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슌] 2021.07.25 Hold Your Breath

 

 

 

 

 

20:30

 

 

깜빡,

 

깜빡.

 

오래 감겨있던 듯 뻑뻑한 눈을 뜨면.

 

흐린 눈앞에 천천히 세계가 구축됩니다.

 

온통 하얀 사방과,

 

정면에 보이는 열린 검은색 문.

 

본래보다 한참이나 높은 듯한 시야…

 

모든 것이 이질적으로 느껴집니다.

 

...

 

목을 조르는 손길마저요.

 

...손길?

 

피부에 선연하게 닿는 뚜렷한 감각…

 

매끄럽고 차가운 촉감에 점차 질려가는 숨.

 

떨쳐내기 위해 몸을 움직이려 해도,

 

어째서인지 온 몸이 굳은 듯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겨우 그 감각의 근원지를 향해 시야를 내리면,

 

뜨거운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는

 

어쩐지 낯선 쥰페이와 눈이 마주칩니다.

 

자신이 쥐고 있는 당신의 목을 한 번,

 

자신을 바라보는 당신의 눈을 한 번 바라본 쥰페이는 가볍게 웃으며 묻습니다.

 

8:33PM젠 쥰페이:하루, ...내가 누군지 알아보겠어?

 

손에 준 힘을 풀 생각도 하지 않으면서,

 

그는 숨이 졸린 기도로 무슨 소리라도 뱉어보라는 듯 당신을 채근합니다.

 

8:36PM슌도 하루오:(제 목을 조르는 손길에 반사적으로 너를 제지하려 네 어깨를 강하게 두드렸다.) ..컥, 으, 쥰, 쥰페이? (느릿하게 겨우, 입을 뻐끔거리며 놀란 눈으로)

 

당신의 대답을 듣자.

 

웃고 있던 쥰페이의 표정이 어그러집니다.

 

그리곤 당신의 목을 호흡이 곤란하리만치 꽉 쥐고 있던 손을 떼고

 

두어 걸음 비틀거리며 당신에게서 물러납니다.

 

8:36PM젠 쥰페이:...실패작일텐데, 어떻게 말을... 그래도 오랜만에 제대로 된 네 목소리를 듣는 것 같긴 하네.

곧 모든 감각이 무뎌지고, 더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되겠지만.

 

8:39PM슌도 하루오:(손이 떨어지자 제 목을 쥔채로 콜록거렸다. 거칠어진 숨을 몇 번이고 내쉬다) ..다, 짜고짜 사람 목을.. 콜록, 쥐었으면서. ..그게 할 소리야? (째릿)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8:43PM젠 쥰페이:(짧게 숨을 내뱉는다. 얼굴에는 일말의 죄의식도 없어보였다.) ..모르면 말아. 네가 이해해서 좋을 건 없으니까. (너를 가만 바라보다가) 그보다 괜찮은거야? 허, 알 수가 없네.. (여전히 네가 이해하지 못할 말들만 줄줄이 중얼거린다. 사뭇 심각한 표정으로 땅을 응시하더니 다시 네게 시선을 옮긴다.) 더 할 말 있어?

 

8:45PM슌도 하루오:(여전히 의아함을 담은 표정으로 너를 응시했다.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조금 입을 달싹거리곤) ..쥰,페이. ..왜 그래?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어?

 

8:47PM젠 쥰페이:잘못? (잠시 뜸들이다가) ..그럴리 없잖아. 네가 잘못한거면 내가... (말끝을 흐리곤 곧바로 어깨를 으쓱인다.) 뭐, 아무튼.. 만일 시간이 지나도 괜찮다면… 그럴 일은 없겠지만… 정말 만일 괜찮다면, 검은 문을 따라 날 찾아와.

아니면, 알아서 죽던가.

 

그리고, 당신이 채 반응할 시간도 주지 않고서.

 

쥰페이는 미묘한 표정으로 열려 있던 검은 문 밖으로 나가 버립니다.

 

 

심리학or관찰 판정

 

8:48PM슌도 하루오: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2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쥰페이는 한눈에 보아도 일그러진 표정으로 당신을 보며 나가버렸다는 것을 인식합니다.

 

게다가 자신이 알던 쥰페이와는 조금 다른 모습입니다.

 

조금은 더 성숙한..

 

...

 

목소리나 표정,

 

얼굴은 확연히 그, 쥰페이가 맞음에도요.

 

아니, 하루아침 사이에요?

 

...무언가가 어긋난 기분입니다.

 

 

슌도 하루오, 이성 판정

 

8:49PM슌도 하루오: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감소 없음

 

다시 몸을 움직여보면,

 

쥰페이의 말과는 달리… 아까보다 몸이 부드럽게 움직여집니다.

 

몸이 굳을 거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하여간, 당신은 드디어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정신이 들자 비로소 상황이 제대로 눈 안에 들어옵니다.

 

당신은 흰 의자에 등을 깊게 기댄 채 앉아있습니다.

 

바닥이며 벽은 모두 정갈한 하얀색이고,

 

쥰페이가 뛰쳐나간 문만이 검은색으로 칠해져 활짝 열려 있습니다.

 

쥰페이는 검은색 문을 따라 자신을 찾아오라고 했죠.

 

…툭 툭…

 

그리고, 어디선가 툭툭,

 

작은 소리가 들려옵니다.

 

 

듣기 판정

 

8:50PM슌도 하루오: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 소리는 천장에서 나고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천장이 존재하고 있는걸까요?

 

어쩌면 이 곳은 천장 없이 개방되어 있는 방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무수한 별들이 인공적으로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높고 아득한 검은색의 밤하늘이 보입니다.

 

…툭 툭…

 

다시 툭, 툭 하는 소리가 들려오면,

 

수많은 별들이 박혀있는 하늘의 한 켠이 빠른 속도로 빛을 잃어가는 것이 보입니다.

 

툭, 툭 하는 소리에 맞춰 수십 개의 빛들이 꺼지고,

 

켜지는 것이 반복됩니다.

 

...그것을 한참 지켜보고 있자면,

 

그 검은 천장에 더 검은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 부분은 원 형태로,

 

천장의 중앙 부분에 위치합니다.

 

8:52PM슌도 하루오:(조금 더 유심히 천장을 살펴본다.)

 

천장을 살피자,

 

마치 인식이라도 한 듯 그 부분이 가운데로 벌어져 열리더니,

 

높은 천장으로부터 종이조각 하나가 팔랑팔랑 떨어집니다.

 

8:54PM슌도 하루오:...?? (비현실적인 상황들에 인상을 찌푸리며, 종이를 살핀다.)

 

앞면에 이렇게 쓰여져 있습니다.

 

 

「 O 」

 

뒷면에는 아무것도 쓰여져 있지 않습니다.

 

...

 

천장을 제외하고,

 

이 방 안은 당신이 앉아있는 흰 의자 외에는 다른 어떠한 사물도 놓여있지 않습니다.

 

오직 당신만이 이 방 안에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열려있는 검은색 문만이 눈에 띕니다.

 

문은 쥰페이가 남겼던 말과 겹치며,

 

그 색깔만으로도 이지적이라,

 

당신에게 어서 안으로 들어오라는 듯 손짓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8:55PM슌도 하루오:(그래도 우선은, 너를 따라가야겠지. 비척거리며 몸을 일으키곤 조심스럽게 검은 문 너머로 발을 옮긴다.)

 

.

 

.

 

.

 

ㅡ

 

문을 향해 나가면,

 

바깥은…

 

사방의 벽면이 모두 전신거울로 이루어진 길다란,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거울이고 벽인지 알 수 없는 복도입니다.

 

천장의 밝은 조명이 [거울]에 비친 당신의 얼굴을 선명하게 비춥니다.

 

복도의 양 옆에는 정장을 갖춰 입고 머리에 투구를 쓰고 있는 [마네킹]들이 열과 줄을 맞춰 즐비합니다.

 

긴 복도의 끝에는 다시 검은색의 문이 굳게 닫혀있습니다.

 

8:57PM슌도 하루오:(...기분..나쁘네.)(묘한 표정으로 거울을 살핀다.)

 

 

거울

 

거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방에 배치된 탓에,

 

단순히 곧은 직선의 복도임에도 불구하고 곳곳으로 사물들이 반사되어 보입니다.

 

당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당신의 모습은,

 

어쩐지… 이질적입니다.

 

목에 시퍼런 멍이 들어 있으니까요.

 

손자국 모양입니다.

 

아까 쥰페이가 조르면서 생긴걸까요?

 

하지만 당신은 쥰페이가 목을 조를 때에 숨이 막히는 것 이외에

 

아무런 아픔도 느끼지 못했는데…

 

거울에 비친 당신의 모습은 목을 거의 죽기 직전까지 졸린 사람처럼 보입니다.

 

그렇게 한참 거울을 바라보면...

 

이 손자국의 주인이 쥰페이라는 것이 더욱 명백해집니다.

 

쥰페이가 당신에게 감각이 곧 무뎌질 것이라고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설마, 정말...

 

9:00PM슌도 하루오:.. (날 죽이려든건가? 그런 생각이 들자 오싹한 기분이 함께해 잘근 제 입술을 깨물었다. 묘하게 시선을 아래로 떨구다 잘게 저으며) ..후우. (짧은 한숨을 내쉬곤 마네킹을 살핀다.)

 

 

마네킹

 

마네킹은 긴 복도에 총 열 개가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모두 턱 끝부터 발 끝까지 단정하게 가린 검은색의 수트를 입고 있군요.

 

 

관찰 판정

 

9:01PM슌도 하루오: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문득 눈부신 조명에 투구의 하단 부분이 반짝입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마네킹에게 씌워진 투구에 금박으로

 

 

「 네 헬멧을 벗기고, 만지고, 대화를 나눌 날이 오길. 」

 

라고 적힌 것이 눈에 띕니다.

 

9:03PM슌도 하루오:..이게 뭐야? (작게 인상을 쓰며 문장을 살피다) ... (슬쩍 주위를 둘러보곤 조심스럽게 마네킹의 투구를 벗겨본다.)

 

화려한 투구를 벗기면,

 

그 안에는 놀랍도록 당신과 유사한 얼굴이 들어있습니다.

 

 

슌도 하루오, 이성 판정

 

9:03PM슌도 하루오: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감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당신의 얼굴을 마주했다는 것과는 별개로,

 

마주친 그것은

 

이목구비, 머리 색과 길이,

 

홍채마저 당신을 모티브로 만들어낸 창작품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휼륭한 예술품처럼 보입니다.

 

투구를 벗겼음에도 요동없이 정면만을 응시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마네킹인걸까요?

 

이런 곳에 왜?

 

9:06PM슌도 하루오:... (아무리 잘...만들었어도. 당사자인 나의 시선으론 불쾌할 뿐이다. 어떤.. 놈이 만들었는진 모르겠지만. 가만 둬선 안되겠단 생각까지 하며 다시 투구를 씌우곤.) ..설마..~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마네킹의 투구 또한 벗겨본다.)

 

다른 마네킹의 투구를 벗겨보면,

 

마찬가지로 당신의 얼굴과 유사한 얼굴이 들어있습니다.

 

9:08PM슌도 하루오:...와.. (정말.. 불쾌하네.. 한껏 인상을 쓰며 다시 투구를 씌웠다. 그다지.. 오래 있고 싶은 방은 아니네. 곧장 검은 문으로 다가가 문을 열어본다.)

 

.

 

.

 

.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한눈에 담기도 어려울 만큼 거대한 서재가 눈에 들어옵니다.

 

여기는 대체, 어디인 걸까요?

 

기묘한 공간들만 이어진다는 의문이 머리에 스치는 순간,

 

방의 정 가운데에 마구잡이로 흩어진 하얀 종이 더미를 밟고서,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서 있는 쥰페이를 발견합니다.

 

쥰페이는 손에 든 책을 읽다가,

 

문득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바닥에 흩어진 종이 더미를 빠르게 긁어모아 손에 쥐고,

 

읽던 책만 움켜쥐고서 곧장 열린 검은색 문 뒤로 들어가버립니다.

 

찰칵,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리며.

 

당신은 또다시 이 거대한 서재에 혼자 남겨집니다.

 

서재는 말 그대로 거대합니다.

 

당신의 키의 몇 배에 미치는 [책장]들이 즐비하고,

 

바닥에는 고급스러운 검은색의 [러그]가 깔려있습니다.

 

천장에는 환한 샹들리에 디자인의 조명이 광대한 서재의 곳곳을 밝힙니다.

 

당신이 서 있는 서재 입구의 맞은편에는,

 

쥰페이가 들어가며 잠긴 [검은색 문]과 그 옆에 위치한 [책상]이 보입니다.

 

그리고 높은 천장의 한쪽 벽에 금색의 거대한 [시계]가 돌아가며,

 

차칵, 차칵 소리를 냅니다.

 

책장의 빈칸 곁에 [방향제]가 놓여 있지만,

 

감각이 무뎌진 탓인지 아무 향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9:11PM슌도 하루오:..야! (너를 발견하자마자 곧장 그 뒤를 따라갔다. 잠긴 검은 문을 열어보려 한다.)

 

 

검은색 문

 

그동안 지나쳐 온 검은색 문들과 똑같이 생긴 문입니다.

 

문에 가까이 다가가면, 안쪽에서 쥰페이가 말을 걸어옵니다.

 

9:11PM젠 쥰페이:하루오, ...아직 밖에 있어?

 

9:12PM슌도 하루오:(괜한 성질을 부리듯 애꿎은 문이나 발로 쾅! 찼다가) ..지금 이게 뭐 하는거야? 나랑 이야기하기 싫어?

 

9:14PM젠 쥰페이:(문 너머에 있어 표정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목소리는 무덤덤한 것 처럼 들린다.) 너랑 대화하는 건 좋지만.. 애초에 너는 진짜가 아니니까 대화해봤자인걸. 너도 곧 사라지게 될테니까.

 

9:16PM슌도 하루오:뭐? (어처구니 없는 소리에 말문이 턱 막혔다. 허..하는, 기가 찬 숨소릴 내뱉다) ... ...쥰 혹시 지금, 무슨... ...이상한 망상이라도.. 하는 거야? ..지금 내가 진짜가 아니면, 뭐..가 진짜인데?

 

9:19PM젠 쥰페이:너도 봤으니까 알 거 아니야. 너는 감각이 무뎌진거. 밖에 있던 마네킹들과 비슷한 존재라고 보면 돼. 망상.. 좋을대로 생각하던지. 이제는 네가 어떻게 되든.. 상관 없어.

...시계를 봐. 어차피 때가 다가오고 있어. 그 전에 너를 살려냈어야 했는데…

 

문 너머 쥰페이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고, 점점 멀어집니다.

 

9:22PM슌도 하루오:잠깐, 쥰! 쥰페이?! (이어지는 네 말에 인상을 찌푸리며 문을 두들기다 자연스레 시계쪽으로 고갤 돌렸다. 저게 다.. 무슨 말인데?)

 

 

시계

 

금색의 거대한 시계는, 시침, 분침과 초침 구분 없이

 

오직 한 개의 바늘만이 정각을 향해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 바늘은 현재는 숫자 11을 한참 지나치고 있습니다.

 

아주 미세하게, 조금씩 숫자 12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숫자 12 아래에 작은 글씨가 쓰여 있습니다.

 

 

「 완전한 종말과 재림 」

 

9:24PM슌도 하루오:(여전히.. 이해가 되질 않는 상황들에 더욱 인상을 찌푸렸다. 이젠.. 짜증을 넘어 화가 날 지경으로, 두어번 짙은 심호흡을 내쉬다) ..후우. (책장을 살핀다.)

 

 

책장

 

아주 커다란 책장들입니다.

 

그에 반해 꽃혀 있는 책의 크기는 일반적입니다.

 

책들은 아주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지만,

 

중간중간에 튀어나온 책들이 보입니다.

 

비교적 최근에 본 책일까요?

 

9:25PM슌도 하루오:(튀어나온 책들을 살펴본다.)

 

전부 생명공학, 혹은 Myth라는 단어가 앞머리에 붙은 책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Myth라는 단어 이후의 언어는 하루오가 알 수 없는 언어입니다.

 

내용 또한 세계의 각개 국어와 알 수 없는 언어가 섞여 있습니다.

 

어떻게 읽어볼 수 없을까요?

 

번역 도구가 있다면 좋을 것 같은데요.

 

9:26PM슌도 하루오:(그래도 나름 제2외국어 할 줄 아는게 있는데.. 일단은 책을 내려두고 러그를 살핀다.)

 

 

러그

 

부드러워 밟을때마다 푹신거리는 듯한 러그입니다.

 

아주 두껍습니다.

 

양털인가요?

 

9:27PM슌도 하루오:(..러그가 이렇게 두껍나? 몸을 쭈구리고 앉아 러그를 만져본다.)

 

부드러운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킵니다.

 

그치만, 너무 두꺼워서 그런지

 

이질감이 듭니다.

 

 

지능 판정

 

9:28PM슌도 하루오: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1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천재..

 

9:28PM슌도 하루오:(당연하단듯이 웃음)

 

어쩐지, 이 밑에 무언가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귀엽네..

 

9:29PM슌도 하루오:(어깰 으쓱이며 러그를 살짝 들춰본다.)

 

바닥에 문이 하나 있습니다.

 

그러나 손잡이는 없고, 열 수 있는 버튼 또한 찾아볼 수 없습니다.

 

9:30PM슌도 하루오:..이게 뭐야. (으음. 짧게 앓는 소릴내다 조심스럽게 바닥의 문을 향해 가볍게 노크해본다.)

 

당신의 노크 소리만 울릴 뿐,

 

별다른 반응은 없습니다.

 

9:31PM슌도 하루오:(그렇겠지.. 조금 아쉽단듯 입을 삐죽이며 몸을 일으켰다. 설렁설렁 책상위를 살핀다.)

 

 

책상

 

고급스럽고 튼튼해보이는 책상입니다.

 

손이 많이 닿았던 것 같이 어지럽혀져 있지만,

 

넓은 탓에 크게 티나진 않습니다.

 

이리저리 어질러진 악필의 메모지들과 함께,

 

[두꺼운 노트 한 권]과 [알 수 없는 기계 장치],

 

그리고 책상의 하단에 커다란 [서랍]이 하나 보입니다.

 

9:32PM슌도 하루오:(우선.. 서랍을 열어본다.)

 

 

서랍

 

그 안에는 펜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잉크펜입니다.

 

그 많은 잉크펜의 ⅔ 정도는 이미 다 쓰여 빈 쓰레기들입니다.

 

나머지는 사용할 수 있는 새것입니다.

 

 

관찰 판정

 

9:33PM슌도 하루오: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와~)

 

와

 

유심히 보자 그것이 전부 검은색 잉크펜 뿐이라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별다를 건 없네요.

 

9:34PM슌도 하루오:(실망..)(일단 새 펜을 하나 손에 쥐고는 노트를 살핀다.)

 

 

두꺼운 노트 한 권

 

 

자료조사 판정

 

9:34PM슌도 하루오:

자료조사

기준치:	65/32/13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것은… 일기장일까요?

 

아니, 그보다는 무언가의 정보들을 생각나는대로 적어둔 것 같습니다.

 

눈에 띄게 많이 살펴본 페이지가 저절로 펴집니다.

 

핸드아웃 참고

 

얼떨결에 뒷장까지 페이지가 넘어갑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핸드아웃 참고

 

쥰페이의 필체에 하루오를 향한 알 수 없는 집착과 약간의 광기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9:37PM슌도 하루오:..(미간을 찌푸리며 유심히 네 필체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착잡함과 뭐라고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는 감정이 얽혀 입을 뻐끔거리기만하다) ..음.. (기계장치를 살핀다.)

 

 

알 수 없는 기계 장치

 

생전 처음보는 모양의 기계입니다.

 

투명한 원의 뒤로 금속 휠들이 잔뜩 달려 있습니다.

 

기계 장치의 아래에는 구겨진 메모지 하나가 깔려 있습니다.

 

9:38PM슌도 하루오:(메모지를 확인한다.)

 

핸드 아웃 참고

 

라고 적혀있습니다.

 

9:39PM슌도 하루오:(그러엄.. 책장에 있던 책을 꺼내와 저가 읽을 수 없던 글자들을, 장치로 비춰본다. 이제 읽을 수 있나?)

 

장치로 다시 확인해 보자,

 

맨 앞 페이지에 「 당신은 살고 싶은가? 」 라고 적힌 것을 볼 수있습니다.

 

그 뒷 페이지는 전부 비어있습니다.

 

신기한 일입니다.

 

옆 페이지에 대답을 쓰라는 것처럼, 빈 옆 페이지가 눈에 띕니다.

 

9:41PM슌도 하루오:.. (노트에 써있던 내용이.. 이걸 말 하는건가? 꼭 판타지 소설에나 나올법한 일이라 피식 헛웃음 지으며 응, 살고싶어 라 적는다. )

 

당신이 대답을 적자

 

책에 또다시 알 수 없는 글자가 떠오릅니다.

 

알 수 없는 기계의 원안에 비친 그 글자는

 

「 그렇다면 가려진 바닥 아래를 확인하라. 」

 

입니다.

 

9:42PM슌도 하루오:(이전과 같이 바닥 아래는 어떻게 확인하는데?라 적어본다. 손잡이도 없으면서 무슨...)(뻔뻔)

 

당신의 질문에 대답이라도 하는 듯,

 

적은 문장 아래에 바로 알 수 없는 글씨가 써집니다.

 

9:43PM슌도 하루오:..뭐야? (정말 알려주나? 기계장치로 확인해본다.)

 

기계의 원안에 비친 그 글자는

 

「 다시 확인해봐라. 생겼을 것이다. 」

 

입니다.

 

9:44PM슌도 하루오:(우와..조금, 많이 신기함..) .. (살짝 고민하다 고마워 를 적어두고 바닥의 문을 확인해본다.)

 

다시 확인하니

 

바닥에는 문 모양의 빗금이 그려져 있습니다.

 

빗금 안만 검은색 타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옆에, 작은 버튼이 생겼습니다.

 

9:46PM슌도 하루오:(1초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버튼을 꾹 눌러본다.)

 

버튼을 누르면 문 모양의 빗금이 정말 문의 모양으로 천천히, 활짝 열립니다.

 

그 아래로 칠흑같은 공간으로 계단이 이어집니다.

 

 

지능 판정

 

9:46PM슌도 하루오: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검은 문을 따라가면 쥰페이가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문 역시 검은 문을 따라가는 것과 같지 않을까요?

 

이곳으로 가면 쥰페이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9:48PM슌도 하루오:(네게 졸린 제 목을 문지르며 어깰 으쓱였다...그래, 이런 짓을 당했으니, 만나자마자 한 대 먹여줘야겠지. 아무리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라해도. 대화는 그 이후에 하자 다짐하며 계단 아래로 걸어간다.)

 

.

 

.

 

.

 

ㅡ

 

계단을 따라 컴컴한 어둠속을 향해 들어가면,

 

당신의 걸음을 따라 양 옆에서 등불이 차칵이는 소리를 내며 켜집니다.

 

약간의 눅눅한 공기.

 

어째서인지 약간 오한이 드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양 옆의 벽은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고,

 

앞으로 나아갈때마다 맞춰 불이 켜지는 탓에 어디가 이 통로의 끝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벽을 더듬으며 앞으로 나아가면 조금 더 확실하게 방향을 잡을 수 있을까요?

 

9:50PM슌도 하루오:..설마.. (길을 잃진 않겠지. 벽에 손을 더듬으며 성큼성큼 걸어나간다.)

 

벽을 더듬으며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면.

 

...어느 순간부터 손에 닿던 고른 금속의 느낌 대신에 우둘투둘한 [쇠창살]이 손에 닿기 시작합니다.

 

9:51PM슌도 하루오:(..깜짝!)(조금 몸을 움츠렸다가 쇠창살을 꾸욱 쥐어보곤) ... (조심스레 살핀다.)

 

...흐릿한 형체들이 쇠창살 너머에 가득합니다.

 

한쪽 벽 면이 어느 순간부터 금속의 평면이 아니라 쇠창살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너머로 넘어갈 수 있는 문은 보이지 않지만,

 

천장에 당길 수 있는 무언가의 [스위치]가 길게 내려와 있습니다.

 

9:52PM슌도 하루오:..이게 전등..이었음 참 좋을텐데. (작게 중얼거리며 스위치를 당겨본다.)

 

철컥 소리와 함께 쇠창살 너머의 공간에서

 

차칵이는 소리가 일제히 들려오며 불이 환하게 들어옵니다.

 

불빛이 비춰진 그 너머에는.

 

...인간들이 동산을 이루듯 쌓여있습니다.

 

 

슌도 하루오, 이성 판정

 

9:53PM슌도 하루오:

SAN Roll

기준치:	69/34/13
굴림:	6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감소 없음

 

 

이어서 관찰 판정

 

9:53PM슌도 하루오: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런건..잘 보고싶지 않았는데.)

 

좋은것만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니, 자세히 살펴보면,

 

저건… 정말 인간이 아니라.

 

더미인 것 같습니다.

 

엉성하게 마감된 손가락 부분이나 얼굴이 없는 것을 보면 눈치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렇게 많은 더미가 왜 저 너머에 쌓여있나요…?

 

역시나 쇠창살 안쪽.

 

조금 옆에, 커다란 흰 침대가 하나 놓여있는 것이 보입니다.

 

흰 침대는 기계장치들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침대 위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9:55PM슌도 하루오:..(꾸욱 인상을 쓰며 창살 너머를 뚫어져라 쳐다보다 혹시 저 쪽으로 넘어갈 순 없나? 길을 살펴본다.)

 

길이 있는가 살파보면

 

아무래도 없는 것 같습니다.

 

9:56PM슌도 하루오:(실망.. 그럼 침대 주변의 기계장치라도 열심히 살펴본다.)

 

서재에서 본 것과 같이 알 수 없는 언어로 잔뜩 써져있습니다.

 

먼지가 군데 군데 묻어있고, 오래되어서 녹슨 듯 합니다.

 

9:58PM슌도 하루오:..오래됐나.. (빠안..)(저쪽의 언어들도 전의 번역기로 살펴 볼 수 있나?)

 

서재로 통하는 문은 굳게 닫혀져 다시 가져오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 외에 별다를건 없습니다.

 

10:00PM슌도 하루오:(실망2...)(그럼.. 어쩔 수 없지. 손을 탈탈 털어내고 마저.. 벽을 따라 걷는다.)

 

쇠창살은 몇미터를 더 이어지다가 이내 다시 금속 벽으로 돌아옵니다.

 

차칵이는 소리와 함께 마지막 등불이 켜지고,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입니다.

 

10:01PM슌도 하루오:(곧장 계단을 따라 걷는다.)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가면,

 

검은 문이 보입니다.

 

10:01PM슌도 하루오:(제발.. 너머에 네가 있길 간절히 바라며 문을 연다.)

 

.

 

.

 

.

 

ㅡ

 

검은 문을 활짝 열면,

 

어둡던 통로와는 대비되도록 환한 빛이 쏟아져 들어옵니다.

 

반짝이는 조명의 불빛,

 

은은하게 풍겨오는…

 

____의 향기.

 

...이게 무엇의 향기였죠?

 

갑작스럽게 북받쳐 올라오는 감각의 잔재들에 혼란스러워하기도 잠시.

 

반짝이는 검은색의 벽지

 

흐르는 밤하늘을 담은 듯 검은 천장.

 

그리고…

 

책장], [책상], [침대], [옷장] 등 평범한 일상 공간을 위해 꾸며진 것 같은 방입니다.

 

아, 한쪽 벽면 가득 붙여진 [사진]들과 그 옆의 [모니터]만 제외하면 말이에요.

 

검은색 문이 방금 하루오가 열고 나온 바닥의 문을 제외하면,

 

[왼쪽 벽]에 하나,

 

[오른쪽 벽]에 하나 나 있습니다.

 

10:04PM슌도 하루오:이게 다 뭐람. (네가 없음을 눈치채자 조금 아쉽단 듯 웅얼거리곤 눈에 띄는 사진들을 살핀다.)

 

 

사진

 

대부분, 쥰페이와 함께한 순간의 하루오의 사진들입니다.

 

아니, 하루오의 사진만 붙어있는 건 아니지만…

 

쥰페이의 가족, 동료는 겨우 몇 장 뿐입니다.

 

이 벽을 가득 메운 사진들.

 

하루오의 사진의 지분이 절대적으로 많습니다.

 

10:06PM슌도 하루오:..(이걸.. 감동적이라 느껴야할지, 무섭다 느껴야할지. 혼란스러운 감정을 억누르며 멍하니 바라보다 모니터로 시선을 돌린다.)

 

 

모니터

 

사진들이 잔뜩 붙여진 끝에 벽에 설치되어 있는 꽤 큰 모니터입니다.

 

화면이 꺼져 있습니다.

 

10:07PM슌도 하루오:(버튼은 없나? 살펴본다.)

 

아무래도 버튼은 없고,

 

켜는 장치는 있는 것 같습니다.

 

10:07PM슌도 하루오:(내가.. 켜 볼 수 있나?)

 

아무리 살펴봐도 불가능합니다.

 

10:08PM슌도 하루오:(그럼 순순히 포기하고 책장을 먼저 살핀다.)

 

 

책장

 

깔끔한 검은색의 책장입니다.

 

책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습니다.

 

한 권의 [책]만이 가로로, 책장의 왼편 칸쯤에 비스듬히 올려져 있습니다.

 

대부분이 읽을 수 없는 제목이거나,

 

생명 과학과 공학, 혹은 신화서입니다.

 

모든 책이 한참을 읽은 듯 책의 끝 부분이 너덜거리고 손이 탄 흔적이 있습니다.

 

10:09PM슌도 하루오:(한 권의 책만 뽑아 내용을 읽는다.)

 

 

책

 

표지의 어느 면에도 제목이 없습니다.

 

펼쳐보면, 이 문단이 또렷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핸드아웃 참고

 

읽으면 어쩐지 정신이 어지러워집니다.

 

슌도 하루오, 이성 판정

 

10:11PM슌도 하루오:

SAN Roll

기준치:	69/34/13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감소 없음

 

10:11PM슌도 하루오:(아리송한 내용에 고갤 기울이다 책을 원래 자리에 꽂아넣는다.책상을 살핀다.)

 

 

책상

 

회색 모노톤의 딱딱한 철제 책상입니다.

 

위에는 [리모콘]이 올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비스듬하게 내려놓아진 [책] 한 권.

 

서재로 막 들어섰을 때, 쥰페이가 읽고 있던 그 책인 것 같습니다.

 

그 외에 만년필, 잉크병과 같은 도구가 올려져 있긴 하지만 깔끔하게 정리되어,

 

달리 눈에 띄는 것이 없습니다.

 

10:12PM슌도 하루오:(리모콘을 챙겨들곤 놓여진 책을 읽는다.)

 

 

책

 

검은색 하드커버의 책입니다.

 

책의 제목은…

 

[멎은 숨의 소생],

 

어느 나라의 언어인지 알지 못하지만, 글이 아주 자연스럽게 읽힙니다.

 

책의 겉 면에 적힌 집필을 시작한 날짜는 하루오가 기억하는 마지막 날짜입니다.

 

저자는… 쥰페이.

 

핸드아웃 참고

 

10:17PM슌도 하루오:..?? .... ???? (책을 끝까지 읽어 냈음에도. 정상적인 사람의 머리로는,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 뿐이다. 오히려..조금 역했을 수 도.) .. (난 이렇게.. 멀쩡한데. 애꿎은 제 뺨을 꼬집었다. 어떻게든 빨리 너를 만나야겠단 생각이 강렬하게 떠올라 제 주먹을 꾸욱 쥐었다가) .. (침대를 살핀다.)

 

침대를 살피기 전,

 

 

지능 판정

 

10:18PM슌도 하루오: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으쓱)

 

역한 레몬 냄새?

 

문득 당신의 향을 맡아봅니다.

 

하지만… 당신에게서는 그런 냄새가 나지 않는걸요.

 

당신은 쥰페이가 창조한 하루오가 맞는걸까요?

 

...

 

 

침대

 

검은 이불과 베개가 가지런히 정리된 1인용 침대입니다.

 

사용감이 꽤 있습니다.

 

은은하게 쥰페이의 체향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10:19PM슌도 하루오:(슬쩍 베개에 얼굴을 박고는, 네 체향이 맞는지 확인해본다.)

 

확실하게 단언할 수는 없지만,

 

쥰페이의 체향이 맞는 것 같습니다.

 

10:21PM슌도 하루오:.. (봐봐, 무뎌지긴 무슨. 이렇게 생생한데.. 억울한 감이 강하게 들어 네 베개를 옆구리에 끼워 챙겨두곤 옷장을 열어본다.)

 

 

옷장

 

검은색의 옷장입니다.

 

열어보면, 쥰페이의 체격에 맞는 옷들이 즐비하게 걸려 있습니다.

 

평소에 자주 입던 옷들이 주로 걸려져 있고.

 

모두 단정하게 정돈되어 있습니다.

 

 

관찰 판정

 

10:22PM슌도 하루오: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옷의 양이 많습니다.

 

이정도라면 여기서 살아도 되겠는데요.

 

옷들을 한참 바라보다 보면,

 

일상복들 사이에 이질적인 옷을 한 벌 발견합니다.

 

아까 쥰페이가 입고있던 흰 색 연구원복과 같습니다.

 

10:22PM슌도 하루오:(?)(옷을 꺼내 살펴본다.)

 

 

살펴보면,

 

안쪽 주머니에 잉크펜 하나가 들어있는 것 말고는 별다를게 없습니다.

 

10:27PM슌도 하루오:..음..(짧게 침음하며 잉크펜을 만지작 거리곤 아예 가운을 걸쳐입었다. 적어도.. 네가 만들었다는 더미들과 나는 다르다고. 증명해야 내 말을 좀 들어주지 않을까 싶었어. 나한텐 조금 크려나? 팔을 쭉 뻗어 사이즈를 가늠하다 모니터 앞으로 가 이전에 얻은 리모콘의 버튼을 눌러본다.)

 

아까 그 모니터에서 삑 소리가 나며 화면에 빛이 들어옵니다.

 

8개 구역의 상황을 비추고 있는 CCTV입니다.

 

첫 번째 화면에서는 하루오가 처음 깨어났던 하얀 방을,

 

두 번째 화면에서는 벽이 모두 거울이었던 복도를,

 

세 번째 화면에서는 서재를,

 

네 번째 화면에서는 서재의 시계를,

 

다섯 번째 화면에서는 지하 통로를,

 

여섯번째 화면에서는 화원처럼 보이는 곳의 입구를,

 

일곱 번째 화면은 검은색으로 가득 메워져 있고,

 

여덟번째 화면에서는,

 

...하얗게 눈이 내리는 하늘이 비춰집니다.

 

벌써 겨울이던가요.

 

...

 

그때,

 

여섯번째 화면에서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쥰페이의 모습입니다.

 

화원의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모니터에 잡힙니다.

 

화원의 안에 들어간 이후,

 

쥰페이가 CCTV에 다시 비춰지지는 않습니다.

 

10:29PM슌도 하루오:..! (반사적으로 여섯번째 화면에 바짝 다가가 네 모습을 빤히 바라봤다. 저 쪽으로.. 가야하는데. 다급하게 왼쪽 벽을 살핀다.)

 

문을 열어보면 서재가 보입니다.

 

아까 쥰페이가 안에 들어갔던 문이 이 문이군요.

 

그러고 보니 문 손잡이에 안에서 잠그는 장치가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10:31PM슌도 하루오:..어떻게 된 구조야? (어리둥절)(..여기서 문을 잠군건가보다. 일단은.. 여긴 볼 일이 없으니 쿵 닫아버리고 냅다 오른쪽 벽을 살핀다.)

 

검은색 문입니다.

 

열까요?

 

10:31PM슌도 하루오:(...연다!)

 

 

.

 

.

 

.

 

 

ㅡ

 

...

 

문을 열고 나오면,

 

탁 트인 홀이 눈에 들어옵니다.

 

바닥에는 붉은 융단이 깔려있고,

 

벽에는 고급스러운 [그림]들이 몇 점 걸려 있습니다.

 

높은 벽의 상단은 스테인드 글라스입니다.

 

바깥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빛에 따라

 

홀의 바닥에 아름다운 색색깔의 [형상]이 그려집니다.

 

정면에.

 

...검은 색의 [큰 문]이 있습니다.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문입니다.

 

저 문 너머로 나가면, 화원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0:33PM슌도 하루오:(발걸음을 재촉하면서도 벽에 걸린 그림을 살펴본다.)

 

 

그림

 

세 점의 그림이 있습니다.

 

양 팔을 벌려도 잡기 어려울만큼 커다란 그림입니다.

 

10:34PM슌도 하루오:(그림을 순서대로 살펴본다.)

 

 

첫 번째 그림

 

물컹물컹한 점액질에 선명한 분홍빛 색감의 뇌가 담겨져 있는 것이

 

극사실주의 화풍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10:36PM슌도 하루오:(인상을 꾸욱 찌푸리며 그림을 쳐다보다. .... 쥰페이, 이런 취향이었던가?)(...애써 외면하며 두 번째 그림을 살핀다.)

 

 

두 번째 그림

 

수많은 인간들을 밟고 단 하나의 인간만이 위에 올라서 하늘을 향해 양 팔을 뻗고 있는 그림입니다.

 

추상적인 화풍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강렬한 검은색과 하얀색의 대비가 인상적입니다.

 

10:37PM슌도 하루오:(어째 꼭.. 이전에 봤던 더미들이 생각났다. 그림들이 하나같이 죄다, 꼭 저를 불쾌하게 만들 생각으로 걸어둔걸까 싶을 정도. 한숨을 내쉬며 마지막 그림을 살핀다.)

 

 

세 번째 그림

 

...하루오의 얼굴이 그려진 초상화입니다.

 

가운데부터 그려져, 상하좌우로 아직 한참이나 빈 공간이 많습니다.

 

미완품인걸까요.

 

눈을 감고 있습니다.

 

10:39PM슌도 하루오:(제 초상화를 말 없이 한참이나 바라봤다. 무심결에 빈 여백을 손으로 쓸어 만졌다가 한 걸음 물러나곤 자릴 벗어나 바닥의 형상을 살펴본다.)

 

 

형상

 

바닥에 비춰진 스테인드 글라스는 세 쌍의 연인의 모습을 황홀하고

 

또 기괴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첫번째 연인은 키스를 나누고 있고,

 

두번째 연인은 서로를 꼭 껴안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번째 연인은…

 

...아니,

 

저게 연인이 맞던가요?

 

단순히 사람 둘을 짝지어 놓은 것은 아닐까요.

 

세번째 연인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위에 올라타 목을 조르는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그 형상이 색유리에 잘게 반사된 빛으로 바닥에 존재합니다.

 

문득 스쳐지나가는 알 수 없는 모독적인 기분에,

 

 

슌도 하루오, 이성 판정

 

10:40PM슌도 하루오:

SAN Roll

기준치:	69/34/13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성 감소 없음

 

10:41PM슌도 하루오:(저 형상이 꼭, 이전의 우리 같이 느껴졌다. 바보, 기왕이면 난, 앞의 다른 두 개가 좋은데. 부러 가벼운 생각을 하며 큰 문을 향해 다가선다.)

 

 

큰 문

 

검은색의, 이태까지 봐 왔던 문 가운데서는 가장 큰 문입니다.

 

이 문 너머에 아까 모니터에서 봤던 쥰페이가 있을까요?

 

10:43PM슌도 하루오:(그렇다면 망설일 이유도 없지. 곧장 문을 활짝 열었다.)

 

.

 

.

 

.

 

ㅡ

 

큰 문을 활짝 열고 바깥으로 나서면,

 

회색빛의 하늘 아래 바깥에는 한창 [눈]이 내리는 중입니다.

 

햇살은 밝고 따사롭...나?

 

...날씨를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여간, 시야에 보이는 것은 아름답게 꾸며진 넓은 화원입니다.

 

모니터에서 본, 쥰페이가 들어갔던 화원과 똑같이 생겼습니다.

 

여기가 맞는 것 같습니다.

 

화원은 대부분 키가 높은 나무와 덤불벽으로 이루어져 있어,

 

어디가 이 화원의 끝이고 바깥으로 나가는 출구인지를 가늠하기 어렵게 합니다.

 

벚꽃으로 꾸며진 화원의 [입구]가 하루오를 유혹하듯 바람에 살랑거립니다.

 

10:46PM슌도 하루오:(저기겠구나. 조금 긴장 어린 심호흡을 내쉬다. 아예 빠르게 입구로 달려갔다.)

 

 

입구

 

입구로 들어서면,

 

몇 걸음 떼지 않아도 삽시간에 주변이 푸르른 꽃과 높게 자란 나무와

 

아름답지만 오래되고 기괴하게 보이는 조형물들로 가득찹니다.

 

[왼쪽]으로 꺾을 수 있는 길과 [오른쪽]으로 꺾을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10:47PM슌도 하루오:.. (어디로 간거야? 혹시.. 발자국이라도 남지 않았을까. 길을 살펴본다.)

 

푸릇푸릇한 초록빛의 풀들만 무성하게 있을 뿐입니다.

 

10:48PM슌도 하루오:(짜증..)(됐다, 만약 네가 없음 곧장 다시 돌아와서 반대편으로 가지 뭐. 단순하게 머릴 굴리며 우선 왼쪽 길로 향한다.)

 

 

왼쪽 길

 

한참을 걷다보면, 꽃들 사이에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조형물이 놓여 있습니다.

 

아주 정밀하고 자세하게 세공되어 있지만,

 

그 세공되어 있는 형상이 소름끼치도록 생생하고 기분이 나쁩니다.

 

비대한 몸집의 무언가에서 촉수와 같은 것들이 뻗어나와 꿈틀대고 있는 형상입니다.

 

기괴한 조형물을 목격한 하루오,

 

 

이성 판정

 

10:49PM슌도 하루오:

SAN Roll

기준치:	69/34/13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감소

 

또 한참을 걷다보면,

 

아주 커다란 나무 두 그루가 보입니다.

 

아니.

 

한 그루인가요?

 

두 그루가 서로 아주 가까이 붙어 자라, 마치 한 그루인듯한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관찰 판정

 

10:50PM슌도 하루오: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비슷한 키를 하고 있지만,

 

한 그루는 아주 비쩍 말라 드문 드문 썩어들어간 부분마저 있습니다.

 

마치 다른 한 그루에게 모든 영양분을 뺏겨 버린듯한 형상입니다.

 

두 나무가 함께 붙어있기 때문일까요.

 

...

 

계속 걷다보면,

 

꽃잎이 하늘하늘 떨어지는 꽃밭에 다다릅니다.

 

...떨어진다고요?

 

눈이 내리는 이 상황에, 떨어질 꽃들이 이렇게나 만개해 있다는 것도 신기하지만.

 

만개한 꽃들 중 여러 송이가 불특정하게 툭툭 그 꽃송이를 바닥으로 떨굽니다.

 

마치, 인간의 머리가 떨어지는 것만 같아요.

 

그 기괴한 현상을 목격한 하루오,

 

 

이성 판정

 

10:52PM슌도 하루오:

SAN Roll

기준치:	68/34/13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감소 없음

 

계속 지켜보면 결국 꽃밭의 모든 꽃들은 꽃송이를 떨굽니다.

 

멀쩡한 꽃송이들이 삽시간에 떨어져 이룬 꽃잎더미는

 

어딘가 징그러우면서도 동시에 아름답습니다.

 

...

 

계속해서 한참을 걷다보면,

 

꽃들 사이에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조형물이 놓여 있습니다.

 

...음?

 

아까 본 대리석이 아니던가요?

 

어쩐지, 길을 잃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한참을 방향을 바꿔 걷고, 또 걸어도…

 

쥰페이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 돌아가야 할까요.

 

그렇게 문득 주위를 둘러보면,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겠습니다.

 

나가는 문도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들어왔던 입구가 보이는 것도 아닙니다.

 

아까 보았던 큰 나무들도,

 

마주쳤던 꽃밭도…

 

왔던 길을 되짚어 돌아갈 수조차 없습니다.

 

완전히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10:54PM슌도 하루오:..정말... 미치겠네. (짜증이 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애꿎은 땅이나 발 끝으로 헤집으면서도 너를 찾기 위해 주변을 살펴본다.)

 

...

 

길을 헤메이는 찰나, 어깨에 손길이 닿습니다.

 

 

10:56PM이상한 남자: 길을 잃으셨나요?

 

뒤를 돌아보면,

 

나른하게 웃는 얼굴이 인상적인,

 

호감형의 미남자가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뒤에 서 있습니다.

 

어깨에 닿았던 손길을 거두고

 

사람 좋게 웃는 남자의 모습을 보니 어째선지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입니다.

 

 

10:56PM이상한 남자: 반갑습니다. 그쪽이 말로만 듣던 하루오겠군요.

몇 년 만에 눈을 뜬 기분은 어떤가요?

 

10:58PM슌도 하루오:(흠칫 몸을 떨었다.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나 그를 조금 노려보며) ..네에, 뭐. (가볍게 그의 말을 무시했다.) 그보다.. ..누구세요?

 

 

10:58PM이상한 남자: 당신은 누구기에 나에게 그런 걸 묻죠? 지금 나한테 그런 걸 물어볼 때가 아닐텐데. 당신은 스스로가 누구인지 아나요?

뭐, 굳이 말하자면… 이 저택의 주인 있잖아요. 아주 미쳐버린 사람이라고 하던데요. 그 사람의 조수, 로 이번에 새로 왔다고 할까요… 돕는 역할인거죠.

 

11:00PM슌도 하루오:..그 쪽이 먼저, 날 아는듯이 이야기 했잖아요. (조금 날 선 투로 말했다. 이어지는 말에 의아하단 듯 고갤 기울이곤) ..주인이라면.. (..) 혹시, 쥰페이를 말하는 건가요?

 

 

11:00PM이상한 남자: 네, 맞아요. 젠 쥰페이라고 했던가.. 말은 많이 못 나눠봤지만요. 제정신이 아니던데요. 멸망의 직전까지 그가 이렇게나 당신을 살려내려고 하는 걸 보면… 당신이 어지간히 중요한 사람이었나보죠. 그와 무슨 관계였어요?

 

11:02PM슌도 하루오:..남의 애인한테, 제정신이 아니라니 뭐니.. 그런 소린 듣기.. 불쾌하네요. (잘게 눈웃음 지으며 쏘아붙이는 듯이 말했다. 제 팔짱을 낀 채로 눈을 굴리다) ..멸망의 직전이라뇨?

 

 

11:03PM이상한 남자: 연인 관계군요. 그렇다면 이해가 썩 안 가는 건 아니죠. (어깨를 으쓱이며 똑같이 눈웃음을 지어보인다.) 죽음으로부터 돌아왔더니 바로 맞닥뜨리게 된 것이 세계의 멸망이라니, 조금 안타깝네요…

하지만, 네. 그렇답니다. 종말론자들이 펼치는 주장이 현실이 되었어요. 시적인 표현을 빌려도 될까요?

멸망의 때가 다가오고 있어요… 사람들의 비명과 신음이 달콤하네요. 우리 모두 그 멸망을 피하지 못하고, 자연의 순리처럼. 운명처럼 받아들이게 되겠죠.

 

지금 하늘에서 내리는 게 뭔지 아나요? 눈이 아니라, 하늘. 이 세계의 천장의 잔재랍니다. 우주고 뭐고 이 세계가 샅샅이 부서져서 떨어지는 거예요. 아름다운 광경이죠?

 

그러고 보면, 눈이 하나도 차갑지 않습니다.

 

날씨도 제대로 느껴지지 않고요.

 

이건 정말 종말인 걸까요?

 

당신은 지금,

 

종말의 목전에 서 있는 걸까요?

 

 

슌도 하루오 1d3 굴려주세요

 

11:04PM슌도 하루오:

rolling 1d3

 

(

1

 

)

 

 

=

1

 

 

이성 -1 감소

 

 

11:04PM이상한 남자: 이 저택은 사람이 없어 이렇게 평화롭지만. 바깥 세상은 벌써 피바다며 비명으로 거리가 가득 찬 게 오래 전 얘기인데. 이 정도 빠르기라면… 오늘 안에 이 저택도 고요한 멸망을 맞지 않을까요?

마지막인데 연인과 깊은 키스라도 나눠보는 건 어때요. 아. 내가 너무 무례했나요? 그냥 넘겨요.

 

별 말 아니라는 듯 손을 휘휘 저으며 웃습니다.

 

11:06PM슌도 하루오:(눈썹을 꿈틀거리며 노골적으로 불쾌함을 나타냈다. 그를 한참이나 노려보며 주먹 쥔 손에 강하게 힘이 들어갔지만)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지만. 그런 제안을 하실거라면.. 그가 어딨는지 정도는 말해주셔야 하는게 아닌가요?

 

 

11:06PM이상한 남자: 방금 전에 저택으로 들어갔었는데, 엇갈린 모양이네요. 하늘을 한참동안 올려다보던걸요. 빨리 쫒아가는 게 좋겠죠. 바빠보이던데.

나가고 싶다면 도와줄게요.

 

11:08PM슌도 하루오:..네, 그쪽이랑 이렇게.. 떠들 시간이 아까우니까 말예요. ..어디로 가야하죠?

 

남자는 하루오에게 들어왔던 입구로 가는 길을 알려줍니다.

 

.

 

.

 

.

 

ㅡ

 

...이상한 남성이 알려준 길로 다시 화원의 입구에 돌아왔습니다.

 

하루오가 나왔던 문이 활짝 열려,

 

하루오에게 화원으로부터 벗어나 이 저택 안으로 들어오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관찰 판정

 

11:09PM슌도 하루오: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2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잠깐.

 

뭔가 달라졌습니다.

 

홀의 복도에 걸려있던, 세번째 그림이 바뀌었습니다.

 

11:10PM슌도 하루오:(..내 그림이? 가까이 다가가 살펴본다.)

 

화폭 안에 담겨진 하루오의 얼굴이 한 명 더 늘어,

 

두 명이 되었습니다.

 

눈을 감고 있는 것과 달리, 눈을 뜬 하루오의 초상화 하나요.

 

하얗게 번지는 입김까지 그려낸 것이 꼭,

 

그림이라기보다.

 

창문 같을 정도로.

 

당신의 얼굴을.

 

눈이 깜빡이는 표정을.

 

입꼬리가 그려내는 곡선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갑자기.

 

툭, 하고 거대한 그림이 벽에서 떨어져 엎어집니다.

 

 

민첩 판정

 

11:11PM슌도 하루오: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하면, 하루오를 향해 덮치듯 떨어져 내리던 커다란 그림이

 

바닥을 덮고서 쓰러집니다.

 

...엎어진 쪽으로, 핏물이 질질 흘러나와 붉은 융단에 배어듭니다.

 

기괴한 현상에 하루오,

 

 

이성 판정

 

11:12PM슌도 하루오:

SAN Roll

기준치:	67/33/13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성 감소 없음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고개를 들어 세번째 그림이 걸려있던 자리를 바라보면,

 

곳에는… 검은 문이 존재합니다.

 

그동안 봐 온 검은 문 중에 가장 작습니다.

 

몸을 조금 수그려야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1:13PM슌도 하루오:..(조금 불안한 감이 있지만. 어쩔 수 없지. 몸을 숙여 안으로 들어간다.)

 

작고 좁은 문을 열면,

 

길고 어두컴컴한 계단이 위로 쭉 이어집니다.

 

을 수 있는 철제 난간이 있습니다.

 

볼에 닿는 서늘한 공기는 축축하고,

 

손에 잡히는 철제 선반은 소름끼치도록 차가워서,

 

당신이 살아있음을. 온전히 느끼게 합니다.

 

모든 감각이 돌아왔습니다.

 

이태까지 쭉 괜찮았던 목덜미에도 시큰이는 통증이 돌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위로 한참을 올라가면…

 

다시 큰 검은색 문이 보입니다.

 

11:14PM슌도 하루오:(제발 이번엔, 너를 만나고 싶어. 간절히 바라며 문을 연다.)

 

.

 

.

 

.

 

...

 

ㅡ

 

문을 열면 서늘한 공기와 대비되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공기가 온 몸을 휘감습니다.

 

큰 스크린이 벽면에 내려와 있고,

 

맞은 편에 앉을 수 있는 긴 의자가 여러 개 단정하게 놓여 있습니다.

 

정면의 책상에 [빔 프로젝터]가 보입니다.

 

11:16PM슌도 하루오:(네가 보이질 않자 노골적으로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짧게 침음하며 빔 프로젝터에 다가가)

 

 

빔 프로젝터

 

하얀 빛을 스크린에 쏘아보내고 있습니다.

 

안에 CD가 들어있다는 표시가 뜹니다.

 

기능은 몇 개 없는 모양인지,

 

전원 버튼과 중지 버튼, 그리고 재생 버튼이 있네요.

 

11:17PM슌도 하루오:(재생버튼을 누른다.)

 

스크린에 서서히 흐린 빛이 쏘아지며,

 

영상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스크린을 가득 채운 것은, 쥰페이의 얼굴입니다.

 

살짝 지친 기색의 쥰페이가 얼굴을 뒤로 물리면,

 

쥰페이의 뒤로 철창이 보입니다.

 

저곳은…

 

아까 당신이 지나왔던 지하통로,

 

그 쇠철창 안쪽인 것 같습니다.

 

 

11:18PM영상 속 쥰페이: ...하루오가 죽은 뒤로 처음. 드디어 그럴듯해 보이는 하루오를 만들어냈어.

 

그런 말을 하는 쥰페이의 얼굴은,

 

오늘 마주했던 그의 얼굴보다 조금 더 젊고.

 

그러니까…

 

당신이 기억하는 쥰페이의 모습에 가깝습니다.

 

표정에서 깊은 회환과 착잡함이 묻어나오고,

 

자세히 보면 카메라에 언뜻 비치는 옷깃에 피가 잔뜩 튀어 있습니다.

 

쥰페이가 손을 뻗어 카메라의 방향을 조금 트는 듯 하자,

 

화면은 전환되어 수술대를 보여줍니다.

 

쥰페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약간 잠겨 쉰 목소리만 들려옵니다.

 

 

11:19PM영상 속 쥰페이: 아주 오랫동안 그리워했지. 드디어 이루어 낸 거야. 드디어. …

 

화면을 고정시켰는지 쥰페이가 손을 놓고 화면 앞으로 나섭니다.

 

그리고, 죽은 듯 누워있는 당신을 조십스럽게 일으키듯 끌어 안고서 묻습니다.

 

 

11:20PM영상 속 쥰페이: ...하루오, 내가 누군지 알아보겠어?

 

아주 고요한 정적 속,

 

몰아쉬는 쥰페이의 숨소리만 온전한 가운데.

 

천천히 눈을 뜬 당신은.

 

옅은 숨을 뱉으며.

 

선명하게 속삭입니다.

 

“바보.”

 

당신을 닮은 그것은

 

녹아내리듯 부서져내리며 쥰페이의 팔 안에서 한 줌 핏물로 흘러내립니다.

 

..쥰페이가 무엇을 이루고자 했는지는 몰라도 완전한 실패입니다.

 

...

 

쥰페이의 우는 목소리가 들리며 화면이 암흑으로 돌아가고,

 

다시 빛이 들어오면 영상이 아까보다 빠르게 돌아갑니다.

 

수술대 뒤로 수많은 인간의 몸통과 팔다리가 쌓여가는 것이 보입니다.

 

그중 수술대에 눕혀질 정도로 멀쩡한 당신의 모습은,

 

부서진 것 이후 겨우 열 번에 불과합니다.

 

쥰페이는 그런 당신에게 구태여 말을 걸지 않고,

 

한참을 바라보다 다른 곳으로 옮깁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영상에 등장하는 쥰페이의 목소리가 점점 쉬어가고.

 

표정은 무미건조해집니다.

 

옷자락에 질척한 피가 묻는 일도 많습니다.

 

당신이 아는 쥰페이가 영상 속에서 혼자 서서히 흐려져갑니다.

 

...

 

한참 영상이 지나고 나면,

 

드디어 온전한 ‘12번째의 당신’이 수술대에 눕혀진 화면이 보입니다.

 

...여기서 영상이 끝납니다.

 

...

 

쥰페이는, 당신을 살려내겠다는 명목으로 얼마나 많은 인간의 살점을 만지고,

 

가르고, 죽이고 생을 부여하며 오만하며 모독적인 행위를 저지른건가요.

 

하루오, 그러한 사실에 경멸을 느끼든, 희열을 느끼든, 혹은 공포를 느끼든.

 

 

1d3 굴려주세요.

 

11:22PM슌도 하루오:

rolling 1d3

 

(

2

 

)

 

 

=

2

 

 

이성 -2 감소

 

온 몸을 타고 흐르는 알 수 없는 미묘한 기분에 몇 발자국 뒤로 몸을 물리면,

 

...등 뒤에,

 

아까까지만 해도 느껴지지 않던 인기척이 닿습니다.

 

당신의 팔을 잡는 손길이 부드러우면서 견고합니다.

 

그래요.

 

당신에게 익숙한,

 

그러나 어딘가 한없이 멀고 그립게만 느껴지는 손길.

 

느낌.

 

향기.

 

당신을 바라보는 저 눈빛.

 

11:24PM젠 쥰페이:...하루오.

 

가라앉은 목소리의 쥰페이입니다.

 

11:26PM슌도 하루오:...야! (너를 보자마자 이전에 다짐했듯 곧장 꿀밤이라도 먹일 듯, 주먹을 들었다만) .. (차마, 너를 마냥 쏘아붙일 수 가 없어서.네 어깨에 제 이마를 묻은 채 그의 어깨를 꾸욱 붙잡았다.) ..겨우, 만났네. ..정말 겨우..만났어. ...있지, 그게.. ..(한참이나 입을 달싹거리다) ..괜찮아?

 

11:29PM젠 쥰페이:(아까와는 전혀 다른 태도로 너를 반겼다. 애써 옅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제 어깨에 이마를 묻은 네 허리를 감싸안았다. 느릿하게 눈을 꿈뻑이더니) ..그러게, 겨우 만났어. (헛웃음과 함께 중얼거리며) 아마도.. 나는 괜찮아. 하루오는? 괜찮아?

 

11:32PM슌도 하루오:(따라 네 어깨에 팔을 걸어 꾸욱 끌어안더니) ..누구 덕분에.. 아직도 목이 아파. 아마.. 내일 일어나면, 새파랗게 멍이 들 정도로. (찔리라는 듯 괜한 엄살을 부렸다. 실은, 정말로 아프긴하지만.) .. (한 팔을 내려조금 강하게 네 옆구릴 꾸욱 찔러버리곤) 그래서.. 이게, 다.. 뭐야. ..너는 이상하지, 주변엔.. 알 수 없는 것들만 잔뜩 있고. ..기분 나쁘기만하고. ..설명해 줄 수 있어?

 

11:36PM젠 쥰페이:... (꾸욱 찔리자 인상을 조금 쓰기만 하고 다른 소리는 없는 채였다. 한참을 네 엄살과 물음에 어떠한 답도 못 하고 가만히 정적을 유지하던 찰나, 네 허리에 감았던 팔을 풀어내고는 네게서 물러난다.) ..그건, 조금 후에 들려줄게. 우선, 너에게 보여줄 곳이 있어. (네게 손을 슬 내밀며) 이상한 거 아니니까.. (..) 꼭, 같이 가줘. 거기서.. 어떻게 된 건지 말해줄게.

 

11:38PM슌도 하루오:..여기서 더..? (.....)(조금은 울상이 됐을지도 모르겠다. 안 그래도 속이 어지럽고 혼란스럽기만한데. 저에게 내밀어진 손과 너를 눈으로 흘기며 망설였다만, 결국 저는 네 손을 잡을 수 밖에 없으니. 힘주어 맞잡곤) ..응, (알겠다며 잘게 고갤 끄덕였다.)

 

몇 걸음 걸어간 쥰페이가 흐린 빛이 비추는 스크린을 찢으면,

 

그 뒤에 드러나는 것은 검은 문입니다.

 

그 어느때보다 검고, 반듯한.

 

...이번에는 쥰페이와 함께 들어가는 검은 문입니다.

 

11:39PM젠 쥰페이:너와 함께 보기를, 정말로 고대했던 곳이야.

 

그렇게 말하는 쥰페이의 표정은.

 

문가에 비춰지는 흐린 빛을 타고 그럴리가 없음에도 꼭 우는 것처럼 보입니다.

 

.

 

.

 

.

 

ㅡ

 

...

 

문을 열면,

 

높은 계단 몇 개 이후에 바로 이어지는 시야를 환하게 물들이는 조명들이 아름답습니다.

 

반원 형태의 유리돔이 바스라져 내려오는 하늘의 파편들로 얼룩덜룩하게 빛납니다.

 

이곳은 흡사 정원의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종말을 맞기엔 너무나 안정적인 장소.

 

화원과는 대비되도록 아직 여린 줄기에 매달린 꽃송이들이며 나무의 푸른 잎들이 건재합니다.

 

그동안 맡아왔던 피비린내나 냉한 냄새가 단숨에 잊힐 정도로,

 

끝을 맞을 것을 직감했기에 더 진한 생명의 향기가 가득한 실내 화원이 당신의 눈앞에 펼쳐집니다.

 

그러고보면, 이 화원의 입구를 가득 장식하고 있는 저 꽃은...

 

당신이 좋아하는 벚꽃입니다.

 

쥰페이는 당신이 뭐라 따져 묻지 않았음에도 조용하게 중얼거립니다.

 

11:40PM젠 쥰페이:어쩐지 네가 좋아하는 걸로 꾸며야 할 것 같아서… 여기는 신경을 많이 썼어. 늘, 너를 생각하면서.

아까, 설명해 달라고 했지? 그걸 듣고나면, 나에게서 완전히 정이 떨어질텐데.. 괜찮겠어? (너와 맞잡은 손을 놓고는 네 시선을 피한다.)

 

11:44PM슌도 하루오:.. (제 시선을 피하는 널 아무말 없이 바라봤다. 이어 네가 놓은 손을 끌어당겨 놓지못하게 깍지까지 꾸욱 끼곤) ..됐어. 아무것도 모르게하고, 거짓말하는게 더.. 정 떨어지니까.. (가만 네 눈을 응시하며 옅게 웃었다.) 괜찮아. ..솔직하게 말해줘.

 

11:52PM젠 쥰페이:(눈을 꾹 감았다가 뜨며 입을 달싹이더니 곧장 입을 연다.) ..그러니까, 어쩌다가 알게 됐는데 세상이 멸망한대. 근데 나는.. 아직 살고 싶었어. 다른 건 다 됐으니까, 너랑 같이 더 살아가고 싶었어. 그래서 조금은 무모하지만.. 멸망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좀 알아봤어. 그게 또 있더라고. 나 자신과 타인이 필요하다고 하더라. 그렇게 하면, 종말의 순간에 세계는 다시 재구성 되고, 살아있는 존재들은 두 명 분의 숨을 소비해 살아가게 된대. 그래서.. 타인이 필요했어. 그래서 너에게 숨을 주기 위해서 바로 실행에 옮겼지. 다행히도 잘 아는 분이 있어서, 그 분과 함께 준비해갔어. (손깍지 껴진 손을 잠시 응시하곤) 그런데.. 네가 죽은거야.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고개를 살짝 숙인다.)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네가 아닌 복제품도 가능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너를 끊임없이 만들어냈어. 그것도, 11번.. 어울리지도 않는 연구복을 입고, 그렇게.. 여러 번.. 네가 흘러내리는 걸. (눈을 감고 침음을 흘려) ..네 시체를 누가 훔쳐가서, 네가 더이상.. 안 남았다고 생각했거든. 12번째도 흘러내리겠거니, 했거든. 그런데.. (고개를 들어 네 얼굴을 똑바로 본다.) 네가, 제대로 살아서.. 온거야. 그렇게 우리는 종말의 끝으로 왔어.

 

11:59PM슌도 하루오:..너도 참. (..대단하다 할지, 집요하다 할지. 입안에서 말을 골라내며 잠시, 눈을 굴렸다. 막연히 드는 심정으론, 솔직히 믿기 어려운 이야기들 뿐이라. 느릿하게 제 눈을 깜빡이며 입을 달싹였다. 아는 분이라면, 아까 그 이상한 남자를 말하는걸까. 멋대로 추측하며) ..응, 다.. 봤어. 나랑.. 똑같이 생긴 것들이 하도 많아서. 만든 사람을 보면 때려줘야겠단 생각도 많이 했는데.. (빤히 널 노려보다 뒷꿈치를 살풋 들어 가볍게 네 뺨에 입도장을 찍곤 떨어졌다.진짜 바보야. 작게 덧붙이며) ..그래서. ..이제 어떡해? 그냥... 이대로 가만 지켜봐야해? 애초에.. 종말이라는 것도 실감이 안나. 이게 다.. 꿈이 아닐까 싶은 정도로.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더이상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인 풍경에 시선이 갑니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처음에는 눈으로 착각했던 하늘의 파편들이

 

이내 이것이 눈이 아닌 물리적인 무언가임을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큰 조각의 형태로 느리게 떨어져내립니다.

 

쥰페이는 가벼운 한숨을 쉬며 당신의 손을 잡고 화원의 아름답게 꾸며진 오솔길로 발을 옮깁니다.

 

몇 걸음이나 걸었을까요.

 

화원에서 마주쳤던 기괴한 조각상과 흡사한

 

대리석상들이 원을 이루고 배치되어 있는 그 정 가운데,

 

어떠한 의식의 일환마냥 쥰페이는 당신을 데리고 그 곳에 섭니다.

 

그리고,

 

세계가 종말을 맞아가는 중인 가운데,

 

조용하게 당신에게 속삭입니다.

 

12:01AM젠 쥰페이:있잖아, 하루,...

내 숨을… 가져줘.

 

쥰페이는 당신의 손을 끌어다 자신의 목에 올립니다.

 

그 손길이, 마치…

 

당신이 눈을 떴을 무렵,

 

그가 당신의 목을 졸랐던 것처럼 자신의 목을 졸라 달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손에 닿은 쥰페이의 목이 뜨겁습니다.

 

손 아래 맥박이 조용하게 고동칩니다.

 

하늘이 무너져가고, 세계가 종말을 맞는 가운데

 

쥰페이는 당신의 숨을 살리는 편을 선택하고자 합니다.

 

그의 숨을 멎게 하는 일은 간단합니다.

 

그가 친절하게도 자신의 목에 얹어주기까지 한 당신의 손에 힘을 주면.

 

간단히 이 생명을,

 

이 숨을 앗아갈 수 있습니다.

 

무엇을 망설이나요.

 

선택의 시간입니다.

 

12:06AM슌도 하루오:(곧바로 질색하며 제 손을 뒤로 무르다 못해 한 발자국 네게서 멀어졌다. 이어 기가찬 듯 표정이 일그러져) ... 설마.. 진심으로.. 내가 정말로, 네 목을 조를 수 있을거라 생각해? (원성 섞인 목소리로 낮게 말했다.)

 

12:11AM젠 쥰페이:...그럴거라 예상하긴 했어. 내가 너를 죽이지 못 하듯이.. 너도 나를 못 죽이겠지. 내 목숨 하나 살리려고 이기적으로 살아왔던 내가, 너 하나 만나고 내 생명이 아닌 다른이의 생명까지도 소중하게 여기게 됐을 정도로.. 나는 너를 사랑해. 종말 속에서도, 여전히.. (제게서 멀어지자 이번에는 제가 네게 한 걸음 다가가더니 방금까지 제 목에 얹어졌던 손을 끌어와 맞잡았다. 제 입술을 짧게 붙였다가 떼고는 어쩐지 서글픈 미소를 짓는다.) 너와 함께 세상의 끝을 볼 수 있어서 나쁘지 않아. 너도.. 그럴까?

 

12:19AM슌도 하루오:..응, 이런 것도 예상 못했음, 그동안.. 나랑 대충 만났다고. 화라도 내려..했지. (부러 농조에 가까운 톤으로 말했다. 옅게 웃으며 바닥을 응시했다. 이어지는 네 말에도 묵묵히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다) ..(천천히 고갤 들어 너를 마주하곤) ..글쎄, 기왕이면 조금 더.. 근사하고 멋진 곳이었음 좋았을걸. (따라 서글프게 웃으며 조심스럽게 네 어깨에 제 이마를 기댔다.) ..아쉽네, 어차피 이렇게 망할 세상이면, 처음부터 내 옆에 있어주지. 괜히.. 힘들게 이곳저곳 돌아다니게나 하고.. (툭..) ..살아있는 날 보고 싶었다며. 웬.. 이상한 사람이 말해줬는데.. 이렇게 된거.. 로맨틱하게 입이나 맞출까?

 

12:26AM쥰페이:(제 어깨에 기댄 네 뒷통수를 살살 쓰다듬어주며 오랜만에 제대로 된 웃음을 흘렸다.) 그러게. 이게 무슨 시간 낭비람.. (고개를 들고 하늘을 살핀다. 종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려주 듯, 서로의 목을 쥔 것도 아닌데 숨이 가빠왔다. 호흡이 힘들어지고 삼킬것이 더 이상 없어졌다고 느낄 때 쯤, 네 어깨를 살짝 밀어내 저와 눈을 맞추게끔 한다. 숨을 한참을 들이쉬더니 쉰 목소리로 입을 연다.) ..응, 좋아. 하루오, 네 숨을 나눠줘. 키스해줘. (이게 우리의 마지막 문장이 되겠지. 그런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네 허리를 껴안고 천천히 눈을 반쯤 뜬 채로 네 얼굴을 계속 응시하면서 고개를 살짝 비스듬이 기울여 서로의 입술을 진득하게 맞대었다.)

 

12:37AM슌도 하루오:..아직도 꿈을 꾸는.. 기분이긴 해. 세상이..무너진다는데, 나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겠고.. 실감이..나지도 않아서. (말 끝을 흐리며 입을 다물었다. 그냥, 막연히 너를 만나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어. 그런 문장을 속으로 삼켜냈다. 입 밖으로 내면.. 네가 기뻐하겠지. 마지막까지 네 앞에선 조금은 심술궂고, 유치하게 굴고 싶어지는건 어쩔 수 없나보다. 순순히 밀려나며 널 향해 고갤 들었다. 결연하면서도 평소와 같은 느긋한 미소를 지어) ..응, 네가 원한다면.. 내 숨까지 전부 줄 수 있어. (저 역시 네 등을 끌어안으며 바싹 몸을 붙였다. 꼭 처음 입을 맞추듯 조금 움츠리며 고갤 기울이다 아마 마지막으로 마주할 너를 애정이 담긴 눈으로 담아내다 언제나와 그렇듯 두 눈을 꾸욱 감은채 입을 맞추었다. 입을 살짝 열어 꼭 네게 제 숨을 불어넣듯 들뜬 숨을 내쉬어)

 

.

 

.

 

.

 

멎어가는 숨을 그와 나눕니다.

 

겹친 입술이 우리 둘을 모두 집어삼키는 것처럼 뜨겁습니다.

 

그럼에도 놓을 수 없어요.

 

우리가 겪게되는 종말은 오롯이 우리의 의지.

 

서로의 숨을 뺏어 이후를 빌지 않았습니다.

 

...

 

시야가 뿌옇게 흐려집니다.

 

이것이 죽음이 다다랐기 때문인지,

 

종말이란 것이 당신을 집어삼켰기 때문인지,

 

혹은 생리적인 눈물이 고인 탓인지.

 

당신은 당장에 알지 못합니다.

 

이 입맞춤은 종말로부터 눈을 돌리려는 행위일지도 모릅니다.

 

숨이 막혀오고 하늘이 무너져내려도.

 

조용한 가운데 모든 것들이 죽음을 맞이해도.

 

그와 이어진 몸은 아직 당신이,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쿵쾅쿵쾅 시끄러운 심장소리가 귓가를 채워옵니다.

 

흐리게 부신 눈을 한 번 깜빡 감았다 뜨면.

 

온 시야가 하얗게 물듭니다.

 

이것은 종말을 겪게 되었기 때문일까요,

 

죽음의 목전에 다다른 탓일까요.

 

호흡이 부족해 환각을 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몽롱한 기분이 어지럽습니다.

 

그와 손을 꽉 겹쳐잡고 있단 것만이 느껴지고,

 

귓가에 시끄럽게 메아리치던 심장소리가 멈추면,

 

시야가 암전됩니다.

 

.

 

.

 

.

 

...

 

바닥에서 차가운 냉기가 올라와 볼을 얼얼하게 만듭니다.

 

눈을 뜨고 급하게 일어나 보면,

 

이곳은 오래 방치된 것 같지만 여러 꽃이며 나무가 아름답게 덩굴을 이루고 자란,

 

어딘가 변한 정원입니다.

 

...

 

세상을 종말로 이끌 것만 같이 하늘에서 쏟아져내리던 파편도 더이상 보이지 않습니다.

 

세계의 종말은?

 

멸망은?

 

우리는 어떻게 된 거죠?

 

호흡이 정상적입니다.

 

하늘에서 따사로운 햇빛이 내리쬐고,

 

식물 위에 앉은 작은 새가 지저귑니다.

 

모든 일이 꼭,

 

환상이었던 것만 같습니다.

 

당신과 손을 꽉 겹쳐 잡고 누운 쥰페이가 맞은편에 보입니다.

 

쥰페이와 당신의 사이에 놓인 스노우글로브도요.

 

스노우글로브 안에는 쏟아지는 하얀 반짝이 아래,

 

나란히 서 있는 당신과 쥰페이의 작은 모형이 들어있습니다.

 

스노우글로브의 유리 아래

 

밑단에 금박으로 새긴 글씨가 환한 햇살을 받아 반짝입니다.

 

 

[멎은 숨의 소생]

 

차가운 공기에 당신이 뱉는 숨이 하얗게 피어오릅니다.

 

아, 정말로 아름다운 생입니다.

 

...

 

 

[ENDING 3: 겹친 손 아래, 멎은 숨의 소생]

 

 

젠 쥰페이 생환

 

 

슌도 하루오 생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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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END

 

12:44AM와!!!!!!!!!!!! :저희애들.. 무..사한곳으로 갔나요?...

 

12:45AM수고하셧습니다! (GM):네.........세계 멸망 이전으로 돌아왓어요

 

12:45AM와!!!!!!!!!!!! :아니 와중에 혐관으로 왓음 어..어덕할뻔햇는지 (ㅋ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45AM수고하셧습니다! (GM):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그러게요 아ㅠㅠㅠ

 

12:45AM와!!!!!!!!!!!! :..... .... 둘 다 안죽으려고 투닥거리다가 자존심 때문에 또 키스하고 가짜 우정 단속반에 걸릴거같긴.. 해요

 

12:46AM수고하셧습니다! (GM):하,..ㅋ.ㅋ.ㅋ.ㅋ.ㅋ..ㅋ웃기다............. 근데 혐관으로 왓으면 젠쥰이.. 하루오한테 숨 뺏어간다고 햇을지더요..

 

12:46AM와!!!!!!!!!!!! :귀엽다.......... 근데 이럼 젠쥰이.. 연상이되나요? 정말.. 형이 됏네 젠쥰...

ㅋ 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근데 ..절대로 먼저 안 뺏기려..햇겟죠? 근접전 싸움날뻔........

 

12:47AM수고하셧습니다! (GM):훌쩍.........그렇네요... 한 서른?정도 됏을 거 같은데...... 정말 형이 되어버렷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개웃겨요ㅠㅠ 상상만해도 아찔한..

 

12:48AM와!!!!!!!!!!!! :아 웃기다 근데.. 하루오는 어쩌다가 죽었을까요.......... 괜히 막.. 동갑소꿉친구였는 연하 애인 둔 기분은 어때 하면서 놀릴떄 있을거같구.. (젠쥰미안!!)

 

12:49AM수고하셧습니다! (GM):그건.......안 나와잇어요

근데 왜 맨날 하루오가 죽지......... 그냥 슬프고... 훌쩍....... 하놔 미치겟어요ㅠ 그렇게 놀리면 인상 찡그리구 머 생각하다가 그럼 너는 4살 연상 애인 둔 기분은 어떠냐고 해요.. 형이라고 부르라면서.. 어휴..