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슌] 종의 기원

슌도 하루오: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　1d3 판정　✷

슌도 하루오:

rolling 1d3

(

)

이성 1 감소

슌도 하루오:(소스라치게 놀라 몸이 절로 퍼뜩였다. 새어나오지 못한 목소리를 억누르며 시체의 얼굴을 천천히 확인한다. 어떤 사람이지?)

✷　이어서 관찰 판정　✷

슌도 하루오: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자다 깨서 이게 무슨 봉변인지...

시야에 들어오는 게 있을 리가 없습니다.

누구였더라...

슌도 하루오:(식은땀이나 겨우 닦아낸다... 주변을 살피며 목소릴 높였다.) 거, 거기 아무도 없어요? 저기요! 여, 여기 사람이....

정적을 깨는 하루오의 목소리와 동시에 노크 소리가 들립니다.

곧 방의 문이 열리고 시종들이 하나 둘 들어옵니다.

...

하녀장: 이게 어찌 된 일이래요...

상황은 어이없을 정도로 금방 수습됩니다.

슌도 하루오:...아무도 원인을 몰라? 사람이 저렇게... 그것도 내 방에서 이런 일이 생겼는데? (따지듯 묻는다.)

하녀장: 죄송합니다. 저희도 상황 파악을 하고 있는 중인지라... 많이 놀라셨죠. (당신의 안색을 살피는가 싶더니 누군가가 부르자 곧장 그곳으로 달려간다. 겉치레에 불과한 행동...)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뺨을 짚은 하녀장은 제 4 후계자의 시체가

제 5 후계자의 침대 캐노피 위에서 발견되었다는 사실이 소문나지 않도록 입단속을 단단히 하지만, 그렇게 쉽게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종들의 입은 쉴 틈 없이 움직이며 말을 옮기니까요.

벌써부터 종들의 시선이...

하루오는 넘어진 꼭두각시처럼 늘어진 시체가 수습될 동안 나가 있어야 합니다.

슌도 하루오:(아침 인사로는 정말 최악이다. 하얗게 질린 안색을 진정하려 손등으로 제 뺨을 눌러대길 몇 번. 애써 시선을 무시하며 방 밖으로 나선다.)

참혹한 현장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선선한 가을바람에 흔들린 앙상한 나무가 힘없이 창문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딱, 딱,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마른 가지가 유리창에 기대올 때마다 긴 그림자가 집니다.

당신은 긴 복도를 걷습니다.

사실, 이러한 피 비린내는 이것으로 네 번째입니다.

살아남은 후계자는 당신밖에 없습니다.

핸드아웃 : ‘작은 사제’ 연쇄 살인 사건

창백한 시체가 당신에게 고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 도망칠 곳은 없다고...

슌도 하루오:윽... (이걸로 네 번째야... 불안한 손끝을 툭, 건드려가며 복도를 거닐었다. 후계에 큰 욕심도 없을 뿐더러... ....살인이라니! 바라긴 당치도 않을 일들이다. 울렁이는 속을 달래기 위해서 황급히 걷는 속도를 올렸다.)

딱, 딱...

젠 쥰페이:작은 사제님.

소리의 근원은 바람이 아니었습니다.

언제 나무를 타고 올라왔는지,

마른 가지에 걸터앉은 사람이 하루오와 가까운 창문에 대고 노크합니다.

목가가 조금 닳은 시종복에 스치듯 닿는 머리카락에 시선이 머물다 떠나갑니다.

좋든 나쁘든, 여전히 타인의 이목을 끄는 외양입니다.

젠 쥰페이:안 들리세요? (입가를 벙긋하며 귀를 가리키는 제스처를 취한다.)

슌도 하루오:(동그랗게 뜨인 눈이 그를 향한다. 다급히 가까이 서더니) ...위, 위험하게 왜 이러고 있어! (창문을 열어주었다.)

쥰페이는 하루오가 창문을 열면 태평하게 실내로 발을 밀어 넣습니다.

젠 쥰페이:계단에 인파가 몰려서요. (제대로 서자마자 들고 있던 외투를 네 어깨 위에 걸쳐 주고는) 아침 아직이시죠? 갓 구운 사과 파이를 얻었습니다. 먹으러 가요.

슌도 하루오:(추스리듯 걸쳐진 외투를 매만진다. 시선이 떨어지듯 바닥을 향하더니 조금 주저하듯 말했다.) ...응. 기왕이면 사람이 적은 곳이면 좋겠어. (속이 안 좋거든. 나직이 덧붙인다.)

젠 쥰페이:소식 들었습니다. 이본 작은 사제님에 관해서요. (걸음을 떼어 본다. 네 방을 치우느라 바쁜 지금은 어딜 가든 적막일 테다. 대강 멀리 떨어진 곳으로 향한다.)

(품에서 사과 파이를 감싼 천을 꺼내고 네게 건네며) 제가 무언가를 주웠는데, 사건이랑 관련이 있을지 모르겠군요. 한 번 보시겠어요?

아무래도 캐노피 위의 시체 이야기는 하녀장의 입단속에도 불구하고

결국 말단 중의 말단인 쥰페이의 귀에까지 들어갔나 봅니다.

슌도 하루오:(건네받은 파이를 베어물었다. 평소였다면 한없이 단 맛만을 즐길 수 있었을텐데. 통 그렇지 못함을 느꼈다.) ...입 단속을 하는 의미가 없는 것 같아. (목소리에 참담함이 묻어난다. 가만 그를 지켜보더니) ...어떤건데?

바스락, 파이의 겉껍질 부스러기가 카펫 위로 떨어집니다.

쥰페이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에 돌돌 말린 무언가를 꺼냅니다.

유심히 살펴보면, 그 손수건은 군데군데 산딸기 색으로 조금 젖어있습니다.

젠 쥰페이:아까 정원에서 주웠습니다.

슌도 하루오:주운거라고? (의아한 투로 물었다. 손수건 속의 물건을 살펴본다.)

손수건을 열자, 놀랍게도 그것은 손잡이 부분에 화려하게보석이 박힌 단검입니다.

예리한 날에는 척 봐도 혈액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틀림없습니다.

흉기입니다.

이 단검은 하루오에게도 익숙합니다.

온갖 진귀한 보석을 박아넣고 예리하게 제련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제사용 단검입니다.

예술과 아름다움을 미덕으로 여기는 이 성에서도 손꼽히게 중요하게 여기는 물건인 만큼,

복제품일 리가 없습니다.

흉기를 지닌 시점에서 쥰페이가 의심 살만한 상황입니다. ..

슌도 하루오:... (흉기를 마주하니 조금 전 봤던 얼굴이 다시 떠오르는듯 했다. 절로 인상이 찌푸려지다가도 한편으론) 너, 너 이거 나 말고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진 않았지?

젠 쥰페이:(여상한 낯으로 고개 끄덕인다.) 예, 아직은요. 이걸 누구에게 전달해야 할지 모르겠어서요. 저도 처음에는 놀랐습니다. 날이 피범벅이었거든요.

슌도 하루오:(시선이 이리저리 구르는 게, 초조함이 여과없이 드러난다.) ...이, 이런걸 갖고 있으면 네가 의심을 살 수도 있잖아! 나는 그래도 네가... (입이 달싹인다.) ...그런 오해는 안 샀으면 좋겠어...

젠 쥰페이:(별 걱정을 다 하는군.. 속으로 중얼거리며 숨을 작게 내쉰다.) 오해 살 이유 없습니다. 의심 받을 행동을 한 적도 없고요. (다시 검을 손수건으로 덮고 덧붙인다.) 그리고 은닉하면 그건 그거대로 더 수상해지는 것 아닙니까? 저는 떳떳하니 작은 사제님께서는 스스로의 몸이나 걱정하시길.

슌도 하루오:그래도... (여전히 걱정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나보다. 말끝을 흐려가면서도 손 끝이 네 소매 자락을 당기곤 했다.) ...어떻게 생각해? 다른 후계자들 처럼... 나도 살해당하게 될까...?

젠 쥰페이:(당기는 손 끝을 바라본다. 겁에 많이 질린 상태인가? 네 얼굴에 다시금 시선 둔다.)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게... 최우선이겠죠. (다른 확답은 못 내놓는 상황.)

호신용으로 가지고 있으실래요? (네 방에서 죽였을 지도 모르는 검을 내민다. 입꼬리를 살짝 당겨 웃었으나 농담을 할 위치는 아니다. 그렇다고 비웃을 위치도 아닌데... 비추어진 것은 후자에 가까워 보인다.)

슌도 하루오:(하얗게 질린 낯이 더욱 어둡게 보인다. 방금 먹었던 달콤한 애플파이의 잔향이 역겹게 느껴진다.) ...윽. 끄윽. (듣기 흉한 앓는 소리. 두 눈을 질끈 감은채 몸을 웅크렸다. 믿는 친우의 행동에 악의를 찾기란 어렵기만 해서... 세차게 고갤 저었다.) ...시, 싫어. 그거, 내 앞에서만 안 보이게 해줘...

젠 쥰페이:...미안합니다. (무덤덤한 말투로 사과하고는 외투 안 주머니에 넣는다. 웅크린 네 모습을 지켜보다가 한 박자 늦게 네 등을 두드려 준다.) 저는 심부름 받은 게 있어서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최대한 다른 시종들과 계세요.

슌도 하루오:(안 가면 안 돼? 목 끝까지 차오르는 말을 애써 참아낸다. 주먹만 쥐었다 피길 몇 번.) 미안... 너무 오래 붙잡아뒀지. (수긍하듯 끄덕인다.) 알았어.

쥰페이는 복도를 지나 하녀장이 시킨 잔심부름을 하러 갑니다.

쥰페이의 뒷모습을 본 하루오는 미약한 위화감을 느낍니다.

시트를 적시는 혈액처럼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이런 때에도 식사를 알리는 종이 울립니다.

슌도 하루오:(물끄러미 그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가기 싫다... 짧은 한숨과 함께 못된 마음은 묻어 놓는다. 천천히 식당으로 향한다.)

...

식사하기 위해 내려가던 도중, 하루오는 37명의 신도들과 만납니다.

많다..

그들은 하나같이 정신을 잃을 것처럼 슬퍼하며 당신의 건강을 염려합니다.

슌도 하루오:(체할 것 같다.............)

신도: 부디, 몸조심하세요.

신도2: 슌도 님까지 잃는다면, 저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슌도 하루오:...네에. (선뜻 '괜찮을거란' 이야기가 나오진 않았다. 이걸로 벌써 네 사람이 죽었는데도. 마땅한 보호도, 해결도 되지 않았으니까.) ... 교주님은 따로 말씀 없으셨나요? (겉치레를 차렸다.)

신도: (네 한 마디에 은총이라도 받은 양 안색이 조금은 밝아진다.) 저희도 잘... 식사 시간이라 만나 뵙기 어렵거든요. 아, 슌도 님도 점심을 드시러 가는 길이었지요?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걱정이 되어서...

슌도 하루오:(신도의 반응에 어떠한 책임감을 느낀다...) ...혹시나 싶었어요. (너무 염려치 말라고, 꼭 어린 아이를 달래는 투로 말했다.) 저는 괜찮으니까... ...다른 분들도 잘 추스리셨으면 해요. (애써 미소를 지으며 자릴 피했다.)

신도들은 끝까지 고개를 숙여 인사합니다.

무언의 답답함을 느끼며 식사를 하러 걸음을 옮깁니다.

...

▌ 1일 차 (낮)

점심 식사는 여러 부분에서 평소와는 달랐습니다.

테이블에 감도는 무겁고 음울한 분위기는 가실 줄을 모르고,

교주와 가장 가까운 자리는 네 자리나 비어있습니다.

자리에 앉은 하루오의 아버지, 교주 라인홀트는 잔을 들어 낮은 목소리로 장례사를 읊습니다.

라인홀트: 우리 곁을 떠난 이본은 충실한 작은 사제로, 신의 사랑을 받아 신과 인간의 다리를 잇는 중개자가 될 수 있는 자였습니다.

그 말을 들은 여러 간부가 낮은 목소리로 슬퍼하며 동조합니다.

당신은 제 몫의 접시를 물끄러미 살펴봅니다.

먹음직스러운 빵과 수프, 그리고 큼직하게 썬 고기는 서서히 식어갑니다.

허기가 심해질 무렵에서야 장례사가 끝납니다.

일제히 식기를 놀리는 그때, 누군가가 하루오의 손을 제지합니다.

슌도 하루오:(흠칫 놀란 표정으로 잡힌 손을 바라본다.) ...? 누구...

하녀장: 잠시.

하녀장입니다.

하녀장: 작은 사제님, 식탁으로 나르는 과정에서 은식기로도 감별하기 어려운 독이 사용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젠 쥰페이에게 기미 시키겠습니다.

그런 하녀장의 뒤로 몸에 맞지 않는 재킷을 걸친 쥰페이가 보입니다.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까닥입니다.

자신의 이름을 불리자 냉큼 한 걸음 내딛는 게, 독의 위협은 개의치 않는 눈치입니다.

슌도 하루오:너... (무심코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불안한 시선이 주위를 흝던 것도 잠시. 곧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를 지켜볼 뿐이다.)

라인홀트: 아니.

그러나, 하녀장의 시도는 한 사람에 의해 제지당합니다.

바로 라인홀트입니다.

하루오와 쥰페이가 있는 자리에 시선을 둔 그는 진중한 미소를 지으며 쥰페이 옆에 선 다른 견습 하인에게 시선을 둡니다.

라인홀트: 쥰페이는 제 식사를, 슌도의 식사는 이즈렐이 기미하도록 하죠.

아무도 내색하지 않았지만, 잠시 공기가 얼어붙습니다.

여태까지 교주가 위협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누가 봐도 쥰페이를 걱정하고 아끼는 듯한 태도는 그를 둘러싼 이상한 소문에 힘을 실어줄 뿐이고,

그 또한 그걸 알고 있을 텐데…….

라인홀트는 속을 읽기 어려운 표정으로 쥰페이에게 손짓합니다.

하루오의 어깨 뒤까지 와있던 쥰페이는 머뭇거리다 라인홀트의 곁으로 갑니다.

하루오의 수저 안으로 이즈렐의 얼굴이 일그러진 채 비칩니다.

음식에 독은 없었습니다.

다만, 식사가 어떤 맛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슌도 하루오:(입 안에서 씹었던 것이 빵이었는지, 고기였는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라 해도... 어떤 맛도 즐기지 못했을거란 확신이 든다. 속만 버렸어. 식기를 아무렇게나 내려두곤 자릴 피하듯 일어섰다.) 잘 먹었습니다...

...

식사가 끝나면, 하루오의 앞으로 하녀장이 다시 한번 찾아옵니다.

연쇄 살인 사건에 관해 마을의 자위대와 성내에서 자체적으로 조사 중이며,

하루오는 중요한 참고인이므로 간부들에 의해 호출받았다는군요.

하녀장: 지하실로 안내하겠습니다.

슌도 하루오:(저 또한 사건에 대해 아는 것은 없지만... 그 마음을 모르진 않아서 얌전히 뒤를 따랐다.) ...다들 많이 모여 계신가요?

하녀장: 저도 안내만 지시 받아서... 아마 조사원 분들이 여럿 계실 겁니다.

이야기를 들은 당신은 지하실로 내려갑니다.

...지하실은 지하 감옥과 창고를 비롯해 하루오가 올 일이 적은 용도로만 사용되어 익숙지 않습니다.

햇볕이 들지 않는 탓에 괜스레 오한이 듭니다.

지하층의 두 번째 나무 문을 열면,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긴 탁자가 보입니다.

검은 면사포를 쓴 간부 넷과 몇몇 조사원,

그리고 라인홀트가 당신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슌도 하루오:(꾸벅 몸을 숙여 가벼운 예의를 차린다. 긴장한 탓에, 조금 뻣뻣한 움직임으로) ...부르셔서 왔습니다.

간부들의 시선은 기이합니다.

착용한 미사보 때문에, 그 너머의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라인홀트는 기이한 소문과는 별개로 자식에게 다정한 성격입니다.

아내를 일찍 여의었으나 새로운 반려를 들이지도 않고, 종교와 하루오에게 집중했으니까요.

혹여나 유일한 자식인 하루오까지 괴한에게 살해당하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되어 밤잠을 설치고,

경비를 두 배로 늘렸습니다.

라인홀트: 그래, 이렇게 불러내서 미안하구나.

...하루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가르쳐주겠니?

긴 탁자의 끝에 앉으면 하루오의 앞에 따뜻한 차가 한 잔 놓입니다.

슌도 하루오:(시린 추위가 가시는 듯 하다. 놓인 잔을 매만지며 그 온기를 느낀다.) 무슨 일이라고 하셔도... (입을 우물거리길 몇 번.) ...저도 잘 모르겠어요. 평소처럼 눈을 떴을 뿐인데, 일어나보니 시, 시체가.... (맺지 못한 말을 더듬는다.)

...그게 다예요. 밤에도, 어떤 기척도 못 느꼈어요... (고게를 푹 숙였다.)

조사원: 그렇군요. (열심히 손을 움직여 네 진술을 받아 적는다. 그러다 잠시 멈칫... 곧 간부에게 상체를 기울이며 속닥인다.) 이상합니다. 분명...

✷　듣기 판정　✷

슌도 하루오: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조사원: 이본 작은 사제님께서는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방에서 살해 당했습니다. 살해 방식도 모두 같고... 분명 문이 잠긴 채였고, 호위까지 붙은 상태였잖습니까. 조사해보니 호위 역시 살해 당한 조짐이 보이고요. 하지만 이번에는 창문이 열려 있었으니... 역시 살인자는 창문을 통해 드나들었던 걸까요.

창문을 통해 나오거나 은밀행동 판정을 통해 호위를 따돌릴 수 있습니다.

슌도 하루오: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시체를 끌고 창문으로 드나드는 게 가능한가?

그런 의구심이 듭니다.

슌도 하루오:(괜스레 목이 타 차를 한 모금 입에 머금는다. 생겨난 의구심을 말해도 괜찮은 걸까? 한참을 망설이더니) ...작은 사제님이 제 방에 들어오셨던걸까요?

조사원: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추측 중입니다.

하루오는 물러나도 좋다는 허락을 받습니다.

슌도 하루오:(영문을 모르겠다. 고개가 느리게 기울더니 가벼운 목례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떠나기 전, 라인홀트가 하루오에게 말합니다.

라인홀트: 무사해서 다행이구나. 부디 몸조심하거라.

당신은 사람들의 한숨을 등지고 계단을 올라갑니다.

군데군데 이끼가 자라난 돌계단을 짓밟고 복도를 거닐다 보면 문득 창밖으로 시선이 꽂힙니다.

커다란 정원 가위를 든 쥰페이가 정원 일을 돕고 있습니다.

분위기는... 글쎄요.

쥰페이가 원래 말이 많은 성격은 아니었죠.

쥰페이의 곁에 있던 또래 견습 하인이 농담을 던지는 것 같습니다.

슌도 하루오:(물끄러미 그를 내려다보더니 창문을 열었다.) 무슨 이야기 중이야? (부러 밝은 목소릴 높여 외친다.)

문득, 쥰페이는 들려오는 목소리를 따라 창문 쪽으로 몸을 돌립니다.

젠 쥰페이:(너와 시선이 다시 마주치자 인사한다. 견습 하인에게 뭐라 말하더니 네쪽으로 가까이 걸어오기까지 한다.) 싱거운 농담을 들었습니다. 자리를 피하고 싶었는데 마침 잘 됐군요. (...)

그보다, 잠깐 괜찮으세요? 제가 아까 이상한 걸 목격해서요. (또...)

슌도 하루오:친구 아냐? (즐거워 보였는데... 중얼거리더니 이은 네 말에 눈을 깜빡인다.) ...

(억지로 네 팔 사이에 제 팔을 끼워넣더니, 구석진 곳으로 끌고간다.) ...이, 이번엔 무슨 이야길 하려고....

젠 쥰페이:(친구는 무슨. 코웃음 살짝 치고 대답 않은 채로 얌전히 따라 간다. 목소리를 살짝 낮춘다.)

살인 사건의 증거를 잡은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은 일을 하고 있어서 빠져 나가기 어렵지만... 소등 후가 좋겠군요. 범인을 빨리 잡아야 작은 사제님이 안전해지죠.

슌도 하루오:...다른 조사원들도 못 찾은걸? 네가? (믿기 어려운 이야기다. 그러니까, 상대를 불신해서가 아니라. 상식적인 범주에서... 네게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는 모르겠다. 억지로 끼워 맞췄던 팔은 빠져나가 네 손목만 붙잡는 꼴이 된다.) ...물론 범인이 잡히길 바라는 마음은 굴뚝 같아. 그렇지만... 전에도 말했지. 난 쥰페이 네가 걱정 돼...

젠 쥰페이:(그런 반응이 안 나오면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니 쉽게 수긍하며 넘긴다. 이번에도 잡힌 부분을 물끄러미 보기만 할 뿐이다.) 그러니 함께 가주시면 되는 것 아닌가요. 설마 작은 사제님까지 의심하겠습니까. (요컨대 증인이 되어 달라는 이야기다.)

슌도 하루오:내가? (고개가 기울어진다. 붙잡은 손에 미미한 힘이 들어간다. 간극) ...그렇다면 더욱. 내가 갈 필요까지는 없을걸.

알잖아... 너도. (억센 힘이 네 손목을 붙잡는다.) 아빠가 널 굉장히 아끼는거.

젠 쥰페이:(인상을 조금 찡그렸다가 풀며 손목을 붙들고 있는 네 손을 반대편 팔을 뻗어 덮는다.) 그래도 저는 혹자에 불과하는 종입니다. 이미 조사원들에게 말했으나 저 같은 견습 하인의 말을 들어줄 가치도 없다는 듯 굴더군요.

교주님께는... (잠시 정적. 얼마 못 가 침묵이 깨진다. 친절을 담은 미소를 지으면서.) ...함께 가주세요. 작은 사제님 말고 못 믿겠습니다. (꾸며낸 감정을 싣는다.)

슌도 하루오:그거야 조사원들 이야기고... (위로 겹쳐지는 손등을 바라본다. 종이라 하여도 친우라 생각해온 그의 말에는 뼈아픈 가시가 새겨져있다. 친절하게 웃는 표정을 바라보더니 곧 마지못해 끄덕인다.) ...응. (여전히 꼭 그럴 필요는 없다 느끼지만...) 나도, 아빠한테 말 잘 해볼게.

젠 쥰페이:(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미소를 거두고) 감사합니다. 그보다 꽤 손 힘이 좋으시네요. (이제 놓아달라는 듯 뒤늦게 언급한다.)

슌도 하루오:어? (그제야 눈치를 챈다. 화들짝 놀란 손이 빠르게 떨어졌다.) ...아, 그게. 미안 나도 모르게...

...괜찮아? 자국이 남진 않았고?

젠 쥰페이:(놓인 손을 잘게 턴다. 네 말에 곧장 살피더니 어깨 으쓱인다.) 장갑을 껴서 티가 안 날 겁니다. (구태여 괜찮다는 말은 안 한다...)

아. (뜬금없이 품에서 잘 닦인 블루베리 한 줌을 꺼내더니 네게 내민다.) 여전히 속이 안 좋으실까요.

슌도 하루오:미안... (어쩔 줄 몰라하며 쩔쩔 매는 모습을 보인다. 그마저도 네가 내민 블루베리 한 줌에 그쳤지만) ...응? (물끄러미)

(한 알을 집어 먹는다.) 걱정해주는 거야?

젠 쥰페이:예, 이곳 누구든 작은 사제님을 걱정할 겁니다. (범인을 제외하고...) 그러니 몸 조심 하세요.

...저는 이만 다시 싱거운 농담이나 들으러 가겠습니다. (고개를 까닥이고 빠른 걸음으로 정원으로 돌아간다.)

지나쳐 가면서 소등 후 뵙겠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슌도 하루오:(이런 대답을 듣고 싶은건 아니었는데 말야. 멋쩍게 웃으며 으쓱이곤) 응. 나중에 봐. (가볍게 손을 저어 멀어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어느덧 해가 저물어 갑니다.

의중을 알 수 없는 약속의 시간이 다가옵니다.

...

▌ 1일 차 (밤)

모든 불이 꺼지고 소등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립니다.

하루오는 쥰페이와의 약속을 지키나요?

슌도 하루오:(당연히!!! 지킵니다. 약간 우울한 표정으로.)

어떡해

하루오는 울며 겨자 먹기로 쥰페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램프를 들고 방을 빠져나옵니다.

아주 늦은 시각입니다.

슌도 하루오:(눈 딱 감고!!!!!! 창문을 연다...)

(땅을 본다... 많이 높나?)

창문 근처의 나무를 잘 타면..

어떻게든 될 것 같습니다!

눈 딱 감고 나무도 타나요?

슌도 하루오:(쥰페이도 했으니까 나도... 못 하진 않겠지! 자신감 채우고 탄다!!!)

✷　행운 판정　✷

슌도 하루오:

운
기준치:	60/30/12
굴림:	3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전생에 원숭이라도 됐는지 능숙하게 나무를 타고 아래로 내려옵니다.

쥰페이는 하루오보다 조금 일찍 나왔는지 벽에 등을 기대앉아 무언가 적고 있습니다.

슌도 하루오:(뿌듯...)

젠 쥰페이:...? (빤...) 나무 탄 겁니까?

슌도 하루오:응! 처음 타봤는데, 나 좀 재능 있는 것 같아... (보기 좋게 웃는다. 곧 바로 옆에 붙는다.)

젠 쥰페이:그...렇군요. (떨떠름하게 대답하고는 적던 종이를 구겨 주머니에 넣는다. 일어서서 거리를 조금 벌린다.)

아무튼,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상했던 곳이 여러 군데라 순서를 정해야 할 것 같은데... 작은 사제님이 정해주세요. (이제는 묻지도 않고...)

이어서 쥰페이는「피해자의 방」, 「서재」, 「뒤뜰」 중에서 어느 쪽에 먼저 가볼 것인지 묻습니다.

슌도 하루오:모처럼 나왔으니까... (주위를 살핀다.) 뒤뜰을 먼저 둘러보는건? 흉기도... 밖에서 주운 게 맞지?

젠 쥰페이:네, 정확히는 장미 덩굴에서... (네 손에서 램프를 가져가며 앞장을 선다.) 잘 보면서 걸으세요.

슌도 하루오:(앞서 가는 너와 걸음을 맞추어 따른다.) 응... 쥰페이도 조심해. 어둡잖아.

성의 뒤뜰은 정원 중에서 유일하게 관리가 잘 안 되는 곳입니다.

젠 쥰페이:...일부러 정원 일을 소홀히 한 건 아니에요. (굳이 해명을 하며 엉긴 덤불을 대충 제친다.)

두 사람은 울퉁불퉁한 지면 앞에 도착합니다.

슌도 하루오:이런 것 까지 나무랄 생각은 없는걸. (무엇보다 잘 오지 않는 곳이기도 했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곤 울퉁불퉁한 지면을 바라본다.)

이것도... 관리 소홀 때문에 이런 거야?

젠 쥰페이:아뇨, 이건... (램프로 아래를 비춰본다. 등불에 의지해 아래를 살펴보면...)

삽으로 땅을 팠다가 덮은 듯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쥰페이는 램프를 내려두고는 품에서 삽을 꺼내 땅을 파기 시작합니다.

슌도 하루오:(안절부절...)

...나도 도와줄까? (본다.)

젠 쥰페이:(땅 파면서 너 흘끗) 해본 적 있으세요?

슌도 하루오:(당연하게도........ 없다!) ....

젠 쥰페이:........... (대답을 들은 기분이다.. 묵묵히 그 아래까지 파낸다.)

슌도 하루오:이런 것도 부탁 받은 적이 있어야 해보지... (얌전히 웅크려 앉는다. 네가 퍼낸 흙이나 조금 더 멀리 치우는 정도는 해낸다.)

젠 쥰페이:조금 떨어져 계세요. 손에 흙 묻을 겁니다. (이렇게 말은 해도 적극적으로 말리지는 않는다..)

슌도 하루오:어린애도 아니고. 흙정도는 묻어도 되는걸. (묵묵히 역할을 맡으려한다. 고집은...)

젠 쥰페이:(너를 누가 말려... 사실 그럴 생각도 없었지만. 상관 않고 삽질을 멈추더니 파낸 구멍 속에서 상자를 꺼내온다.) 이런 게 있었군요.

자물쇠로 잠긴 트렁크 가방을 얻습니다.

슌도 하루오:(가방에 묻은 흙을 털어내곤) 열쇠는? (네게 맡겨둔 것 처럼 묻는다.)

젠 쥰페이:...없는데요. (그걸 왜 나한테 묻냐는 얼굴... 상자와 초면인 반응...)

아까 보니 손에 힘 좋으시던데 자물쇠 어떻게 못 합니까? (...)

슌도 하루오:....(어떻게 안 되나? 자물쇠 힘줘서 뜯어보자...)

✷　그..근력 판정　✷

슌도 하루오:

근력
기준치:	65/32/13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손 아파. (손바닥이 찌그러졌다.)

동네 천하장사를 데려온다고 해도 안 열릴 기세입니다.

젠 쥰페이:.................. (진짜 할 줄 몰라서 조금 당황.. 네 손 붙잡고 살핀다.) 될 리가 없잖아요. (자기가 시켜놓고..)

슌도 하루오:혹시 모르잖아...(잡힌 손을 쥐었다 핀다. 꼬물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 이런 가방을 왜 여기 묻어뒀을까?

젠 쥰페이:(상처난 곳이 없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놓아준다. 한숨 푹 내쉬며 가방에 눈길 주더니) 그러니 수상하다는 겁니다. 증거물이 되지 않을까요? 작은 사제님이 갖고 계시다가 나중에 열어보고 알려주세요. (떠넘기기..)

슌도 하루오:...이러려고 데려온거지! (이제야 이런 소릴 한다. 얼떨결에 손에 들린 가방이나 바라보다가...) ...이번엔 서재로 가볼래.

젠 쥰페이:... (침묵으로 긍정을... 트렁크 가방을 옆구리에 끼고 다시 램프를 든다. 일어서서 구멍이 생긴 공간을 보다가 덮지도 않고 등 돌린다.) 예, 서재로 가죠.

슌도 하루오:(구멍을 바라본다. 괜히 발 끝으로 흙을 대충 덮어두더니, 뒤늦게나마 네 뒤를 따라 걷는다. 서재로 향한다.)

서재를 향해 걷던 도중...

휙.

하루오의 신발이 벗겨집니다.

어두워서 그런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슌도 하루오:어?

(한 발로 중심을 잡는다.) 자, 잠시만 쥰페이

나 신발이......... (애 같은 소릴 하려니 부끄럽다.)

램프로 주변을 비추던 쥰페이가 주워옵니다.

젠 쥰페이:(한 발로 선 네 앞에 주저 앉고 꼭 맞는 신발을 신겨준다. 제 할 일을 끝냈다는 듯 바로 일어서며) 제가 뒤를 따라 가는 게 낫겠군요.

슌도 하루오:헤헤... (괜스레 멋쩍은 기분이 들어 어색한 웃음 소릴 흘렸다. 괜히 발 끝으로 땅을 두어번 두들기더니) 고마워. 그치만 나도 갑자기 벗겨질 줄은 몰랐단 말야...~ (마저 걸음을 옮긴다.)

젠 쥰페이:(걸음을 맞춰서 나란히 걸어본다. 뒤뜰을 제대로 관리 하지 않은 결과인 것 같기도...) 아. 그러고 보니 이본 사제님이 도서관에서 어떤 간부와 자주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습니다. 본 적 없으신지?

슌도 하루오:사제님이? (의아하단 목소리다. ...그랬던 적이 있던가? 떠올려보자...)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

슌도 하루오:으음...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고갤 저었다.) 최근에 그러셨던 거야?

젠 쥰페이:예, 제가 본 바로는 최근이었어요. 당장 교주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부담을 느껴 조언을 구한 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추측이죠. (어느새 도착한 서재의 문을 열고 들어선다.)

사방이 책으로 빼곡하게 채워진 서재입니다.

깐깐한 절차를 통해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기에 드나드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쥰페이는 그 까다로운 허가를 자주 받아냈는지 이곳에서 주로 쉬는 시간을 보냈던 것 같은데 말이죠.

슌도 하루오:그렇게 조급해 하지 않아도 됐을텐데... (영 이해할 수 없다니깐. 고갤 끄덕이며 주위를 살폈다.) 자주 읽은 책은 뭐야?

젠 쥰페이:이본 사제님의 선호도 책은 모르겠지만... 저는 학교 교재들 위주로 읽었습니다. 학교를 못 다녔으니까요. (무언가가 잔뜩 쌓인 탁상으로 향한다.)

책이 너무 많아 하나씩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만, 분실 서적 목록과 개인 대여 목록을 볼 수 있습니다.

슌도 하루오:쥰페이는 학교, 다니고 싶었어? (가볍게 물으며 목록들을 확인한다.)

젠 쥰페이:다닐 수 있었다면 다녔을 겁니다. 아니어도 상관은 없지만. (목록들을 함께 살핀다.)

분실 서적 목록을 보면, 대부분의 분실은 책을 무단으로 대여했다 반납하지 않는 사람들의 만행입니다.

아래로 이름들이 쭉 이어집니다.

《지구는 돌지 않는다》,《잭 더 리퍼의 살인 기록》,《꿈 결정화 이론》,《알하즈레드의 램프》,《뱀 인간과 지배의 혈청》,《관문 상자》 ……

전부 분실 서적이라 아무것도 읽을 수 없지만, 표지 이미지만은 볼 수 있습니다.

순서대로 검은 지구, 회색 나이프, 노란빛의 거대한 알, 금으로 된 램프, 산딸기 색 약병, 은색 태엽으로 된 상자가 그려져 있습니다.

젠 쥰페이:(유심히 보다가) 분실한 책들에 공통점이 있네요.

슌도 하루오:색이 그려져 있는거? (그 외엔... 모르겠다!')

젠 쥰페이:(하나씩 짚어주며) 꿈 결정화는 꿈에서 물건을 가져오는 도구, 램프는 환영을 보여주는 도구, 관문 상자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 수 있는 도구죠.

범인이 본 거라고는 할 수 없지만... 무언가를 지워내려 한 것 같아 수상하긴 합니다.

슌도 하루오:(고갤 갸웃이며 개인 대여 목록들을 살펴본다.) 어려운 이야기네. 지워내려 한 게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젠 쥰페이:...저도 이것만 보고는 모르겠어요. (따라 눈길 돌린다.)

개인 대여 목록에서 눈여겨 볼만한 것은 이본, 쥰페이, 교주의 대여 기록입니다.

이본은 다양한 책을 대여했으며, 그중에는 분실된 서적도 있습니다.

반납 기록이 나와 있지 않은 걸 보니 아마 정확한 책의 위치는 죽은 그만 알고 있겠군요.

혹은 누군가 그의 이름을 대고 빼돌렸다거나...

...쥰페이는 신실한 신자답게 종교 서적과 신을 찬양하는 책을 빌렸습니다.

그 외에도 데생을 비롯한 회화에 관심이 있는 듯 다양한 미술 서적을 대여했습니다.

교주는 생뚱맞게도 애벌레의 우화 과정을 기록한 서적을 대여했다가, 최근에 반납했습니다.

슌도 하루오:(명단에 적힌 전부. 예상치 못한 것들을 대여해왔다. 사제님이야 평소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으니... 납득하는 한편) 쥰페이,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했어? (묻는다.)

젠 쥰페이:세상에는 신을 담은 명화가 많으니까요. 작은 사제님도 예전에는 좋아했던 것 같은데. (너는 뭐든 금방 그만두기도 했으니... 그 중에 그림도 있지 않을까 싶다. 기억을 더듬으며 책장을 훑기 시작한다.)

슌도 하루오:(어느 정도 해낼 수 있게 되면 금방 질려버리는 천성은 도저히 고쳐지질 않았다. 수많은 취미들 중 하나로 묻혔을게 뻔했다.) 더 새롭지 않으면.. 지루하고, 낡은 것엔 영 마음이 가질 않더라. (자신의 경험을 전한다. 말을 마치곤 아버지가 빌렸던 책을 찾아본다.)

슌도 하루오: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젠 쥰페이: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괜히 램프 툭..) 어두워서 잘 안 보이네요.

슌도 하루오:(눈 부빔....)

✷　..재 판정　✷

슌도 하루오: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두 번의 시도만에 책을 찾아냅니다.

대체 이런 책을 왜...

슌도 하루오:...늦바람이라도 부신걸까? (책을 펼친다.)

책을 펼쳐보면 안에서 밀봉된 서류를 발견합니다.

슌도 하루오:...? (무슨 서류지?)

밀봉된 서류 안에는 ‘쥰페이가 교주의 친자’라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어떻게 봐도 아버지, 라인홀트의 필체입니다.

회고록, 혹은 유언장에 가까운 담담한 서술이 이어집니다.

이 문서를 쭉 읽은 결과, 하루오는 다음과 같은 정보를 얻습니다.

쥰페이의 출생 일자는 하루오보다 빠르며, 이 사실이 공표되면 후계자 계승에서 우선권을 얻는다는 사실입니다.

쥰페이는 다른 책에 빠져 하루오가 뭘 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슌도 하루오:(팍! 책을 덮는다.)

...

....? (다시 펼쳐본다. 여전히 같은 내용인가?)

꿈인가...

싶어서 다시 글자를 읽어보지만...

현실입니다.

내용은 똑같습니다.

슌도 하루오:(절로 식은 땀이 흐른다. 나에 대한 내용은 적혀있지 않나? 믿기지가 않으니 같은 내용을 몇 번이고 확인해본다.)

하루오에 대한 내용은 보이지 않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친자' 글자가 확대되는 것 같아 어지럽습니다.

슌도 하루오:(최소한의 언질은 있을 줄 알았는데... 충격이 가시질 않아 한참을 멍을 때렸다. 어지러운 미간 사이를 꾹... 짚었더 멀어지며 네 눈치를 살핀다. 아직 이쪽을 보진 않았겠지?)

젠 쥰페이:(책을 읽느라 네쪽은 보지도 않고 멀거니 있다..)

슌도 하루오:(조용히 서류를 챙겨 등 뒤로 숨긴다. 애써 놀란 속을 가라앉히며) ...그쪽은 어때? 뭐라도 좀 찾았어?

젠 쥰페이:(네가 다가오자 책을 덮는다.) 제목이 흥미로워서 읽었는데 별로군요. (흘끔) 뭐 찾으셨습니까?

슌도 하루오:(척 봐도 어색하게 굳은 얼굴이다. 묘하게 쭈뼛거리거나, 너를 보는 눈빛이...) ... 아빠가 왜 이런 책을 빌린건지 모르겠어. (이제는 빈 책을 내밀었다.) ...다른 데로 갈까?

젠 쥰페이:...? 끔찍한 삽화라도 보셨나요?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네게서 책을 받고 대충 훑어 보니 평범한 책이라 더 미궁으로 빠져든다.) 남은 게 피해자의 방이었죠. (아무런 곳에나 꽂아 두며 서재 밖으로 향한다.)

슌도 하루오:그냥... 또 속이 안 좋나봐. (주저하듯 말을 이었다. 이번만큼은 나란히 서기보단 뒤에서 따라 걷길 고른다. 당장 닥친 감정을 어떻게 정리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있잖아, 뭐 하나 물어봐도 돼?

젠 쥰페이:예, 말씀하시죠. (망설임 없이 답하며 나란히 간다.)

슌도 하루오:교주님 어떻게 생각해? (네 발치를 바라보며 걷는 것을 멈추진 않았다.)

젠 쥰페이:(갑자기? 하지만 어려운 질문은 아니다. 곧바로 입을 뗀다.) 저를 거둬주신 고마운 분이죠. (그런 것 치곤 목소리에 영혼이 실리지 않았다...) 그건 왜 궁금해지셨는지?

슌도 하루오:정말 그게 전부야? (오히려 차분해진다.)

젠 쥰페이:...뭐가 더 있어야 합니까? (의아한지 힐끗)

슌도 하루오:아니 없는 쪽이 나아. (네 팔짱을 끼며 말했다.) 적어도 너는 나한테 거짓말 하면 안 돼. ...그래줄거지?

젠 쥰페이:... (피해자의 방에 가니 무서워서 그러나. 굳이 이유를 추측해보며 너를 가만히 내비둔다.) 예, 뭐. 작은 사제님께는 거짓말 해서 얻을 게 없으니까요. (방에 다 다르자 문고리에 손을 얹고)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신 거라면 10초 드리겠습니다.

슌도 하루오:(묘한 죄책감이 찾아온다. 당장 오늘 아침에 본 시체보다도 옆에 있는 그에게. 두 눈을 질끔 감았다 뜨고는) ...아냐 괜찮을 것 같아.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끼이익...

적막 사이로 조심히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립니다.

4번째 작은 사제의 살인 사건이 일어났던 장소에 발을 들입니다.

조사원과 자위대가 전부 다녀갔는지 어지럽지만,

접근을 금하는 끈을 제외하곤 특별히 막혀있지 않습니다.

[문가]에서 [발코니]까지 길게 핏자국이 이어져 있습니다.

슌도 하루오:(문가를 살펴본다.)

쥰페이가 문가에 유독 크게 남은 핏자국을 가리킵니다.

슌도 하루오: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본 작은 사제는 살인자에게 직접 문을 열어준 것 같다는 추리가 떠오릅니다.

앞선 살인들로 인해 경계심 있는 상태에서 문을 열어줄 정도로 친밀한 상대인 걸까요?

적어도 범인이 성 밖의 외부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신합니다.

그렇다면 왜 호위까지 죽여가며 이런 일을 저지른 걸까요?

더 이상 살필 건 없어 보입니다.

슌도 하루오:(이번엔 발코니를 확인해본다.)

발코니의 난간에 깊게 팬 자국이 남아있습니다.

슌도 하루오: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1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범인은 밧줄과 같이 튼튼한 끈으로 시체를 피해자의 방에서 하루오의 방까지 내렸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들킬 위험을 감수 하면서까지 그런 일을 저지를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오로지 하루오를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니라면요.

당신은 범인의 거대한 악의를 느낍니다.

슌도 하루오:(이유 모를 거대한 악의에 소름이 끼친다. 애먼 제 팔을 문지르며 한참을 침묵하다) 있잖아. 사람을 죽이고, 그 시체를 눈 앞에 가져다 둘 정도로 상대가 미우려면...

...무슨 짓을 당하기라도 했던 걸까? 아, 아무 이유가 없진... 않았을 것 아냐.

젠 쥰페이:흠. (자신도 비슷하게 추론한 것인지 네 말 뜻을 알아차린다.) 상대에게 불쾌감을 안겨 주려고 생명을 해치면서까지 시간과 정성을 기울인다라. (모순적이군.)

가족을 몰살한 원수? 뭐가 됐든 정상적인 사고로는 도달할 수 없는 복수극이군요. (창문 너머를 바라보며) 어디서 원한 살 만한 일이라도 겪으셨습니까?

슌도 하루오:(양 손을 모아 매만졌다. 한참 말이 없더니 너를 따라 창문 너머의 밖을 바라봤다.)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한, 나 스스로는... 없다고 자신할 수 있어.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입장이고) ...네가 보기엔 어때? 내가 그런 원한을 살 만한 사람으로 보여?

젠 쥰페이:(잠시 스스로의 성정에 대하여 되짚어 본다. 타인에게 박한 자신을 떠올리고는 너를 한 번 쳐다본다. 무례하게 머리부터 발 끝까지 훑고 전신을 한 눈에 담는 것으로 이어진다.) 악인을 흉내조차 못 내실 것 같습니다. (이건 칭찬인지...) 뭐, 오래 봤다고 해도 제가 판단할 수는 없겠죠. 사람 속은 피로 이어진 가족끼리도 모르는 법이니까요. (..) 설마 불안하신 건지?

슌도 하루오:(아마 상대는 별 생각도 없이 뱉은 이야기겠지. 화살처럼 쿡 박힌 말 한마디가 얼마나 쓰던가. 정말 말 그대로 사람 속은 피로 이어진 혈연끼리도 모를 일이다.) ...너도 내가 됐다면 같은 마음일 수 있었을텐데... (만일 전부를 알게 되면 너 역시 범인처럼 같은 원한을 품을까? 알고 싶었으나 마주할 용기는 솟아나질 않았다.) 불안해. 차라리 후계 자리를 노린 연쇄 살인이길 바랄만큼. ...상대가 누구라해도 미움 사긴 싫었어.

젠 쥰페이:(네 상황을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애석한 마음이 드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어차피 악인들의 끝에는 신의 형벌만이 도사리고 있겠지. 이러한 제법 신도다운 사상 덕분인지도 모른다. 내가 네 처지가 되었어도 큰 동요는 없었을 테다. 여전한 낯으로 한 발자국 다가선다.) 미움 받을 짓을 하지 않았고, 자신을 관철했을 때 떳떳하다면 문제 없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제 기준인가.) 그건 미워하는 사람만의 문제이니까요. 크기가 어떻든.. 악한 감정은 되돌아갈 겁니다. (때 아닌 좋은 소리, 위로... 비슷한 말을 건네자 소름이 끼치는 기분이다. 왜 이러고 있어야하지...) 별개로 만나면 받은 만큼 때리고 싶을 것 같긴 합니다만.

(한숨..) 돌아가죠. 이본 작은 사제님을 위해 기도를 하실 거라면 기다리겠습니다.

슌도 하루오:(듣기 좋은 이야길 해주면서도 탐탁치 않아 보이는 낯에 무심코 웃음이 새어나온다. 옅게 웃는 소릴 흘리더니) ...응 고마워. 딱한 이본 씨에게 미안한 이야기지만... ...쥰페이가 해주는 말은 위로가 되네. (당장 상대를 향한 복잡한 감정은 제쳐두고도 말이다.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렇다면...) 정말 가족이 되더라도 좋을 것 같아. (네겐 너무 뜬구름 없는 이야기가 됐을까? 네 속을 알 수는 없으니 그저 웃어 넘기라는듯, 책임 없는 소릴 내었다.)

(곧 짧은 성호와 죽은 이를 위한 기도문을 읊었다. 숨을 쉬는 것보다 자연스럽고, 당연한 행동들.) ...응. 이만 돌아가자.

젠 쥰페이:그렇다면 다행입니다... (떨떠름... 하다가도 이어지는 말에 눈을 살짝 크게 뜬다. 그렇다면 자신도 표적이 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 먼저 들다니 여러모로 자신은 이곳에 부적절한 인물임을 다시금 느낀다.) 가족?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는데. 넉살도 좋으셔라.) 빈 말이라도 영광입니다. (도무지 웃을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가볍게 넘긴다.)

(기도하는 모습을 가만 지켜보다가 밖으로 나간다.) 방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슌도 하루오:(네겐 빈말로 들렸을까? 어깰 으쓱이더니 곧 작은 소리로 중얼거린다.) 난 거짓말은 안 하는데... (작게 미소짓곤 네 뒤를 따른다.) 고마워. 늘 이렇기만 하면 다른 호위는 필요 없겠다! (가벼운 농조)

젠 쥰페이:... ...저는 싸움을 못 해서 호위는 커녕 막지도 못 할 겁니다. (이런 건 또 진중하게 듣는다...)

...

어느 정도 돌아다녔을까요,

불빛이 멀어진다 싶더니, 말을 걸어도 돌아오는 대답이 없습니다.

문득 뒤를 돈 하루오는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쥰페이는 어디로 간 거죠?

슌도 하루오:어?

...쥰페이? (그를 불러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공포가 엄습합니다.

슌도 하루오:(문득 엄습한 공포에 다리가 굳는다. 달싹이던 입이 다물리고 재빠르게 다릴 움직인다. 내 방, 내 방으로 가야해.)

누군가의 걸음 소리가 들립니다.

걸음 소리가 빨라지더니 한 순간에 가까워집니다.

낯선 사람이 당신을 거칠게 밀고,

당신은 바닥에 나동그라집니다.

✷　정신력 판정　✷

✷　민첩 판정　✷

슌도 하루오:

민첩
기준치:	60/30/12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차가운 날붙이의 촉감이 볼을 스치고 땅에 박힙니다.

그와 동시에 위에서 비명이 들립니다.

당신을 공격한 괴한이 자리를 벗어나는 소리 역시 들립니다.

하루오의 눈이 간신히 어둠에 익숙해질 무렵,

성의 여러 곳에서 동시에 불이 켜지기 시작합니다.

소리의 출처까지 도달하기 위해선 몇 층 위로 올라가야 합니다.

가장 높은 층, 그러니까……

...

교주의 방입니다.

사용인들이 잔뜩 둘러싸고 있습니다.

슌도 하루오:(쿵, 쿵, 쿵 놀란 심장 소리가 멎질 않는다. 성 안에서 울리는 이 비명소리도... 당장 내 속에 울리는 이 박동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란 착각이 들만큼. 아린 상처를 뒤로 하고 애써 윗층으로 향한다. 다리가 덜덜 떨렸다.) 제발, 제발, 제발...

그들을 밀치고 들어간 하루오는 믿을 수 없는 광경과 마주합니다.

가장 넓고 호화로운 라인홀트의 방, 금과 은과 보석으로 치장된 영광과 명예의 방은 피투성이입니다.

그 가운데, 잠든 것처럼 죽어 있는 사람은 분명히 당신의 아버지,

교주 라인홀트입니다.

슌도 하루오:

SAN Roll
기준치:	69/34/13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　1D3 판정　✷

슌도 하루오:

rolling 1d3

(

)

이성 1 감소

슌도 하루오:아빠? (넋이 나간 사람처럼 방 안을 바라본다.)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 하든 말든... 교주의 시체는 조사원들에 의해 수습됩니다.

실려 나가는 시체의 팔이 힘없이 밑으로 추락하고,

절명한 순간이 담긴 얼굴이 흰 천 아래로 가려집니다.

모든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만, 가장 믿을 수 없는 것은 아버지의 가슴께에 박힌 칼이

바로 몇 시간 전 하루오와 쥰페이가 이야기 했던 그 보석이 박힌 칼이라는 사실입니다.

하루오가 그 칼을 어디에 보관했든, 후계자를 죽인 칼은 어김없이 다시 나타나 교주를 찔렀습니다.

아버지와 교주를 잃은 사실에 혼란, 비탄, 혹은 슬픔에 빠진 하루오의 뒤로 뒤늦게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사라졌던 쥰페이입니다.

쥰페이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하루오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젠 쥰페이:무슨... 일이...?

자세히 살펴보면, 쥰페이 역시 머리가 산발이며 왼쪽 팔의 소매가 붉게 젖어있습니다.

슌도 하루오:어디, 어디갔었어? 너...

젠 쥰페이:...갑자기, 작은 사제님이 안 보여서 찾다가... ...야습을 당해서... ... (네 몰골을 살핀다. 네 뺨을 발견하고는 상처난 자신의 팔을 손으로 덮는다.)

슌도 하루오:(상처가 난 제 뺨을 더듬는다. 무어라 따져 묻지도 못하고 아버지가 사라진 너머를 바라본다. 베인 상처가 아려오는걸 보니, 이건 현실이 맞는데. 현실임을 자각하자 바닥이 무너지는 절망과 두려움이 몰려온다...) 끅, 아... 윽. (억누르지 못한 비통함은 흘러 뺨을 적셨다. 얼굴에 묻은 양손이 축축하다.) ...어, 어떡해? 아, 아빠가... 아빠도. 아빠까지 잘못되면 나는....

젠 쥰페이:...... (이쪽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시선이 네 주변을 배회하며 흔들린다. 상처가 깊어 누르는 것 만으로도 고통이 배가 된다. 덕분에 인상을 찌푸릴 수 있었다. 아까처럼 쉽사리 입이 떼어지질 않아 아무런 말도 해줄 수가 없다. 어깨를 토닥이는 행위 조차도... 가식을 담으면 쉬운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그 쉬운 게 꽉 막힌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무거운 분위기를 깨고 떨리는 목소리가 공기 중을 가릅니다.

견습: 제가... 제가 봤어요. 젠 쥰페이가... 저 단검을 들고 다니는 것을...!

주변에서 쥰페이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속출합니다.

시종1: 그래, 어디에 있다가 이제 온 거야? 꼴은 그게 뭐고?

시종2: 나도 본 것 같기도...

슌도 하루오:(의심하는 목소리들, 고개가 퍼뜩 들렸다.) ...잠, 잠시만 이건...

그들은 쥰페이에게 어디 있다가 지금 등장하는지, 여태까지 뭘 하고 있었는지 묻습니다.

젠 쥰페이:(고개를 푹 숙여서 표정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를 꽉 깨물었다는 것 말고는..)

그러던 그때, 하루오와 쥰페이의 양팔을 잡아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간부들입니다.

면사포 아래로 입들이 벙긋거립니다.

이어지는 말들은 거대한 파란을 불러옵니다.

간부: 교주 자리를 공석으로 둘 수는 없습니다.

당장 교주님의 장례식이 끝나면 계승식을 치러야만 합니다.

간부2: 여태까지 비밀로 해왔지만, 더는 숨길 수 없네요.

남은 후계자 후보는 사실 두 사람입니다.

하나는 하루오입니다. 다른 하나는…….

사람들의 시선이 당신과 함께 잡힌 사람에게 꽂힙니다.

고개를 든 쥰페이의 표정이 삽시간에 창백해집니다.

거대한 톱니바퀴가 엇나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어느덧 자정입니다.

간부: 젠 쥰페이 님은 슌도 하루오 님보다 후계자 서열이 높습니다.

귀에서부터 이명이 들립니다.

세계가 재구성되는 듯한 충격이 밀려옵니다.

간부: 그러니, 다음 교주는…….

재투성이 신데렐라는 유리 구두를 신었을 때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요?

의혹과 의심이 쌓이다 못해 폭주한 순간,

어쩌면 유령일 수도 있는 자의 목소리가 귓가를 타고 한 바퀴 돕니다.

하지만 살인자가 신의 대리인이 될 수 있나요?

간부들이 쥰페이의 양팔을 잡고 데려갑니다.

쥰페이는 창백한 얼굴로, 어떠한 저항도 못 하고 멍하게 끌려 갑니다.

젠 쥰페이:(네 옆을 지나치며 찰나의 시선이 마주쳤을 지도 모른다. 그제서야 겨우 한 마디 내뱉는다. 독백과도 같은 말을 중얼거린다.) 이게 무슨 소리야..?

하루오는 웅성거리는 사람들 사이에 남겨집니다.

모든 것이 엉망입니다.

혹은 모든 것이 순리대로 돌아가고 있거나.

슌도 하루오:(흐르는 눈물을 소매로 닦아내곤 멍하니 자릴 지켰다. 아버지에 이어 너까지 사라진 방향을 한참을 바라보곤 그대로 한참을 서있던 것 같다.)

...

▌ 2. 장례식

좋든 싫든 다음 날은 옵니다.

하루오는 짙은 피로에 잠겨 한참 동안 깨어나지 못합니다.

간신히 눈을 뜨면, 부릅뜬 두 눈과 마주칩니다.

시체가 침대 캐노피에 매달려서 당신을 응시하고, 그 얼굴은 서서히 아버지의 얼굴로 변합니다.

당신은 당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범인이 누구인지 묻습니다.

아버지의 얼굴을 한 시체는 팔을 들어 검지를 들어 옆을 가리킵니다.

그곳에는…….

쥰폐이

하루오는 그 사람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깨어납니다.

밤새 당신은 이러한 내용의 악몽에 시달렸습니다.

침대에서 느긋하게 쉴 여유도 없이 일어나야 합니다.

오늘은 당신의 아버지를 포함한 총 다섯 명의 살인사건 피해자들의 합동 장례식을 겸한 미사가 있습니다.

쥰페이의 살인 의혹과 갑작스러운 후계자 등극에 관해서는 이른 시간 성에 벽보가 붙었습니다.

슌도 하루오:(피로한 눈가를 문지르며... 벽보를 읽어본다.)

핸드아웃 ; 벽보

슌도 하루오:(...신이 깃들었다고? 특별한 외형을 하고 있다고? 하나같이 와닿지 않는 것들이다. 애초에... 정말 네가 죽인 것이 맞는지, 네가 진범이라면 왜 그런짓을 저질렀는지... ...) ...아.

(진위라곤 단 하나도 알 수 없는 당장의 상황이 원망스럽다. 눈살을 잔뜩 찌푸리며 고갤 돌린다. 쥰페이를 만날 방법이 없을까?)

어제 잡혀간 뒤로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경황을 살필 시간이 없었죠.

믿든, 믿지 않든 변하는 건 없습니다.

교주가 사라진 지금 성의 실세는 네 명의 간부들이니까요.

하지만 성내 사람들은 굉장히 술렁입니다.

물론 분노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쥰페이를 무시하고 싫어하던 사람들이 많기도 했고,

살인 용의자 혐의가 있는 사람을 교주로 추대하는 건 상상도 못 해본 일이니까요.

만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

성내 소동과는 별개로, 하루오는 라인홀트의 하나뿐인 자식으로서 장례 전 마지막 모습을 보고 작별의 기도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방 한 켠에 착장을 준비해 두었군요.

슌도 하루오:(한숨을 내쉬고 옷을 확인한다. 어떤 옷이지?)

평소 입던 옷과 사뭇 다른 옷입니다.

어둑어둑하나 권위가 보이는 착장이군요.

백합과 국화도 함께 놓여져 있습니다.

슌도 하루오:(취향과는 참 맞지 않는 옷이다. 그런걸 따질 처지가 아니니... 얌전히 옷을 갈아입었다. 꽃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고.)

장례식의 착장과 준비를 마치고,

당신은 흰 국화와 백합을 들고 남들보다 이른 시각 미사실로 갑니다.

...

그곳에선 간부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교주가 서는 교단에는 검은 관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네 명의 간부가 손을 뻗어 묵직한 관뚜껑을 치웁니다.

드러나는 라인홀트의 얼굴은 어제보단 평온해 보입니다.

아주 먼 예전, 인간이 감히 신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인간은 오로지 신만을 영원히 사랑하고 숭배하다 죽었습니다. 그 후손은 신의 대리인이 되어 지금도 신과 우리를 이어주고 있습니다…….

슌도 하루오: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무언가 이상합니다.

이상한데...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슌도 하루오:(관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아버지의 모습을 눈에 담는다.)

✷　관찰 재 판정　✷

슌도 하루오: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저건...

수의를 입은 아버지의 몸 안쪽으로 못 보던 흉터를 발견합니다.

흉터는 일반적인 자상이나 화상과는 달라보입니다.

슌도 하루오:...? (고개가 느리게 기울어진다.)

의사가 아닌지라 명확한 증상을 내릴 수는 없지만...

다르다는 것은 전공자가 아닌 하루오도 알 수 있습니다.

더 자세히 보기 위해서는 옷 안의 상태까지 살펴봐야겠지만,

아버지의 시체를 이제 와서 뒤질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슌도 하루오:... ... (가는 길 편안히 보내드리고 싶은 마음 반, 불안한 예감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 반.)

간부들이 황급히 관뚜껑을 닫습니다.

간부: 미사 때 읊을 기도문은 준비가 잘 되었는지요?

슌도 하루오:(미심쩍단 낯으로 관을 뚫어져라 보더니 퍼뜩 정신이 들었다.) ...네?

(...난 얼마나 준비해뒀지?)

익숙한 문구이기에 몇 번만 더 읽어두면 될 것 같습니다.

슌도 하루오:...네에. 준비는 잘 되고 있어요. (끄덕인다.) ...아버지는 이대로 묻히는건가요?

간부: 늘 해오던 방식대로 장례 절차는 진행 됩니다.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다른 준비를 하러 자리를 뜬다.)

곧이어 사람들이 하나둘씩 들어와 미사실을 채웁니다.

슌도 하루오:(말없이 들어오는 사람들을 지켜본다.)

(새삼스레 긴장될건 또 뭘까. 주먹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푸른 두 눈이 느릿하게 감겼다 뜨인 후. 사람들이 전부 왔는지를 확인한다.)

성내 모든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미사실이 꽉 찹니다.

하지만 쥰페이는... 보이지 않습니다.

조금도 개의치 않는 것처럼, 미사를 여는 익숙한 첫 문구가 울려 퍼집니다.

30분 남짓 지났을 무렵, 간부가 당신을 불러 교단 앞에 세웁니다.

추모사가 적힌 카드를 건넵니다.

따라 읽으라는 듯 하네요.

슌도 하루오:(긴장 어린 한숨. 약간 경직된 걸음으로 교단 앞에 서선...)

(추모사가 적힌 카드를 눈으로 흝곤) 우리가 우리의 끝을 정할 수 있다고 해도 운명의 시작은 오로지 신의 몫입니다.

(약간은 뻣뻣한 목소리로 남은 추모사를 읽었다.)

...

장내에 울리는 흐느끼는 소리, 묵념하는 모습 등등이 눈에 담깁니다.

하루오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요?

어떻든 시간은 흘러가고 장례식을 겸한 미사가 끝납니다.

검은 미사보를 쓴 간부 하나가 하루오에게 손짓합니다.

슌도 하루오:부르셨어요...? (조심스레 다가간다.)

그는 기둥의 뒤에서 스테인드글라스를 등진 채 당신에게 무언가를 넘깁니다.

그것은 열쇠 꾸러미입니다.

간부: 젠 쥰페이 님은 계속 교주가 되길 거부하셔서 고해성사실에 갇혀 있습니다. 한 번 만나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제가 이걸 슌도 님께 넘겼다는 사실은 다른 간부들에게 비밀로 해주세요.

슌도 하루오:...! (무심코 큰 소리로 꺼낼뻔한 목소릴 참아낸다.) ...네, 네에... 마침 이런게 필요했어요. (...) 감사합니다. 제가... 잘 이야기 해볼게요.

검은 미사보를 쓴 간부는 멀어지는 당신의 등에 대고 이렇게 말합니다.

간부: 저는 진정한 신의 대리인이자 저희의 주인은 당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슌도 하루오:...그건 제가 적합하다 믿어서 인가요, 쥰페이를 납득할 수 없어서 인가요?

간부: 필시 적합하다 믿어서입니다.

슌도 하루오:(묘한 표정을 짓는다.) ...알겠습니다. 그렇다고 믿을게요. (꾸벅 목례하고 고해성사실로 향한다.)

...

고해성사실은 인적이 드문 성 꼭대기에 있습니다.

역시나 문이 잠겨있군요.

슌도 하루오:(혹시나 싶어 문을 두들겨본다.) 쥰페이?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기척이 있는 걸로 봐서는 안에 쥰페이가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슌도 하루오:... (말 할수 없는 상태인걸까. 문을 두어번 더 두들겨보곤) 들어갈게. (일방적인 통보와 함께 열쇠를 사용한다.)

잠긴 문을 열면, 지친 표정의 쥰페이가 무릎을 꿇은 채 주저앉아 있습니다.

천천히 고개를 돌린 그는 당신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목소리도 듣지 못 하고 저번처럼 무언가를 종이에 적고 있었던 듯 합니다.

하루오가 보기 전에 바로 주머니에 넣어버립니다.

젠 쥰페이:(그 얼굴을 보자마자 하루 동안 묵혔던, 부채감인지 모를 변명을 쏟아낸다.)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요. 제가 교주가 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잖습니까... 무언가 잘못됐어요... (답지 않게 말 끝을 흐리며 시선을 아래로 내리 깐다.)

슌도 하루오:... (입을 달싹인다.) 지금 그런걸 물어보러 온 게 아냐. (천천히 몸을 숙여 네 앞에 앉는다.)

...쥰페이 난 널 믿고 싶어. 완전히 동등한 관계라고 부르진 못하겠지만. 나름... 내 친구였고, 네가 정말 이런 짓을 할 만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거든....

...네가 죽인게 아니지? 그렇지? (목소리에 간절함이 담긴다.)

젠 쥰페이:(잠시 말문이 막힌 건지 숨을 들이켰다가 한숨처럼 내뱉는다.) ... (올곧은 시선이 너에게로 향하며) ...저는 정말 아무도 죽이지 않았습니다.

슌도 하루오:(새끼 손가락을 내밀었다.) 신에게 맹세하고 말 할 수 있어?

젠 쥰페이:정말로. (이번에는 뜸 들이는 것 없이 곧바로 자신의 손가락을 걸며) 믿어주세요.

슌도 하루오:그래... (걸린 새끼 손가락이 흔들린다. 곧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얼굴로 한참을. 아무말도 꺼내지 못했다.) ...있지, 나는, 나는 정말 무서웠어⋯⋯. (안식을 얻은 긴장어린 몸은 맥이 빠지듯 웅크려진다.) 내가 믿은게 다 거짓이었을까봐⋯⋯.

젠 쥰페이:... ... (내걸었던 손을 거두고는 한참을 허공에서 배회하다가 어깨에 얹는다. 그대로 몇 번 서투르게 토닥였나...) 만약 그랬다면 어떻게 하셨을 건가요. 이곳에 온 목적이 복수... 가 됐을까요.

슌도 하루오:(등 뒤로 훌쩍이는 소리가 울린다. 조금 울었나? 다시 고개를 들었땐 눈가가 부어오른 것을 보면⋯.) ...잘 모르겠네. 정말 그랬다면 널 어떻게 대해야 할 지 전혀 모르겠어서⋯. (생각치 못했다고.)

⋯아빠가 널 먼 여행을 보냈었단건 사실이야?

젠 쥰페이:(반사적으로 품을 뒤적여 흰 손수건을 꺼낸다. 몸에 밴 습관과도 같은 챙김이다.) ...예, 하지만 그때는 내막을 몰랐습니다. 무언가를 보신 거로군요.

슌도 하루오:(약간은 민망함을 느꼈던가. 어색한 몸짓으로 손수건을 받아들었다. 제 눈가를 문지르길 몇 번.) ⋯응. 네가 무엇이었는지 모두가 볼 수 있게 알려지는 중인데.

(꼭 너를 꼼꼼히 살피듯 바라본다.) ⋯이상하지. 이렇게 어디를 봐도 넌 평범한 사람 같은데. 특별한 외형이라는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젠 쥰페이:...이 지방에는 없는 눈이라고 하더라고요. (옅은 푸른 색에 노랗게 물들어있는 자신의 눈동자를 가리키는 듯 했다.) 저주 받은 것 같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그게 이런식으로 와전 될 줄은... (짧은 침음.)

슌도 하루오:(그러고보니⋯. 뚫어져라 네 눈을 바라본다. 옅은 하늘에 노란빛이 물든 눈. 자주 봐오던 것이라 낯선 것이란 생각은 한 번도 갖질 못했다.) ⋯저주라고 부르기엔 아까운 눈인데. (약간은 장난스레 말했다. 작게 웃는 것도 잠시)

(긴 침묵⋯.) ⋯⋯그럼 그것도 알아? 우리가 어떤 관계인지.

젠 쥰페이:(어제 들었던 충격적이다 못해 기이한 이야기를 떠올린다. 한 번에 너무 많은 정보량이 쏟아져 생각할 겨를이 없었는데... 눈을 꾹 감는다.) 그건...

(정적은 얼마 못 가 눈을 뜸과 함께 그로 인해 깨진다.) 예, 하지만... ...믿지 못 하겠어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 (기가 찬 듯 한쪽 입꼬리를 비죽 올리고) 비약일 겁니다. 작은 사제님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슌도 하루오:(비죽 웃는 너와 다르게 말을 잇지 못했다. 시선이 이리저리 구르더니 결국 바닥을 기었다.) ⋯난, 나는.

잘 모르겠어⋯⋯. 그게 거짓이라면 더더욱. 네가 후계자로 지목될 리가 없잖아. (그러니까⋯⋯.)

...가족이 생긴다는건 기뻐.

젠 쥰페이:⋯ ⋯. (예측불가한 반응에 겨우 올리고 있던 미소가 걷어진다. 이마를 짚었다가 눈동자가 벽으로 굴러갔다가... 평소에 매무새 하나 흐트러짐 없었던 그였기에 더욱이 당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도 그럴게, 이 모든 걸 어제 밤에 알았다...)

차라리 부정을 하지... (어느새 짧아진 말.) ...여기서 나가고 싶어. (자리에서 서서히 일어나며 부정을 담은 눈동자가 네게 고정된다. 낯빛이 처음보다 어두워져 있다.)

슌도 하루오:(다급히 어둡게 가라앉은 낯을 올려다본다. 혹여나 내칠까 싶어 네 옷자락을 붙잡았다.) ⋯넌 내가 싫어?

젠 쥰페이:(잡은 손을 내치지 않은 채 가만히 둔다.) 나는 네가... (싫었던가? 그동안 너를 위했다지만 좋은 감정을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런 너는 내가 좋아? 네 종이었고 이제는 형제니까?

슌도 하루오:⋯모르겠다면 상냥하게 대해줘. (옷자락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완전히 그를 마주본다.) ⋯네가 형제임을 몰랐을 때도 난 널 좋아했어. (그게 전부인 감정은 아녔지만.)

젠 쥰페이:(자신을 거둬주고 키워준 이 곳을 늘 고맙게 생각했고 어쩌면 가족이라고 여겼지만 진짜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한숨을 내뱉는다.) 간단해서 좋겠네.

(붙잡고 있는 손목을 그러쥔다.) 알았으니까 놔.

슌도 하루오:(그대로 잡은 손이 놓아진다. 아무 말 않고. 바닥을 바라봤다.) ⋯여기서 나갈 방법은 알아?

젠 쥰페이:이제부터 알아내야지. (문득 한쪽 벽을 바라본다.)

슌도 하루오: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고해성사실의 벽면에 그려진 성화를 봅니다.

신의 발치에 엎드린 죄인과 그를 등진 신의 그림입니다.

그림 속 신의 손가락은 동쪽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화려한 헤일로가 걸린 그 자리를 유심히 보면, 교묘하게 숨겨진 열쇠 구멍이 보입니다.

슌도 하루오:...(웬 열쇠 구멍이지? 뚫어져라 보더니)

(받아온 열쇠가 구멍과 맞는지 확인해본다.)

마침, 열쇠 꾸러미에는 그 문에 맞는 열쇠가 있습니다.

철컥, 하며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슌도 하루오:...문 열렸어. (네 쪽을 돌아본다.)

젠 쥰페이:(열쇠 꾸러미 흘끗) 그건 훔친건가?

슌도 하루오:...날 지지한다는 간부에게 받았어.

젠 쥰페이:(그 간부를 못 믿겠다는 눈...) 함정이면 어떡하려고? 네가 앞장 서. (참 형다운 재목이다...)

슌도 하루오:...그렇네?! (전혀 생각 못했단 얼굴.)

... ...그래도 거짓말은 아닐거야. (긍정적이다... 먼저 앞선다.)

젠 쥰페이:(주변을 살피며 하루오를 뒤 따라 간다.)

비밀 문은 바로 얼마 전에도 누군가 드나든 것처럼 부드럽게 열립니다.

하루오와 쥰페이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동시에 눈치챕니다.

이곳은 교주와 간부들만 들어올 수 있는 성역이라는 사실을요.

작은 기도실처럼 꾸며둔 이곳에는 무릎 꿇고 기도할 수 있는「제단」과 벽에 걸린 「초상화」가 있습니다.

슌도 하루오:...최근까지도 사용한 것 같지 않아?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젠 쥰페이:고해성사실과 연결되어 있는 성역이라... (뒤에서 방을 눈에 담는다.)

슌도 하루오:(초상화를 먼저 살핀다.)

역대 교주들의 초상화가 걸려있습니다.

기묘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　지능 or 관찰 판정　✷

슌도 하루오: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7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늙은 교주의 얼굴을 그린 초상화는 한 점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전부 3~40대 남짓입니다.

슌도 하루오:...?

(역대 교주님들중 노인은 없었나? 떠올려본다.)

그러고 보니...

없었습니다!

대대로 수명이 짧은 것도 아닌데...

이걸 이제서야 깨닫는군요.

슌도 하루오:(이상하네... 젊은 모습만을 남기고 싶었던걸까. 제단을 살핀다.)

제단 위에는 성서가 놓여 있고, 정면에는 황금빛 물감으로 그려낸 신의 그림이 있습니다.

교주만이 착용할 수 있는 금빛 관과 홀, 그리고 망토가 주인을 잃은 채 장식되어 있습니다.

수기로 적힌 성서는 여러 교리를 비롯한 가르침이 적혀 있습니다.

✷　자료조사 판정　✷

슌도 하루오: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젠 쥰페이:...

슌도 하루오:(쥰페이를 간절하게 본다.)

젠 쥰페이:...

자료조사
기준치:	50/25/10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슌도 하루오:(눈 닦고 열심히 보자.)

✷　재 판정　✷

슌도 하루오: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눈을 씻고 찾아봐도 특이한 점은 안 보입니다.

보통 이런 곳에 중요한 문구가 놓여있지 않던가...

슌도 하루오:(후계자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보자...)

「교주가 되면 신의 사랑을 받아 영광스러운 성흔이 생긴다」 라는 문구를 발견합니다.

하루오는 문득, 성서 속의 삽화에 시선이 꽂힙니다.

황금 브로치를 착용한 신과 춤을 추는 인간의 모습, 네 장 모두 익숙한 그림입니다.

그러나 제단 위의 성서에는 다섯 번째 그림이 있습니다.

마지막 그림의 인간은 다른 자와 춤을 추고 있습니다.

슌도 하루오:...? (무엇이지? 인간의 형태인가?)

더 이상 알아낼 건 없어 보입니다.

젠 쥰페이:(모두 보았다고 판단했는지 인상을 쓴다.) 더는 이곳에 있을 수 없어. 역시 나는 교주가 될 수 없고 무언가 잘못된 게 분명하니 항의할래.

슌도 하루오:그럼 이대로 돌아가려고? (힘 없이 성서를 내려놓았다.) ...이전에도 억지로 널 붙잡아뒀는데, 이대로 갔다간...

다시 여기로 잡혀올게 뻔한걸⋯. 더 한 일을 당할지도 몰라. (걱정스런 투로 말했다.)

젠 쥰페이:상관 없어. 이렇게 가만히 있는다고 나아지는 건 없으니까. ...따라 올 거면 따라오고. (기다려주지도 않고 멋대로 몸을 돌려 밖으로 향한다.)

슌도 하루오:가, 같이 가! (그대로 다급히 네 뒤를 따라 걷는다.)

...쌀쌀 맞아졌어. (중얼중얼)

날은 어느덧 완전히 저물었습니다.

...

두 사람이 고해성사실을 빠져나가 성 아래로 내려가면,

한 무리의 사람들과 마주합니다.

어둑해진 어둠을 여러 개의 등불이 밝히고 있습니다.

횃불을 든 사용인 하나가 쥰페이를 가리키며 외칩니다.

사용인: 살인마가 나왔다!

교주가 되긴 무슨, 간부님들을 어떻게 속여 넘긴 거야?

슌도 하루오:... (그의 앞을 가로막는다.) 진, 진정하세요. 이건 분명 무슨 오해가 있는게 분명한데⋯.

젠 쥰페이:(네 어깨 붙든다.) 무시하고 가.

앞장 선 사용인 하나가 무언가 집어 듭니다.

그건 쥰페이의 지장이 찍힌 종이입니다.

슌도 하루오:그치만... (어?)

‘조사원’들이 칼을 자세히 조사해 발견한 피 묻은 손자국과 쥰페이의 지장을 대조한 결과물입니다.

그 어떤 변호조차 해줄 수 없는 확실한 ‘물증’입니다.

사용인2: 당장 감옥으로 보내!

사용인3: 이럴 줄 알았지. 어디서 굴러먹다 온 지도 모를 녀석이 감히 신의 대리인을 자처해?

젠 쥰페이:젠장...

쥰페이는 사용인과 조사원들에게 제압당합니다.

하루오 역시 ‘보호’의 명목으로 쥰페이에게서 떼어내 집니다.

쥰페이는 반항하는 과정에서 몇 대 얻어맞기까지 합니다.

젠 쥰페이:내가 아니야! 나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고요!

슌도 하루오:때리지 마세요! (말려지는 와중에도 외쳤다.)

마지막 목소리를 뒤로 한 채, 쥰페이는 사용인들에 의해 끌려갑니다.

끊이지 않는 소음이 귓가에서 먹먹해집니다...

뒤늦게 내려온 간부들이 아차 싶은 표정을 짓지만,

이렇게까지 몰린 상황에서 다시 쥰페이를 옹호하며 ‘교주’로 옹립하기엔 어려운 듯싶습니다.

사용인: 이런 분명한 증거를 두고 어떻게 그가 범인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까? 슌도 님, 당신은 하나뿐인 아버지를 잃었다고요!

격양된 목소리가 오고 갑니다.

그가 범인이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가 없는 한, 쥰페이를 구할 방법은 없어 보입니다.

슌도 하루오:(한참이나 입을 달싹인다. 어쩌지, 어떻게 하지, 어떡하지⋯. 시선이 이리저리 튀었다.) 하, 하지만⋯. 쥰페이는⋯.

정말로.

체념 조의, 혹은 악에 받친 이 말이 비수처럼 꽂힙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이제는 도통 알 수 없습니다.

...

결국 하루오는 반쯤 강제로 쥰페이와 떨어져 방에 갇히고 맙니다.

하루가 너무나도 깁니다.

슌도 하루오:(젠장... 받은 열쇠도 빼앗겼나?)

몸 수색은 없었습니다.

다행히 열쇠 꾸러미는 잘 들어있군요.

슌도 하루오:(그나마 안도한다. 창문을 열어본다.)

창문 역시 닫혀있습니다.

구멍과 맞는 열쇠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렇게 고립이 되다니요.

슌도 하루오:(발만 두르며 방 안을 서성인다.) 이러면 안 되는데...

몹시도 피로한지 저절로 침대가 눈에 들어옵니다.

우선 잠에 들까요...

슌도 하루오:(무력함을 느낀다.... 베개 위로 얼굴 묻어버린다....)

지친 몸을 눕히면 바로 죽은 듯한 잠에 빠져듭니다.

▌ 3. 새벽

눈을 뜨면, 부릅뜬 두 눈과 마주칩니다.

시체가 침대 캐노피에 매달려서 당신을 응시하고, 그 얼굴은 서서히 아버지의 얼굴로 변합니다.

어느덧 익숙해진 기분의 당신은 그 모습을 바라보기만 합니다.

범인이 잡혔음에도 그는 여전히 원통한 걸까요.

문득, 시체의 입이 더듬더듬 움직입니다.

뺨의 근육이 움푹 패였다 부풀며 어떤 단어를 외치는 듯합니다.

슌도 하루오:(그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걸까....)

하루오는 그 모습을 가만히 봅니다.

전 교주가 반복적으로 읊습니다.

아니, 그는 당신의 아버지가 아닙니다.

그것은 범인에게 살해당한 원혼들입니다.

원통하고, 또 원통한 자들이 검은 입을 벌립니다.

눈을 깜빡이면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그가 간절하게 던지는 그 말은...

가방.

중얼거리며 단잠에서 깨어납니다.

이번에도 하루오는 깊게 잠들지 못했습니다.

악몽에서 깨어난 하루오는 가방을 보관한 위치와 제 손에 들어온 열쇠 꾸러미를 생각해냅니다.

슌도 하루오:...가방. (중얼거린다.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더니)

...가방! (몸을 벌떡 일으킨다.)

(나갈 수 있나? 재빠르게 문고리를 돌린다.)

문은 잠겨있습니다.

하지만 어디에선가 찬 바람이 느껴집니다.

슌도 하루오:(어디지? 바람이 느껴지는 곳을 찾는다.)

분명 잠긴 것을 확인하고 잠들었는데 창문의 틈이 살짝 열려있습니다.

방문 밖에 있는 보초들을 따돌리기 위해선 쥰페이처럼 나무를 타고 내려가야 할 것 같습니다.

슌도 하루오:...후. (긴장을 풀어내려 푹 숨을 내쉬었다. 나무에 올라 탈 만한 거리인가?)

다행히도 근처에 나무가 있어 저번처럼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　내려간다면 민첩 판정　✷

슌도 하루오:

민첩
기준치:	60/30/12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잘 내려가다가 발을 잘못 디뎌 아래로 떨어집니다.

쿵...

HP -1

슌도 하루오:(아야야....)

그러고 보니... 가방을 어디에 뒀었죠?

슌도 하루오:(하지만...주저 앉을 때가 아닌데.) 어..

그때 분명, 쥰페이가 대신 들고 가다가 피습을 당하고...

슌도 하루오:(쥰페이에게 맡겼었는데......)

가방은 그 근처에 떨어져 있는 건 아닐까요?

슌도 하루오:(습격 당했던 곳으로 재빠르게 뛴다!)

그곳으로 향하면..

오늘따라 달빛이 환하여 주변을 쉽게 살필 수 있습니다.

그간 정신이 없었던 탓인지 치우지 못 해 덩그러니 놓여진 가방을 발견합니다.

슌도 하루오:(낡이 맑은 만큼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방을 열어본다.)

수십 개의 열쇠 중 제일 작고 낡은 열쇠를 끼워 맞추면, 철컥 소리와 함께 트렁크가 열립니다.

하루오는 그 가방에서 「단검」, 「피가 잔뜩 묻은 외투」와 「이상한 장치」를 발견합니다.

슌도 하루오:(단검을 살펴본다.)

손잡이가 보석으로 장식된 단검은 흉기로 사용된 그 칼이 맞습니다.

하지만, 엄중한 감시를 통해 보관되고 있을 칼이 상자 안에 들어간 채 땅에 묻혀있을 리가 없죠.

슌도 하루오: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단검의 손잡이에서 보석이 빠진 부분을 찾아냅니다.

교주 살해에 사용된 칼은 현재 엄중한 감시 아래에 있습니다.

하루오는 이 칼이 사실 두 개라는 사실과 진범이 이를 바꿔치기해 쥰페이를 범인으로 몰았음을 깨닫습니다.

슌도 하루오:(...! 그래, 이것만 있으면... 안도한 표정으로 외투를 살핀다.)

혈액에 관해서는 조사를 해봐야겠지만, 척 봐도 살인자가 사용한 듯한 외투입니다.

연고 하나 없는 쥰페이가 입기엔 고급스럽기도 하고, 이 외투의 사이즈는 쥰페이의 체격보다 약간 큽니다.

이것은 쥰페이가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할 증거가 될 것입니다.

적어도 재수사에 착수할 만큼의 동기는 되겠죠.

슌도 하루오:(체구가 더 큰 사람이구나. 유심히 살피다 이상한 장치를 확인한다.)

손바닥만 한 소품은 어쩐지 낯이 익습니다.

은색 태엽이 빽빽하게 자리를 잡은 형태는 오르골처럼, 혹은 나침반처럼 생기기도 했습니다.

가만히 생각하던 하루오는, 이것이 서재에서 본 분실 서적 리스트 표지의‘관문 상자’와 똑같다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복잡한 태엽은 하루오의 힘으로 돌릴 수 없지만, 수십 개의 초침의 끝은 각자 어떤 숫자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슌도 하루오: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6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야습 당시의 괴한이 진범일 것이란 방향으로 생각이 흘러갑니다.

그는 하루오를 마주쳤음에도 죽이지 않았습니다.

모든 후계자를 죽일 생각이었다면 이미 당신은 살해당했겠죠.

진범은 당신을 죽일 생각이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슌도 하루오:...왜? (나를 지지하는 과격파라도 되는걸까? 무슨 마음이든. 달갑지 않음을 느낀다⋯. 오히려 소름이 끼쳤지.)

(⋯증거들을 한 곳에 모아 가방을 닫는다. 이걸... 보여줘야 해.)

진범에게 살의가 없다면, 남은 일은 단 하나.

자기 대신 진범이 되어줄 희생양을 살해하는 것입니다.

쥰페이를 죽인 뒤 자살로 위장하고 본인은 유유히 빠져나가면 완벽 범죄가 되니까!

당신에게는 열쇠 꾸러미가 있습니다.

이 중에는 분명히 감옥의 열쇠도 있을 것입니다.

슌도 하루오:(최대한 몸을 숨겨가며 감옥으로 향한다.)

...

당신은 지하의 감옥까지 황급히 달려갑니다.

이상할 정도로 주변이 스산합니다. 지키는 사람도, 하루오를 막는 사람도 없습니다.

다들 어디로 간 걸까요?

그래도 기회입니다.

하루오는 열쇠로 막고 있는 문을 전부 열고, 쥰페이가 있는 감옥까지 도달합니다.

쥰페이는 오른쪽 손목에 벽과 사슬로 연결된 수갑을 찬 채로 힘없이 늘어져 있습니다.

그 사이에, 습관처럼 꺼내든 왼손은 지난번처럼 종이를 구겨 쥐고 있습니다.

떨어질락말락 잡혀 있던 종이는 미끄러져 쇠사슬 너머 하루오의 발치까지 날아옵니다.

슌도 하루오:...쥰페이! (다급하게 그에게 다가가다 문득 종이 뭉치에 시선이 닿는다.)

... (그러고보니 항상. 무엇을 적던거지? 종이를 들어 펼쳐본다.)

무의식적으로 집어 든 하루오의 시선이 잔뜩 구겨진 종이에 그대로 꽂힙니다.

그건 하루오의 초상화입니다.

여러 번 수정하고 또 수정한 듯 잔 선이 잔뜩 남아있는 초상화의 당신은 교주의 관과 망토를 착용하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구속당한 지금까지도 묶이지 않은 왼손으로 먼지나 돌가루를 이용해서 고친 것입니다.

넋을 놓고 종이를 보던 그때,

누군가가 당신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당깁니다.

저항해볼 틈도 없이 무력하게 제압당합니다.

슌도 하루오:어?

들고 온 트렁크가 떨어지며 열려 내용물이 아무렇게나 떨어집니다.

들고 있던 열쇠 꾸러미 역시 추락합니다.

하루오의 뺨이 바닥으로 짓눌리고,

억센 손길로 양손이 묶이자 패닉으로 숨이 거칠어집니다.

간부?: 여기까지 허락하진 않았어요, 작은 사제님.

당신에게 열쇠를 준 검은 미사보의 간부입니다.

슌도 하루오:당, 당신 뭐야? (목소리가 커진다. 벗어나려 애써 몸부림친다.)

각도로 인해 천천히 머리에서부터 미사보가 미끄러집니다.

그 얼굴이 서서히 드러나면...

보이는 것은...

모든 간부의 미사보는 제삼자가 그 얼굴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 하게 하는 가벼운 마법이 걸려있습니다.

교주에 가장 가까운 위치인 간부들이 자신의 얼굴을 숨기며 신에게 인생을 헌납하겠다는 일종의 종교적 표시죠.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어떻게 여태껏 그를 몰라볼 수가 있었을까요?

그 얼굴의 절반은 썩어 문드러져 알아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얼굴을 덮은 머리카락을, 선명하게 빛나는 푸른 동공을,

당신을 바라보며 짓는 표정을 어찌 알아보지 못하겠습니까.

교주 옷을 입은 사람은 쥰페이입니다.

아니, 조금 더 나이를 먹은 쥰페이요.

상식적으로 이해 할 수 없는 상황에...

슌도 하루오:

SAN Roll
기준치:	68/34/13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　1D3 판정　✷

슌도 하루오:

rolling 1d3

(

)

한순간의 잘못으로 금빛 신의에 눈물을 떨구게 하였으니, 그 무게 만큼의 삶을 헌납합니다. 부디 대리인의 미약한 생명과 육체로 신의 용서를 구할 수 있게 하십시오…….

슌도 하루오: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3 감소

그 소란에 깬 듯, 쇠창살 너머로 신음이 들립니다.

마찬가지로 경악에 찬 쥰페이가 이쪽을 응시합니다.

똑같지만 너무 많은 것이 다른 두 사람이 같은 세계에 존재합니다.

간부 옷을 입은 쥰페이, 통칭 간부는 비뚜름하게 웃으며 미사보를 고쳐 씁니다.

젠 쥰페이: 이렇게 빨리 알아차릴 줄은 몰랐습니다. 솔직히 예상외네요.

간부는 바닥에 떨어진 복잡한 장치와 칼을 챙겨 들고,

하루오를 질질 끌어냅니다.

젠 쥰페이:무슨...

슌도 하루오:...잠깐! 이건 안, 안되는데.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경악에 찬 얼굴로 버티기 위해 힘을 주었다.)

간부는 시끄럽다는 듯 한 번 혀를 차곤, 하루오의 머리채를 잡아 목가에 칼을 가져다 댑니다.

젠 쥰페이: 구구절절 설명하는 건 내 취향 아닌데, 모처럼 삼자대면이 된 김에 오래 묵은 진실이나 풀어볼까.

감옥에 갇힌 당신은 더 시끄럽게 하면 이 사람의 목을 따버리겠어. 그래도 묻는 말에 답은 해줄게.

슌도 하루오:(그와 그를 번갈아 쫓는 시선이 난잡하다. 여전히 혼란스러움은 가득한데...) 다, 당신은 뭐야? 어떻게 쥰페이가.... 둘?

젠 쥰페이:윽... (착잡한 얼굴로 입을 다문다.)

간부는 코웃음 치더니 대답해줍니다.

젠 쥰페이: 미래를 바꾸기 위해서 왔지.

난 날 때부터 부모가 없었어. 빌어먹을 눈동자 때문에 이곳으로 납치 당한 거야.

잘 들어. 이 곳은 교주 일족이 신의 사랑을 받는 것처럼 꾸며내고 있지만, 실상은 정 반대야.

그네들은 신의 분노를 받고 기나긴 속죄 중이야. 전설 속의 인간은 신을 배신 했거든.

교주가 되면 저주를 받아 몸의 중심부터 성흔이 생기는데, 이건 썩어 들어간다는 증거나 다름 없어.

(욕을 작게 중얼거리다가) 나는 속아서 교주가 되었고 지금까지 천천히 죽어가고 있지...

젠 쥰페이: 그 시대의 슌도 하루오는 도망쳤고, 나는 성을 벗어나지 못 했어. 그래서 복수하려고 온 거야.

간부는 쥰페이를 비웃으며, 쥰페이가 그린 하루오의 초상화를 짓밟습니다.

젠 쥰페이: 멍청한 놈. 넌 그냥 이용 당한 거야.

널 주워서 키운 일가 전체 뿐만 아니라, 미래에서 온 스스로한테까지...

그는 미사보를 고쳐 쓰곤 쇠창살 틈으로 칼을 던져주며 이렇게 말합니다.

젠 쥰페이: 지금이라도 자살하지 그래?

쨍그랑, 요란한 소리와 함께 쇠 바닥 위로 화려한 보석 칼이 떨어집니다.

젠 쥰페이:...

쥰페이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기만 할 뿐입니다.

슌도 하루오:(혹여나 네가 정말 칼을 집어들까봐. 지레 겁먹고 안색이 파리해진다.) ...저런 말 듣지마. 쥰페이. 듣지마...

젠 쥰페이: (머리채를 붙잡고는) 갑시다, 작은 사제님. 계승식을 시작해야죠.

간부는 하루오의 머리채를 잡은 상태로 미사실까지 올라갑니다.

이상하게 꼼짝도 못 하겠습니다.

간부는 올라가는 그 순간까지 입을 멈추지 않습니다.

쥰페이가 교주가 될 수 없도록 범죄자로 몰리게 꾸미고, 하루오를 괴롭히며 교주가 되게끔 이끈 것,

전부 그가 벌인 짓입니다.

쥰페이와 관련된 증거가 남았던 것도 당연합니다.

동일 인물이니까요.

...

그 넓은 미사실에는 성의 모든 사람이 객석에 잠든 채 앉아있으며,

의식의 준비는 끝났습니다.

하루오는 교단 위로 내동댕이쳐집니다.

곳곳에 켜진 촛불이 음산하게 주변을 밝힙니다.

죽어간 수많은 이들을 추모하는 흰 국화와 백합들이 촛불의 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납니다.

슌도 하루오:켁, 콜록. (부딪힌 몸이 욱씬거린다. 연거푸 기침을 내뱉더니) 뭐, 뭐를... 무슨 짓을 하려고....

이내, 간부는 왕좌처럼 화려한 의자에 하루오를 앉히고 밧줄로 몸을 고정시킵니다.

교주만이 착용할 수 있는 화려한 관과 홀, 그리고 망토가 당신에게 주어집니다.

눈을 감고 앉은 채 이곳을 응시하는 몇백 명의 사람들은 밀랍 인형처럼 창백합니다.

간부 넷 중 한 명 밖에 제정신이 아니지만,

하나뿐인 간부는 전직 교주인 만큼 계승식을 그 누구보다 완벽하게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계승식의 시작, 미사를 여는 첫 대사가 빈 홀에 울려 퍼집니다.

그러나, 다음으로 생전 처음 듣는 글줄이 이어집니다.

밑에서부터 근원적인 떨림이 느껴집니다.

어디선가 까마귀가 우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성의 벽면과 바닥을 타고 황금빛 뿌리가 기어오릅니다.

그 뿌리는 가지가 되고 순식간에 금을 빚어 만든 듯한 수백 송이의 꽃을 피워냅니다.

꽃은 만개하며 새로운 생명을 삼킬 수 있음에 환희에 찬 비명을 내지릅니다.

슌도 하루오:

SAN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　1D3 판정　✷

슌도 하루오:

rolling 1d3

(

)

이성 2 감소

그때,

미사실의 문이 쾅! 하는 거센소리를 내며 열립니다.

주문을 외우던 이의 시선도,

넋을 놓고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하루오의 시선도 정면을 향해 꽂힙니다.

문을 발로 걷어찬 건 쥰페이입니다.

슌도 하루오:...쥰페이? (문 쪽을 바라본다.)

쥰페이의 얼굴이 무척 창백합니다.

그는 어째서인지 비틀거리면서 걷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시선을 아래로 흘린 하루오는 쥰페이가 지나칠 정도로 피를 많이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오른쪽 손목 아래부터 아무것도 없습니다.

새하얗던 옷은 원래 색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얼룩덜룩하게 젖었습니다.

너덜너덜한 소매는 대충 묶여 있지만, 지혈의 효과는 미미합니다.

슌도 하루오:(경악한다. 표정이 새파랗게 질린다.) 너, 너 이게 무슨. 무슨 짓이야?

끔찍한 부상을 정면에서 목도한 하루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