 울립니다.

아-아-

타달린 마을행 기차의 시간이 앞당겨졌습니다.

해당 열차의 고객님께선 서둘러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단 말까지.

조금 서둘러야겠습니다.

젠 쥰페이 :아, (네 얼굴에서 시선을 못 떼다가 들려오는 안내음에 번뜩 정신이 든다. 조금은.. 아쉬운 감정이 내돌았다. 눈동자를 굴리더니 한숨을 푹 쉬며 캐리어의 손잡이를 잡는다.) 이만 가봐야겠습니다. 기차 시간이 다 되어서.. (네게 캐리어 손잡이를 쥐지 않은 반대편의 손을 악수의 의미로 내민다.) 앞으로는.. 잘 좀 보고 다니세요. (..)

슌도 하루오 :(따라 안내방송에 고갤 들었다가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고갤 끄덕인다. 내밀어진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곧 움켜쥐곤 가벼이 흔들어) ..제가 할 말인데.. 그쪽이야 말로 조심히 보고다니세요. (장난스레 미소짓곤)그럼.. (아쉽기만한 손을 느리게 떨어트렸다. 곧 가벼운 목례와 눈웃음을 남기고 먼저 발걸음을 옮겨)

젠 쥰페이 :(네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주 잡았던 손을 쥐었다가 폈다. 한참을 그러다가 아차하며 저 또한 걸음을 옮긴다.)

1960년의 기차역은 별 볼 일 없는 수수한 공간입니다.

확 트인 선로가 앞뒤로 두 줄,

기차의 목적지를 알리는 팻말과

승객들을 돕는 역무원 한둘이 전부입니다.

다닥다닥 작은 공간을 기워

몇 가지 먹을거리를 파는 도시락 가게와

매점이 들어서 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이른 오후일 테니

점심은 기차 안에서 해결해야겠습니다.

어떤 도시락이 좋을까요?

핸드아웃 참고

젠 쥰페이 :(슬 둘러보더니 평소 먹는 것을 고르는게 낫다 싶어 3번 도시락을 선택한다.)

도시락을 골라 잡으려는 순간

슌도 하루오 :아.

방금 전에 마주쳤던 그가

쥰페이의 손을 붙잡습니다.

동시에 같은 것을 고르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방금 헤어졌던 얼굴을 바로 다시 만나게 됐네요.

그도 일부러 쫓아온 것은 아닌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전원 정신력 판정

젠 쥰페이 :

정신
기준치:	55/27/11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슌도 하루오 :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렇게 또 만나다니,

인연일지도.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젠 쥰페이 :(황당하단 얼굴로 눈을 느릿하게 꿈뻑이다가 제 손을 붙잡은 쪽으로 눈동자가 굴려진다.) ..또 뵙네요. (차분하게 말을 하더니 턱짓으로 도시락을 가리킨다.) 양보해 드릴까요? (정말 저랑 안 어울리는 단어 선택을 해가면서까지..)

슌도 하루오 :(역시 당황스럽단 눈으로 널 바라보다 뒤늦게 화들짝 놀라 손을 뗴어냈다. 조금 우물쭈물 거리더니,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이곤) ..그렇네요. 또.. 마주칠 줄은 몰랐는데. (괜찮다는 듯 손사레치더니) ..먼저 고르셨잖아요. 그..쪽이 드셔도 좋아요.

젠 쥰페이 :듣고보니 그렇네요. 그쪽만 괜찮으시다면야. (냉큼 대답하며 허공에 멈췄던 손을 다시금 뻗어 도시락을 집어든다.) 길이 비슷한 거 같군요. 어디로 가십니까? (내뱉고 바로 후회했다. 초면이나 다름없는데 이런걸 물으면 이상하다 생각하지 않을까.)

슌도 하루오 :(이 사람.. 정말 먹고 싶었나봐. 풉, 작은 소릴 내어 웃었다. 아, 비웃는 걸로 보였을까. 제 입을 가리고 슬..네 눈치를 살피다) 으음.. 저 원래 초면인 사람한테 이런거 잘.. 안 알려주는데...~ (여유롭게 간단한 샌드위치를 집으며 말했다.) 타달린 마을로 가요. 그쪽은요?

젠 쥰페이 :(네 작게 들린 웃음 소리에 입꼬리가 씰룩였다. 보일새라 제 입가를 주먹으로 꾹 눌러 헛기침 몇 번 했고) 타달린 마을이요? (조금 놀란 기색을 띄우더니) 저도 타달린 마을로.. 갑니다. (우연치곤 너무 이상하단 생각을 했고) ..이상한 우연이네요.

슌도 하루오 :...(잠시 눈을 데록 굴리더니 널 빤히 바라본다. 목적지..까지 같다니? 조금 놀란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게요. 우연도.. 이런 우연이 다 있나. 뭐어.. 휴양지로는 유명한 곳이니까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어깰 으쓱인다.)

기차가 올 때까지

그는 바로 옆에서 대기합니다.

탑승하는.. 위치까지 가까운 모양이네요.

옆에 서 있기만 해도

그가 신경 쓰입니다.

아무 말이라도 붙이고 싶어지고

괜히 힐끔거리게 됩니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어쩐지 낯익은 사람이란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대체 어디서 본 거지?

닮은 사람이 있던가?

잘 모르겠습니다.

젠 쥰페이 :(괜히 캐리어를 붙잡은 손만 꼼지락 거리다가 결국 네게 말을 붙인다. 어쩐지 목소리가 더 듣고싶어서.. 이유를 모르겠으나 계속 듣다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저,.. 며칠동안 있다 가십니까? 저는 3박 4일로 다녀오는건데. (설마 이것까지 같지는 않겠지.)

슌도 하루오 :... ...네? 네? (한박자 늦게 입을 열었다. 당황스럽단 표정으로 입을 달싹이더니) ... 저기, 혹시.. ...제 뒷조사.. 같은걸 하시는 분은 아니죠?

젠 쥰페이 :.....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게 진짜였구나..) 전 그쪽 성함도 모르는데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헛웃음을 흘린다. 이렇게 된 거 제 마음가는대로 하기로 한다.) 이것도 인연인데 동행자가 없으시다면 함께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어때요? (네 눈치를 슬쩍 보고)

슌도 하루오 :..아, 그럼.. 통성명이라도 할까요? (따라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나지막이) 슌도.. 하루오라고 해요. 마음 편한대로 부르셔도 좋은데.. ..저도 마음만 같아선 그러고 싶지만.. (우물쭈물) 그쪽도. 잡아둔.. 일정이나 숙소가 있을거 아녜요. (어깨 콕)

젠 쥰페이 :아, 전 젠 쥰페이라고 합니다. 슌도 씨라고 부를게요. 슌도 씨도 편하게 불러주세요. (얌전히 콕 찔리며 멋쩍게 어깨를 으쓱인다.) ... (그냥 호텔에서 이틀 자고 딱 하루만 나돌 생각이었는데. 말하면 모양새 빠지려나..) 전 딱히 일정이... (말 끝을 흐려) ..뭐, 일정이 많으시다니 어쩔 수 없네요. (아쉽다..)

슌도 하루오 :좋아요. 그럼.. 쥰페이 씨로?(장난스레 말했다.곧 당연히 농담이라며 젠 씨라 덧붙였고) 일정이? (흐려지는 말꼬리에 고갤..기울이다.. ...문득 귀엽단 생각이 스쳐 황급히 제 볼을 꼬집는다. 미쳤어 미쳤어.. 초면인 사람한테 무슨 생각을 품는거람.) ..네에에.. 음.. ..저 이런 말.. 정말 잘 안 하는데. (우물쭈물)..조금 아쉽네요.

휴가를 맞아 홀로 훌쩍 떠난 여행길.

머리 위에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발아래에선 아스팔트가 이글이글 끓는 여름의 중턱.

기차표의 목적지는 이름마저 낯선 어느 휴양지입니다.

저 멀리에서 녹음을 헤치고

낡은 기차가 들어옵니다.

커다란 기적과 함께 플랫폼의 바닥이 두근두근 울립니다.

기계 장치의 심박을 따라

맥없이 흔들리다 보면

두 사람의 손끝이 닿습니다.

불현듯 잡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두사람 다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선로를 밟고 달려온 기차가

큰 소리를 내며 완전히 정차합니다.

새까만 차체는 세월의 흐름을 견디지 못하고

희끄무레한 먼지와 시시콜콜한 상처로 더러워졌습니다.

굴뚝에선 거대한 연기가 뿜어져 나옵니다.

연기가 회색을 띤 탓에

삽시간에 플랫폼이 먹구름에 물든 것 같단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젠 쥰페이 :저도.. (아쉽다는 말을 못 내뱉고 그저 고개를 짧게 끄덕인다.) 뭐, 아무튼.. 저도 이런 말 잘 안 하는데 또 마주칠 일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제가 말해놓고도 민망한지 빠르게 인사한다.) 그럼.. 즐거운 여행 되세요. (미소를 옅게 내비추고)

쥰페이와 하루오는 함께 기차에 탑승합니다.

같은 구역의 문을 올랐지만,

같은 칸은 아닙니다.

지금까지의 패턴으로 보면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당연히

하루오여야 할 것 같은데 말이에요.

옆자리는 텅 비어 있습니다.

……순간,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혀 아쉬울 일이 아닌데 말이에요.

좌석에 앉으면 지루한 목소리의 기장이

무미건조하게 안내방송을 시작합니다.

「아, 아. 마이크 테스트. 지금 이 열차는 11시 45분에 뉴욕에서 출발하여 18시경 타달린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중간에 경유하는 역은…….」

「승객분들은 표를 반드시 지참해 주시고, 정해진 좌석에 착석하시길 바랍니다. 쾌적한 여행을 위해 식사는 반드시 식당칸을 이용해 주십시오.」

「그럼 타달린행 열차, 지금 출발합니다.」

덜컹, 덜컹, 덜컹.

소음이 섞인 안내방송이 끝나자

기차가 바퀴를 구르기 시작합니다.

아까는 그 소리가

두근, 두근, 두근. 그렇게 들렸는데

이젠 전혀 그렇지 않네요.

웃기기 짝이 없는 현상입니다.

창밖으로 녹색 풍경이 스쳐 지나갑니다.

기찻길을 따라 심은 나무들이 아름답게 드리웠습니다.

짙은 초록과 밝은 연두가 얼룩진 길목엔

유난히 그림자가 선명하게 남습니다.

가장 해가 잘 드는 지경이기 때문입니다.

가지들이 드문드문 비운 자리를

맑은 여름 하늘이 채웁니다.

경계가 또렷한 흰색 구름은

느리게 느리게 흐르는데

기차는 쏜살같이 달려 나가

메꿀 수 없는 시차가 벌어지고 맙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여름의 경치도 잠시,

플랫폼의 지붕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역에서 멀어지자 똑깥은 풍경만 반복됩니다.

나무, 나무, 나무, 밭, 나무, 나무, 나무,

계곡, 나무, 나무, 교회, 나무, 마을,

나무, 나무, 나무, 나무, 나무…….

젠 쥰페이 정신력 판정

젠 쥰페이 :

정신
기준치:	55/27/11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지나가는 구름이

하루오의 웃는 얼굴과 닮았습니다.

지나가는 나무가

하루오의 당황한 얼굴과 닮았습니다.

지나가는 교회가 하루오의……

…… …….

아차,

정신을 차려보니

하루오 생각만 하고 있네요.

하루오가 저쪽으로 갔었는데.

젠 쥰페이 :뭐야. (당황스러운 감정에 작게 중얼거리고 깊게 숨을 마셨다가 훅 내뱉는다. 미친 건 내쪽인가.. 하루오가 간 방향만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문득 한 번 더 그 얼굴을 보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식당칸에 가는척 하면서 보고오면 안 되나?..)

가능합니다.

젠 쥰페이 :(핑계를 위해 아까 사두었던 도시락을 들고 은근슬쩍 하루오가 간 칸으로 걸음을 옮긴다. 딱 한 번만 보고.. 오는걸로..)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칸으로 향합니다.

드르륵,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문을 열면 바로 앞에 하루오가 서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마주치고

당황한 하루오가 자리를 비켜주려

오른쪽으로 한 걸음을 옮깁니다.

하필이면 쥰페이가 움직인 방향입니다.

다시 하루오가 왼쪽으로 몸을 비킵니다.

마찬가지로 쥰페이와 동시에.

비켜주려 하면 할수록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거울을 보는 것처럼.

결국 비켜주는 걸 포기한 하루오가

넌지시 묻습니다.

슌도 하루오 :..저, 지금 도시락..먹으러 갈.. 생각이었는데..

..젠 씨는 배 안 고파요?

젠 쥰페이 :(너를 다시 마주치자 표정이 한층 밝아진다.) 아, 저도 마침 식당칸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괜찮다면.. 같이 드실래요?

슌도 하루오 :(네 답을 듣자 곧 맑아진 낯으로 웃어보이더니) ..! 그럼요. 안 그래도.. 혼자라 심심했는데. 좋아요.

식당칸에는 창가를 따라

긴 바 테이블이 설치돼 있습니다.

아무나 원하는 자리에 앉아

준비해온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직 점심을 먹기엔 이른 시간이라

비교적 한산하네요.

젠 쥰페이 :저기가 좋겠네요. (눈에 띄는 자리 아무곳에 앉는다. 제 옆자리의 의자를 빼주며 너에게도 앉으라는 듯 눈짓한다. 준비했던 도시락을 테이블 위에 두었고 얼굴만 보고 올 생각이었는데 같이 식사라니.. 알 수 없지만 기분이 들떴다.)

슌도 하루오 :(내어진 자릴 바라보더니 곧.. 입꼬릴 주체하지 못하고 히죽인다. 아.. 이러면 참, 없어보이고 못나보일텐데. 들뜨는 기분은 어쩔 수 없으니. 얌전히 자리에 앉아 샌드위치를 올려둔다.) ... 음, 타달린에.. 가신다고 했죠? 거기..해바라기가 유명하던데. 젠 씨도 그쪽으로 가시나요?

젠 쥰페이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애써 감추며 도시락 뚜껑을 연다. 곧 네 물음에 고개를 네쪽으로 슬 틀었고) 해바라기.. (눈을 데굴 굴려 가만 생각하나 싶더니) 네, 그쪽으로 갑니다. 그런데 저는 정말.. 쉬러 가는거라서, 누가 끌고 가지 않는 이상 밖에는 잘 안 갈 생각입니다. (...) 슌도 씨도 그쪽으로 가시나봅니다.

슌도 하루오 :(뺏긴..도시락 살짝 힐끔거리더니 곧 제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물며 오물거린다.) 으음.. (음식을 넘기고 나서야 천천히 입을 열었고) 그건 아녜요. 다들.. 해바라기를 보러 타달린에 간다던데.. 전 연리지를 보러 가거든요. 물론.. 같은 마을이니 둘 다 가볼생각이지만. (빠안..) ..그래도 아쉽지 않아요? 모처럼.. ..이렇게 멀리 여행을 떠나온거잖아요.

젠 쥰페이 :(네가 다람쥐처럼..먹는 모습에 정신이 팔려 아직도 도시락에 입을 대지 못 하고 있었다. 쥔 숟가락만 만지작거릴 뿐이었고.) (..) 글쎄요. 저는.. (이 말을 해도 되나..) ..그쪽이랑 같이 못 다니는게 가장 아쉬운데. (급하게 시선을 도시락쪽으로 돌리며 그제서야 한 입 볶음밥을 먹는다. 미친놈..... 속으로 자책하며 괜스레 제 뺨을 문지른다.) 농담입니다. (어색한 웃음..)

슌도 하루오 :(오물.. 거리는 입이 느려졌다. 저가 잘..못 들은건지 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널 응시하더니) ..네? (입 떠억..) ... (곧 어색하게 시선을 돌려 잠시 테이블에 고정해두었다가) ... 농담도 그런 농담을 하세요. 놀랐잖아. (장난스레 네 어깰 콕 찌르고 말았다.)

기차역에서 파는 도시락이

다 거기서 거기일 텐데.

어째선지 모든 게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느껴집니다.

푸석푸석한 밥도 뻑뻑한 고기도

말라붙은 밑반찬도 전혀 거슬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식사가 기억에 오래 남을 만큼 즐겁다면…

…. 여행이 설렌 탓일까요?

미적지근한 냉방이 탈탈 돌아가는 식당칸인데도

더위가 성가시지 않습니다.

커다란 창 너머로 뜨거운 햇볕 내리쬐는데도

눈살을 찌푸리고 싶지 않습니다.

밝은 볕 아래에서 웃는 하루오를 볼 때마다,

공통점을 찾고 하루오와 나란히 놀랄 때마다,

반찬을 집느라 손등이 스칠 때마다

이유 모를 설렘이 요동칠 뿐입니다.

전원 정신력 판정

젠 쥰페이 :

정신
기준치:	55/27/11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슌도 하루오 :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하루오는 문득 깨닫고 맙니다.

아, 나는 이 사람에게 첫눈에 반했구나.

쥰페이는.. 대뜸 그에게

사귀자고 말하고 싶어집니다.

사랑은 재채기와 같아서

참을 수 없다던 어느 현인의 말처럼.

젠 쥰페이 :(간질거리는 이 속을 어쩌지.. 아까도 농담 아니었는데.... 덧붙이지 말걸, 하고 곱씹다가 콘샐러드를 콕 포크로 찌른다. 문득 하나의 의문이 떠올랐다. 한참을 머뭇대더니 결국 입을 열었고) 저.. 이런 질문 갑자기 실례일 수도 있겠지만.. 애인하실래요? (곧바로 당황하며 손사레를 쳐) ..아니, 그게 아니라, 애인 있으세요? (민망함에 도시락쪽으로 고개를 쳐박듯 시선을 고정하고 더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슌도 하루오 :(네가 말이 없어지자.. 함께 어색한 침묵을 유지했다. 괜히 목 뒤까지 홧홧해진 기분이라. 멋쩍게 제 뺨을 손등으로 꾹..꾹 눌러가며 오물거리더니) ..네? .... ...네? (입..떠억.. 곧 이어지는 말에 꾹 닫았지만) ... 음, 있었음 아마.. 같이 오지 않았을까요? (부러.. 장난스레 웃으며 말했다. ..달아오른 귀를 만지작 거리더니) ..이건 젠 씨도 같으려나?

젠 쥰페이 :......... ....... (입을 꾹 다물고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이었다. 밤을 새면서 공부를 하던 학창시절에도 이러지는 않았는데, 꼭 네 옆에 있으면 평소에 안 하던 말실수도 빈번하게 할 법 한 기분이 들고..) 그렇.. 겠네요. (겨우 민망함을 가라앉히고 대답한다.) 네, 저도.. 없습니다. 놀랍게도 있었던 적이 없네요. (너를 힐끔이곤 네가 연인이 없음에 안심한다. 그런 큰 말실수를 했음에도 기분이 좋은지 아주 살짝 웃어보였다.) ..다행입니다. (콘 샐러드를 한 입 먹고)

슌도 하루오 :..신기하네요. 당연히..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그것도.. 꽤 경험이 많지 않았을까, 싶었거든요. 나긋이 덧붙여 말했다. 가끔 보이는 그 작은 미소가 좋아서 절로 기분 좋은 웃음을 지어내더니) ..네. 덕분에.. 이렇게.. (..삐걱..삐걱..) 좋..으신 분이랑. 식사도 하..게 됐으니까요.

그렇게 정오의 햇살은 선로는 달구고,

우리는 서로를 달구며 목적지를 향해 갑니다.

한참을 내달리던 열차에서 내려

기차역에서 나오면

어딘가 다른 공기가 느껴집니다.

높이 매달린 시계의 시침이

막 6을 지나고 있습니다.

해가 긴 여름이라 아직 밖은 쨍쨍합니다.

고개를 들면

흰 뭉게구름이 양 떼처럼 뭉쳐 다니는 하늘이 보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제 갈 길을 찾아 떠납니다.

하루오와는 기차역에서 아쉬운 작별을 고해야겠죠.

젠 쥰페이 :식사 즐거웠습니다. 이제 정말.. 인사드려야겠네요. (대놓고 조금 축쳐진 기색을 내비춘다. 내가 이렇게 속좁은 사람이었나.. 포옹 한 번 해보고싶다.. 그런 생각이 들자 이건 정말 아닌 듯 싶어 눈을 꾹 감았다 뜨며 지워버린다.)

슌도 하루오 :.... 네에.. ..물론, 잘 안 돌아다니신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관광지에서 마주치면.. 지금처럼 또 아는 척이라도 해주세요. (부러 농조로 가벼이 말했다. 퍽 아쉬움이 묻어나는 말투였지만.. 물끄러미 널 바라보다 조심스레) ..헤어지기 전에.. 악수라도 한번 하실래요? (꼼질..)

젠 쥰페이 :그럴게요. (일부로라도 자주 돌아다녀야하나..) 포옹도 괜찮은데. (...) .....또 농담입니다. 악수.. 좋아요. (바로 덧붙이며 고개를 끄덕인다. 네게 손을 슬 내밀었고)

슌도 하루오 :(내밀어진 손을 슬쩍..잡는다. 아쉬운지 가볍게 흔들면서도 놓기 싫은 기색이 역력하다. ...농담..) .. (주춤거리며 네 손등을 엄지로 살살.. 문지르다 슬쩍 네 어깨를 토닥이는 척, 꼭.. 포옹마냥 몸을 맞붙였다. 순식간에.. 떨어졌지만! 온 몸이 달아오른 기분이라 다급히 손 마저 놓아버리곤) ..저도 장난이에요! 그럼.. (빠르게.. 도망치듯 자리에서 벗어난다.)

변두리의 기차역이 가진 것은

삐걱거리는 낡은 역사와

울퉁불퉁한 좁은 도로가 전부입니다.

차도 거의 다니는 일이 없습니다.

다행히 쥰페이가 묶는 호텔 스미스는

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입니다.

좀 덥지만, 습하진 않아서

걷기도 괜찮은 날씨죠.

휴양 마을로 유명한 타달린에는

마찬가지로 유명한 호텔이 몇 군데 있는데,

그중에서도 호텔 스미스는 제법 좋은 호텔로 손꼽힙니다.

쥰페이가 이 여름 휴가를 손꼽아 기다린 것도

그래서입니다.

휴가 내내 5성급 호텔에서

먹고, 마시고, 잘 자면서 즐겁게 지낼 테니까요!

바로 이 호텔 스미스 스위츠에서 말이에요!!

……그런데, 어느 쪽으로 가야 호텔 스미스지?

주위를 둘러보면 어렵지 않게 역 앞 지도를 발견합니다.

기차역에서 왼쪽으로 쭉 걸으면 되는 모양입니다.

젠 쥰페이 :(그동안 일만 하느라 못 잔 잠을 여기서 모두 풀 생각이었다. 답지않게 신나하는 걸음을 하곤 호텔로 향한다. 그 와중에도 하루오의 얼굴이 떠올라 조금은 심란했지만...)

비포장도로의 가장자리를 걷습니다.

캐리어의 작은 바퀴가 혹사당하느라

온갖 소음과 흙먼지를 일으킵니다.

그 소리에 쥰페이는 한 박자 늦게 눈치채고 맙니다.

누군가 뒤따라오고 있다는 걸요!

그러고 보니 기차역에서부터

이상한 시선이 따라왔죠.

착각이 아니라 실제로

누군가가 뒤를 밟고 있는 걸까요?

대체 누가?

여름 휴가를 내주며 못마땅한 티를 팍팍 내던 상사가?

혼자 놀러 가냐며 불평불만 하던 지인 A가?

……. 예시가 좀 시답잖네요.

좀 더 진지하게 얘기해보자면,

여행객을 타깃으로 삼은 소매치기일지도 모릅니다.

바로 뒤돌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따라오는 발소리는

아주 조심스럽고 조용하므로,

미행을 들켰단 사실을 알아채면

금세 도망가 버릴지도 모릅니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단 느낌이라

붙잡을 수 있을지도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젠 쥰페이 :... (그 두 사람 모두 자기 할 일 바쁜데 이런 쓸데없는 짓에 시간을 할애할 리가 없고.. 소매치기면 큰일인데.. 눈동자를 굴림과 동시에 머리도 함께 굴렸다. 어떻게 해야 자연스럽게 붙잡을 수 있을까. 아 그래.) 이, 이럴수가.. 시계를.. 두고~ ..와버렸네~ (어색한 연기톤으로 말을 이어나가며 몸을 뒤로 훽 돌렸다.)

몸을 뒤로 훽! 돌리면

뒤꽁무니를 쫓아오던 사람이

하루오란 사실을 알게 됩니다.

들켰단 사실이 뻘쭘한지

하루오도 어색하게 웃습니다.

젠 쥰페이 :어? (예상외의 인물이라 당황한다. 이 사람이 소매치기.. 일 수는 없겠지. 사실 그렇더라도 상관은 없을 거 같단 생각을 하며 혹시라도 도망갈까 성큼 다가가 손목을 붙잡는다.) 뭡니까? 설마 같은 호텔은 아니죠?

슌도 하루오 :..저도 그냥.. 가는 길을 가던.. 중이었는데요. (붙잡힌 손목과 널 힐긋거리며 말했다.) ..방금 그..으,렇게 헤어졌는데.. ..제가 성큼 말 걸 만큼 적극적인 사람이 아니라서.. 젠 씨는 어느 호텔로 가시는데요? (반짝)

젠 쥰페이 :아,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오해를 했군요. (금방 손목을 놓아줘) 조금.. 민망한 상황이긴 하네요. 인사를 여러 번 한 거 같은데 매번 이리 마주치니까.. (..) 저는 호텔 스미스로 갑니다. 슌도 씨는요? (문득 같은 곳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슌도 하루오 :.. ...정말 제 뒷조사.. 하시는 분. 아닌게 맞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너를 빤히 바라본다. 기쁘면서도.. 묘한 기분에 입을 오물거려) ..저도 호텔 스미스로 가요. 이..근방에서 가장 좋은 곳이라길래... ...(우물쭈물..) ..그러엄.. ..같이, 가.. ..실래요? (삐걱..)

젠 쥰페이 :그쪽이 범죄자가 아니라면.. 뒷조사를 할 이유가 없는데요. (헛웃음을 흘린다. 오늘 뭔 날인가.. 이렇게 딱 특정한 한 사람과 모든것이 엮이다니.. 그것도 여행 온 당일에.) 워낙 유명한 곳이니까.. (별 거 아니라 생각하며 네 제안에 고개를 끄덕인다.) 거절할 이유가 없군요. 좋습니다. (말은 덤덤했지만 삐그덕거리며 네 옆에 나란히 선다. 조심스레 걸음을 천천히 떼) 저, 몇 호에 묵으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아, 아직.. 모르시려나.

슌도 하루오 :..으음, 제가 좀 유명인이라. (가볍게 농조로 브이자를 그리며 말했다. 캐리어의 바퀴가 도르륵 굴러가는 소리와 함께 쪼르르 네 옆에 서더니) ..네에.. 아쉽게도. 방은 가봐야.. 확인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는 젠 씨도 아직, 모르시는거죠? (그럼.. 옆방이거나, 같은 층이라도 됐음 좋겠다.. 헤실 웃곤)

젠 쥰페이 :뭐 하시는 분인지 여쭤봐도 괜찮겠습니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연예인이라고 해도 믿을만한 외모였으니까.. 하지만 연예인이라면 얼굴을 가리고 왔을테니 그건 예상에서 제외시켰고) 네, 저도 아직은 모릅니다. (뜸) 원래는 아무렇게나 키를 받아도 상관 없었는데.. 슌도 씨 옆방이면 좋겠군요. 좋은.. 말동무가 생기는 거니까요. (급하게 변명을 덧붙여)

슌도 하루오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곰곰..) 음.. 어릴 땐.. 피아노로 나름 유명했거든요. 저 이런저런 콩쿨에서 상도.. 많이 탔었는데. (가볍게 어깰 으쓱이며 말했다. 지금은.. 회사덕에 유명하겠지만. 뒷말은 꺼내지 않았다.) ...하하, 그거 알아요? 저.. 방금 젠 씨랑.. 같은 생각했단거. 정말 그렇게 되면... 저녁이라도 같이 먹어요. ... 아, 식사는 밖에서 하시려나. (시무룩..)

젠 쥰페이 :그럼.. 제가 모를리가 없는데. 저도 피아노로 유명했었습니다. 물론 해외를 더 많이 돌아다녀서 그렇지.. 이제는 이런거까지 겹치네요. (옅게 웃음 흘려) ..저녁, 좋아요. 밖에서 식사할 계획은 전혀 없었습니다. (밖에서 먹을 생각이었지만 그깟 계획 하나 틀어져도 괜찮겠지.) 뭐 먹으시려고요?

슌도 하루오 :..아, 그래서.. 아까 그렇게 낯이 익었을까요? 처음.. 젠 씨를 보자마자 막.. (허공에.. 손을 휘적이더니, 결국 설명하길 포기한다. 대뜸.. 반했거든요. 그런..말을 꺼낼 순 없으니) ... ...반..가웠거든요! (다급히 말을 돌리곤 옅게 웃는 네 모습에 절로 미소를 지어보이며) 음.. 그냥 호텔 룸서비스라도.. 시키려고요. 5성급 호텔인 만큼.. 꽤 기대치도 높고요.

두 사람은 호텔 스미스의 입구까지 함께 걷고 맙니다.

호텔 스미스는 분홍색 외벽과

하늘색 유리창이 어우러진

그림 같은 호텔입니다.

원래는 도시에 비즈니스 호텔로 설립되었는데,

반응이 좋아 2호를 개시했습니다.

그게 바로 호텔 스미스 스위츠입니다.

타달린의 많고 많은 호텔 중에

똑같은 호텔을 고르게 되다니.

이거 참…….

착각하고 싶지 않아도

운명이란 생각이 성큼 듭니다.

밝은 조명과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로비의 분위기를 밝힙니다.

더운 여름 날씨는 모두

다른 세상 이야기인 것처럼

딱 좋은 온도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프론트에서 열쇠를 받습니다.

낡은 구리 열쇠에는

[603]이라고 적힌 태그가 붙어 있습니다.

젠 쥰페이 :(제 열쇠를 보았다가 하루오를 슬쩍 본다.) ..저는 603호네요. 슌도 씨는.. 몇 호십니까?

슌도 하루오 :음, 아직 확인중인가봐요. (덩그러니.. 프론트 앞에 서 바닥을 응시하다 널 흘겨보곤) 먼저 올라가실래요?

젠 쥰페이 :아, 그럴까요. 그럼.. 나중에 뵙시다. (짧게 인사를 하고 올라가기 위해 몸을 틀었다. 가는 도중에도 옆방이길 바라면서..)

6층까지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로 향하면…….

고객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뒤에서 성급하게 쥰페이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호텔의 프론트 직원입니다.

돌아보면 하루오와 눈이 마주칩니다.

부른 건 직원인데

왜 그리로 눈길이 가는지 모를 일입니다.

닫히려던 엘리베이터를 가까스로 붙잡은 호텔 직원이

숨을 몰아쉬며 이야기합니다.

직원: 예약에 착오가 있었던 것 같아요! 잠시만 와 주시겠어요?

젠 쥰페이 :착오요? ...알겠습니다. (어리둥절한 얼굴로 인상을 살짝 찡그리고 방금 탄 엘리베이터에서 나온다. 직원을 따라 걸음을 옮기고)

프론트로 돌아가면,

직원은 다시 두 사람의 이름을 묻고,

예약한 날짜를 확인하더니,

매우 곤란한 얼굴로 이마를 감싸 쥡니다.

직원: 오, 이런……, 어쩌면 좋죠? 두 분이 동시에 같은 방을 예약하셨어요.

인터넷 예약을 받기 시작한 건 최근이라,

전화 예약과 동시에 진행이 되었다고 합니다.

직원은 연거푸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입니다.

매우 최악의 타이밍으로,

성수기라 남는 방이 없다는군요.

주변의 호텔도 비슷한 사정일 거라고 합니다.

하루오와 쥰페이는 졸지에

같은 방에 머물 위기에 처하고 맙니다.

어떻게 할지는 두 사람의 선택에 맡깁니다.

슌도 하루오 :... (황당..) 그으..럼.. (힐..끔) ..어떻게.. 하실래요? ..양보해드릴까요?

젠 쥰페이 :....같이 묵어도 전 상관이 없는데.. (아, 이건 좀.. 아닌가. 따라 널 힐끔이며) 정 불편하시다면.. 제가 양보해드리겠습니다. (내심 안 불편하길 바라는 마음에 덧붙인다.) 그치만 다른 곳도 마찬가지일텐데, 굳이.. 불편을 감수할 정도로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널 붙잡는 느낌이라 민망한지 시선을 다른쪽으로 슬쩍 돌린다.)

슌도 하루오 :..아뇨 저야말로.. (괜찮다는듯 손사레 치더니) ... ... (힐끔..힐끔..) ..그럼, 같..이 쓰실래요? 어차피 전.. 많이 돌아다닐 예정이라.. ..젠 씨를 불편하게 만들진 않을게요. (제발.. 같이 써주시면 안 될까요? 속으로 간절히 외치기라도..해본다. 저것도 그저 예의상 하는 말이라거나, 또 농담이라면 정말 울고싶을거란 말야.)

젠 쥰페이 :이번에도 거절할 이유가 없네요. 같이 씁시다. (냉큼 대답하며 한층 안심이 되는지 속으로 빵긋 웃는다.) 저도 거의 잠만 잘 것 같아 슌도 씨에게 폐를 끼치진 않을 듯 싶습니다. 그럼.. 같이 올라가실까요?

슌도 하루오 :..! (확연히 밝아진 표정으로 맑게 웃어보인다.) ..그럼요, 당연히 좋아요. (헤실.. 반쯤 다 풀린 표정으로 제 뺨을 만지작 거려)

직원은 정말로 고마워합니다.

마침 침대도 넓고 소파 베드도 있으니

지내긴 불편함이 없을 거라고

어떻게든 달래려 노력도 하고요.

자, 이제 정말로 체크인은 끝났습니다.

함께 방으로 이동하고

603호의 문을 엽니다.

흰색 시트가 각 잡힌 더블 침대,

붉은 양탄자가 깔린 바닥,

고동색으로 톤을 맞춘 가구들과

채도 낮은 분홍색 벽지까지.

높은 천장에 포도알처럼 송이송이 매달린 전구가

호텔 스미스의 디테일을 자랑합니다.

전면에는 커다란 베란다가 딸려서

언제든지 바깥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짐을 풀면서 영역을 나눕시다.

누가 침대에서 잘지,

둘 다 침대에서 잔다면

누가 벽 쪽에서 잘지,

씻는 시간은 어떻게 할지……

사소한 것들이어도 괜찮습니다.

젠 쥰페이 :침대는.. 슌도 씨가 쓰실래요? 저는 땅바닥에서도 잘 자는 사람이라.. (사실 함께 쓰고 싶은 생각은 역력하지만 이상한 취급을 받을까봐 괜히 침대에 시선이 머물고 캐리어를 바닥에 눕힌다.) ..아니면 같이 써도 상관은 없고.. (작게 중얼....)

슌도 하루오 :..먼저 키를 받은 것도 젠 씨인데. 어떻게 그래요. (함께 캐리어를 열어 천천히 짐을 정리하더니 짧게 음.. 앓는 소릴 낸다. 데굴데굴.. 시선이 여기저기로 튀었고, 곧.. 바닥을 향해) ... ..어차피 침대도 넓은데.. ..저는, 같이 써도.. ..괜찮아요. ...(뜸..) .....아! 물론.. 젠씨가 불편하시면, 혼자..쓰셔도 괜찮고.. ..저 소파에서도 잘..자거든요 그게.. (뒤늦게 횡설수설..말을 이었다. 나.. 정말 바보같네..)

젠 쥰페이 :....그럼 같이 쓸까요? 제가 원래, 침대가 너무 넓으면 잠을 잘 못 자서.. 차라리 함께 쓰는 편이.. 나을 거 같습니다. (너무 제 속을 보여주는 기분이라 부끄러운지 귓가가 홧홧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벽에 붙어서 자겠습니다. (네가 뒤늦게라도 거절할까봐 조건부를 하나 내걸었고) 그럼 침대는 해결됐고.. (저도 슬슬 짐들을 꺼내 하나씩 정리하다가 욕실 용품들을 보니 생각났는지 아, 하고 고개를 들어) 욕실 사용 시간도 정해둘까요. 조금이라도 더 빨리 씻는 쪽이 먼저 쓰는게 좋을 거 같습니다.

슌도 하루오 :아, 그럼 제가 바깥쪽을 쓸게요. ..만일 자리차지 너~무 한다싶음, 바닥으로 미셔도 좋아요. (농조로 웃음을 머금으며 말했고 묘하게 간질거리는 기분이 좋아 발을 조금 구르기도 했다.) ...으음.. 제가.. 아침참도 많고 느긋하게 씻는.. 편이라. 젠 씨가 먼저 쓰실래요?

젠 쥰페이 :아침에 바닥에 계실 확률이 크겠네요. (저 또한 농조로 얘기를 한다. 괜히 느긋하게 짐을 정리하며 너와 더 대화할 껀덕지를 찾고있었고) 좋습니다. (음..) 슌도 씨는 짐정리 후에.. 바로 나가실 생각이십니까? (당연한걸 물어봤나..)

슌도 하루오 :하하, 기왕이면 안 아프게 살살 밀어주세요. (시덥잖은 이야기에도 웃음을 터트리며 제 짐을 만지작 거린다.) 아.. 오늘은.. 이동하느라 피곤하기도 하고. 또 시간이..

짐을 정리하고 이야길 나누다보니

어느새 시곗바늘은 7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네요.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립니다.

젠 쥰페이 :..? (흥을 깨는 노크 소리에 천천히 일어서며 문쪽으로 향한다. 아주 살짝 문을 열어 누구인지 확인해)

문을 열면 검은 원피스에

흰 앞치마를 두른 호텔 직원이

은색 카트를 끌고 서 있습니다.

직원: 사과의 의미로 룸서비스를 제공해 드리려고 합니다. 괜찮으실까요?

깍듯하게 인사한 직원은

카트 위에 놓인 클로쉬와 양동이를 가리킵니다.

젠 쥰페이 :아, (하루오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네게도 의견을 물으려는 의도였고) 전 괜찮은데.. 슌도 씨도 괜찮으시죠?

슌도 하루오 :(빼꼼 고갤 내밀더니) ..아! 그럼요, 안 그래도..시키려 했는데. 잘 됐죠 뭐.

테이블 위에 룸서비스가 차려집니다.

접시 위에 엎어진 잘 익은 닭고기는

표면에 윤기가 자르르 흐릅니다.

여러 종류의 익힌 채소가 알록달록하게 주위를 장식합니다.

바싹 튀긴 감자튀김과 마늘 스프레드를 바른 바게트,

구불구불한 베이컨과 볼 가득히 담긴 망고 샐러드,

크루통을 띄운 크림 양송이수프까지.

테이블을 가득 채운 후에도

직원의 손을 멈추지 않습니다.

잘 익은 제철 과일을

딱 한입 크기로 썰어 색색의 포크를 꽂은 것과

치즈를 바른 카나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올라오는 건……

양동이 안에 든 품질이 좋은 포도주입니다.

직원: 호텔 스미스의 주방장 실력은 장담할 수 있어요. 먹을 만하실 거예요.

다시 한번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저녁 식사 맛있게 하세요!

순식간에 세팅을 마친 직원은

소리 없이 뒷걸음질로 물러납니다.

카트가 끌려가는 소리만 돌돌돌돌 작은 자취를 남깁니다.

젠 쥰페이 :(나가는 직원에게 인사를 짧게 하곤 음식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과하게 많군요. (뜻밖의 이득을 본 건 저인데.. 하긴 직원 입장에서는 난감했을테니까.) 오늘 포도주 괜찮습니까? 혹시라도 음주를 안 하면 어쩌나 싶어서.. (양동이를 가리켜)

슌도 하루오 :.. 음, 사과의 표시니까요. 물론.. 저야, 이렇게 좋은 여행메이트를 얻었으니까.. 좋은 일이라 생각하지만요. (이번엔.. 저가 네 의자를 빼내어준다. 곧 옆 의자에 자릴 잡아 앉곤) ..그럼요! 저.. 술 엄청 좋아해요. 없으면.. 아쉬울정도로. ..젠 씨도 괜찮으시죠? (혹여나..네가 거절할까 싶어, 구차한 변명이라도 덧붙인다. ...같이 마셔주심 안 될까요? 그런 눈길로 빠안..)

젠 쥰페이 :좋은 여행메이트.. 그렇네요. (옅게 웃음을 흘리고 네가 빼준 의자에 앉는다.) 제 주정을 받아주실 자신이 있으시다면 같이 마실게요. (사실 네가 마시는걸 지켜볼 생각이었지만 결국 네 시선에 못 이겨 고개를 끄덕인다.) 포도주 정도는 좋습니다. (사실 포도주도 한 잔이면 취해버리지만!) 그럼, (수저를 들어 수프를 떠 한 입 먹는다. 맛있는지 눈을 조금 키웠다가) 슌도 씨도 드세요. 아, 한 잔 따라드릴까요?

슌도 하루오 :(헤헤.. 마냥 좋은지 실실 웃으며 잔을 네 쪽으로 기울인다.) 그럼요. 저 이래봬도.. 주사도 잘 안 부리고, 잘 취하지도 않으니까.. 제가 다 감당해드릴게요. (맛있으신가? 눈이 커졌다. 조금 놀란..고양이를 연상시키다 급히 생각을 게워내)

젠 쥰페이 :고약한 주정인데.. (의외로 술을 잘 하시는구나.. 네 잔에 포도주를 채워주고는 제 잔에도 포도주를 채운다. 그러곤 네게 잔을 내밀어) 건배 합시다. (벌써 취한 기분을 느끼며 장난스레 웃었다.)

잔을 맞부딪힙니다.

챙-하고 울리는 소리마저 듣기 좋은건

이 들뜬 기분 덕분일까요.

그렇게 즐거운 식사시간을 갖고

이야길 나누다보면

다사다난한 여행의 첫날이 저뭅니다.

...

호텔 스미스에서의 첫 번째 아침이 밝았습니다.

창가에서 새 지저귀는 소리가 들립니다.

옆을 돌아보면 하루오는 여전히 잠에 든 것 같네요.

젠 쥰페이 :(앓는 소리를 내며 몸을 반쯤 일으킨다. 여전히 잠에 푹 빠진 네게로 자연스럽게 시선이 갔고 누군가와 함께 동침했다는 사실이 낯설었다. 그럼에도 기분은 좋아 미소를 슬 지으며 조심스럽게 일어나 먼저 욕실로 향했다. 내가 어제 실수한 건 없었나 되짚어보면서..)

젠 쥰페이 정신력 판정

젠 쥰페이 :

정신
기준치:	55/27/11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하루오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

눈이 마주쳤단 사실을 깨닫습니다.

하루오도 뒤늦게 깨어난 모양이에요.

방안에 미묘한 공기가 고입니다.

눈꺼풀을 깜빡이는 것마저

조심스러울 정도로……

달고 부드러운 기류입니다.

처음 보는 사람의 얼굴이

이토록 취향일 건 또 뭐람.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둘 중 하나는 분명합니다.

첫눈에 반했거나,

이 얼굴이 지독하게 이상형이거나.

서로에게 정신이 팔린 두 사람을 다시 깨우는 건,

호텔 복도를 뛰어가는 아이들의 목소리입니다.

여행에 들떴는지 아침부터 씩씩합니다.

젠 쥰페이 :아침잠 많으시다더니.. (괜히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는 사실이 민망해져 투덜거린다. 짧게 헛기침했고) 큼, 잘 주무셨어요?

슌도 하루오 :..(황급히 제 얼굴을 문지른다. 어디 모난 곳 없게.. 제 뒷머릴 슥슥 빗어넘기기도 하고) ..네에, 어제 와인을 마셔서 그런가. 정신..없이 잤네요. (..꾸물..) ...참, 먼저 씻으세요. 전...이대로 더 자도 좋아서. (헤실)

젠 쥰페이 :(자다 깬 얼굴이 뭐 이쁘다고 웃음이 자꾸 나오는지.. 마주 웃으며 멋대로 팔을 뻗어 네 뺨에 손을 대었다가 정신이 들어 황급히 일어난다.) ..그럼 더 주무세요. (욕실로 도망가듯 들어갔고)

서로 단장을 마치고 나면

소파 앞 테이블의

타달린 여행 관광 가이드 팸플릿이 눈에 띕니다.

하루오는 이 팸플릿을 따라 여행을 다닐 모양입니다.

슌도 하루오 :(..힐끔) .. 젠 씨는.. 호텔에서 쉬신..다고 했죠? (퍽 아쉬움이 묻어나는 투로.)

젠 쥰페이 :네, 딱히 갈 곳도 없고.. (팜플릿 흘끔..) 누가 데리고 가면 나갈텐데요. (슌도 흘끔...)

슌도 하루오 :..! 아, 그럼.. (네 곁에 바짝 붙어 팸플릿을 내밀어보인다.) ..같이 다니실래요? 저.. 혼자 다니기도 심심해서 그냥. ...아, 물론 그냥.. 쉬러 오신거니까! 꼭.. 그래주셨음 하는건 아니구요. 저.. 그게.. (..) 혼자서도 잘..놀아요!

젠 쥰페이 :(웃음꾹..) 혼자서도 잘 논다고 하시니까 저는 딱히 안 따라가도 괜찮겠군요, (거절 의사를 내비추는 듯 싶었지만) 농담입니다. 같이 가시죠. 비록 제가 말주변이 없어서 재미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 좋아요.

슌도 하루오 :아..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으로 가라앉더니 애써 웃으려던 참 이어지는 말에 또 밝게 웃는다. 순식간에 오르락 내리락 하는 기분은 또.. 처음인듯해 제 꼴이 마냥 우습기만 했다.) ..괜찮아요! 그냥.. 같이 다녀주시기만 해도 좋으니까. ..그래서.. 여기여기.. 이렇게 있는데. 어디가 제일 좋아요?

여름의 타달린은 적당히 덥고,

완벽하게 아름답습니다.

갈 만한 곳은 다음과 같습니다.

[숲, 해바라기밭, 버려진 기찻길, 자갈 해안.]

이동 순서는 전혀 상관없습니다.

젠 쥰페이 :(가라앉았다가 금세 밝아지는 반응에 또 한 번 웃음을 꾹 내리참는다. 네가 보여주는 팜플릿을 살펴보더니) 음.. (여름이니까..) 해안부터, 어떠세요? 오랜만에 바다가 보고싶어서요.

슌도 하루오 :(헤헤..) 네, 좋아요. 그럼.. (자연스럽게 손을 뻗으려다 그만둔다. 아무리..그래도 그렇지.이건.. 좀 아니란 생각이 스쳐서. 멋쩍게 뒷짐을 진 채로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다.)

젠 쥰페이 :(너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며 뒷짐을 진 네 손을 빤히 바라본다.) ..손 잡고 가실래요? 길 잃으면 안 되니까.. (..)

슌도 하루오 :..네? (깜짝..) ..그,그래도 되신다면야.. (히죽거리는..광대를 주체하지 못하고 냉큼 손을 내민다.)

젠 쥰페이 :(입꼬리가 씰룩이며 제 입술을 말아물어 자제한다. 내밀어진 손을 꾹 잡고 천천히 발걸음을 떼)

그렇게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자갈 해안으로 향합니다.

자갈 해안

호텔 스미스에서 내리막길을 살짝 걸으면

해변에 도착합니다.

해변이라곤 하지만 모래사장은 아닙니다.

검고 흰 자갈이 둥글둥글 굴러다니는

자갈 해안입니다.

해수욕장은 좀 더 가야 해서

물놀이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지만,

발을 담그는 사람들은 종종 보입니다.

자갈로 이루어진 해변이라

파도가 깨지는 소리가 유달리 크게 들립니다.

거세게 휩쓸면 돌끼리 부딪히며

파열음이 번지기 때문입니다.

어두울 적에 들으면 꼭 사람이 우는 것처럼 들립니다.

해변 끄트머리엔

작은 해안 동굴이 딸려 있습니다.

밖에서 안을 다 들여다볼 수 있을 정도로

얄팍한 동굴이지만,

물과 바람이 울퉁불퉁하게 깎은 돌벽이라든가,

입구를 가리는 담쟁이덩굴 때문에

제법 신기로운 분위기입니다.

젠 쥰페이 :역시 바다 근처라 그런지 제법 시원하네요. (아무리 더워 쪄죽어도 손을 놓을 생각은 없는지 아예 깍지로 바꿔서 끼기까지 한다. 동굴에 시선이 갔고) ..저 동굴도 여기서 유명합니까?

슌도 하루오 :..헉. (깍지까지.. 끼게 될 줄은 몰랐는데. 무심코 헉소릴 내더니 제 입을 꾹..가린다. 널 따라 손을 꼬옥 잡곤) 음, 바짓단이나 한뼘 접어서.. 발이라도 담궈볼까요? (농조로 말하더니 널 따라 시선을 옮긴다.) ..어어.. 저긴 처음 보는데.. ..같이 가보실래요?

젠 쥰페이 :그럼.. 발부터 담구고 동굴로 가볼까요. (제쪽은 농담이 아닌지 부스스 웃으며 허리를 숙여 제 바짓단을 한 뼘 접어보였다.) 오늘 아니면 바다에 들어갈 일이 없을 거 같아서.. 실컷 즐기다 가려고요.

슌도 하루오 :..! 새삼 스럽지만.. 젠 씨는.. (빠안..) ..되게 제 말도 잘 들어주시는 거 같아요. 억지로.. 꼭 안 맞춰주셔도 괜찮은데.. (괜히 마음이 쓰여 말 끝이나 흐리다가 저 역시 웅크려 앉아 물에 젖지 않게, 준비를 마친다.)

젠 쥰페이 :싫은데 억지로 왜 하겠습니까? 그럴거면 안 하고야 말지.. (..) 억지로 하는 거 아니니까.. 걱정마세요. (가볍게 대답하며 준비가 끝나자 다시 네 손을 붙잡고 바다로 걸어간다. 아주 얕은 물에 발목까지 담갔고 간질거림과 동시에 드는 시원한 기분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물놀이 좋아하세요? (의미심장한 미소..)

슌도 하루오 :그럼 다행이지만.. 혹시나 해서요. 안 그래도.. 쉬러 오신 분, 이렇게 끌고 나왔는데.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네 뒤를 따라 걷는다. 발에 닿는 자갈의 감촉들이 간지럽기만 해 발끝이 절로 곱아들기도 했다. 물끄러미..널 바라보다) .. (슬쩍, 먼저 발 끝으로 물살을 일으켜 네게 튀겨버려) ..잘 하죠? (헤실)

젠 쥰페이 :그러니까 열심히 놀아주셔야죠. 슌도 씨니까.. 괜찮아요, 이것도. (어깨 으쓱이며 별 걱정을 다 한다는 듯이 굴었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벌써 짜증 만발이었겠지.. 그런 생각에 빠져들었다가 네 선공에 헛웃음을 흘려) ..참, 잘 하시네요. (네 손을 놓고 허리를 살짝 숙인다. 손에 물을 적시듯 네게 물을 튀기게 하고는 웃음을 터트린다.) 죄송해요. (전혀 안 미안한 얼굴..)

슌도 하루오 :..전혀 미안한 얼굴이 아니잖아요. (콕 네 볼을 찌르며 웃었다.) ..우리 이대로 다 젖으면.. 다른 곳도 못가니까.. (손을 뻗어 적당히 적신 후 장난스레 네 목 뒤나.. 팔에 잔뜩 물이나 묻혀버리곤 만족스런 웃음을 짓는다.) ..이걸로 끝! 이제 동굴로 가요! (혹여나 네가 또 물을 튀길까, 재빠르게 먼저 동굴쪽으로 쪼르르,..걸어나간다. 뻔뻔!)

젠 쥰페이 :... (어이가 없다는 듯 제 목뒤를 문지르며 널 졸졸 따라 걸음을 옮겼다. 돌아다니다보면 마르겠지 싶었고.) 그런데, 동굴이.. 제한구역 그런 곳은 아니겠죠. (이제는 완전 자연스럽게 네 옆에 나란히 서 손을 붙잡는다.)

동굴 안에서 바깥을 보면

새파란 하늘과 새파란 바다만 보입니다.

작은 병에 담아둔 풍경처럼 그렇습니다.

어두운 곳에서 보자니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유난히 불분명하게 느껴집니다.

그때,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든 관광객이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합니다.

슌도 하루오 :(잡힌 손과 널 번갈아보더니) ..사진 찍는거 좋아하세요?

젠 쥰페이 :(순간 아니라고 답할 뻔 했다가 너랑 찍은 사진 하나쯤은 남기고 싶어 고개를 끄덕인다.) 오늘만.. 좋아하려고요. (..)

슌도 하루오 :오늘만 좋아하는게 뭐예요! (눈을 끔벅이며 웃더니 그럼.. 슬쩍 네 팔짱가지 낀 채로 브이자를 내보인다.) ..웃어요!

젠 쥰페이 :(팔짱이 껴지자 절로 미소를 지으며 너 따라 브이한다. 시선은.. 카메라가 아닌 네 얼굴로 향했다.)

찰칵

사진을 건네받습니다.

점차 시간이 지나자 사진에 둘의 모습이 서서히 나타납니다.

이곳에서 찍어서 그런가..

역광으로 실루엣 밖에 보이지 않지만요.

그게 또 운치가 있네요.

슌도 하루오 :(사진 만지작..) ..그럼, 앞으로 젠 씨가 사진찍길.. 더 좋아하길. 제 마음을 담아서! ..이건 선물로 드릴게요. (네게 사진을 내밀며 말했다.)

젠 쥰페이 :아, 감사합니다. (내밀어진 사진을 받았고 아주 잠깐 사진에 시선이 머물렀다가) 그럼.. 이제 슬슬 다른 곳으로 이동하실까요?

슌도 하루오 :..헤헤. 으음, 좋아요. 또 다른데! 어디가 좋아요? 전.. 어차피 다 둘러볼 생각이었으니까.. 젠 씨가 더 끌리는 데로 가요.

젠 쥰페이 :음, (아까 팸플릿의 내용을 떠올리다가) 저는 숲으로.. 가보고 싶어요. 산만 아니면 좋겠는데.. (중얼..) 숲, 괜찮으시죠?

슌도 하루오 :.. (네 중얼거림에.. 조금, 멈칫거리더니. 눈 마구..데굴데굴.. 굴리고) ..네! 저만 믿으셔도 좋아요!

숲

호텔 스미스의 등 뒤론 긴 숲이 펼쳐집니다.

봄에는 꽃이 피고

여름에는 나무가 우거지며

가을에는 단풍이 물들고

겨울에는 눈이 쌓이는,

언제 보아도 좋은 풍경입니다.

호텔의 산책로는 바로 산으로 이어집니다.

나무 사이, 잘 가다듬은 흙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이 몇 보입니다.

투명한 햇살 아래,

옅은 녹색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선 나무들은

끝나지 않는 도미노처럼 빼곡합니다.

숨을 들이켜면 산뜻한 풀 내음이 삽시간에 폐까지 닿습니다.

젠 쥰페이 행운 판정

젠 쥰페이 :

운
기준치:	55/27/11
굴림:	62
판정결과:	실패

(왜...)

슌도 하루오 행운 판정

슌도 하루오 :

운
기준치:	40/20/8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하루오의 앞에

툭 뭔가 튀어나옵니다.

길에 사는 고양이 같네요.

여행객들에게 좋은 대접을 받았는지

사람 손을 탄 모양새입니다.

손가락을 내밀면 코를 콕 부딪칩니다.

둘의 다리 사이를 오가며 길을 막는 모양새가

꼭.. 먹을걸 달라는, 귀여운 협박같네요.

젠 쥰페이 :(정말.. 귀엽네..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띄워지며 길을 막는 고양이를 보더니) 줄게.. 없는데.. (하루오 힐끔) 혹시 그쪽은 있으신가요?

슌도 하루오 :(귀여워.. 웅크려 앉아 고양일 마구마구마구.. 쓰담는다. 뒤늦게 이어지는 말에 제 주머닐 뒤적거리더니) ..어쩌지? 조금 서둘러서 나오느라.. 아무것도 안 들고왔는데.. (올망..)

젠 쥰페이 :(네 옆에 같이 웅크려 앉고는 고양이를 빤히 쳐다볼 뿐이다. 곧 네 올망한 얼굴에 시선은 네쪽으로 완전히 돌려진다.) 이런, 뭐라도 들고올 걸 그랬나봐요. 주변에 뭐 없나.. (주변을 둘러볼 생각은 없는지 말만..)

슌도 하루오 :... 안 그래도 관광객이 많을텐데. 우리까지 주면.. 얘 엄청 토실토실하게 변할지도..몰라요! (결국..아쉬움 대신 정신승리라도..해보며!) 미안하니까.. 젠 씨도 한번 쓰다듬어 줘요. 이~렇게 귀엽잖아요. (헤실 웃으며 꿋꿋하게.. 고양이의 배를 만지작 거린다. 촉감도 좋은데.. 작게 덧붙였다.)

젠 쥰페이 :그렇다면 뭐.. 아쉽지만 어쩔 수 없겠네요. (함께 정신승리!) ..아, 저는 여러 번 고양이들에게 햘퀴어진 기억이 있어서.. (그래도 이렇게까지나 사람을 좋아하는데 괜찮겠지. 우물쭈물 대다가 아주 조심스럽게 검지만 펴 고양이의 머리를 문지르듯 쓰다듬는다.) ..정말 촉감이 좋긴 좋군요. (귀엽다!)

아주 얌전히 두 사람의 손길을 받은 고양이는

골골거리며 기분 좋은듯 드러눕습니다.

슌도 하루오 :(귀여워...) ...안 그래도 이.. 숲은 꼭 와보고 싶었는데. 더 오길 잘했단 생각이 들어요.

젠 쥰페이 :꼭? (그제서야 주변을 슬 둘러봐) 숲을 좋아하시나봐요. (단순!)

슌도 하루오 :꼭 그 이유만 있는 것도 아니고.. (볼 콕!) 여기가~.. 언덕이 조금.. 있거든요? 정상까지 올라가면 연리지가 하나 있는데. 그게 보고싶어서.. 여기까지 왔거든요. (끄덕)

핸드아웃 참고

젠 쥰페이 :아, 들어는 봤어요.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이며 미련없이 일어난다. 그러곤 정상을 무슨 에베레스트마냥 아득하게 쳐다봐) ..올라가시려고요?

슌도 하루오 :(두어번..미련 가득한 손길로 고양이의 얼굴까지 꼭꼭 쓰다듬더니 널 따라 일어난다.) ..네! ...별로 안.. 힘들거예요! ..물론 싫으시면.. 저 혼자 다녀와도 괜찮긴한데.. (물끄러미.. 진짜? 나 혼자가요? 그런.. 눈빛.)

젠 쥰페이 :......... (눈을 데굴 굴리며 정상까지 굳이 올라가서 뭐가 좋은지 계산해본다. 결국 네 눈빛에 한숨을 푹 쉬어) ..한 번 가보죠. 연리지인지 뭔지.. 궁금해졌습니다. (사실 너랑 가는게 좋은거지만..)

슌도 하루오 :..! (아싸! 기쁜나머지 번쩍! 만세까지..했다가.. 곧 제정신과 함께 민망함이 몰려와 슬.. 손을 내린다. 큼! 입을 가리고 헛기침을 하더니) ..영 힘드시면 업어드릴 수 도 있으니까.. 천천히 가요!

젠 쥰페이 :(만세하는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더니 웃음을 꾹 참아본다.) 업..고 저기를 어떻게 올라갑니까. (코웃음 치며 농담이라 생각한다. 농담..이겠지?..) 업어주는 거 말고 손 잡아주면.. 괜찮을 거 같은데. (그래놓고 이번엔 허락도 없이 멋대로 네 손을 맞잡으며 정상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산책로를 걷다 보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젠 쥰페이 듣기 판정

젠 쥰페이 :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사람1: “이 숲 어딘가에 불로불사의 샘이 있대.

사람2: 요즘 누가 그런 걸 믿어?

사람1: 뭐 어 때, 재밌잖아. 진짜 있다면 마실 거야?

사람2: 마시기만 하겠어? 물탱크라도 가져 와야지.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 웃고 떠듭니다.

젠 쥰페이 :(아싸.. 얘기 나눌거 생겼다..) ..슌도 씨, 여기 불로불사의 샘이 있다는데 이것도 아십니까? (슬쩍 아는척..)

슌도 하루오 :아, 그거 책자에서 봤어요! (조금 눈을 빛내더니) 아마.. 이런 내용이었던거 같은데.

핸드아웃 참고

물론 사실이 아닙니다.

타달린의 풍경은 대단히 아름답지만,

사람도 동물도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린이와 젊은이와 늙은이가 다 함께.

어르신들은 숲을 유명하게 만들려는 타달린의 수작이다,

타달린의 늙은이들이 꿈을 꾸는 거다,

약수는 원래 몸에 좋다며

분분한 의견을 나눕니다.

그리곤 하루오와 쥰페이를 보며

한참 좋을 때라고 말합니다.

노인: 우리도 그대들만 할 땐 두려울 게 없었어. 젊음이 영원할 거라고 철석같이 믿었지! 그러니 하루하루 아껴 쓰도록 해. 보기 좋구먼!

잔소리 같기도 회고 같기도 한

다정한 말들이 쏟아집니다.

젠 쥰페이 :아, 감사합니다. (고개를 짧게 숙여 인사를 하고는 붙잡은 손에 힘을 준다. 문득 자신의 어릴적 친할아버지를 떠올렸다가 아차하며 제 옆의 네게 시선을 옮긴다.) ..한 번 가보실래요? 저야 이런거 믿는 편은 아니지만.. 약수가 몸에 좋다고들 하니까요.

슌도 하루오 :(와중에.. 혼자 새빨개져서 바닥이나 보고 있더니..) ..네? (뒤늦게 널 바라보곤 입을 꾹 다물었다가) ..음, 샘보단.. 역시. 전 그..나무가 더 보고싶어서요.

정작 샘의 위치는

물어도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산 속에는 얕은 시내가 전부로

샘이나 호수라고 불릴 법한 것은 없다고 합니다.

물놀이하고 싶다면 해바라기밭으로 가야 한다는군요.

슌도 하루오 :..역시 산 오르긴 조금.. 버거우실까요? 왕복해서.. 1시간 밖에 안 걸리는데..!

젠 쥰페이 :(1시간밖에.......... 착잡한 속을 감추고 어색한 미소를 띄운다.) 좋죠, 산 오르는거.. 너무 좋다. (기계적인 어투) ..그럼, 계속 갑시다. (결심한 얼굴로) 그런데, 의외네요. 체력이 좋으신가봐요. (은근..)

슌도 하루오 :(..만족!) 헤헤.. 네! 저 피아노 그만두고나선.. 운동을 꽤 열심히 했거든요. (주먹 불끈 쥐여보이곤) 물론 지금도 조금씩..하고 있고!

산을 오르는 건 쉽지 않습니다.

왕복 1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는 낮은 산이라지만

숨은 금세 턱 끝까지 찹니다.

정제되지 않은 흙길,

불규칙하게 설치된 나무 계단,

주변에 잡을 난간도 마땅치 않은 오르막길이라니

그럴 만도 하죠.

젠 쥰페이 근력 판정

젠 쥰페이 :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순간 휘청이고 맙니다.

반사적으로 하루오의 손이 튀어나와

쥰페이의 손을 확 잡아채고

몸이 딸려 올라갑니다.

바스락, 바스락.

나뭇잎을 밟는 소리와 함께

거리가 부쩍 가까워집니다.

찌르르, 찌르르,

풀벌레가 먼발치에서 울어댑니다.

귓가에 이명이 도는 것 같습니다.

이만큼 가까워지자

다시 한번 심장이 요란하게 뛰기 시작합니다.

쿵, 쿵, 쿵, 쿵.

누구의 것이라고

구별할 수 없는 박동이 교차합니다.

얼굴이 벌개진 하루오가 먼저 쥰페이를 놓습니다.

슌도 하루오 :..날,날이 덥네요.

그런 애먼 소리만 하고.

문득 빈손이 눈에 띕니다.

비탈길을 계속 올라가야 하는데… ….

붙잡을 것이 마땅치 않으니

계속 잡고 가야할 것 같은데..

젠 쥰페이 :(힘들어 죽겠는데도.. 기분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순식간에 놓아진 네 손을 물끄러미 보더니) 저 손 찬 편인데.. (..) 손.. 계속 잡고싶어요. (...) 안 될까요?

슌도 하루오 :..아, 그럼..

손을 잡고 산길을 걷습니다.

올라갈수록 인기척은 줄고

나뭇잎만 무성합니다.

세계에 덩그러니 둘만 남은 것처럼.

위로 드리운 나무들과

아래로 자라난 풀들이 시야를 방해합니다.

정상이 가까워지자 점점 길이 좁아집니다.

녹음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햇빛이 닿지 않아 슬슬 어두워지면,

새의 날갯짓 소리마저 생생하게 들립니다.

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맥박도,

심장이 뛰는 소리도 선명해집니다.

어깨가 아슬아슬하게 닿을 법한 거리를 두고 걷다 보면

부쩍 가까워진 기분이 듭니다.

슌도 하루오 :아, 저 나무인가 봐요.

얼마나 걸었을까

하루오가 손을 뻗어 무언가를 가리킵니다.

정상에 다다랐는지 평평한 공터가 펼쳐집니다.

풀꽃과 잡초가 전부인 그곳에,

두 그루의 나무가 나란히 서 있습니다.

그건 꼭 손을 잡은 두 사람처럼 보입니다.

기다란 나무들은 각기 자라나선

중간에 난 가지들을 통해 하나가 되었습니다.

어디까지가 이 나무의 가지고 저 나무의 가지인지

구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둘이되 하나인 꼴이 사이좋아 보입니다.

일부가 이어진 탓에

서로에게 기운 나무들은 떨어지기 싫은 연인 같습니다.

그저 나무에 지나지 않는데,

고작 저 한 부분 때문에 이렇게 달리 보이네요.

하루오는 드디어 연리지를 직접 본다는 사실에 들떴는지

이어진 가지를 몇 번이고 만져봅니다.

젠 쥰페이 :(신기하긴.. 하네. 나무에겐 전혀 관심이 없는지 네게 시선이 꽂혀있다가 너무 속이 보이나 싶어 너 따라 팔을 뻗어서 가지에 손등을 대었다가 뗀다.) 생각보다 더 특이한 모양새네요. 이런거.. 좋아하세요? (엄청 들뜬 네 모습을 떠올려)

얼마나 오래도록 붙어 있었던 걸까요.

인위적으로 부러뜨리거나 나눠두는 건 불가능해 보입니다.

슌도 하루오 :으음.. 제가, 이런.. 소재들을 꽤 좋아하거든요. 왜.. 로맨스 소설이나, 노래나.. 영화 같은 것들. 음.. 얼마전에 책을 하나 봤는데.. 거기에 이 나무가 나와서. 갑자기 꽂힌 것 도 있고요. (두어번 더 나무를 쓸어만지더니 문득 네게 시선이 꽂혀 한참을 바라보다) .. 젠 씨는요?

젠 쥰페이 :..저는 로맨스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서. (시시하다는 둥,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둥의 다른 사족은 덧붙이지 않았다. 좋아한다는 사람 앞에서 그런 건 실례니까.. 게다가 너와의 만남 자체가 소설에 나올법한 장면이라..) 여기에도 전설같은게 있을까요? 함께 온 사람과 연인이 된다던지.. 연인이 오면 사이가 더 돈독해진다던지. (정말 별 생각없이 내뱉은 말이지만 어쩐지 어감이 이상해서 귓가가 뜨거워졌고)

슌도 하루오 :그래요? (아쉽다.. 재밌는데. 그런 말을 나열해가다) 으음.. 전설은 잘 모르지만.. 희귀한 현상이란 건 알아요. ..희박한 확률로 일어나는.. 일이니까. 꼭 인연이 닿는 연인 같아 보이기도 하니까.. ..젠 씨의 말대로 믿는 사람도 꽤 있지 않을까요? (느리게 고갤 끄덕이며 말했다.곧 제 손을 탁탁 털어내더니) ..이만 내려갈까요?

젠 쥰페이 :(너도 그 확률을 믿는지.. 묻고싶었지만 내려가자는 네 말에 꾹 삼켰다. 고개를 끄덕이며) 더이상 볼 것도 없으니.. 내려가죠. (나무를 슬 흘끔이고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연리지를 다 본 후에는

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옵니다.

하지만 출구에 다다를 때까지

샘은커녕 물소리도 제대로 듣지 못했습니다.

두 군데를 살펴보면

어느새 해가 저물기 시작했습니다.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랗던 풍경은 다 어디로 가고,

그 위로 노을이 새빨갛게 내립니다.

타달린은 외딴 마을로,

밤이 되면 가로등도 거의 없습니다.

여름은 해가 길지만,

밤이 시작되면 어두워지는 것도 순식간입니다.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하늘이 보랏빛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어쩌면 돌아오는 동안

하늘의 모든 색을 보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호텔 스미스의 정문부터 입구까지는

꼬불꼬불한 가로등들이 주홍색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바닥에는 납작한 징검다리가

장식처럼 박혀 있습니다.

입구에 도착했을 때,

뒤에서 하루오가 부릅니다.

슌도 하루오 :..그으, 젠 씨.

곧.. 불꽃놀이도.. 시작할 시간인데.

..같이 볼래요?

그러고 보니

여름엔 불꽃놀이 시즌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도 같고…

…. 완전히 어두워지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습니다.

방으로 돌아가 베란다에서 봐도 좋고

호텔의 안뜰에서 봐도 좋습니다.

밖에서 보고 싶다면 그래도 됩니다.

젠 쥰페이 :(테라스에서 야경을 즐길 계획이었지만.. 밖에서 너와 불꽃놀이를 보는것도 나쁘진 않을 듯 싶었다. 제 손목에 있는 시계를 슬쩍 보더니) 아직 시간이 남았는데.. 그러면 호텔 주변에서 잠깐만 산책하고.. 보러 갈까요? 아니면 산책 말고 다른 것도 좋습니다.

슌도 하루오 :..그럼요! 아님 아까..그 해안가에서 보는 것도 좋구.. 음, 그냥.. 아무데나 다 좋아요!

불꽃놀이를 기다리며,

쥰페이와 하루오는 무엇을 준비할까요?

따뜻한 차나 시원한 술,

안주나 입가심용 주전부리나..

담요나 쿠션 따위를 가져와도 좋습니다.

젠 쥰페이 :해안가 좋네요. (곰곰..) 오늘도 포도주 어떠세요? 돗자리 같은게 있으면 좋을텐데. 앉아서 마시다가 불꽃 터지는걸 보면.. 나름 운치있을 거 같아서요. 슌도 씨만 괜찮으시다면 챙겨올게요.

슌도 하루오 :..그럼.. 제가 방에서, 이것저것.. 가져올테니까. 젠 씨는.. 포도주랑.. 같이 먹을 안주도! 부탁드릴게요. (입꼬릴 씰룩이며 조금 들뜬투로 말했다. 그럼 조금 이따가 해안가에서 봐요. 그런 말을 덧붙이며 먼저 가벼운 발걸음으로 호텔을 향해 걷는다. 흥겨운 콧노래는 덤!)

젠 쥰페이 :(네 들뜬 모습에 덩달아 들떠서 웃음을 흘리며 뒤따라 걷는다. 안주는.. 땅콩이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호텔로 나섰고 호텔의 식당 부근에서 부탁해 잔 두 잔과 포도주, 땅콩을 챙긴다. 곧 엘리베이터 앞에 서 너를 가만 기다린다.)

슌도 하루오 :(재빠르게 숙소로 돌아가.. 제 짐을 마구 뒤적인다. 담요..담요 챙겨왔었는데. 여깄다! 한번 탁! 털어 깔끔하게 펴보이곤, 혹시 몰라 안고 있기 좋을.. 쿠션 역시 챙긴다. 급하게 꺼내느라 엉망이 된 제 캐리어를 치울새도 없이 쾅! 닫아버리고 빠른 발걸음으로 다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들뜨고.. 날 조급하게 만드는지. 그럼에도 나쁘진 않아서. 안면엔 미소가 만연했다. 띵- 울리는 엘리베이터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가) ..아, 먼저 가..있으셔도 괜찮은데..

젠 쥰페이 :(눈이 마주치자 옅은 미소를 보인다. 아차하며 입꼬리를 황급하게 내렸고) 어차피 가서도 기다릴텐데.. 차라리 기다리다가 같이 가는게 나을 거 같아서요. (손을 잡고 가고싶지만 아쉽게도 둘 다 두 손 모두 바빠서.. 그저 네 손만 바라보다가) 다 챙긴 거 같으니.. 가시죠, 이제. (천천히 해안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두 사람은 해안가로 향합니다.

거진 우리 뿐 만이 아니라

다른 관광객 역시 눈에 띄네요.

담요를 덮고, 잔을 꺼내고

만반의 준비를 끝낸 그때,

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탄성이 들리고,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하루오도 옆에서 홀린 듯이 그 풍경을 보고 있습니다.

위아래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새카만 밤,

먼 하늘에서 불꽃이 터집니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색색의 화약이

꽃을 그리며 바닥으로 쏟아집니다.

붉은 원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황금 무지개가 떠올랐다가 사라지고,

눈처럼 창백한 꽃이 피었다가 집니다.

강렬하게 폭발한 불꽃은

삽시간에 흩어지며 점멸하더니

기어코 흔적 없이 어둠 속으로 사그라들고 맙니다.

별보다 더 화려한 밤하늘을 보고 있을 때,

하루오가 슬그머니

어깨에 머리를 기댑니다.

피곤해서인지

그저 그러고 싶어서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밤이라지만 여름은 아직 후덥지근합니다.

타인의 체온이 필요할 정도로 추울 리가 없습니다.

아니, 사실은 더워죽을 지경입니다.

어깨가 뜨끈뜨끈하고,

목덜미로 땀방울이 흐르는 감각이 선연합니다.

그런데도 왜 밀칠 기분이 들지 않는 걸까요.

하루오도 더운 숨을 내쉬지만,

멀어지거나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슌도 하루오 :..어쩌면.. ..우리 지금.. ..같은 마음으로, 같은 풍경을 보고 있는 걸까요?

세상은 불꽃이 폭발하는 소리로 요란한데,

이 곳만큼은

2인분의 심장 소리가 더 소란스럽습니다.

젠 쥰페이 :(괜히 잔을 기울여 한 모금 마시며 목을 축인다. 제 어깨에 누가 기댄 건 처음이라.. 심장의 소리는 점점 커지고 긴장한 티가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다. 네 물음에 뜸을 들이다가 제 뺨을 문지르며 눈을 내리깐채 되묻는다.) ...그쪽은 어떤 마음.. 인데요?

슌도 하루오 :..(가만 네 어깨에 기댄채 물끄러미 너만을 바라본다. 지금 당장만큼은 저 불꽃놀이보다 내 심장소리가 더 크지 않을까? 그런 착각이 들 만큼 요란한 마음은 잦아들 생각도 못하는지) ...(몇 번이고 깨졌다 다시 밀려오는 파도를 응시하다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게.. (삐걱..삐걱..) .... (꿀꺽, 목넘김 소리마저 선명하게 들리더니) ..정말.. 미친소리인거 아는데요.. ... 제가, 그으.. ...생각보다도.. 젠 씨한테.. (우물쭈물..) ..호,호감이! 아니 호감을, 조금. ..크게 갖게 된.. 거 같아서... ...미안해요. 갑자기 이상한 소리나 하고..

젠 쥰페이 :(여행와서 처음 본 사람이랑 마음 맞을 확률이 얼만큼이나 될까. 그것도.. 보자마자 바로.. 누군가를 좋아해본 적도 없고, 사랑에 죽고 사는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었지만 단 이틀만에 그걸 알게 한 너를 놓치면 큰일날 거 같았다. 고백같은 지금 이 상황덕에 얼굴은 훅하고 시뻘겋게 물들었다. 다행히도 술 탓으로 돌릴 껀덕지는 있었다만, 어쩐지 돌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고. 아주 잠깐 벙쪄 대답을 못 하다가 겨우겨우 한 마디 내뱉는다. 시선은 다 비워진 제 잔에 쳐박힌채..) 이것 참.... 이런것까지 겹칠 필요는 없는데... (..) 나도, 슌도 씨에게 그래요.

슌도 하루오 :(꼭 무언가에 홀린듯 네 쪽을 바라본다. 멍하니, 아무말도 못하고 혹시나 과하게 뛰는 제 심장소리에 잘 못 들은게 아닐까 싶어, 몇번이고 네 말, 소리 입모양까지 전부 곱씹으며 제 손을 꼼질댈 뿐이다. 푹 숙인 고개를 한참이나 또 들지 못하다가) ... 그으,럼..

..내일은, 연인으로.. (..) ..다닐래요?

젠 쥰페이 :(손끝까지 홧홧해지는 기분이 들어 괜히 와인잔만 문질러댔다. 지니의 요술램프마냥.. 뭐가 나오는 것도 아닌데. 한참동안이나 네 시선을 마주 보고있지를 못 하더니 고장난 몸짓으로 고개를 네쪽으로 돌린다. 눈동자까지 네 얼굴로 돌아가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그리 많이 마신것도 아닌데.. 취기에 잔뜩 절여져서.. 빠르게 네 입에 제 입술을 붙였다가 떼며 도둑 뽀뽀를 했다. 한 손으로 제 이마를 짚으며 못다한 대답을 해준다.) ...죄송해요. 그러니까 저는 좋아요, 완전.. (바보처럼 구는 제 자신을 낯설어했고) ..더 보다가 갈까요? 아니면, 이만.. 들어갈까요.

슌도 하루오 :(꼭 무슨 별을 보는 사람마냥, 평소 같음 널 바라보기만 해도 부끄러웠는데. 이상하게 취기가 돌아서인지, 그저 제 마음가는대로 흘러가서 그런건지. 뚫어져라 널 바라봤다. 제게 시선을 두지 못하는 모습조차 사랑스러움을 느꼈다면 이건 분명 낫지 못할 병일거야. 조금 간절한 눈빛으로 뒤늦에 입을 떼려던 순간) ... ...(맞닿은 촉감에 눈을 크게 뜨곤) ..그,네? 네? (어딘가 고장난 것 처럼 말을 채 끝내지못하고 달싹이기만했다. 로맨스는 싫다면서.. 제법 소설 속 한 장면과 같아 무심코 큰 웃음 소릴 흘렸다.) ... 좋아요. 방.. 안에서도. 불꽃은 잘..보일테니까.. (그런 사실은 이제 중요하지 않았지만. 슬그머니 네 손을 먼저 부여잡곤) ... 쥰페이라고 불러도.. 돼요?

젠 쥰페이 :(드라마에서 연인끼리 손을 잡는것만 봐도 코웃음을 쳤던 저인데, 너와 손을 잡으면 날아갈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말 이상한 일이지. 아무래도, 오늘부터 운명론을 믿어야할 판이었다. 내가 이러려고 여행을 계획했나. 맞잡힌 손을 잠시 놓았다가 깍지를 껴 다시 꽉 붙잡는다. 얼음장같던 제 손에 더운 온기가 맞닿았다. 곧 이어지는 네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시선을 맞춘다.) 그럼요, 나도.. 하루오라고 부를래요. (웃음이 자꾸 새어나왔고 손등으로 애써 막아본다.) 그러고보니, 나이를 몰랐네요. 저는.. 스물여섯이에요. (천천히 담요를 두르고 네 손을 잡은채 호텔로 걸음을 옮긴다.)

슌도 하루오 :..저희 이렇게 붙어 다녔는데, 나이도 안 묻고..이런건가요? (스스로도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물론 나쁠 거 하나 없이 기쁘기만 했고) ..이거 우연이네요. 저도 스물 여섯인데. (짐을 거들곤 한 손으로 네 손을 꼬옥 맞잡는다. 서늘한 온기마저 좋아 헤실 기쁜 웃음이 절로 튀어나왔다.)

호텔 스미스에서의 두 번째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부쩍 피곤하네요.

겨우겨우 눈을 뜨니

하루오가 보이지 않습니다.

젠 쥰페이 :(제 옆자리를 더듬었지만 네가 보이지를 않자 눈이 확 떠진다.) ...? (반쯤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며 너를 찾았고)

쥰페이가 하루오를 찾는다면

신발은 현관에 놓여 있습니다.

그렇다면 방 안에 있다는 건데…….

침대에도 소파 베드에도

하루오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설마 맨발로 나가지는 않았을 거고.

욕실의 문이 닫혀 있는 게 눈에 띕니다.

젠 쥰페이 :아침잠 많다더니.. (중얼거리며 욕실 문 앞으로 다가간다. 혹시 모르니까 두어번 노크를 하곤 너를 부른다.) 하루오, 거기 있어요?

물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노크해도 조용하기만 합니다.

……. 화장실에도 없나?

문고리를 돌려보면

안쪽에서 잠갔단 걸 알 수 있습니다.

유령이나 도둑이 아니면

하루오가 들어간 게 맞을 겁니다.

젠 쥰페이 :...근데 왜.. 대답이 없지. (불안감이 엄습해오자 목소리를 조금 높여 너를 불러본다.) 하루오! 거기 있어요?

쥰페이가 몇 번이고 더 말을 걸면

하루오는 아주,

아주 오래 뒤에

작게 대답합니다.

하지만 뭐라고 말하는 건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습니다.

젠 쥰페이 듣기 판정

젠 쥰페이 :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겨우 알아듣습니다.

슌도 하루오 :...오늘 뭔가.... ..몸이 이상해서..요.

젠 쥰페이 :..많이 아파요? (걱정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근데 왜 욕실에 계세요. 감기면.. 이불 덮고 계시지..

어디가 이상하냐, 아픈 거냐 물어도

하루오는 그런 게 아니라고만 합니다.

슌도 하루오 :...그으,게.. ..아픈 게 아니고.. ..그냥, 오늘... 얼굴 상태가 좀....

그러니까...

하루오의 말은즉,

오늘따라 얼굴이 영 이상해서

보여주고 싶지 않답니다.

어제 이미 질리도록 본 얼굴인데

새삼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화장실에서 나올 생각은 전혀 없어 보입니다.

되려 쥰페이에게 혼자 나갔다 오라고 말하지만…

…. 어차피 나가려면 씻어야 하는걸요.

젠 쥰페이 :...욕실 불편하잖아요. (나가주는 수 밖에 없나.. 그치만 씻어야 나가는데.. 작게 침음하며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사귄지 겨우 이틀째, 아니 시간 상 따지면 하루도 안 지났는데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그럼 저도 오늘.. 호텔에서 가만히 있을게요. (입 삐죽..) 하루오 얼굴이 어떻든 전 상관없는데..

슌도 하루오 :(화들짝 놀란 목소리로) ..그렇게 계시면..제가 못 나가는데요! ... 그으, 치만.. ..만난지 얼마 안 된만큼.. ..잘 보이고 싶은걸요.. (..) ..정말 상관 없어요? 정말?

젠 쥰페이 :... (대체 얼마나.. 엉망이길래. 그 얼굴로 엉망이면 귀여울 뿐일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괜찮죠. 앞으로는 별의별 꼴 다 볼텐데 뭐 어때요. 저만 보는거잖아요. 하루오가 어떤 모습이든.. 좋아해줄게요. (제가 말해놓고도 부끄러운지 조금은 웅얼거리듯 말을했고)

겨우 문이 열립니다.

한 뼘쯤 열린 문 너머,

하루오는..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습니다.

어지간히 보여주기 부끄럽나봅니다.

젠 쥰페이 :(보자마자 웃음을 옅게 흘린다. 미라도 아니고.. 저렇게라도 보니까 다행이지만. 네게 다가가 손을 잡고 욕실 밖으로 나오게끔 끌고간다.) 그럼, 우리 오늘은 호텔에만 박혀 있을까요? 난 좋은데.. (헤실..)

슌도 하루오 :(수건에 시야가 가려져 주위를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제 손을 잡아주는 손길에.. 얌전히 쪼르르 다가가곤) ... ...그래도! 역시.. 아쉬운데.. (가려져 보이진..않겠지만. 꽤나 아쉬움이 뚝..뚝 묻어나는 투로 말했다. 같이.. 여기저기 더..다니고싶은 마음이 커서)

젠 쥰페이 :..그치만 수건으로 가려서 제대로 앞도 잘 못 보실텐데. (수건을 톡 친다. 억지로 들춰서 볼만큼 네가 싫어할 행동은 하고 싶지 않았고) 내일도 얼굴이 그럴 거 같아요? 아니라면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돌아다녀요.

슌도 하루오 :(툭, 수건을 건들자 몸을 움츠리더니) ... ...(아참을..또 우물쭈물거리다..) ..보고 정말.. 놀리면 화낼거예요. ? (느릿하게 수건을 내렸다.)

젠 쥰페이 관찰력 판정

젠 쥰페이 :

관찰력
기준치:	45/22/9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왜.............)

어디가 이상하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어제와 무언가 달라 보이긴 한데…

…. 어디가 달라졌냐고 콕 집어 물어보면

말할 수 없는 미묘한 위화감.

젠 쥰페이 정신력 판정

젠 쥰페이 :

정신
기준치:	55/27/11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여전히 하루오를 볼 때 심장이 뛰고,

사랑은 잠잠해지지 않는단 사실을 깨닫습니다.

슌도 하루오 :... 쥰페이? (빠안) ..괜찮아요?

젠 쥰페이 :...네, 너무 좋아해요. (대뜸 고백을 말하고 네 눈가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가 뗀다.) 전혀, 안 이상한데... 정말로요.

슌도 하루오 :..그럼 다행이지만.. (방금 전까지만 해도..그렇게 꿍해져 있더니. 금새 입꼬릴 히죽이며 제 뺨을 꾹꾹 누른다. 슬쩍 네 어깨쯤에 머릴 기대고) ... 저 나왔으니까.. ..같이 돌아다녀주면 안 돼요? (빤..)

젠 쥰페이 :좋아요. 그러면.. (네 허리에 팔을 둘러 안아준다. 기차에서 내릴때부터 하고싶었던 포옹..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흘리며) 해바라기 밭부터 가실래요?

슌도 하루오 :(귀여워.. 따라 기분좋은 콧소릴 내며 널 꾸우욱 안더니) ..좋아요! 거기가.. 제일 유명한 곳이니까.. (가볍게 네 뺨에 뽀뽀를 하다 떨어졌다.) ..씻고 나와요. 밖에서 기다릴게.

젠 쥰페이 :(새삼 연인이 되었다는것을 실감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금방.. 나올게요. (헤실 웃으며 욕실로 들어갔고)

거울을 살펴보면

오늘은 피곤해 보입니다.

딱히 눈그늘이 진 것도 아니고,

초점이 흐린 것도 아닌데

그렇습니다.

눈 아래가 살짝 꺼진 것도 같고.

피부가 까슬까슬해 보이기도 합니다.

어제 햇빛을 너무 많이 받아서 그런가?

젠 쥰페이 :(오늘 상태가 이상한 건 나였네.. 이 모습을 네게 보여줬다는 것이 민망해서 한숨을 푹 쉰다. 두 손으로 얼굴을 꾹 누르며 앓는 소리를 냈다. 오늘 나 진짜 별로네.. 다 씻고 나올때 여전히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엉거주춤하게 나간다.)

귀여워..

나갈 때 모자를 챙겨 가는 게 좋겠습니다.

햇빛이 너무 강하거든요.

준비를 마치고 로비로 내려오면

호텔 직원들이 조금씩 수군거리는 것을 발견합니다.

젠 쥰페이 듣기 판정

젠 쥰페이 :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너무해)

직원1: 그…… 손님, 좀 이상하지?

직원2: ……수상쩍어. 같이 왔던…… 안 보이더라.

직원1: 관상이 무섭다니까.

젠 쥰페이 :(모자를 쓰고 수군거리는 소리에 직원들에게 다가간다.) ..무슨 일 있습니까?

직원1: 아, 고객님. (깜짝) ..그으, 음.. (곤란하단 낯으로 어색하게 웃는다.) ..그게.. 호텔..내부의 일이라서요.

젠 쥰페이 :아, 죄송합니다. 큰 일이라면 대비라도 해야하나 싶어서요. 그럼.. 실례했습니다. (별 일 아니겠지 싶어 짧게 인사를 하고 저를 기다리는 하루오를 찾아 로비를 둘러본다.)

하루오를 찾아 로비를 거닐던 찰나

검은 모자를 푹 뒤집어쓴 남자와

잠깐 부딪히나,

사과의 말을 건네기도 전에

그 사람은 사라집니다.

어쩐지 하늘이 우중충한 기분이 듭니다.

슌도 하루오 :..(삐죽) ..저 사람 뭐예요? 부딪혀두고.. 사과도 안 하고. (자연스레 네 팔짱을 꼬옥..끼며 나타난다.)

젠 쥰페이 :(부딪힌 곳을 툭툭 털고 인상을 찡그렸다가 네 목소리에 금세 얼굴이 밝아진다.) ..그러게요. 전 사과정도는 했는데. (했었나?..) 뭐, 괜찮아요. 얼른 가요. (흰 비치모자를 깊게 눌러쓰다 못해 결국 제 얼굴을 가리며)

해바라기 밭으로 향합니다.

슌도 하루오 :..참, 내일 체크아웃..해야하잖아요. 쥰페이는..~ 몇 시 기차로 가요?

젠 쥰페이 :아, 맞다. (제 기차시간을 떠올려봅니다. 몇 시.. 인가요?)

10시 30분 기차입니다.

젠 쥰페이 :저는 10시 30분이에요. 하루오는요? (슬 웃고는)

슌도 하루오 :...아, 전.. 한 타임 빠른 기차요. ..돌아갈 땐.. 같이 못가겠네요. (뚝뚝..아쉬움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뚱한 표정을 짓다) ..! 있죠, 어제 드린..사진 지금 갖고 있어요?

젠 쥰페이 :그거까지 겹쳤으면.. 좋았을텐데. (너와 똑같이 아쉽다는 투로 중얼거리더니 사진 소리에 번뜩 정신이 들어) 아, 아직 있을거에요. (제 주머니에서 사진을 꺼내며) 근데 이건 왜요?

하루오는 사진을 받아 들더니

그대로 프론트에 달려가 펜을 하나 빌려

뒷장에 무언갈 적습니다.

슌도 하루오 :..여기. 돌려줄게요.

돌려 받으면, 사진의 뒷장에

하루오의 것으로 추정되는 주소 하나가 적혀있습니다.

슌도 하루오 :..설마 돌아간 후에.. 연락 안 할생각은.. 아니죠? (장난스레 웃으며 말했고)

젠 쥰페이 :..설마요. (고개를 내저으며 무서운 소리 말라는 듯 했다. 적혀진 주소를 엄지로 슬 쓸더니) 내일, 집에 들러서 캐리어 두고 하루오네 집으로 바로 찾아가도 돼요? (하루오 힐끔..)

슌도 하루오 :..네에? (네 말에 그만 웃음을 터트리며 눈웃음을 지었다. 팔짱 낀 네 팔을 더욱, 소중히 끌어안으며) ..쥰페이가 안..피곤하다면야 전 좋아요. 그럼.. 난 집 가자마자 청소부터 해야겠다. 그쵸?

호텔 스미스에서 해바라기밭까진

차를 타고 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가야 하는 거리입니다.

둘 다 마땅치 않다면 버스를 타고 갈 수 있습니다.

어떤게 좋나요?

젠 쥰페이 :(자전거.. 타고 가면 안거나 안길 수 있겠지. 여전히 붙어있을 생각만 하며 눈을 데굴 굴려 고민하는 척 하더니) 자전거 타고 갈까요? 운치있고.. 좋을 거 같은데. (....)

슌도 하루오 :..쥰페이 자전거 잘 타요? (그럼..두대 빌리면 되려나?..) ..전 좋아요! 저기..로비에서 말하면 빌려주던데.. 제가 다녀올까요?

젠 쥰페이 :그럼요, 7살부터 두 발 뗐어요. (한 대만 빌려와도 된다는 눈빛.. 잘 전달 됐겠지?) 같이 빌리러 가도 전 좋은데. 부탁 할게요.

하루오는 알았단 눈치로 고갤 끄덕이곤 로비로 향합니다.

곧 호텔 스미스의 트레이드 마크인

인디 핑크와 네이비 색의 자전거 한 대를 끌고옵니다.

슌도 하루오 :..짠! 이거 맞죠?

젠 쥰페이 :완전 맞아요. (네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어 주곤) 그럼 제가 앞에 탈테니 하루오가 뒤에 타요. 아니면 반대도 좋고..

슌도 하루오 :..그럼.. 돌아오는 길엔, 쥰페이가 얻어타요. 아마 차만큼 빨라서 깜짝 놀랄걸? (헤실)

함께 자전거에 올라타

도로를 따라 달리면

아지랑이 낀 풍경을 통과합니다.

이름 모를 희고 고운 꽃들이 산개했습니다.

꽃잎이 흩날려

누군가의 머리카락 위에 나붓하게 내려앉습니다.

해바라기밭

해바라기밭엔 당연하지만

만개한 해바라기가 한창입니다.

여기부터 저기까지,

한눈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넓습니다.

사람 키만큼 껑충 자란 노란 꽃들은

일제히 태양을 따라 고개를 돌리고 있습니다.

초록으로 물든 줄기의 바다와

그 위를 떠다니는 노랗고 검은 꽃들.

햇볕이 피운 아지랑이 때문에

어딘가 흐릿해 보이는 것마저 여름답습니다.

입구에서는 얼음이 잔뜩 든 냉커피나

밀짚모자를 팔고 있습니다.

그리고 해바라기의 전설이 적힌 안내문이 설치돼 있습니다.

젠 쥰페이 :(자전거에서 내리며 비치모자를 손잡이에 걸어준다. 밀짚모자 두 개 사서 하루오랑 같이 써야지.. 그런 생각을 하며 네가 내릴때까지 기다려주더니 입구를 가리킨다.) 모자 살까요? 오늘따라 날이 너무 쨍쨍해서..

슌도 하루오 :(자전거가 완전히 멈췄을 때 즈음,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렇게 타긴..오랜만이네. 그런 생각을 하다) ..아, 좋아요! 안 그래도.. 오늘 햇빛덕에..(뺨 만지작..) ..아니다. 어쨌든.. ..전 좋아요!

젠 쥰페이 :(네 손을 슬 붙잡고아) 시원한 것도 마시고.. 들어가요. (마냥 기분이 좋은지 네가 말을 돌린것도 눈치채지 못 하며 냉키피와 밀짚 모자를 파는 곳에 가 각각 두 개, 두 잔씩 주문한다.) 여기 전설도 있다 들었는데.. (안내문 슬쩍)

핸드아웃 참고

이야기를 읽고 해바라기를 다시 보자니

기묘한 느낌이 듭니다.

저 모든 꽃송이가 사랑에 눈먼 시선인 것처럼…….

연리지도 그렇고, 해바라기도 그렇고.

이야기 속 존재들은, 왜

하나 같이 사랑에 목을 매서

이런 비극을 맞는 걸까요?

정해진 길을 따라 그사이를 드나들 수 있습니다.

성긴 줄기를 밀치며

구불구불한 길을 걷노라면

전혀 다른 세상으로 떠나는 기분이 듭니다.

이 끝에는 태양이 있을 것 같습니다.

노란 풍경을 두고 선 하루오가

뒤를 돌아봅니다.

새파란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어서,

노랑이 아닌 것은 사람이 전부입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시선을 뗄 수 없다고 느낍니다.

해바라기가 해를 쫓는 것처럼,

쥰페이는 하루오를 바라보고,

하루오는 쥰페이를 바라봅니다.

할 말이 있는 것도 아닌데

시선을 돌릴 마음이 들지 않습니다.

젠 쥰페이 :(네 머리에 받은 밀짚모자를 푹 눌러 씌워주고는 제 머리에도 하나 쓴다.) 잘 어울린다.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슬 웃었고) 그러고보니.. 왜 이곳 전설들은 다 하나같이 사랑에 관한 이야기일까요. 알고보니 사랑의 마을이었다던가.. 그런 건 아니겠죠. (네게 첫눈에 반한것도 그렇고..) 전..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그런 비극적인 사랑은 옮기 싫어서.

슌도 하루오 :(푹 눌러써진 모자를 만지작 거리더니 곧 살풋 웃어보인다. 고마워요. 그런 말을 덧붙이더니) 으음.. 그 편이 더.. 재밌으니까? (단순..) 왜, 고전문학들도.. 대부분 사랑의 끝은 비극으로 끝나잖아요. 사람들은 또..그런 이야기들에 열광하고. (눈 끔벅..) ..근데 저도. 쥰페이 말에 동의해요. 난.. 꽉 닫힌 해피엔딩이 더 보기 좋아서. (헤실)

젠 쥰페이 :하긴, 그렇죠. (뭐 남들의 사랑 이야기까지 신경써줄 마음이 안 들었지만..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해보였다.) 하루오가 좋다면.. 나도 좋아요. (마주 보고 웃으며 모자와 함께 받았던 냉커피 한 잔을 네게 건네준다.) 해바라기밭이라고 해서 예상은 했지만.. 무서울 정도로 많네요. 와보니까 어때요?

슌도 하루오 :(시럽은..많이 들어갔겠지? 커피잔을 받아들곤 빨대를 이리저리 휘휘 저으며 곧 입에 물었다.) 으음.. 이런데서 길 잃으면.. 큰일 나겠다?! (장난스레 웃으며 말했고) ..그러니까 안 잃어버리게~ 손 꼭 잡고 가야겠어요. 음.. 쥰페이는 엄=청 크니까. 어딜가도 잘 보이겠지만..난 그만큼 크질 못하니.. 잘 보고 있으셔야해요? (콕콕)

젠 쥰페이 :나참. (시덥잖은 후기에 헛웃음을 짧게 흘린다. 냉커피를 들지 않은 손을 꾹 붙잡으며) 당연하죠, 그런데 하루오도 노란밭에 유일한 파란색이라 길을 잃어버려도 쉽게 찾을 수는 있을 거 같아요. (농~) (주변을 슬 둘러본다. 더 볼게 남았나?)

그다지 둘러볼건 없어보입니다.

주위를 둘러보던 하루오가 먼저 입을 여네요.

슌도 하루오 :..음, 그럼 이만, 기찻길로 가볼래요?

젠 쥰페이 :아, 그럴까요. (고개를 끄덕이곤 걸음을 다시 옮겨)

버려진 기찻길

타달린에는 두 개의 기찻길이 있습니다.

하나는 쥰페이가 타고 온 기차가 달린 길이고

다른 하나는 버려진 기찻길입니다.

새로운 기차역이 들어서면서

더는 사용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요즘에 와서는 관광지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오래도록 방치된 기찻길에는

이끼와 잡초가 그득합니다.

썩은 나무처럼 칙칙한 색의 선로 위로

푸릇푸릇한 것들이 올라타고 있습니다.

자연의 한 풍경처럼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선로는 양쪽으로 나뉘어서

저 앞을 향해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그 위를 밟고 걸으면

오래전 기차가 달리던 길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선로 아래에 구르는 자갈이

달각달각,

기차만은 못한 바퀴 소리를 냅니다.

녹슨 선로를 따라 걷습니다.

이제는 쓰지 않는 철주,

고장나 제멋대로 깜빡거리는 신호기,

끊어지고 뒤엉킨 전차선 따위가 보입니다.

선로는 쭉 뻗었지만,

걷다 보면 연리지처럼 서로 맞닿는 구간이 나옵니다.

레일이 교차하는 곳입니다.

슌도 하루오 :(물끄러미 선로를 바라보다) 음, 있죠 쥰페이는.. 인생의 선로도 바꿀 수 있다면, 바꾸고 싶은 분기점이라던가.. 있어요?

젠 쥰페이 :갑자기.. (무슨 생뚱맞은 소리냐며 말을 이어나가려다 너인것을 자각하고 말이 쏙 들어간다. 결국 조용히 고민해보는 것을 택한다. 조용히 생각해보더니) 글쎄요. 중학교 2학년때, 밖에 없네요. (..) 하루오는 있어요?

슌도 하루오 :음? 왜? 학교다니다 무슨 사고라도 쳤어요? (농담! 이어지는 질문에 음.. 앓는 소릴 내다) 음... 으음... 아, 전.. 중학교였나, 초등학교였나.. 그때쯤이요. 괜한 상을 타서.. 좀 고생을 많이 했었거든요.

젠 쥰페이 :피아노를 그만뒀거든요. 다시 시작하면 조금은.. 좋았을 거 같아서. (별 거 아니라고 덧붙이며 어깨를 으쓱이다 이어지는 네 말에 코웃음을 친다.) 시기 질투.. 그런거였겠죠. 왜 그런담... (말끝을 흐린다. 제가 할 소리는 아니구나. 학창시절 열등감으로 하루 하루를 살아갔는데..) 그치만 전 현재가 좋으니 됐어요. 이렇게까지 좋아질 줄은 몰랐지만.

슌도 하루오 :..아하.. (멋쩍게 웃더니 조금..말을 아꼈다.) 네에.. 쥰페이의 말대로.. ..음, 콩쿨에서 상을 탔었는데..~ 주변에서 절 가만두지 않더라고요. ..우리 둘 다 피아노 이야기네요? (그다지 달갑지 못한 이야기임에도 씰룩, 입꼬리를 올린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툭. 투둑. 툭. 툭. 툭.

경쾌한 소리가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하늘을 살피기도 전에

빗방울이 먼저 쥰페이의 콧잔등을 때립니다.

소나기입니다.

맑은 하늘이 굵은 비를 한 움큼 쏟고 있습니다.

젠 쥰페이 관찰력 판정

젠 쥰페이 :

관찰력
기준치:	45/22/9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저 앞에 열린 터널이 보입니다.

버려진 기찻길 위에 있으니

마찬가지로 통과하는 이 없는 터널이겠죠.

하지만 비를 피하긴 충분해 보입니다.

젠 쥰페이 :(갑자기 쏟아지는 빗줄기에 당황하지만 여전히 네 손은 꼭 붙잡은채 다른 손으로 터널을 가리킨다.) 저기로 가요. (달라기에 가까운 빠른 걸음으로 터널쪽으로 몸을 피한다.)

불규칙하게 쌓이는 물소리가

선로의 표면을 때립니다.

물줄기가 떨어지며

햇빛을 반사하는 통에

은색 실타래가 쏟아지는 것처럼도 보입니다.

물방울이 바닥에서 부서지고,

왕관을 그리며 뛰어올라,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과정이 늘어진 필름처럼

천천히 시야에 새겨집니다.

달리는 사이

쾅

마른번개가 치고 천둥소리가 들립니다.

두 사람이 발을 뗄 때마다

작은 자갈과 더 작은 물방울이

제멋대로 부딪치고 나동그라집니다.

비를 피해 터널 안으로 들어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빗줄기는 더 세게 내리꽂힙니다.

이름 모를 나무와 풀들이 추락을 견디지 못하고

위아래로 흔들립니다.

물 냄새와 물소리가 가득합니다.

이끼로 뒤덮인 터널 안에선

무슨 말을 해도 목소리가 웅웅 울립니다.

메아리치는 것 같기도 하고,

귓가에 속삭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전원 건강 판정

슌도 하루오 :

건강
기준치:	80/40/16
굴림:	6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젠 쥰페이 :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

쥰페이는 홀딱 젖은 탓에

몸이 으슬으슬 떨리기 시작합니다.

때아닌 여름 감기에 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슌도 하루오 :..(걱정스레 널 올려다보며) 많이 추워요?

젠 쥰페이 :그, 아뇨.. 별로 안.. 추운데. (새파래진 안색으로 네가 혹여라도 걱정할까봐 고개를 내젓고) 정말 괜찮아요. (킁..) 그보다 얼른 그쳐야 호텔로 갈텐데... (와중에도 너를 살핀다.) 하루오는 괜찮죠?

슌도 하루오 :..그럼요. 제가 얼마나 건강한 사람인데. (걱정말라는 듯 헤실 웃어보이더니) ... (곧 네게 바짝붙어 꾸욱 껴안는다.이러면 좀 따뜻하려나?)

시야가 트이고 나면 터널 벽에 새겨진

무수히 많은 낙서가 보입니다.

다녀간 사람들이 이름과 왔다 간 날짜를 적거나,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어둔 모양입니다.

화살표 아래 쓰인 두 개의 이름,

반드시 결혼하고 말 거란 다짐,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는 고백…

…. 유치한 사랑의 맹세도 종종 보입니다.

벽 아래에는 몽당 분필이 몇 개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어차피 버려진 터널입니다.

언젠가는 무너지고 부서지고 말겠죠.

그렇다면 그때까지라도

흔적을 남겨두는 건 어떨까요?

젠 쥰페이 :(정말 유치하네.. 한숨을 푹 쉬며 벽에 쓰여진 글자들을 바라보다가 저를 꾹 껴안고있는 너를 마주 안아보인다. 가만히 네 젖은 머리에 입을 맞추어주곤) ..우리도 저거 쓸래요? 어차피 누가 봐도 사랑하는 연인끼리 쓴 낙서로 생각할 거예요.

슌도 하루오 :(꾸우욱.. 따뜻한 체온이 네게 옮겨가길 바라며 한참을 안고 있더니 네말에 느리게 고갤 들었다.) ..응, 좋아요. 조금..~ 유치하단 생각이 없잖아 있긴하지만.. (슬쩍 바닥의 파란 분필을 집어 들더니) ..(곰곰... 너와 벽을 번갈아 바라보다.. 꽤 능숙한 솜씨로 너를 닮은 고양이 하나를 그려낸다.) 짠. 닮았죠. (헤실)

젠 쥰페이 :(역시 네게도 유치하구나.. 네가 고양이를 그리자 의아한 얼굴로 가만히 바라보다가) ..누구랑? 하루오랑? (당연히 너이겠거니..) 완전 닮았어요. (저 또한 분홍 분필을 집어들어 옆에 삐뚤빼뚤 여우를 그려준다. 사실 그냥 세모 3개가 교집합한 거 처럼 보이기도 한.. 이상한 그림이었다.) ..이건.. 저에요. (못나게 그려서 급 선로 변경..)

슌도 하루오 :응? 아뇨 누가봐도 쥰페이일걸요? ..모르는 사람이 지금..이거보고, 내일 돌아갈 쥰페이를 찾는다면.. 바로 알아 볼 정도로 쏙 닮았어요. (진심인듯.. 방긋! 웃곤) ... (난잡한 네.. 그림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아냐! 쥰페이는 이거보다 더.. 귀엽게 생기셨는데.. 봐봐요 이렇게 이렇게.. (슥슥..옆에 한번 더 그린다.)

일기 예보는 분명히 맑을 거라고 했는데.

하늘이 맑으니 소나기 같습니다만,

언제 그칠지는 모르게 되었습니다.

슌도 하루오 :..음, 정말 그칠 생각을 안 하네.

하루오는 터널 밖으로 손을 내밀고

빗방울을 만져보고 있습니다.

젖은 얼굴로 웃는 모습이

청춘 영화의 한 장면 같다면

단단히 콩깍지가 씐 걸까요?

젠 쥰페이 정신력 판정

젠 쥰페이 :

정신
기준치:	55/27/11
굴림:	56
판정결과:	실패

(우리 좋았잖아)

내리는 비,

보는 이 없는 곳,

터널의 그림자,

모든 상황이 키스하기 딱 좋단 생각이 들 때 즈음

문득 알아채고 맙니다.

이미 입술이 닿은 후란걸요.

입맞춤 후에는 침묵이 감돕니다.

젠 쥰페이 :(홀딱 젖어 제 모양새가 장난 아닐텐데.. 멋쩍은 웃음으로 너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네 입술에 한 번 더 짧게 붙였다가 뗀다. 제 손바닥을 네 뺨에 얹고 엄지로 슬 문르더니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가 뜨며 시선에는 온전히 너를 담았다.) 더.. 해도 돼요? (이러다가 너에게도 몸살 기운을 옮기는 것 아닌가 싶었지만..)

슌도 하루오 :(금새 목 뒤까지 달아올라 크게 뜬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조금 몸을 뒤로 물려 한참이나 입을 달싹이더니) .. (곧 네게로 한발자국 다가가 저 역시, 네 뺨에 손을 얹고 조심스레 도장을 찍 듯 네 입술 위에 제 입술을 겹쳤다. 말랑하게 닿는 촉감이 낯설고도, 분명 차게 식은 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따뜻하게 느껴진건 제 착각이 아닐거라고.) ..헤헤. (짧은 웃음소릴 흘리며 붉게 달아오른 뺨을, 네 손바닥에 문지르며 웃었다.)

젠 쥰페이 :....더.. (키스에 목마른 사람처럼 갈증이 난 듯 고개를 숙여 네 입술에 방금 전 보다는 조금 더 길게 버스키스를 하며 진득하게 입술을 머금었다. 곧 손을 내려 네 허리에 팔을 둘렀고 몸을 조금 더 밀착시키더니 오랫동안 입맞춤을 이어나갔다. 곧 고개를 물리며 눈웃음을 지어보이고는 마지막으로 짧게 입에 맞추었다가 떼) 너무.. 빠른 거 아닌가 싶지만. (그제서야 민망함이 밀려오는지 네 어깨에 제 얼굴을 파묻었고) ..죄송해요. (웅얼..)

슌도 하루오 :(떨어지면 네가 마주할 얼굴은.. ..아마 더 붉게 달아오를 것도 없을 만큼. 새빨갛게 변한 저일 것이다. 어젠 불꽃놀이 보다도 더 큰 심장소릴 가졌는데. 지금은 이 빗소리보다도 더 크게 울리는 쿵,쿵 거리는 소리에 한참을 아무말도 잇지 못하더니)... ...저,정말.. 여태 애인 없던게.. 맞아요?! (제 입을 가린채..올망졸망 널 바라본다. 가볍게 네 어깨를 투닥거리기도 했고) ... ...몰라, 저 지금.. 엄청 바보같은데.. (우물..) ...좋,았어요. 그것도. ...엄청.

젠 쥰페이 :..바보 같아도 좋아요. (고개를 슬 들어 푸스스 웃음을 지어보인다. 저와 똑같이 새빨개진 네 뺨에 입을 붙였다가 떼어) 나도, 좋았어요. 다행이다.. (여행오길 잘 했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고) 비는 언제쯤 그칠까요. 이러다가 하루오 감기 걸릴까봐 걱정이에요. (튼튼하다곤 했지만..)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다보면

서서히 비가 그칩니다.

이제 슬슬 돌아갈 채비를 합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네요.

비를 맞고, 조금 빠른 걸음으로 돌아간다 한들

숨이.. 이렇게나 가빠지나요?

아무리 체력이 나빴더라도

이 정도 여정에 급격히 피로를 느끼진 않았는데 말입니다.

젠 쥰페이 건장 판정

젠 쥰페이 :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1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럼에도 꿋꿋이 나아가면..

맞잡은 손이 점점 뒤로 가더니

이내 우뚝 멈춰버리고 맙니다.

슌도 하루오 :..저 미안한데..

잠깐 쉬었다.. 갈 수 있을까요? 이상하게.. 몸이 지쳐서..

젠 쥰페이 :아, 그럴까요. 마침 저도.. 조금은 힘들었거든요.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본다. 앉을 곳이라도.. 없을까.)

적당히 벤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몸은 피곤하지만,

하루오와 함께 있으면

가슴은 팔짝팔짝, 여느 때보다 열렬하게 뛰어댑니다.

오늘이 마지막일 테니

흐지부지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죠.

그러는 도중

어디선가 기묘한 시선을 느낍니다.

젠 쥰페이 관찰력 판정

젠 쥰페이 :

관찰력
기준치:	45/22/9
굴림:	54
판정결과:	실패

(아니..)

지나가던 행인과 어색하게 눈이 마주칩니다.

슌도 하루오 :..후우.. (짧게 심호흡을 내쉬다) ..이제 됐어요. 다시 가요. (콕)

젠 쥰페이 :(기차역때부터 미묘한 시선.. 뭐지, 도대체. 의아하단 얼굴로 무언가를 생각해보더니 네 찌름에 정신이 돌아오며 고개를 끄덕인다. 천천히 몸을 일으켰고) 튼튼하다더니.. 거짓말인가봐요. (농..)

슌도 하루오 :..저 정말 튼튼하거든요~! 이게 다.. (음..) ..나이를 먹어서 인가? ..갈 수록 쉽게 지치는 것 같아요. 정말 더 어릴때는 온종일 뛰어다닐 수도 있었는데.

젠 쥰페이 :하긴.. 곧 서른이긴 하네요. 4년 뒤면.. (끙..) 뭐, 지금은 괜찮다고 하니까 다행이에요. 추울테니까 얼른 호텔로 갑시다. (네 손을 잡아끌어 걸음을 옮긴다.)

그렇게 걸음을 옮겨갑니다.

머리 위의 태양은 쨍하고,

뜨거운 바람이 부는 여름입니다.

워낙 날이 밝아

흙길 위에 새겨지는 그림자의 대비가 또렷합니다.

그리고 그 밝은 풍경 아래에서

쥰페이는 깜짝 놀랄 것을 보고 맙니다.

슌도 하루오 :쥰페이?

하루오의 얼굴이 삽시간에 늙어,

쥰페이보다 두 배는 더 나이가 많아 보이지 뭡니까.

눈가에 잔주름이 지고,

앳된 티는 모두 사라졌습니다.

이목구비의 배열은 똑같은데.

지금까지 옆에 서 있던 건 분명히 하루오였는데도.

눈앞의 사람은 하루오가 아니라

하루오의 부모, 내지는 고모, 삼촌 같습니다.

쥰페이의 얼굴을 본 하루오도

무척 놀란 얼굴입니다.

커다랗게 뜬 눈 위로 경악이 읽힙니다.

쥰페이가 자신의 얼굴을 확인한다면

하루오와 마찬가지로

한참 나이를 먹었단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아무리 피곤했다지만,

사람이 이렇게 삽시간에 늙을 수 있나?

전원 이성 판정

젠 쥰페이 :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슌도 하루오 :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슌도 하루오 이성 -1d3

슌도 하루오 :

rolling 1d3

(

)

이성 -2

젠 쥰페이 지능 판정

젠 쥰페이 :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아왜)

평소보다 훨씬 심하던 피로,

유독 일어나기 힘들던 아침,

어딘가 좋지 않던 컨디션.

몸에 이상이 생긴 건가?

아니면, 단순히 너무 피곤해서?

몸을 예전처럼 다루기가 힘듭니다.

모든 신체 다이스 판정 -10

어제와 오늘, 하루 사이에

적어도 20년은 지난 것 같습니다.

눈이 뻑뻑하고 여기저기가 쑤십니다.

모든 기능이 삐걱거리는데,

딱 하나 팔팔한 것이 있습니다.

심장입니다.

상황 파악도 못 하고,

하루오를 보자 거세게 뛰기 시작합니다.

두근, 쿵, 두근, 쿵, 두근, 쿵.

가슴 뛰는 소리가 귓전을 때립니다.

젠 쥰페이 정신력 판정

젠 쥰페이 :

정신
기준치:	55/27/11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하루오의 나이 먹은 모습은 이렇구나.

기묘한 만족감을 느낍니다.

...

정신 차립니다.

이럴 때가 아니지!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그때, 다시 한번 기묘한 시선을 느낍니다.

섬뜩하게 뒤통수를 관통하는 느낌.

아, 기차역에서도 느꼈던 시선입니다.

시선 때문에 뒤돌아봤을 때

하루오가 거기 서 있었죠.

젠 쥰페이 관찰 판정

젠 쥰페이 :

관찰력
기준치:	45/22/9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검은 모자를 쓴 사람을 발견합니다.

모자 아래로 눈이 마주치자,

그 남자는 사악하게 웃습니다.

길게 벌어지는 웃음엔 한기가 듭니다.

젠 쥰페이 :...? (기차역에서도 저 사람이..? 황당하고 당황한 얼굴로) 하루오도 보여요? 검은 모자..

슌도 하루오 :(어..어버버..) 네? 네? (크게 당황한듯 어쩔 줄 몰라하더니 ... ) ..? ..저 사람이 왜요? (발동동..)

젠 쥰페이 :(여전히 귀여워 보이면 중증인가.. 아차) 뭔가 이상한 느낌 들지 않아요? 기차역때부터 이상한 시선이 느껴졌는데.. 지금 보니까 저 사람인 거 같아서요. (대놓고 네게 작게 소곤거리며 모자 쓴 사람을 눈짓한다.) (..)

쥰페이의 행적을 의식했는지

남자는 재빠르게 도망칩니다.

..잡아야해요!

불현듯 그런 확신이 피어납니다.

젠 쥰페이 :(이 몸으로..?) 하루오, 저 사람 잡아요! (급하게 네게 말하고는 도망치는 검은 모자의 사람을 따라 뛰어간다.)

젠 쥰페이 민첩 판정

젠 쥰페이 :

민첩
기준치:	50/25/10
굴림:	58
판정결과:	실패

(제발)

아니..

역시 이 몸으로는.. 무리일까요?

몸이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습니다.

슌도 하루오 민첩 판정

슌도 하루오 :

민첩
기준치:	75/37/15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그건..하루오 역시 마찬가지 였나봅니다.

..어쩌죠? 이대로 포기할까요?

젠 쥰페이 :(..또.. 달려본다!)

젠 쥰페이 민첩판정

젠 쥰페이 :

민첩
기준치:	50/25/10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

슌도 하루오 :(미치겠다. 온 힘을 쥐어짜 달려봅니다.)

슌도 하루오 민첩 판정

슌도 하루오 :

민첩
기준치:	75/37/15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두 사람이 영.. 좇아오질 못하자

남자는 우릴 만만하게 봤는지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옵니다.

어지간히 자신이 있나본데..

검은 모자의 남자 :아아! 저주가 성공적이었구나. 제대로 작동했어!

이제 나는 스승님을 뛰어넘어, 그 보석을 다스릴 자가 될 거다!

모독적인 진실을 모르는 자들아, 너희의 목숨은 내가 유용하게 사용하마.

어둠에 깃드는 자이시여! 피투성이 혀이자 야수이시고, 비대한 여인이자 검은 남자이신 나의 신이여! 이 종이 드디어 당신의 유산을 받습니다!

..뭐라는거죠?

그는 자신의 성공에 도취해

미치광이 같은 소리만 늘어놓습니다.

제대로 된 대화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단 하나, 확실한 것은

하루오와 쥰페이의 불가사의한 상황이

이 작자의 수작이란 겁니다.

젠 쥰페이 :미친놈인가.. (숨을 몰아쉬며 미친 소리만 줄줄 읊는 사람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문득 이 상황의 원인이라 생각하니 짜증이 치밀어올랐다. 하루오와 중년 부부처럼 사는것도 나쁘진 않지만.. 내 20년.. 억울함에 성큼 그에게 다가간다.)

물러서진 않습니다. 되려.. 당당한 태도를 유지하네요.

참으로 뻔뻔한 낯이에요.

약간의 대화가 가능합니다.

젠 쥰페이 :야, (존대 써줄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는지..) 너 누구야? 혹시 훼까닥 돌았어? 요즘 역병중에 그런 역병은 못 들어봤는데.. (어처구니 없다는 얼굴로 검은 모자를 쓴 사람의 위아래를 훑더니) 아까 로비에서 부딪힐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거든. 그때 붙잡을걸.. (..) 이상한 종교 숭배자냐? 어둠에 깃든 건 또 뭐고.. 우리 목숨이 뭐 어쨌는데?

남자의 말은.. 어눌하고 횡설수설해

제대로 알아듣기 힘들지만

하루오와 쥰페이는 이 남자가 건 저주 때문에 급속하게 늙고 있다는 것.

이 남자는 두 사람의 목숨을 대가로 어떤보석을 다스리려고 한다는 것.

그 보석이 위대한 힘을 지녔다는 말만 반복합니다.

그러나 해결 방법만은 연거푸 물어도

없다 주장합니다.

저주라니, 믿을 수 없는 일입니다만…

…. 실제로 더 불가능한 일을 보았으니

부정할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홀로 미친듯이 웃던 남자의 몸에서

툭, 무언가 떨어집니다.

낡은 구리 열쇠입니다.

젠 쥰페이 :(구리 열쇠를 주워서 살펴봅니다.)

[1101]이라고 적힌 태그가 붙어 있습니다.

직원들이 수군거리던 말이

머릿속을 스칩니다.

그.. 수상하다 말한 숙박객이

이 남자가 아닐까요?

젠 쥰페이 :(화나네.. 괜히 구리 열쇠를 남자의 얼굴에 내던진다. 그러다가 네가 같이 있음을 깨닫고 아차하며) .. (하..) 방법도 없고, 어차피 곧 늙어 죽는데 사람 하나 같이 데려가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 같아. (남자 흘끔)

슌도 하루오 :(묵묵히..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더니) .. (아무렇지도 않게 남자를 향해..묵직한 주먹 한방을 날린다. 내숭이고 뭐고, 이런 작자에게 놀아났단.. 사실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손 탁탁) ... 이제 어쩌죠? ..전, 아직.. 이렇게 죽고싶진 않은데..

젠 쥰페이 :.. (통쾌하단 얼굴로 남자에게 코웃음을 쳤지만 곧 들리는 물음에 다시금 심각해진다.) 진짜 방법이 없을까요? 쟤가 거짓말하는 거 일수도 있잖아요. 쟤도 사람이니까 아프면.. 술술 불지도 모를텐데. (지금 제 건장하지 못한 신체로는 붙잡지도 못 할 거 같고..) 아, 그래. 불로불사의 샘.. (갑자기 떠올랐다. 전설이고 미신이고.. 숲에 갔을때 아무것도 들리지는 않았지만.) 거기 당신, 불로불사의 샘이라고 알아요? (남자에게로 시선이 향한다. 별의별 이상한걸 다 알고 있으니 혹시나 싶어서..)

남자에게 물으면.. 그는 모르는 눈치입니다.

젠 쥰페이 지능 판정

젠 쥰페이 :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 남자는 체크인한 후,

시종일관 객실에 처박혀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 기간이 무려 1년입니다.

그렇다면 이 저주니 뭐니 하는 것의 작당도

객실에서 이루어졌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제 두 사람이 가야 할 곳은

우리의 객실도,

기차역도, 다른 관광지도 아닌,

남의 객실입니다.

터무니없지만 여름이란 게 원래 그렇습니다.

젠 쥰페이 :(제대로 꼬였네.. 왜 하필 우리냐고. 아까 내던져 나뒹굴어진 구리 열쇠를 주우며) 밖에서 마음껏 기뻐하시면서 신이니 뭐니 숭배하고 계세요. (남자에게 툭 한 마디 하고는 하루오의 손을 잡고 호텔, 그의 객실로 향한다.)

11층으로 가면 1101호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문밖에서 보기에는 별다를 것 없이 평범해 보입니다.

열쇠를 사용하면 쉽게 들어갈 수 있습니다.

1101호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음산한 분위기가 풍깁니다.

오래도록 청소하지 않았다더니,

먼지가 자욱하고 온갖 종이며 쓰레기 따위가

방에 뒹굴고 있습니다.

걱정과 달리 일행이라던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습니다.

[벽, 바닥, 침대]가 눈에 띄네요.

젠 쥰페이 :(한숨을 푹푹 내쉰다. 휴가왔는데 일하러 온 거 같네.. 바닥부터 살펴본다.)

바닥

종이와 쓰레기, 잡동사니가 섞여 있습니다.

구겨진 종이, [책], 다 먹은 컵라면,

안경, 이면지, 담요, 직직 그어진 종이,

부러진 나무젓가락, 엎어진 컵…….

젠 쥰페이 :제정신이 아니네.. (책을 펼쳐 본다.)

책

조잡하게 만들어진 일지입니다.

대충 훑어보면 엉망진창의 악필로

보석에 관한 이야기가 쓰여 있습니다.

아까 그 남자가 말하던 ‘보석’인 모양입니다.

요약하자면 그것을 어떻게 습득했고,

지키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희생했는가.

그런 내용입니다.

몇 페이지 눈에 띄는 구절이 있습니다.

젠 쥰페이 관찰 판정

젠 쥰페이 :

관찰력
기준치:	45/22/9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 일기를 마지막으로

갑자기 필체가 바뀐단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이어 쓴 것처럼.

핸드아웃 참고

젠 쥰페이 :(하루오에게 일지들을 넘겨주고는 더 살필게 없나 본다.)

더 살필건 없어보입니다.

젠 쥰페이 :(벽을 살핀다.)

벽

603호와 같은 색의 벽지.

그러나 그 위로 온갖 기하학적인 선과 면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그림인지 문양인지 모를 것들이

정신없이 산개해 벽을 훼손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알 수 없지만,

절대로 손을 대선 안 된다는 확신이 듭니다.

이유를 몰라 더 불쾌한 공포가 발치를 기어오릅니다.

젠 쥰페이 이성 판정

젠 쥰페이 :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젠 쥰페이 :으.. (불쾌함을 내비추곤 침대를 살핀다.)

침대

아무렇게나 구겨진 이불과 베개가 보입니다.

침대 아래엔 보석함이 숨겨져 있습니다.

젠 쥰페이 :(이불과 베개를 들춰본다. 혹시나 싶어서..)

이불과 베개는 지저분 하기만 합니다.

1년동안.. 단 한번도 청소를 하지 않은건지

으.. 불결한 기분이듭니다.

젠 쥰페이 :(손 씻고 싶다...... 침대 아래의 보석함을 향해 팔을 뻗어 집어든다.)

안에 든 것은 푸른 보석입니다.

다이아몬드나 사파이어와는 전혀 다릅니다.

물처럼 울렁거리지만,

전혀 다른, 고차원적인 무언가를 담고 있습니다.

아름답다기보단 기괴할 지경입니다.

젠 쥰페이 이성 판정

젠 쥰페이 :

SAN Roll
기준치:	54/27/10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일기의 내용에 따르면

‘그 마법’이 하루오와 쥰페이의 세월을

급격하게 갉아먹고 있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방안에는 온갖 종이가 흩날리고 있어

어떤 것인지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젠 쥰페이 자료조사 판정

젠 쥰페이 :

자료조사
기준치:	50/25/10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제발)

..여전히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다시 한번 둘러볼까요?

젠 쥰페이 :(네!!)

젠 쥰페이 자료조사 판정

젠 쥰페이 :

자료조사
기준치:	50/25/10
굴림:	26
판정결과:	보통 성공

구겨진 종이, 버려진 종이, 찢어진 종이,

온갖 종이를 들춰보던 중

주문 「운명의 수레바퀴」를 발견합니다.

핸드아웃 참고

젠 쥰페이 :.... (그럼 우리가 사랑에 빠진 건.. 누군가가 억지로 만들어낸 운명이었던건가? 급격하게 늙은 것도 마찬가지였지만, 지금 하루오에게 느끼는 사랑이 거짓부렁이였다는 사실이.. 훨씬 더, 비참했다. 너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 종이를 반으로 접어버렸고..) (주문 파기를 하려면 이미 늦었나요?)

남자의 말대로 주문은 해주할 방법이 없다고 쓰여 있습니다.

하지만…….

젠 쥰페이 지능 판정

젠 쥰페이 :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아..바보야)

재판.. 드릴까요?

젠 쥰페이 :(네!!)

젠 쥰페이 지능 판정

젠 쥰페이 :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3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정말로 해주할 수 없다면

패널티가 쓰여있을 리가 없습니다.

다시 읽어보세요.

사랑을 끝내면 벗어날 수 있다는 거 아닌가요?

강제로 끝낼 수만 있다면.

사람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유일한 것이 마음인 건 차치하고요.

생각과 동시에 빛바랜 종이가 눈에 띕니다.

젠 쥰페이 :(빛바랜 종이를 읽어본다.)

오래된 기사의 스크랩입니다.

10년도 더 전에 발행된 것 같습니다.

어떤 사건을 제보한다기보단,

신문 귀퉁이에 쓰인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타달린에는 불로불사의 샘이 있다?〉

숲에서 들어본 그 샘의 전설이 적혀 있습니다.

슌도 하루오 :"핸드아웃 참고"

핸드아웃 참고

젠 쥰페이 :(이게 무슨... 헛소리야. 거문고는 누군데.... 내용을 훑고 훑다가 이번건 하루오에게 보여준다.) 아마 샘으로 가면.. 해답이 있을지도 몰라요.

전원 교육 어려움 판정

슌도 하루오 :

교육
기준치:	70/35/14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젠 쥰페이 :

교육
기준치:	80/40/16
굴림:	1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여름, 별, 백조, 거문고, 독수리..

여름의 대삼각형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얽힌 나무는 연리지겠죠.

샘에 가기 위해선

여름의 대삼각형을 따라서 걸어야 합니다.

슌도 하루오 :(눈 끔벅..) ..이게..다 뭔데요? 여기로 가면.. 저주도 풀 수 있는거예요?

젠 쥰페이 :아무래도 그런 거 같아요. 오늘 일어난 일들을 보면.. 불로불사의 샘 하나정도는 있어도 이제 놀랄일은 아니죠. (사실상 다른 방법이 있는 거 같긴 하다만..) 산 오를 수 있겠어요?

슌도 하루오 :..그럼요. 방법이..이거 하나뿐이라면.. 가야죠. ..제가 어떻게 하면.. 되는 건데요?

망각의 샘물을 마신다면

분명히 모든 걸 잊을 수 있겠죠.

이 여름의 풋사랑마저 그럴 것입니다.

기억하지 못하는 상대를 사랑할 수는 없을 테니,

주문 또한 중간에 파기될 것이고요.

그렇다면 전부……

없던 일이 됩니다.

이미 굴러가기 시작한

운명의 수레바퀴를 멈출 수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버려진 기찻길에서 나눈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지금 우리는 서로의 인생을 바꿀

선로의 교차점에 서 있으니까.

굴러가기 시작한 바퀴를 멈출 수 없다면,

그래서 그 끝이 잘못된 종착역이라면,

선로를 바꿔야 합니다.

해야 할 일이 명확해지는 가운데

쿵쿵,

심장은 여전히 뜁니다.

젠 쥰페이 :...하루오, 당신은 지금 그 모습이 싫죠? 만약..나랑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도 괜찮을 거 같아요?

슌도 하루오 :.. 지금 모습이 싫다기보단.. ..이대로 가면. ..우리 둘 다 죽고 말테니까요. (주름진 손을 만지작 거리며 한탄에 가까운 한숨을 내쉰데. 이어지는 네 물음엔 의아하단 표정으로 고갤 들더니) ...갑자기 그런건 왜 물어요?

젠 쥰페이 :그렇긴.. 하죠. 몇십년을 송두리째 빼앗겼으니까.. (바닥에 시선이 머물렀다가 결국 끝까지 말을 안 해주는 것으로 결정한다. 입가엔 주름과 함께 미소를 띄웠고) 그냥, 궁금했어요. 별 거 아니에요. 그럼.. 가볼까요. 샘을 마시면, 둘 다 젊어질 수 있다니까. (네게 손을 내민다. 곧 잡지도 못 하는 손이라..)

슌도 하루오 :(물끄러미 널 바라본다. 제게 내밀어진 손과 널 번갈아보더니 쉽게 잡지 못하고) ... ...(한참 입을 달싹이며 망설이다) ... 그럼, 방금.. ..접었던 그 종이는 뭔데요. ..저도 보여주시면 안 되는.. 건가요?

젠 쥰페이 :...왜,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눈을 데굴 굴린다.) 저 못 믿어요? 중간에 주문을 파기하면.. 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그 남자가 그만큼 늙는다고 써있어요. 우리한테 주문을 파기하는 방법은 이 샘물 뿐이고... 정말 그 내용이 다예요. (설득 굴려봐도 되나요?)

가능합니다.

젠 쥰페이 :

설득
기준치:	60/30/12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슌도 하루오 :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하루오의 태도는 완고합니다.

슌도 하루오 :..그 뿐이면, 저한테도 보여주면 됐잖아요. ...알아요? 지금.. 쥰페이는.. ..꼭 날 못믿는 사람 처럼 보여요. ..왜 숨기려하는건데. (이런 상황이잖아요. 말 끝을 흐리며 말했다.)

젠 쥰페이 :...보여줘도, 샘은 꼭 가준다고 약속해줘요. (마음이 약해져 어쩔 수 없이 네게 아까 접었던 종이를 건넨다.) 미안해요, 내가 속인 건 아니지만.. 우린 진짜로 사랑한게 아니었어요.

종이를 흝어보는 하루오의 얼굴은

그사이 한 폭 더 늙은 모습입니다.

노인이 되기 직전의 얼굴.

머리카락은 빛이 바래 희끄무레한 색을 띱니다.

깊어진 주름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이토록 재촉하고 있는데.

그래도 가슴에서 일렁이는 것은 사랑입니다.

비상식적인 사랑은 이성을 잡아먹고

목숨을 갉아먹으며

이미 이만큼 자라 버렸습니다.

마지막 정신력 판정

젠 쥰페이 :

정신
기준치:	55/27/11
굴림:	68
판정결과:	실패

당신과 함께라면 죽어도 좋아.

말도 안 되는 거 아는데,

자꾸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 사랑을 포기할 바엔 목숨을 버리겠노라고.

세기의 사랑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러나 먼저 말하는 건 하루오입니다.

슌도 하루오 :..저기,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믿어요?

나는.. 믿어요. 이 여름에 더워 죽겠는데도, 우연히 당신과 손이 닿았을 때..

정말 놓기 싫었거든요.

... 있죠, 아주 멍청하고.. 바보 같은 질문을 할게요.

..우리, 또 서로에게 반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서로에게 첫눈에 반할 확률을 구하시오.

이성적인 답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0에 수렴할 겁니다.

그 많은 사람 속에서 어떻게 우리가

서로를 발견하겠어요.

발견한들 또다시 손을 스치겠어요?

손을 스친들 다시 한번 가슴이 설레겠어요?

전부 잊어버린 후

다시 반할 확률은 더 낮습니다.

이 한 번도 기적이 아니라

악당의 수작이었는데,

두 번이 가능할 리가 없습니다.

하루오와 쥰페이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젠 쥰페이 :나도 그래요, 살면서 다시는 이 감정을 느끼기 어려울 거예요. 비 속에서 몸을 적시고 셔츠가 달라붙는데 기분이 나쁘지 않았어요. 그 무더운 여름에도 하루오와 붙어다니고 싶었고.. 또,.. (줄줄 읊다가 문득 정신이 들었다.) ..당신이 천천히 늙어가는 모습을 보고싶었는데.. 어쩔 수 없죠. 하루오가 못 하더라도, 내가 다시 첫 눈에 반해볼게요. 자신 있어요. (다시 네게 손을 내민다. 부디 네가 거절하지 않기를 바라며)

슌도 하루오 :.. 저는.. (그만 눈물이 차 파르르 떨리는 입가를 어쩌지도 못하고. 결국 뺨을 타고 물줄기가 흐른다. 손으로 제 눈가를 문지르니 빼앗긴 세월이 더 선명히 느껴졌다. 킁, 코까지 훌쩍이며 조금 뭉개진 발음으로) ..저는, 정..말로.. ..쥰페이를 좋아하게 된.. 줄 알았는데. ..정말로. 이렇게 뭔갈 사랑해본게 처음이었어요. 그게.. ..내 자의가 아니었단게 너무. 화가 나고. ..서,서럽기도 해서.. (몸을 움츠리며 말했다. 아, 이런 모습을 보이기 싫단 이 마음도 내 것이 아닌데.) ... (남은 한 팔을 뻗어 네 손을 꾸욱 맞잡는다. 미안해요. 낮게 읊조리기도.)

우린 이 사랑을 기꺼이 잊겠다 다짐합니다.

호텔 스미스를 나서면

저 너머로 뉘엿뉘엿 노을이 지고 있습니다.

사랑보다 붉은 해가 바다로 투신합니다.

모든 불씨가 꺼지면

잿더미와 같은 밤이 올 겁니다.

서둘러야 합니다.

바스락, 바스락.

나뭇잎을 밟는 소리를 내며

두 개의 걸음이 나란히 걷습니다.

찌르르, 찌르르,

풀벌레가 먼발치에서 울어댑니다.

귓가에 이명이 도는 것 같습니다.

함께 걷고 있을 뿐인데

심장이 요란하게 뛰기 시작합니다.

쿵, 쿵, 쿵, 쿵.

누구의 것이라고

구별할 수 없는 박동이 교차합니다.

손을 잡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잡아서는 안 된단 생각이 듭니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것처럼

손을 맞잡았음에도 허전하게 느껴집니다.

산길을 걷습니다.

올라갈수록 인기척은 줄고 나뭇잎만 무성합니다.

세계에 덩그러니 둘만 남은 것처럼.

얼마나 걸었을까,

정상에 다다랐는지 평평한 공터가 펼쳐집니다.

이미 와본 곳입니다.

풀꽃과 잡초가 전부인 그곳에,

두 그루의 나무가 나란히 서 있습니다.

손을 잡은 두 사람처럼 사이좋은 나무입니다.

언젠간 그 모양이 우리 같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감상적인 생각은 그만둡시다.

갈 길이 바쁘니까요.

젠 쥰페이 :(숨을 짧게 내뱉는다. 평생 잘 안 울던 울음보가 터질것만 같았다. 이별을 앞둔 이 서글픔도 결국엔 다 가짜이니까.. 네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뛰는 이유 또한 다 거짓이고. 그러한 생각을 하면 할수록, 눈시울이 붉어지는 기분을 느낀다. 네쪽으로 고개를 차마 못 돌리고 입만 연다.) 저 나무에서 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가 있는 방향으로 74걸음, 거기서 다시 거문고자리의 베가가 있는 방향으로 74걸음을 걸으면 샘이 나온대요. 할 수 있죠?

슌도 하루오 :(저를 돌아보지 않은 이유를 안다. 그야.. 지금 그에게 섭섭함을 느끼는 것도. 아쉽다 느끼는 것도. 전부 거짓된 마음이니까. 그 역시 나와 지금 같은 감정을 느낄테니. 탓할 생각은 없었다. 여전히 조금 물기어린 목소리로) ... 그럼요. ..쥰페이.. ...아니, 젠 씨도. ... 헷갈리지 않게.. ..잘 가봐요 우리..

연리지에서부터

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가 있는 방향으로 74걸음,

거기서 다시

거문고자리의 베가가 있는 방향으로 74걸음

다시 한번 길을 되새기며

발걸음을 옮깁니다.

걷는 동안 길인 곳과

길이 아닌 곳이 번갈아 등장합니다.

74걸음을 우선 걷자,

커다란 바위가 보입니다.

부러 조각한 것도 작정하고 세워둔 것도 아닌데

비석처럼 우뚝 서 있습니다.

얼핏 보면 독수리를 닮았습니다.

거기서 다시 74걸음을 걸으면…….

젠 쥰페이 듣기 판정

젠 쥰페이 :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물소리가 들립니다.

젠 쥰페이 :...다 왔나봐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네게 말을 건넨다.) 있잖아요, 슌도 씨, 마시기 전에 딱 한 마디만.. 내게 말해주면 안 될까요?

슌도 하루오 :(들려오는 물소리에 먼저 손을 놓습니다. 결코, 더 이상 심장이 뛰지 않는다거나. 그런 이유는 아니었고. ..그저 마음의 정리를 해두어야 할 것만 같아서.) ... (묵묵히 네 뒤를 따르다 문득) ..무슨 말..이요?

젠 쥰페이 :정말.. 말도 안 되는 말이지만, 사랑한다고 해주면 안 될까요. 이게 다 거짓이긴 해도 우리 이틀동안 꽤 좋은 연인이었잖아요.. (아주 조금은 물기 어린 목소리를 내비추며 말끝이 떨렸을지도 모른다. 사랑의 비극이 옮아버렸구나. 이 사랑은 행운이 아닌 저주가에 가까우니까.)

슌도 하루오 :.. 아. (이어지는 말들에 애꿎은 제 손등이나 만지작 거리며 입을 다물었다. 시선은 아래로 향하고 잠시 주춤이더니) ... ..비록, 정말 짧은 시간이었지만.. ...고마워요. 제 첫 연인이 되어주셔서. ..이제와서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긴하지만.. ..정말 사랑했어요. ..젠 씨는요?

젠 쥰페이 :... (참았던 눈물이 터지고 아주 약한 눈물 한 방울이 제 볼을 타 흐른다. 닦을 생각이 없는지 그대로 흐르게 내비두었다. 잠시 뜸을 들이더니 파르르 입꼬리가 떨리며 옅은 미소를 짓는다.) 나도요, 정말 많이.. 꿈같이 사랑했어요, 아니.. 아직까지는 여전히 사랑해요. 그렇게 남겨둘게요.

하늘은 창포꽃 색으로 물들었는데,

그 샘은 선명한 새벽이슬처럼 빛나고 있습니다.

푸르스름한 보라색을 띤 제비꽃이

샘물을 마시고 모든 걸 잊은 채

생생히 피었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피어난 꽃송이가

들판에 널려 있습니다.

샘의 근처엔 제비꽃만 무성합니다.

목을 축이는 동물도 수면에 발을 담근 식물도 없습니다.

한 모금 마시면 제비꽃 향기가 나고

사흘의 피로를 잊게 된다.

샘물을 두 모금 마시면 장미꽃 향기가 나고

삼 년의 피로를 잊게 된다.

샘물을 세 모금 마시면 라일락 향기가 나고

삼십 년의 피로를 잊게 된다.

고작 한 모금이면 됩니다.

선택까진 한 걸음 남았습니다.

젠 쥰페이 :(고민할 것도 없다. 네 젊음이 안타까워. 겨우 나 하나 때문에 그렇게 죽음에 다다르게 할 수는 없었다. 나는 너만 있어주면 된다지만..) (한 모금 더 떠서 마신다.)

...

호텔 스미스에서의 세 번째 아침이 밝았습니다.

눈을 뜨면 옆자리엔 아무도 없습니다.

당연합니다.

휴가를 맞아 홀로 훌쩍 떠난 여행길이었는 걸요.

체크아웃을 위해 짐을 정리하다 보면

이상한 점을 눈치챕니다.

컵도 포크도 그릇도

두 개씩 사용했던 흔적이 있거든요.

혼자서 2인분이나 먹어 치웠던 걸까요?

지난밤에는 제법 배가 고팠던 걸지도 모릅니다.

잠에서 덜 깬 탓인지

휴가 내내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이 모호합니다.

호텔이 너무 편안해서

사흘 동안 꼬박 잠만 잔 것 같습니다.

해바라기밭이 유명하다고 했는데…

…. 바다도 있고, 산도 있고,

음식도 맛있고…

불꽃놀이가 아름다웠다고.

…. 그러나 어째선지 아쉽지는 않습니다.

음, 그러게요. 이게 제일 이상했어요.

프론트에 들려 키를 반납하면

직원이 웃는 얼굴로 묻습니다.

직원: 즐거운 여행 하셨어요?

모르는 분과 방을 쓰느라 많이 불편하셨죠. 그래도 다행이에요. 마지막 날에넌.. 방이 비어서.. 기차를 오래 타야 하는데, 잠자리가 불편하면 안 되잖아요.

참 이건 사과의 의미로 드리는 1박 티켓이에요. 다음에 또 이용해 주세요!

모르는 사람과 방을 썼다니,

정말로 기억에 없는 일입니다.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젠 쥰페이 :..네? (얼떨떨하게 1박 티켓을 받아든다. 워낙 싫은 기억은 빨리 잊는 탓이라 그런가. 그렇다고 이 짧은 시간에.. 어지간히 싫은 상대였나보다. 이상한 기시감을 느끼지만 인상을 찡그릴 뿐.) ..저 3일 내내 호텔에만 있었죠? (직원에게 넌시시 물었고)

직원: ..네? 그.. 같이 쓰시던 분이랑.. 자주 나다니시지 않았나요?

먼저 체크아웃한 분도 기억하지 못하시던데...

말하고 싶지 않으신 거라면

그러셔도 된다고,

직원이 말꼬리를 흐립니다.

기다란 종이봉투에 담긴 티켓을 건네받습니다.

기차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호텔 스미스에서 나오면 어딘가 다른 공기가 느껴집니다.

높이 매달린 시계의 시침이

막 10에 다가가고 있습니다.

오전 10시 30분 기차니 넉넉할 것 같습니다.

고개를 들면 흰 뭉게구름이

양 떼처럼 뭉쳐 다니는 하늘이 보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제 갈 길을 찾아 떠납니다.

다행히 쥰페이가 묵은 호텔 스미스는

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입니다.

좀 덥지만, 습하진 않아서

걷기도 괜찮은 날씨죠.

울퉁불퉁한 좁은 도로를 따라 걸으면,

삐걱거리는 낡은 역사가 보입니다.

출발할 때 돌아오는 차편까지 예매해뒀으니

시간이 넉넉합니다.

표를 확인하려고 주머니에 손을 넣으면,

빳빳한 기차표와 함께 작은 종이가 딸려 나옵니다.

젠 쥰페이 :(작은 종이를 확인합니다.)

..사진?

뒷면을 살펴보니 처음 보는 주소가 적혀있습니다.

사진 속의 인물들은 역광이 진 탓에

얼굴을 알아볼 수 조차 없네요.

왜 이런걸 갖고 있는건지.

젠 쥰페이 :(눈살을 찌푸리며 사진을 이리저리 살핀다. 다른 고객의 물건과 섞였나? 귀찮아졌네.. 한숨을 푹 쉬며 주소를 뚫어지게 쳐다보았고 이 사진의 주인인가 싶었다. 분실이 될 줄 알고 적어둔건지.. 가져다줘야 하나, 싶어했다.)

덜컹, 덜컹, 덜컹.

기차가 떠나는지 바닥까지 흔들립니다.

왠지 신경 쓰입니다.

어쩐지 낯익은 사람이란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같은 방을 썼다던 그 사람?

왠지 마음이 싱숭생숭하게 흔들립니다.

그래도 인제 와서 찾을 방법이 있을 리 없습니다.

이미 타달린을 떠났다고 했으니까요.

싱숭생숭한 마음을 갈무리하고

역으로 내려가면

평범한 기차역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이미 들어온 기차가

출발할 준비를 마치고 있습니다.

쥰페이의 기차는 이다음 차편입니다.

사람들은 바삐 짐을 싣고

몸을 태우며 떠날 준비를 합니다.

역무원이 사람들이 다 탄 것을 확인하고

기차의 옆면을 두들깁니다.

그때, 누군가 역의 계단을 시끄럽게 뛰어 내려옵니다.

슌도 하루오 :잠시만요! 저 탈 거예요!

그러나 기차는 이미 출발했습니다.

놓친 캐리어만 부서질 듯 계단을 구릅니다.

설상가상으로 입구가 열려

팸플릿, 기차표, 열쇠나 자잘한 소지품이

이리저리 쏟아져 엉망이 되고 맙니다

그리고 하필이면 쥰페이의 발치에 굴러옵니다.

젠 쥰페이 :(기차를 탄 후에도 사진을 살피고 있었다. 시선이 전환된 것은 누군가의 소지품이 제 발치를 굴려다녀서. 사진에서 자연스레 자잘한 소지품들로 향해진다. 그러고는 다급해하는 남성의 것이겠거니 싶어 한숨을 푹 쉬며 허리를 숙여 소지품들을 주우러 팔을 뻗는다.)

물건을 주우며 쫓아오던 그가

시선을 듭니다.

당연한 순서로 쥰페이와 눈이 마주치고…

… 강렬한 기시감을 느낍니다.

그다음 말이 나온 건 아주 자연스러운 순서였습니다.

우리 어디서 본 적 없어요?

예측불허의 운명은

폭풍처럼 우리를 휩쓸고 지나갑니다.

우리가 어디에 있더라도.

1960. 06. 29, 타달린 기차역에서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운명을 시작하며

END 2. 예측불허 운명론

하루오, 쥰페이 생환.

두 사람은 다시 만납니다.

하루오가 기차를 놓친 탓에 돌아갈 때도 함께 가야겠네요.

이번에는 심지어 옆자리입니다.

우리가 서로에게 다시 반할 확률을 구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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